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37)

남자는 나와 함께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물어온다. 

[저번에..그 차는 어떡하구..버스를 이용해..요?]

[남편 자가용, 그 날은 내가 빌려 탄거에요. 수리비 갚으려면..

 백 원이라도 아껴야지.. 요즘 택시도 잘 안타요]

[허허..근데 밥값에..커피까지 부담을 시켰으니..속으로 욕 많이 했겠는데..]

아쭈! 이 남자, 내가 좀 풀어줬더니 금방 말투가 느슨해지네..

그래, 아는 넘이 그래? 이 나쁜 넘 변태 자식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내 몸을 놓아준 남자의 묘한 매력에 자꾸만 빨려들어가는 감정을 느꼈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려, 나는 당연하다는 듯 난짝 올라탔다. 

운전석에 올라앉은 남자가 내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이 넘이..불과 몇 분이나 지났다구..또 수작질이야, 수작질은..

진정된 듯한 내 심장이 갑자기 또 콩닥콩닥 뛴다.

하지만 그의 손은 내 목 뒤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안전벨트를 당겨 매 주었다. 

남자의 팔이 젖가슴을 슬쩍 스치자 식어가던 몸이 은근히 움찔해진다.

착각은 자유지만 정말 바보같다..나 자신이..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것처럼 남자의 그 작은 접촉에도 사타구니가 꼼질거리니..

내가 미처도 단단히 미친겨..

아님, 쌕쌕이에 환장한 요상한 귀신이 달라 붙었던지.

           *          *          *          *

패션 쇼는 호텔 볼룸의 특별연회장에서 열렸다. 

백화점과 연계된 듯 얼핏봐도 상당한 물건들이 바자에 나온 듯했다.

그리고 VIP 고객이 어느 정도나 씀씀이가 큰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냥 평범해 보인다.

간혹 요란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긴했지만,

다양한 연령대에..남자들도 몇 몇 참석한 것같았다.

한켠에 마련된 뷔페 코너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집어먹으며 조금 기다리자,

팡파레 음악과 함께 쇼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 멘트가 나왔다.

휘황하고 화려한 조명아래, 런웨이를 우아하게 걸어 나오는 모델들..

개성이 넘치는 헤어스타일, 펄을 바른 듯 반짝거리는 얼굴화장,

태닝을 한 걸까? 건강미가 넘치는 갈색 허벅지가 반이상 드러나 펄럭이는 옷,

목선이 아까 내가 입었던 그 옷보다도 더 깊이 패였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당당하게 워킹하는 여자 모델.

 "아~멋지다.. 어쩜..."

내가 저런 옷을 입으면..남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모델출신이니까 근사한 여자들은 많이 봤을텐데..

 "후우! 첫 눈에 내게 반했다는..그 말 뜻은 뭘까? "

 "설마..근데 왜..마지막 순간에 나를..."

나는 눈은 무대위로 고정한 채, 머리속으론 잡다한 생각들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그때, 가슴이 가운데까지 풀린 셔츠를 입고 남자가 성큼 걸어나오는 게 보인다.

늘씬한 키, 셔츠 사이로 드러나는 탄탄한 가슴근육이 조명을 받아 진한음영을 나타낸다.   

 "아~저..넘, 은근히 감질나게 만드네.."

남자의 벗은 몸은 처음인가? 괜시리 내 가슴이 두근두근.

몸을 살짝 기울이고 서 있다가 돌아서서 걸어가는 남자.

딱 붙는 바지가 그의 엉덩이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다. 

갑자기 양볼이 더워진 나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살짝 구석으로 물러났다. 

얼마후, 배경음악이 바뀌더니 모델들의 패션스타일이 확 달라진다.

바닷가에서 입을 법한, 얇은 원피스와 수영복 비슷한 것들이다. 

가슴선이 강조된 여자, 남자들은 상체를 다 드러내고 팬츠나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

나는 남자가 나타났을 때, 숨이 멎는 듯한 느낌에 두근대는 가슴을 움켜안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 눈을 죄다 가리고.."보지마..보지마..내꺼야" 라고 외치고 싶다.

넓은 어깨, 좀전에는 감질나게 보여주었던 그 가슴이 완벽하게 드러난 남자의 모습. 

화려한 조명이 남자 몸을 황금빛으로 비추면서,

팬츠아래의 남성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는 게 아닌가.

무대위로 올라가서 포옹하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난다.

나는 침이 고이는 입을 꾹 다물고 참으려고 했으나..

만지고, 눌러보고, 쓰다듬고 싶은 욕구에..머리가 핑 도는 현기증까지 느껴야했다.

쇼가 어떻게 끝났는지..

주위가 환하게 밝아진 후에야 간신히 몸을 추스리며 일어난 나는,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화장실로 향했다.

 "으, 으음..나 진짜...이상한 여잔가봐.."

사무실에서 나오기전 챙겨입었던 팬티가 금방 물에서 건져올린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다.

 "단지 남자의 팬츠입은 모습만 봤을 뿐인데..어떻게 이렇게 흥분할 수가 있지..아~ 말도 안돼!! "

사타구니의 질척함.

나는 급속도로 달아오른 그 흥분감을 애써 지우려 머리를 가로저었다.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휴지를 한 웅큼이나 둘둘 말아쥐고는 치마를 내렸다.

 "절대..남자가 알게해서는..안돼"

변기의 물을 내리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서도,

한참 동안 그 떨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 화장실에서 나왔다.

 "뒤풀이라도 있는 건가..? 집에 가고 싶은데.."

그를 찾아 눈을 두리번거리는데 다행이 남자는 금방 나타났다. 

[얼굴이 왜 그래..요 ?  재미 없었어..?]

얼굴이라니..아직도 내 뺨에 남아있는 더운 열기를 간파라도 한걸까.

[그냥, 괜챦았어요..잠깐 서 있었더니..피곤해서 그런가..?]

그렇게 얼버무리며 돌아서는데, 내 어깨에 가볍게 팔을 두르는 남자. 

여기저기 몇 사람들이 남아 서성이는데..뿌리칠 수도 없구..

[갑시다..집까지 데려다줄테니..]

남자의 무심한 팔이 젖가슴을 스치는 순간, 몸이 또다시 푸들 떨린다. 

그 작은 접촉은, 내 아랫배까지 약한 전기를 흘려보내며 "지리리"한 충격을 전해왔다.

[왜...그래요? 내가 무슨..]

[아, 아니에요. 아무 것두...]

[이상하네..혹시? ]

이게 뭐야..창피해서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 사이를 못참아내고 남자의 가벼운 스킨쉽에 몸이 반응해 버리다니..

내 속내를 고스란히 다 내보인 것 같아, 속된 말로 진짜 쪽 팔린다.

[그런가 보네..쇼가..아니, 내가 너무 섹시했나..?]

[세..섹시하긴..안보던 쇼라..그래서..]

[에이..몸태가 그게 아닌데, 말해봐요? 진짜 내 몸보고 흥분했어요?]

[흐..흥분은..아니라니까..욧]

[나를 봐바요..어디..눈을 보면...]

얼굴이 더 뜨거워진 나는 고개를 획! 돌려버렸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내 턱을 붙잡고는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음! 오늘은 곱게 보내드릴려구 했는데..일단 차로 갑시다..]

[안돼...나 그냥 택시타고 갈래요]

[사람들 보쟎아요..차에 가서 한 가지만 확인하구.. 모셔다 드릴테니 안심해요]

먼 넘의 남자 손아귀 힘이 이따위로 세담..

남자는 매가 병아리를 채가 듯 내 어깨를 꼬옥 안은 채 걸음을 옮겼고,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바닥만 쳐다보고 종종종 병아리 걸음을 걸었다. 

한산한 지하 주차장.

남자는 뒷좌석에 가방을 던져놓더니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뭐해요..? 차에 안타고...밤새 그러고 서 계실겁니까?]

주저하고 있는 내게 재촉을 해오는 남자, 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상체를 구부렸다.

조수석 의자에 엉거주춤 엉덩이를 걸치고 무릎위에서 손만 만지작거리자,

자신의 손등으로 내 왼쪽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남자.

[말해 봐, 응?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알아볼거야..]

내 뺨에서 흘러내린 남자의 손이, 단단하게 뭉쳐진 젖가슴을 스치며 허벅지위에 놓여졌다.

남자의 벗은 몸을 보고 사타구니가 젖었다는 걸 어떻게 말하라구...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기만 한다. 

[자초한 일이야.. 심은애..얘기 안 하면 내가...]

[아앗, 이러지..마! ]

힘을 꽉! 넣어 맞붙인 허벅다리 사이로 사정없이 파고 들어오는 손,

순식간에 팬티안쪽까지 습격을 해온다. 

말리고 자시고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갑자기 기습당한 나는,

기겁을 하고 놀라며 버둥거리기만 할 뿐이다.

[제발 이러지 마..요..응? 서준씨! 아까는 내게 미안하다고..그러구선..]

[지금은 상황이 달라.. 난, 난..당신이 드레스를 갈아 입을 때부터..

 그리고 쇼하면서..옷 갈아 입는데..순간적으로 은애 생각에..후우~~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알기나해요..?]

[그, 그래두..여긴...]

[흐음..구석자리라서 아무도 안와..더군다나 기둥에 가려서..음]

어디를 어떻게 건드렸는지 시트까지 뒤로 반쯤 벌러덩 제껴져 내 자세가 묘해진다.

상기된 얼굴로 더운 콧김을 씩씩 뿜어내는 남자,

내 팔목을 나꿔채서는 자기의 바지위에다 탁! 가져다 놓았다.

[자, 확인해보라구..은애만 흥분했는지..]

후끈한 열기가 전해져오면서 손바닥 아래로 무언가가 꿈틀한다. 

[지퍼 열어봐..말리지 않을테니..어서!]

[어..어떻게 열어..제발..응? 준씨, 이렇게 내가 부탁할게..]

[큭! 웃기시네..도대체 어디까지가 가식이구..얼만큼이 진솔한거야..?]

왠일일까, 갑자기 내 가슴이 "철렁" 주저앉는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내 사타구니 깊숙히 왼손을 밀어넣은 남자는 다른 손을 뒤로 뻗었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남자의 손을 따라간다.

뒷좌석에 팽개쳐 두었던 그 가방..

자신의 무릎위 바로 내 손이 놓여있는 거기로 끌어당겨서는 "철컥철컥" 후크를 열어 젖힌다. 

그리곤 가방속에서 하얀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서는 내 손에 쥐어주었다.

[뭐..뭐에요..?]

[이제 그딴 거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돌려주는거야..주인에게!]

[.............??!]

[내용물이 궁금하지않나..? ]

남자는 아주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자신의 바지춤을 거머잡았다.

봉인도 되지않은 서류봉투..내용물은 무슨 종이류 같은데?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심호흡을 크게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 두개를 살살 밀어넣어 집히는대로 한 장을 반쯤 빼내었다.

[아악!! 이..이..]

단말마의 경악성 비명이 내 입에서 날카롭게 터져나왔다.

그..그것은 한 장의 스넵사진..

앞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선명하게 각인된 그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바로..나였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눈을 게슴츠레 희미하게 뜬 채, 

조금은 세월의 때가 묻은 남자의 성기를..그 성기를 붉은 입술 사이에 담고있는 여자!

[캬악!! 이..이..나쁜]

[내가 말했지..그 날, 은애 모습에 실망했다구..말야, 해서 양아치짓 좀 했구..

 하지만 진심이야..첫 눈에 반했다는 내 고백은, 이제는 믿지도 않게 되었지만..]

[흐으..흑흑, 나..난, 그런줄은 꿈에도..모르고]

그제서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내딛었다는 허탈감에 눈물만 주루룩 흘러내린다

그렇게 내 머릿속은 수성페인트를 쏟아부은 듯 하얗게 탈색되어갔는데,

[울지마..은애에게 해꼬지할 생각은 전혀 없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흑흑..사기꾼..변태....양아치..읍! ]

[울지말래두..여자 눈물은 딱 질색이야..음음]

상체를 확! 기울이며 내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혀끝으로 핥아올리는 남자.

옆의 눈가도 마저 핥아 올리며 끈적한 목소리로 나를 다독거려온다.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어..약속할게...응? 은애야..]

아아!! 하나님, 부처님, 신령님..은애는..은애는 어떻하라구! 

[후~ 제발 그쳐..응? 내 말만 잘들으면 돼, 그럼 만사 오케이야..]

개새끼! 어느새 벗어 내렸는지 아랫도리를 홀딱 깐 모습이다.

팬티까지 한꺼번에 벗었는지 반쯤 시들어진 꼬추가 오른쪽 허벅지위에 척! 걸려있다.

[술취해서 말구..맨정신으로...그래, 말짱한 정신으로 나 쫌 사랑해줘..

 거기, 은애가.. 찢어버린 사진처럼..응?]

허우대는 멀쩡한 쉐이가 꼬추는 쬐끄만하네..

나도 참 어처구니없는 여자다.

그 와중에도 눈에 밟히는 남자의 꼬추를 남편 심벌과 비교질하고 있으니..

그리고 또 하나의 성기가 내 눈앞에서 오버랩되며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호스트 바에서 술이 취했던 그날, 잠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비몽사몽 헤매는 사이,

카메라를 들이댔던 것인가?

시원한 물을 먹여도 꿈쩍을 않고, 

입술 사이에 성기를 물려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니..

더구나 토 한 술이 묻은 옷을 갈아입힐 동안에도, 아무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니...

그렇게 추잡한 사진을 찍힌 것은 이 남자만의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누군가가 덮쳐 눌른.. 그럼, 그 꿈속의 모든 일들이 실제가 아니었을까?

이 참담한 현실 상황을 조금은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정리를 하고 싶어도,

머릿속이 온통 난장의 잡화들 같아서, 앞뒤 정황을 분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 남자 절대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를 인간은 아닌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남자의 파렴치에 나는 다욱더 분노의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나의 가슴 시린 사연도 모르는 남자가,

내가 호스트바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실망을 느꼈다.

그래서 여차하면 나에게 올가미를 씌울려고 작정하고..양아치짓을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아침에 내게 보였던 그 행동들은...모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젠 믿지않을 거쟎아..

 갈증을 호소하길래 물 먹여주었고..그리구 버린 옷 갈아입힌 것밖에는..

 사진은, 사진은 나중에..그래...아기처럼 곤히 잠든 모습을 보니..

 아~ 무슨 사연이 있었구나..라고 이해가 되더라구..

 순간, 은애가 넘 넘 사랑스러워, 꼭 내 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 이쁜 입술에 장난처럼 내 자지를 물리고 몇 컷 자동셔트가 눌러지게 하긴 했지만..

 결코 뭐, 남편에게 알리니, 인터넷에 올리니, 그런 협박용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게 사진을..돌려주는 이유면, 내가 믿을 것 같애..?

 양아치, 파렴치한들이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쉽게 저지르는 찰칵제비 행동을..]

[말 했쟎아..이젠 필요없다구...은애가 내게 마음이 있다는 것, 

 무대에서 벗은 내 몸을 보구.. 여기 은애 틈새가 젖었다는 사실로 반증된 거니까..]

[저..젖다니...무슨..?]

[아직도..내숭은, 음..물론 그 정도 내숭은 좋아..여자니까..당연하겠지..

 그리구..내가 급한 마음에 좀 거칠게 행동한 건 사과할게..받아줘]

[...............!?]

[내 몸을 보면서 흥분했다면...정말 그랬다면, 사진은 필요없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리구..원본은 이미 지웠다구...믿지 않겠지만,

 호텔에서 여기 차로 오면서 난 자신했어...

 그런 파렴치한 짓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은애와 좋아질 거라구 말야..

 굳이 싫다면..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을께..흠..그냥 집까지 데려다 줄게..

 그리구..이일은 미시모델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 괜히 그만 둔다는 말은 하지마..

 솔직히 그럴 게재도 아니지만, 노파심에서 정말 은애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처음엔, 남자의 성기를 확! 잡아당기고 달아날까도 생각했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등만 겪고있다.

남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럼 첫눈에 내게 반 했다는 그 고백, 정말 진심일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그러나.. 동건씨와의 관계도 외줄타기처럼 불안하고 아슬아슬해,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이제와서 또 다시...이 남자의 구애를 수용한다면...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언젠가 남편이 나의 일탈을 모두 알게 되었을 때.. 나란 여자의 운명은..?

과연 남편에게서 용서 받을 수 있을까?

평소 호수의 수면처럼 잔잔하던 남편의 태도,

하지만 오빠의 그 불뚝 성격이 활화산처럼 폭발하면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는데..

후우~ 더 망가지기 전에..아니, 한 걸음 더 진창의 수렁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차라리 모든 걸 털어놓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할까?

근데..사업형편이 뻔히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데.. 

괜히 몇 천 만원 수리비 운운하면..내가 큰짐만 하나 더 안겨주는 꼴이 되지않을까.

기회에 동건씨와의 일탈도 고백하면 어떻게 될까?

나의 순수와 정숙함을 믿었던 오빠 신념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게될까.

아~ 안돼! 안돼! 절대 그것만은..

하지만..하지만....어떻해야 좋을까?

영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만 같아..순간 순간..내 가슴은 미어지는 듯 아려왔다.

근데 또 다른 내 마음속의 악마는 잔인하게 속삭여온다.

 "저 남자, 말은..그렇게 했지만..사진을 찍은 의도는 뻔하쟎아..

 은애 네가 말을 듣지않으면.. 남편에게 알린다는 덫으로, 사용할 게 뻔한데..

 사기꾼, 파렴치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구...알어? 이 순딩아..!"

 "괜히 남자를 화나게 하지말구...순순히 거시기를 입으로 함 빨아줘..

 미시 홍보모델이라도 되어야 수리비를 갚을게 아냐.."

 "너만 잘하면 남편의 어려운 사업을 도울 기회가 될지도 모르쟎니..

 광고주가 오너의 사위지만 차기 대표이사로 낙점된 후계자나 다름없대..

 재산이 몇 백억 되는데 그깟 4~5억쯤은 그 사람들에게 껌값이라구..."

 "아파트 팔지않아도..남편이 보란 듯이 일어설거야..안 그래..? 은애야!"

 "한 번 믿어봐..! 그게 모두 너에게 반했기 때문이 아닐까..응?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구..."

 "남편..그래, 문제는 남편인데...조심하면 들킬 염려는 없지..

 그리구 동건이와도 살을 섞었는데.. 까짓,

 한 번 더 몸을 버린다고 무슨 표시가 나는 것두 아니구 말야..."

그렇게 얼마동안 시간이 흘렀을까..?

내 머리맡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다시 한번 은근히 종용하는 눈짓을 해온다.

"후~ 동건씨와는 상황이 만든 일탈, 하지만 이 남자는..

 나도 모르겠어...왜..왜, 남자의 벗은 몸을 보는 순간..내 음부가 젖어들었는지.."

얼만큼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남자의 진위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새 내 마음은 현실과 타협하는 긍적적인 사고로 기울어갔고,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던 엉킨 실타래를 팽개치곤,

그냥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악마의 그 속삭임에 동조를 해가고 있다.

웅크리고 있던 등을 젖혀 시트에 기대고는, 눈을 감은 채 왼쪽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잘 다듬어진 조각상같았던 남자의 상체..풀어 헤쳐진 셔츠자락이 손끝에 걸린다.

 "후우~ 용서해요..오빠...은애는..."

여유만만하던 남자의 몸도 긴장을 한 탓일까..

내 손이 가슴패기, 배꼽을 스쳐 지날 때, 

하복부의 굴곡진 근육이 조금 더 단단하게  뭉쳐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배꼽 주위의 지저분하게 돋아있는 털들은 쇼전에 미리 제거를 하는 걸까.

대리석같이 매끈한 촉감이 더듬이처럼 촉각을 세운 내 손가락끝에 전해져왔다.

[으..음! ]

짧은 신음을 한모금 내뱉으며 불두덩을 불쑥 앞으로 내미는 남자.

1밀리 2밀리..그렇게 느릿느릿 다가가던 내 손에, 마른 수세미같이 까칠한 지털이 닿았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움츠리며 흠칫한다.

외간남자, 외간남자의 사타구니 불두덩을, 내 자의로, 나 스스로 더듬고 있다니...

[음..흠흠!!]

운전석 시트깊숙히 몸을 가라앉힌 그는, 헛기침을 어색하게 두어 번 하면서,

자신의 한 팔을 들어올려 내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나는 남자의 성기 중심을 향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세우며 입술을 열었다.

[후..진짜..나를 한 번 보고..첫눈에  반했어요..?]

[으, 응..! ]

[아무리...프..플레이보이들, 입에 발린 작업멘트 아네요?]

[절대 입에 발린 작업멘트 아냐..뭐라고 표현할까...은애의 첫인상!

 으,응..그래...남자의 혼을 잡아 당기는 백도화같았다고 할까..

 맞아, 하얀 복숭아꽃..청순하면서도 놰쇄적인 관능미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이율배반적인  매력! 

 내 표현이 어울리나 모르지만.. 은애는..한마디로 너무나 고혹적이었어..]

 "청순..? 놰쇄적인 관능미..? "

[왜 있쟎아..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소문.. 으으..요즘 뜨는 스타..들은,

 도화살을 한 두개 가지고 있다는데..흡사...그 도화살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은애에게 빨려드는..시쳇말로 쥑인다..랄까.. ]

 "도화...도화살..?

[그리고 이제와서 말이지만..내가 그날 왜 뿅갔는지 알어?

 처음엔, 술이 너무 취한 탓인지.. 은애 얼굴이 하얗게 질려..창백했는데..

 새벽 무렵..양 볼이 발그스레 혈색이 도는데..으..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

 "도화..복숭아꽃...도화살은 언젠가 자미정 "선혜" 어머니가 내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남자의 그 말이, 언젠가 어머니가 내게 들려주었던,

도화이야기와 매치되면서..묘하게 내 가슴 깊숙히 비수처럼 꽂힌다.

 "복숭아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옛말이 있어..

 그만큼 여자가 아름다우면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들기 마련이란.."  

 "살(煞)은 죽을 사(死)자와 같은 뜻이야. 

 남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살벌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옛날엔 도화살이 사주에 끼어 있으면 결혼도 못했어.."

 "개미허리, 진한 쌍꺼풀, 갈색빛나는 머리칼, 그리고..

 근데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도화살을 끼게 만들려고 안달한다지.."

그 당시는 "선혜"어머니의 그 얘기를 무심코 들어 넘겼는데..

새삼 곰곰 생각하니 복숭아의 에로틱한 표현이 맞물리면서 내 마음을 떨리게 했다. 

 "그래서..오빠도 내 수밀도같은 젖가슴에...혹했다고.. "

 "인기 연예인도 아닌 내가..평범한 가정주부에게..도화살...아! 그래서..?"

내 손은 어느새 남자의 불두덩 중심부분에 이르러,

물컹한, 마치 스펀지를 몇 겹 눌러만든 듯한 따뜻한 육질 덩어리를 손아귀에 쥐어잡았다.

오로지 남편밖에 모르던 내가, 남편에게만 길 들여진 내 손이,

외간남자의 성기를 부여잡고 아우러고 있다니..

내 손안에서 "발락발락" 숨을 쉬는 또 다른 남성의 부속생명체..

아~ 보드랍은 내 손아귀에서 점점 그 모양새를 달리하고 있는 남자의 성기,

육물의 끄트머리가 화살촉처럼 뾰족하게 벼려지고,

물이 베여든 스펀지같이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가는 생명줄기..

머리의 지시에 따라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는 인체의 기관은 손밖에 없다는데,

조금 더 아래로 성기줄기를 내려잡은 내 손은,단단해지고 있는 기둥을 스르르 미끄럼 타내렸다.

손아귀를 훨씬 벗어나는 남편의 기둥, 딱 알맞게 내 손에 쥐어지던 동건씨의 심벌,

그리고 세 번째 이 남자..내 손톱이 포개질 만큼 좀 얄팍한 두께다.

[우우~ 저..정말..은애 손은..부드러워, 읏! ]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 듯이 맨질맨질한 화살촉 끄트머리를 살살 어루만져주자,

남자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진한 탄성이 흘러나온다.

[가녀리면서 옥처럼 귀한 여자의 손을 "섬섬옥수"라고 말하는데..은애의 손이..바로..]

[칭찬도 정도껏 해요..살림만하던 여자의 손이..뭐, 그럴라구요]

[으으..저, 정말이야..보들보들한 실크천이..내 자지에 마찰되는 것같애..]

[아이~자..자지...그런 단어는]

뜨거워진 살가죽 너머로 맥동하는 남자의 심장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몸을 살짝 기울인 나는, 절대자앞에서 양손을 비비는 비굴함으로, 

이제는 두 손을 번갈아가며, 남자의 성기를 조물조물 어루만진다.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들어 대궁에 씌운 채,

나머지 손가락으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 듯 줄기를 "톡톡 "자극을 가해주며.. 

다른 손으론 물렁하니 축! 늘어진 남자의 알사탕 자루를 움켜간다.

 "꽉! 움켜..비틀어...봉알을 터지게 해버릴까부다.. 나쁜 넘"

손은 여전히 "꼬장꼬장"하게 기운을 실은 남자의 성기기둥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전혀 엉뚱한 아까 그 얘기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순결하거나 정숙한, 또는 품위있는 우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을 내재한 관능적인 복숭아꽃의 자태. 

그 자태속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에의 유혹도 스며있는 도화살의 의미.

흔히 어떤 삶의 절정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아, 정말 죽어도 좋아. 이대로 죽고 싶어." 라고 뇌까리듯이..

나란 여자, 내 몸속에는 그런 놰쇄적인 염기가 잠재해 있어 벌, 나비가 꼬이는 걸까. 

그래서일까? 

정말 내게 그 도화살이라는 것이 끼기라도 했을까.

그 때문에 나 자신은 모르고 있는 이상하고 묘한 매력이 발산되나?

내가 웬만큼 생겼다는 선입관 이전에 그 도화살 때문에 나에게..남자가..?

그리고 내가 간과하고 지나온 또 하나의 진실,

나는, 시람에게는 성페로몬이 있어서 성적반응에 관여한다고, 그리고..

여자의 음부속에 성적 충동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다고, 최근 어느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음부에서 분비되는 그 물을 채취하여 남자가 먹는 음식에 섞어 놓으면, 

 남자가 평소보다 더 발광을 하게 된다."

실제로 남편의 바람기를 막으려고 이 방법을 실천해서 성공했다는 사례와 함께,

배란기가 되면 호르몬 분비가 평소하고 달라져, 

입에서까지 특이한 냄새(여자호르몬에는 황 성분이 들어있다)가 난다고 했다.

또한 평소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페로몬을 배란기 때 느끼게 된다고, 했는데..

배란기..배란기...그럼 내 몸에서 발산되는 육향때문에 이 남자도.. 

그리고 내 몸이, 옷을 벗은 남자의 모습만 보고도 젖어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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