소설리스트

14화 (14/37)

남편의 입에 자기의 젖꼭지, 말린 건포도같은 그 꼬다리를 물리며 빨리웠을테고, 

남편은 기꺼이 내게 하듯이 그 누군가의 젖과 유두를 핥고 빨며 주물러댔을거다.

험상궂게 생긴 남편의 심벌을 자신의 음부입구에 비벼대며 "흥흥"거렸을 것이고,

구리빛 우람한 몸통에 두 다리를 찢을 듯이 벌리고는 "넣어줘요" 라고 애원했을지도 모른다.

암묵적으로 이제는 그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게 되었지만,

법적으로 나만 소유하고, 내 음부안에만 가득 채워지도록 허락된 남편의 몸.

그 성기에 깊이 꿰뚫리고는 악악! 윽윽!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온 몸의 욕정과 정염을 불태웠을 낯선 여인!

남편은 그녀의 몸 속으로 뭔가를 채워넣으며 정숙하지 못한 유부녀(아가씨)의 행실에

조소와 비웃음을 함께 넣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입에 발린 사랑의 달콤함을 그득 채워준 것은 아닐까?

어쩌면 통제되지 못하는 희열이 온몸으로 번지는..그래, 그 낯선여자의..

입술이나 젖가슴에 사정을 했을지도..

나는 두 허벅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남편 심벌위에서 살풀이 춤을 추어댔지만,

도무지 머리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고, 숨결까지 턱턱! 목까지 차올라 호흡마저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사고로 본능적인 몸 행위와 의식적인 판단을,

억지로 강요하는 내 머리속에서는 몇 가지의 의문들이 덩달아 떠올랐다.

 "남편은 왜 그녀와의 관계후에 흔적을 남긴 채 돌아와야 했을까?"

 "혹, 진심으로 원해서 받아들였을 그녀의 몸을, 그 체취를 좀 더 느끼려고..?"

 "취한 술때문에..뭔가에 더럽혀진 셔츠를 갈아입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걸까?"

 "아님, 나에게 보란 듯이..그런 고급옷을 여자가 입혀 보냈다면..?"

불뚝 성질이 무섭긴해도 늘 자상하고 내게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이,

순간적인 충동이나 타의에 의해 나에게 상처를 줄 그런 경솔한 짓은 저지르지 않을텐데..

남편이 감정적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허락했다는 뜻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여자는 남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거나, 

아니면 내가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여자일지도 모르는데..

 "민주..수연 선배...회사 경리아가씨..?오메가 본사의 여직원..

 접대로 단골이 된 어느 주점의 마담..? 내가 모르는 첫사랑의 애인..우연히 도움을 받은 여인..?"

남편과 매치가 될만한 내 주변의 여자들을 하나하나 다 떠올려,

퍼즐 조각을 맞추어보려 했지만,

도무지 일치되는 부분이라곤 한 조각은 커녕 손톱 끝만큼도 없는 듯했다.

비록 부부사이가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민주는 유부녀, 

민주의 1년 선배라는 수연은..이혼당한 돌싱,

풋내나는 경리아가씨랑 불장난에 빠질 어리석은 남편은 아니고,

내가 모르는 첫사랑의 애인..? 아냐, 오빠는..그때 분명히 말했어..첫사랑의 상대는 나라고..

그럼 도대체 누굴까..? 누가 있어 오빠랑 성관계를 맺을 정도로..깊은 사이일까.

분명 남편의 성격과 마음은 물론, 어느 정도 배경까지 알고 있는 여자일텐데..

오리무중, 도무지 그 낯선여인의 형상이 내 머릿속에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는중에도 온 몸이 산산히 바스라지는 것같은, 절정의 오르가즘을 느껴버린 나.

나는 터져나오는 그 절규성 신음을 가슴속으로 뜨겁게 파묻으며 고개를 꺽어갔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이 쬐끔은 흐려져 희석되기를 바라면서... 

          *          *          *

[음..으,응..? 이쁜아..]

한참후에야 눈을 뜨며 여늬때와 다름없이 엷은 미소를 얼굴에 그리는 남편,

나는 지난 밤에 있었던 그 일들을 몽조리 지워버리며 환하게 방긋 웃었다.

[늦었어요..어머! 해장국이 다 쫄았나 몰라..]

[아~함! 오늘은 조금 늦게 출근해도 돼.. 그 보다..은애야..?]

[네?..왜요..?]

[어젯밤에 내가 꿈을 꿨나..? 당신, 너무 예쁘고 섹시하게...]

[풋! 아침부터 실없이..그게 무슨..?]

나는 내심 당황스러웠으나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 밖에..

 "설마..잠든 척..아닐거야...그럴리 없어.."

[그렇지..으, 응.. 우리 이쁜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안방을 나오려는데, 지난 밤의 뭔가 부족함을 못내 참을 수 없었는지

남편은 한 손을 뻗어 내 치마밑으로 넣어왔다.

나는 만지기 편하도록 엉덩이를 들어주며 남편의 머리를 다시 부드럽게 쓸어넘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내 남편이어서 너무.. 행복해..

 내게 무슨 복이 많아서..오빠를 만났을까..? "

분주해지는 남편의 손길, 나는 지털 제모의 의혹도, 셔츠가 바뀐 이유도, 

그리고 팬츠를 뒤집어 입고 있었다는 사실도, 남편에게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져 애무의 손길만 받아 들였을뿐.

          *          *          *          *

남편의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 것은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을 때다.

베란다에서 지켜보고 서 있던 나는 그제서야 집안을 치우기 시작한다.

벌써 삼일째, 서준 그 남자의 사무실엔 나가지않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느껴질 것 같다가도 한 순간에 느껴지지 않는,

떠오를 것 같다가도 떠오르지 않는..이질적이고 몽환적인 형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직접 내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그 불확실한 기우의 실체를 향해, 나는 보란 듯이 행동하고 싶었다.

혹시 남편이 내게 작은 불만이라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골머리 아픈 사업, 운영자금의 압박까지 더해져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거짓말로 일을 나간다고 하구선, 괜히 해서는 안되는 짓거리나 저지르고..

여자가 밖으로 나돌게되면 자연히 집안 일이나 남편에게는 소홀해지는데..   

집에서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마중을 하기는 커녕,

그동안 저녁 식사 시중을 제대로 해주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결혼전에 홀몸 생활을 많이 했던 남편은 혼자서 밥먹는 것만큼은 정말 싫어한다.

남편은 대범하게, 그런 사소한 문제는 신경쓰지 말라고 내게 말했지만,

여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나는 하나하나 지난 며칠동안의 내 주변을 꼼꼼히 체크하고 되짚어보면서,

사흘 동안 그렇게 남편에게만 전념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심한 변화를 겪어온 내 몸은, 거의 하루도 남자의 사랑없이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성욕이 왕성해져 있었지만,

그러나 은연중에 잠자리를 회피하는 듯한 남편에게 무리수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 몸의 변화를 드러낼 수는 더더군다나 없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뭔가 남편에게 자극을 줄 만한 껀 수를 찾고 만들어갔다.

[햐~이쁜이..속옷도 입지않고..]

[왜요? 좀 벗고 자면 안되요..?]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했지만 나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후후! 좋은 현상이야..우리 순둥이..근데, 나 없을 땐 절대 이러고 자면 안돼요. 알겠쥐?]

[아이~그럼요! 오빠가 그러길 원하는 거 같으니까..]

나는 속으로 찔끔했지만.."설마 오빠가..? 아닐거야..알리가 없지.." 라고 나 자신을 안심시키며,

더욱 살갑게, 애교가 듬뿍 담긴 코맹맹맹 소리로 속삭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으,음..이쁜아..]

[네? 머요?]

[으, 응..아냐...아무 것두..]

[그래요? 오빠 요즘.. 내게 뭔가 자꾸만 숨기시는...]

[수, 숨기긴..내가 이쁜이에게.. 숨길 일이 뭐 있다구..]

남편은 몇 번이나 망설인다. 

그러다 결국 나의 채근에 못이긴 듯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우리..아직 아이도 없으니..좀 작은 평수로..옮기면..어떨까하고..]

그여코 아파트를 옮기는 건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다.

남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쓰러움에,

나는 이미 그 내용, 왜 아파트를 내놓으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오빠가..이 아파트 마련하느라 얼마나..고생했는데..]

[알아.. 나도 아파트만큼은 내놓고싶지 않은데..미안하다..이쁜아!

 어렵게 시작한 신혼살림..쪼개고 쪼개어...장만한 집을..으,음]

[후~ ...그치만..오빠 사업이 힘드시믄..저에게 신경쓰지 마시구..]

내 의사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뜻을 따르는쪽으로 바꾸어진다

[흠..난 그냥, 집값이 올랐을 때.. 아냐, 평수를 더 늘려가지는 못해도..매매는..

 지금 내가 했던 이야기는 못들은 걸루다 해..사람이 돈을 쫓아가면 안되는데..

 에궁, 괜히 우리 이쁜이..걱정만 시켰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남편은 나의 음부에다 손가락을 넣었다 빼내구선..

장난스럽게 자기 입술에 대고 살짝 빨아댄다.

내가 뜨거운 숨결을 몰아쉬며 홍조를 띄웠을 때 멈추기는 했지만..

          *         *

 "휴~저번보다..더 많이 힘드신 모양이네..내게는 내색을 안하시는 분이.."

남편은 지나가는 말처럼, 내게 "걱정만 시켰다.."고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이려했으나, 

나는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남..만남...광고주..스폰..우리의..아파트..우리 보금자리..후~우리 둥지를 ?"

광고주와의 그 만남은 어쩌면 영영 다시는 우리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나만의 길을 선택하는 관문이 될지도 모르는데..어떻게 해야하나..?

좌불안석으로 전전긍긍하던 나는 딱히 할 일도 없지만,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이걸 집었다 저걸 놓았다..거실로 갔다가 주방으로 돌아오고,

마치 얼이 나간 듯한 행동을 한동안 하고있었다.

얼마후 나는, 미어지는 가슴의 구멍사이로 애틋하게 파고드는 무언가를 느끼며,

식탁위에 마시다 만 찻잔을 버려둔 채 주위를 향해 시선을 던져본다.

너무나 익숙한 주방, 거실..그리고 안방, 남편의 서재방 등이 차례로 내 눈에 밟혀왔다.

 "어떻게 쌓아올린 우리 부부의 탑인데.. 허물순 없어..절대루.."

의자에서 일어난 나는 웅크려 이마를 집었던 손을 기지개 켜며 팔을 쭉 뻗었다. 

내 결심을 독려하듯 등줄기에 전율같은 잔떨림이 지나간다.

 "그래, 가벼운 마음으로..일단, 만남..을.. 식사만 하는데..뭐..어떨라구"

나는 내 몸을 확인하듯이 양팔로 어깨를 꼭 끌어안고는, 

그대로 두 손을 옆구리에서 잘록한 허리를 더듬어 엉덩이까지 훑어내렸다.

그리고 허벅지 비깥쪽을 다시 만져보고 몸에서 손을 떼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감촉좋은 실크 와이셔츠의 윗도리 뿐이다.

그날 밤 남편이, 낯선 여인으로부터 갈아입혀져 왔던 그 셔츠다.

가위를 찾아들고 몇 번이나 동강을 내버릴까 말까 악녀적인 상상까지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은 셔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고,

나는 벗은 몸에 셔츠만 걸치고 남편에게 유혹적인 행동을 해보였던 것이다.

나의 긴 두 다리가 셔츠자락아래로 늘씬하고 미끈하게 뻗어있다.

크게 부풀어 오른 앞가슴은 젖꼭지가 뾰죡하게 튀어나와, 

셔츠안에 브래지어를 입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전율같은 작은 떨림이 사라지자, "스멀스멀" 열정의 불씨가 성애의 심지에 불을 당겼다.

오르가즘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것은 불과 사흘뿐인데..

나란 여자는 이미 본능에 순응해버린 음란한 요부가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자조섞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주방을 벗어나 욕실로 향했다.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넘치는 뽀오얀 피부가 커다란 욕실 거울에 비쳐보인다.

이런 내 몸의 변화는 더위가 찾아오기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남편의 강한 기에만 눌려지내왔던 내 몸, 도화의 그 놰쇄적인 음기의 발현..

활짝 피어올라 만개한 꽃봉우리, 그 변화의 원인을 떠올리며 나는 두 뺨을 살짝 물들였다.

 "으응~ 아아~~!! "  

길고 뾰죡하게 다듬어진 민주의 손톱..생소했던 마사지사의 부드러운 손길..

촉촉하고 감미롭게 와 닿았던 그 남자의 입술..그리고 내 사랑 오빠! 

내가 죽어서도 영영 못잊을, 넓직하고 푸근한 남편의 그 품..그 우람한 남성..

생각이 이어질수록 내 몸이 달구워진다.

 "하아~~안되는데..은애야..너! 아아~~"

오늘쯤은 틀림없이 안기게 될텐데...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상상만으로도 젖무덤이 단단해져 온다.

셔츠를 밀어 올리고 있는 젖꼭지가, 감촉좋은 옷감에 스치자 목덜미에 "오싹" 오한이 매달렸다. 

더욱더 붉어지는 얼굴, 나는 허벅지를 딱 붙이고 "살짝살짝" 부벼본다.

그러나 손끝을 더 아래로 내리려는 나 자신을 억제하고 샤워부스 아래로 향했다. 

셔츠를 어깨에서 미끄러뜨리고,

남편이 입혀준 팬티의 가장자리에 손끝을 걸어 천천히 벗어내려간다.

탄력있는 둥근 엉덩이와 허벅지를 지나, 늘씬한 다리를 하나씩 빼내자 알몸이 된다.

벗은 팬티를 손끝에 걸어 세탁바구니쪽으로 퉁겨 낸 후,

끝이 살짝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을 뒤로 재빠르게 묶어 올리곤 샤워의 노즐을 비틀었다.

처음, 찬 물보라가 맨살에 쏟아지자, 온몸이 조여드는 것 같은 감각에 휩싸였지만,

얼굴에 직접 닿는 찬 물줄기가 조금은 울적했던 내 기분을 말끔히 씻어내린다.

몸이 안쪽에서 달아 올라와 온 몸에 열기가 넘치는 감각은 참을 수 없는 유혹.

나는 두 손을 젖가슴에 대고 맨살위를 미끄러지듯이 쓸어내렸다.

 "으, 으응~! 아아~~음!!"

어느 사이에 유방을 움켜 감싸는 내 손이 낯선남자의 손으로 변하고 있다.

젖봉우리를 한껏 움켜, 젖꼭지의 끄트머리를 집으며, 한 손을 사타구니로 디밀었다.

수줍게 웅크린 채 맞물려있는 꽃잎을 뒤집어, 

끝이 짓물러 벌어져있던 여성의 문을 어루만진다.

욕조 가장자리에 발 하나를 올린 나는 농익은 음부속살을 위 아래로 부벼대기 시작했다.

가운데 손가락이 "쑤욱" 여성의 통로속으로 들어간다..

요염하게 얼굴을 상기시킨 나는, 뒤로 들어올려진 엉덩이를 살살 흔들었다.

 "아아~! 으응~~하으~~아~ 흐으~! "

고개를 젖힌 내 입술에서 잦아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두번째 손가락을 가운데와 포갠 나는, 

더욱더 깊숙히 음부속살에 찔러넣어 밀고 당긴다.

유방을 주물러대는 손의 움직임에 힘을 더하자,

애기궁전으로부터 "찌르르" 저리는 듯한 쾌감이 치밀어 올라왔다.

민주의 날카로운 손톱끝이 내 몸속 어딘가를 장난스럽게 긁어댄다.

아아~엎드려 엉덩이를 들어올린 내 몸뒤에서..도..동건씨의 남성이..

 "하아아~~이제..그만, 제발..아하아~~나, 나..!!"

그 짧은 시간, 민주에게 희롱당하고, 남자에게 깊숙이 꿰뚫리며, 격렬하게 범해지는,

그렇게 몸부림치는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비쳐보인다.

어느 순간, 멋진 알몸을 "푸들푸들" 경련시킨 나는,

 "학학!" 거칠게 들썩이는 어깨를 진정시키며 차가운 물줄기를 뒤집어썼다.

가쁜 숨결을 연신 몰아쉬며, 잠깐의 자위를 마무리하는 동작으로 샤워의 꼭지를 닫았다.

물기가 맺힌 거울속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발가벗은 알몸의 여자가 서있다. 

몸도 마음도 음란함으로 물들어가는 나 자신의 요염한 자태.

나는 한동안 꼼짝않고 서서 "은애..너...너란 여자..본래 모습이..?"

또 다른 얼굴의 나란 여자를 그렇게 바라하고 있었다.

바스타올을 걸치고 화장대 의자에 앉아 나 자신을 돌아보지만,

욕실에서 쾌락을 탐했던 흔적같은 건 추호도 느껴지지 않는다

진하지 않은 눈화장, 

약간 올라간 립스틱의 끝이 비뚤어지자, 귀여움이 섞인 얼굴 표정이된다

화장대 거울속의 여자 미모는, 그렇게 누구라도 뒤돌아보게 하는 광채를 보이고있다. 

 "금요일 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은애씨가 허락하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남편이 내 핸폰을 열어보는 그런 쪼잔한 행동은 하지않지만,

나는 그날, 문자를 보자말자 지워버렸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 기억에서 그 메시지가 말끔히 지워지기를 바랬는데..

환상에서 깨어난 나는, 잊고 지나던 서준 그 남자의 메시지를 기억해내었다.

무릎위 한 뼘정도 길이의 타이트한 미니스커트에, 얇은 블루의 블라우스,

내 나이에 걸맞지않는 청초한 복장으로, 마악 옷을 갈아입는데...

정적을 깨며 현관의 챠임벨이 딩동~울린다.

 "하필.. 이 시간에 누구..?"

의혹스런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현관으로 걸어간 나는,

비디오폰의 액정을 바라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크게 떴다. 

한동안 전화 연락도 주고 받지 못했던..마사지사..진동건! 그 남자 얼굴이..

 "어..어떻게..우리 집을 알아내고..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서준 그 남자를 만난후로, 나 스스로 자제하면서 전화질도 끓고 지내왔었다.

하지만 나에게 처음으로 색다른 세계의 경험을 갖게해 준 젊은 연하의 남자..

주마등처럼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마사지샵과 오피스텔의 정사! 

잊을래야 도저히 잊을 수없는 그 남자가, 마른웃음을 지은 채 서 있는게 눈에 보이자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놀라움에 당황하여 어쩔줄을 모른다.

실랑이를 벌이듯 계속 울리는 벨소리. 

 "또 다시 엮이면 안돼! 넌..유부녀야...은애야!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해!"

 "너두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쟎아..? 잊지 못하쟎아..!"

 "남자가 먼저 다가오길 바랐고..그래, 집에까지 찾아왔는데.. 이제와서..무얼 망설이니..?"

한참 동안을 망설이며 고민하던 나는..머뭇머뭇..문 걸쇠를 풀어주고는 얼른 뒤로 물러섰다.

[실례합니다..]

아직도 마른 웃음이 맺혀있는 남자의 표정에는 진한 연민같은 게 묻어있다.

눈끝이 약간 처져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는 몰라도,

숯검댕이처럼 짙은 눈썹만큼이나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그 얼굴에는.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큰 두 눈이, 세상의 아픔을 가득 담고 있는 듯 슬퍼보였다.

[이래서는 안되는 줄 알지만..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우..우선, 안으로 들어오세요..남의 눈도 있고...]

이웃과는 별다른 교류도 없고, 서로 관심을 두지않는 아파트의 공간이지만, 

나는 불안한 눈초리로 문밖을 이리저리 살핀 후 재빠르게 현관문을 닫았다.

결코 작은 키가 아닌 나..하지만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서 있는 남자의 크다란 덩치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맹수앞에 선, 한 마리 나약한 사슴처럼 오도마니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안절부절 가늘게 몸을 떨었다.  

[그 동안 좀 바빴습니다.. 누님만 허락하신다면 앞으론 자주 올 생각입니다..

 저..솔직히, 누님...많이 보고싶었거든요 ]

기복이 없는 목소리, 메마른 연민이 느껴지는 그 말투에 나는 다시 한 번 당혹감을 느꼈다.

[우, 우리.. 이러면 안돼요..동건씨! 그리고 여긴...]

[잘 압니다..누님의 아파트란 거..저, 오늘.. 누님을 뭐 어찌하겠다고 온게 아니니까

 그렇게 안절부절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 용건이 뭐에요..? 나..지금 약속이 있어서..나가봐야되요]

외출복 차림으로 자신을 맞이한 내 모습을, 그제사 똑바로 바라보는 남자의 커다란 눈, 

눈가에 "파르르" 눈꺼풀을 떨리게 만드는 잔경련이 일어난다. 

그 찰나의 순간, 집착과 함께 탐욕스런 욕망의 시선이 강렬하게 반짝했으나,

이내 남자의 눈은 원래 모습의 애잔한 눈빛으로 변해갔다.

[야, 약속..? 후~알겠습니다..용건만 말씀드리고..돌아가도록 하죠..

 하지만..어렵게 찾아온 저에게.. 마실 거 한 잔도 주시지 못할만큼...]

[수..술, 한 잔...드릴까요?]

[..누님두.. 제 직업을 몰라서 그러십니까? 술이라면 넌더리가 난다는..]

[아! 참, 그.. 그럼 허브차라도..?]

[술만 아니라면..누님이 주시는 거면 뭐든지 좋습니다..]

내가 허둥지둥 서둘러 주방으로 향하는 사이, 

남자는 현관입구에 서있다가 천천히 거실쪽으로 걸음을 옮겨놓으며, 

우리 아파트를 둘러보는 모양이다.

[누님 집은.. 꽤 넓고..좋아 보이네요..건너편 아파트는 코딱지만 하던데..]

[넓고 좋으면 뭐해요.. 곧, 집주인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그건 또 무슨..? 이..이사를 가시는 겁니까?]

쟁반에 받쳐든 찻잔을 거실 탁자위에 내려놓은 나는 낮으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자, 드세요..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마시구..그럴 일이 좀 있어요]

허브차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말끄러미 내 얼굴만 쳐다보는 남자.

나는 차마 그 뜨거운 눈길을 마주대할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누님...!! 일하면서..몇 번 전화하려고 했지만..]

[그만, 그만요. 이제는 나, 그 일은 다 잊었어요..그리고 너무 힘들고 무서워요. 

 어떻게 우리 집을 알고..찾아왔는지 모르지만..다시는..]

[후~~그렇겠죠..누님에게는 나같은 넘..그냥, 스쳐지나 간, 바람같은 존재일테니..]

[그, 그건 아니에요...다만..]

[약속이 있어서 외출하신다니..길게 얘기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용건을 말씀드린다면..음.. 괜챦으시다면 저랑..잠깐만..어딜 좀..가주실래요?]

 "집까지 어렵게 찾아와서..함께 가자니...어딜? 오피스텔? 아님 마사지샵?"

가정을 가진 유부녀집에 찾아온 남자가.. 

그래,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집안에서는 그 짓을 벌리지 못할테니..

바깥으로 나가서 그 간의 못다한 정분이나 나누자..뭐 그런 속셈인가? 하고

엉뚱한 상상만 머릿속에 그려댄 나는, 그제서야 남자와 시선을 마주치며 약속을 강조했다.

[늦었어요..벌써 약속시간이 임박했는데..]

임박하긴..안 나가도 그만인 광고주와의 저녁식사..약속인 걸...!

[흠..차 향기가 무척 신선합니다..누님의 향기를 꼭 닮은...]

[어, 어서 마시세요..나 정말..바빠요]

[저랑 가보시면..금방 아실텐데...누님이 바쁘시다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누굴 만나려구 외출하시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 일은..누님의 그 약속보다도..더 중요할지도 모르는데..

 누님얼굴 뵙고..향기로운 허브차까지..고맙습니다..그럼..]

혀를 길게 내민 남자는 마치 내 맨살을 핥을 그때처럼 찻잔 바닥을 깨끗이 비웠다. 

뭐야..이 남자? 나를 찾아온 목적이..? 내 몸이 아니었나..?

나는 그제서야, 여느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남자의 진중한 얼굴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애잔한 연민의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있는 얼굴 한켠에..

마치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 아쉬워하는, 그런 애틋한 염려가 배여있는 듯 보였다 

[꼭..아니, 나..나중에 함께 가보면 안되요?]

[저의 생각에는..지금이 아니면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새삼스레 이 일로 누님을 찾아올 수도 없고..더군다나...누님은..]

한결 누그러진 내 말에..엉덩이를 들썩했던 남자는 도로 소퍼끝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어깨에 메고있던 가방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궁금증이 더해진 나는 무릎이 가까이 닿을 정도로 남자옆으로 다가 앉았다

[약속이 바쁜데..어딘지도 모르고..으,응? 뭐..뭐에요? 그건..?]

[도청깁니다. 누님이 저랑 함께 가주신다면...이걸 좀..]

[도..도청기라면..아니, 그걸 왜...?]

[이제 곧 그 이유를 알게 될겁니다..누님! 무례하지만 실례 좀 하겠습니다..

 외출하시는 걸음에 10 분 정도만 할애하시면..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동건씨! 국정원 요원이세요?]

[푸웃! 누님..누님은 너무 순수하셔서...좀 전에 동행을 거절당하고 기분이 허했는데..

 허락한 걸로 해주시니 웃음이 다 나옵니다..요원이라..? 마사지사가..]

남자의 그 환한 미소는, 내 가슴속의 불안감이 떨쳐지며,

덩달아 내 입가에 배시시 웃음을 짓게 만드는 마법이 숨어있는 듯했고,

어느새 내 머릿속 기억의 저장고에서 "약속"이란 단어를 슬며시 지워지게했다.

핸폰의 밧데리처럼 생긴 기기를 소퍼앞 테이블밑에 설치한 남자는,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인다.

[참..저요.  선배님 오피스텔에서 나왔습니다]

[오피스텔에서 나오다뇨..? 왜요..?]

[저도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갑자기 주인이 방을 비워달라니..]

나는 어느 정도 감이 잡혔으나 속사정을 얘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동건씨는 주방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저간의 일들을 이야기했으나,

그날 바~에서 민주와 파트너가 되어 술을 마신 이야기는, 일부러인지 말하지 않았다.

[주..주방에도 그걸 설치하는 거에요?]

[네,  다됐습니다..그리고 이거.. 절대 형님께는 비밀로 하셔야합니다]

[남편에게..비밀...? 아니, 왜요? 오빠가 알면 안되요?]

[흠...가시죠, 누님...그곳에 가면 다 말씀드릴테니..]

[후~뭐가 뭔지...잠깐만요]

허름한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나는 그와의 차림새가 너무 차이나 도루 옷을 갈아입곤 남자를 따라나섰다.

두 번이나 이유를 물었지만 가보면 알게 된다면서, 입술에 손가락을 대보인 남자.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내 입장을 배려해선지 몇 걸음 앞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          *

[여..여기는...]

[네, 누님...누님의 아파트 바로 앞동...제 친구의 집입니다]

[그, 근데..여길 왜..?]

베란다 창문이 활짝 열어젖혀진 아파트는 바로 우리집과 마주보는 107동.

코딱지만 하다고 그가 말했지만,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드는 실내는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있어보였다.

[나란 놈은 어디가나 빈대나 붙는 넘인가 봅니다..

 혹시 "누님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 하고 근처 주변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군대 후임병인..물론 친구나 다름없지만..현수를 만난겁니다.

 그 무렵 마침 오피스텔 방도 비워야했기 때문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남자는 얘기를 하다말고, 현관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내게 손을 내민다.

[내 집이다 생각하시구..어서 들어오세요. 

 친구넘 현수는 학원에서 한창 공부하고 있을 시간이라..집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그래두, 동건씨가..미리 얘기했으면, 화장지라도 사왔을텐데...]

[푸웃! 누님두..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더 미안해집니다..

 꼬리타분한 총각넘들 냄새만 잔뜩 풍기는 아파트에..

 누님을 모셔온 것만도 황송한데.. 자, 어서요]

내 몸 구석구석 깊숙한 부분에까지 와 닿았던 동건씨의 그 손을, 

나는 악수하 듯이 살그머니 마주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