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질금질금 물(?)이 나올 정도였다.
[아아~~나, 또..이상해..요...어머..!! 하으으~~]
나는 속으로 내가 미치지 않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미 세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는데..
또 다시 뜨거운 열기가 음부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점점 바깥으로 밀려나온다.
가끔 위에서 내려찧는 동작으로 리드미컬하게 내 몸을 자극할 때마다,
"탁탁!!" "찰박찰박" 하는 끈적한 소리가 내 귓가에 파고 들었다.
청순하고 앳된 얼굴과는 상반되게 요부적인 음란함을 보여주는 몸짓,
한껏 물이오른 농염한 내 육체는 남자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 그렇게 늪지를 만들어갔다.
"아~~미안하게..나만...힘들어 하는 동건씨에게..."
그 와중에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남자가 눈치차리지 못하도록 내 엉덩이 어딘가에 주문을 걸었다.
그의 심벌이 두툼한 음부속살 사이로 들어올 때는 살그머니 주문을 풀었다가,
남성이 빠져 나갈 때는 은근하게 살짝살짝 주문을 넣었다..
[헉헉! 으으.. 누..누님, 누님 보지가.. 제..자지를..물어요]
[아..!! 하아~~ 몰라요..또, 그런 말을..]
둔한 신음소리가 남자의 앙다물은 입술 사이를 뚫고 흘러나왔다.
그렇게 몇 번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데...
아랫도리를 바르르 떠는가 싶더니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키며 앞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남자.
분명히 두 번째 사정을 하는 느낌이 내 음부속에 전해진다.
그러나 사정을 하구도 남자는 여유있게 삽입 율동을 계속해 댄다.
그러다가..잠시후, 기울였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며 속삭여왔다.
[음음!! 누님...식탁에서 내려오시면 안될까요?]
[아아~~ 그..그래요...나만 편안하게 누워서..]
이마는 물론 콧등에까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남자의 얼굴,
성난 황소처럼 "씩씩" 뜨거운 콧김까지 마구 뿜어내며 중노동을 치룬 남자.
나는 단내가 날 듯한 그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식탁위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으로 내려섰을 때,
남자는 곧장 내 허리를 붙잡고 내 몸 뒤쪽에서 재 진입을 시도했다.
비록 상황은 틀리지만 마사지샵에서 처음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때의 그 자세다.
그때는 침대위에서 엎드려 있었지만, 지금은 식탁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짚은..
마악 동건씨의 심벌이 삽입되어 서너 번이나 움직였을까?
그런데..바로 그때다...
딩동~~딩동~~현관의 챠임벨이 울린 것은..
나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등뒤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 껴안고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
[헉헉! 흡!! 어..어쩌죠? 선배님이 오셨나봐요]
[아그..모..몰라요, 어..어서 빼요..어떡해...?]
열불나게 허리를 움직이던 그는, 깊숙히 들어간 심벌을 꼽은 채 내 의견을 물어온다.
나, 참! 그럴 여유가 어디 있다고..
나는 스스로 그렇게 낮으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얼른 몸을 일으켜 돌려세웠다.
음부속에 남아있던 애액과 사정액, 그리고 내 몸 어딘가에서 배여나온 요상한 물기가,
허옇게 밥풀처럼 뒤엉킨 채 남자의 심벌 기둥에 풀칠이 되어있다.
[누,누님...여기..셔츠..치마....]
[쿡쿡..]
그 와중에 웃음이라니..그럼 나오는 웃음을 어떻게 참아..욧!
허둥지둥 당황한 남자는 내 옷가지를 집어주면서 자신의 청바지를 꿰어입었다.
근데..너무 서둔 나머지 오른쪽 바지가랑이를 왼발에 끼웠으니..
크크..덜렁거리는 성기가 지퍼에 낑길 염려는 없겠다.
벌떡 선 남자의 심벌은 어느새 초라하게 쪼그라져 있고..내 몸도 급속하게 식는다.
[야!! 동건아~~ 자냐.. 문 열어...얘가..딩동~!!딩동~~!!]
다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챠임벨..
[누..님...허벅지에....코..콧물이...]
남편과 밥먹다 말고 그짓거리를 치룬 어느 여자,
여자가 밥상을 들고 나갈때, 남편이 다리 사이로 흐르는 그걸 보고는..
콧물이 흐른다고 농을 걸었다는데..
화급을 다투는 그 찰나의 시간에 혀를 낼름 내밀며..내게 장난을 걸어오는 남자.
나는 가볍게 주먹을 쥐고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서둘러 청치마를 입었다.
나보다 더 허둥거리는 이 남자..
이번에는 라운드형 티셔츠를 뒤집어 입고는, 나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는 허둥지둥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나보다.
[우..우선..누님..! 제 방에....]
[..어머..! 내 구두....동건씨...구두 집어줘..]
[그..그렇지..신발도..숨겨야..후우~]
현관에서는 연신 문을 열라는 재촉을 해대고..
남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등을 살그머니 밀쳤다.
[쉬잇...꼼짝말고..숨어계세요. 누님..]
[어떻하죠..? 시간이 늦었는데..]
[선배님이 욕실이나 방에 들어가시면..그때, 몰래 나가시면 될겁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동건씨 방에 숨어있던 나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선배라는 남자가 어떻게 생긴 남잘까"하고는 살그머니 방문을 아주 쬐끔 열었다.
소퍼에 앉아있는지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동건씨는 어느새 식탁정리를 마치고는,
일부러 그러는지 "덜거덕" 거리면서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소리가 이 방에 들릴 정도면..
아까 선배라는 그 남자가 문밖에서..우리가 관계나누던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 신경이 너무 곤두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왠일..해장국..다 끓여...나..나갈 때....누워..있더니..]
소퍼와는 거리가 있어선지 선배라는 남자의 목소리는 띄엄띄엄 몇 마디만 들리고,
그릇들이 부닥치는 소리에 동건씨가 대답하는 말도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는 날씨탓인지..방안이 금새 어둑어둑해진다.
조명등도 켜지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남자가 방으로 들어가고 동건씨가 신호 보내오기를 기다리는데,
웬걸..홈시어티에 시디를 걸었는지 음악까지 잔잔하게 실내에 울려퍼졌다.
"아~어쩌나..남편이 돌아왔으면.."
외출한다고 사전에 말은 했지만, 정신이 수습되자 그제사 남편이 떠오른다.
내 몸속에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여자가 들어앉아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다.
남편앞에서는 순하고 정숙한 아내인 척 이성의 가면을 쓴 착한 여자,
낯선 남자의 오피스텔에서는..본능에 미쳐 날뛰는 음란한 요부.
내 몸 하나에 그렇게, 두 가지 종류의 상반된 피가 흐르는 걸까..?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는데..나중에..나중에...남편이 알게된다면...?
혼란스럽게 머릿속을 휘돌며 나를 칭칭 동여매는 이성의 끈,
근데..본능에 따른 몸은 격렬한 정사의 피로를 느끼는지 눈꺼풀을 무겁게 끌어내린다.
화난 남편의 얼굴, 차량 수리비를 핑게삼아 막무가내로 협박하는 남자,
누님..누님..다정하게 부르는 동건씨..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나보다.
누군가가 내 몸을 가볍게 흔들며 깨우길래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동건씨다.
[도..동건씨...? 아직..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짓으로, 선배라는 남자가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는 시늉을 한다.
[미안해요..누님! 모셔다 드려야 하는데..]
[쉬잇..!! ]
나는 그의 입술에 살포시 손가락 하나를 대었다가 떼고는 얼른 밖으로 나왔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아파트단지에 들어서면서 103동 14층쪽을 올려다보자 깜깜하다..
"아직 안오셨나보네...어머나! 이..이런..내 넋이 나갔나 봐.."
저녁이 되면서 비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는데..정신이 번쩍 들었다.
청치마를 입었기에 망정이지..천이 얇은 여름용 치마라도 입었더라면..어떻게 될 뻔 했을까..?
입술 마사지를 시작하면서 내 팬티를 슬쩍한 남자,
선배라는 남자의 출현으로 경황중에 청치마만 걸치고 방안으로 몸을 숨겼고,
그리고 잠결에 오피스텔을 그냥 나왔던 것이다.
나는 그제사 팬티를 입지않은 채 아파트까지 왔다는 사실에,
등으로 식은 땀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끔 장난스럽게 시도 때도 없이 내 몸을 탐하는 남편,
만약 나보다 먼저 집에 돌아와 있다가..혹여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내 운명은....
"휴우~ (하나님, 부처님, 신령님..) 얼른 들어가서 씻고 팬티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이 세상의 신이란 신은 모조리 불러 감사의 기도를 전했다.
화요일이다.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듯 했지만, 내게는 하루하루가 가슴 조리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괜스레 남편 눈치도 보이고, 한 번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았다.
차 접촉 사고를 숨긴 것은 그렇다치고,
민주가 우리 차를 빌려갔다는..엉뚱한 핑게를 둘러댔는가 하면..
지난 수요일인가는 남편이 묻지도 않았는데..
집안 일을 많이 했다고 몸이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잠자리까지 거절했다.
그리고 동건씨와도 그날 이후 일체 연락을 끊고 조신하게 생활했다.
다행이면 다행이랄까..서준..그 남자, 전화는 더 이상 해오지 않았다.
나 역시 연락을 할까 말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룬게 벌써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일부러 정신없이 집안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뭔가 체한 것이 식도에 걸려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그제는 그런 후유증으로 몸살 기운이 생긴 것인지,
종일 침대위에 누워서 하루 왼종일을 보내기도 했다.
남편은 요즘들어 갑자기 바쁘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일요일인데도 회사 일때문에 나갔고 나는 텅 빈집에서 혼자 끙끙 몸과 마음을 앓았다.
"휴우~ 정신을 차리자.."
무슨 일인지 도통 말을 하지않아서 알 수 없지만,
명색이 사장이란 사람이 며칠 야근을 해야한다며.. 아침 출근때 배웅을 하는데 말했다.
[요즘 회사일이 바쁜가봐요..]
[으응, 좀 그래...이쁜이가 걱정할 일 아니니까..신경꺼셔..]
[식사는 어떻게해요? 회사에 사원식당도 없구..]
[인근 공장 식당에서 해결하면 돼..
정우실업은 우리보다 직원도 많구.. 규모는 작지만 식당이 있으니까..]
[후~사장님이 남의 회사 식당에 가서 구걸을 해요? 이따 저녁에 야식준비해 갈께요]
[번거롭게..뭘...]
남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장마철, 비라도 올 듯한 날씨는 우중충하고 찌부둥하다.
활짝 열어젖혔던 베란다 창문을 "쿵" 소리가 나게 닫고는 욕실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묘한 상상을 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반컵 브래지어를 집어 젖가슴의 윗부분과 유방골이 은근슬쩍 보이도록 입고,
쉬폰 소재의 천으로 만들어진 하늘하늘한 플레어 스커트를 챙겼다.
그리고 상의는 속옷 색상과 맞추어 하얀 민소매 블라우스를 찾아 입었다.
"후후..야식을 먹는게 아니라..나를 먹으려고 하지않을까..?"
거울앞에서 한 바퀴 "빙글" 몸을 돌리보며 옷차림을 확인한 나는,
화사한 색상의 감색 립스틱으로 입술을 도톰하니 강조하고 립글로스까지 덧발랐다.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 셔츠 등을 챙겨 담은 쇼핑백에,
정성껏 준비한 야식도시락..그리고 치킨집에 미리 주문해두었던 튀김닭을 찾아,
아파트앞에서 택시에 올라탔을 때는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남편 회사는 이번이 두 번째로 가는 길이다.
시 외곽에 자리잡은 영세한 공단, 더군다나 남편의 회사는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셔틀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찾아가기가 좀 그랬다.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도 20여 분은 걸어 들어가야 하는 교통의 불편함..
그런 이유들로 남편은, 내가 회사에 오는 것을 막은 건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이라도 고생하는 것은 안쓰러워 못보는 다정다감한 성격이니까..
여늬 회사처럼 번듯하게 수위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간이초소같은 경비실.
그냥 짐을 들고 마악 정문을 들어서는데 누군가가 경비실에서 나온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슨 일로.. 누구신지...?]
[예. 저...사장님을, 뭘 좀 전해드리려고...집에서 왔는데...]
[아, 사모님이시군요.. 어서 들어가세요.. 저기 2층 건물..]
왼쪽으로 지붕이 얕으막한 공장 건물이 있고..
정문에서 마주보이는 허름한 이층 건물이 사무실인 모양이었다.
근데..정문을 마악 들어서는 내 눈에 왠지 낯이 익은 듯한 승용차가 보인다.
은색 빛깔의 중후한 그 차는 내가 사고를 낸, 서준 그 남자의 벤추와 비슷했다.
[저..혹시...이 시간에 누가...?]
[아, 네..사모님! 오메가 전자..그러니까 본사..전무님이..]
그렇게 지체 높은 사람이 협력업체에 불과한 남편 공장에는 왜 왔을까..?
그래서 그런지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공장에는 불이 환히 켜져있고..
책상 두어 개 놓여있는 작은 사무실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경리 아가씨는 퇴근했나보네..."
쇼핑백과 도시락 가방을 양 손에 나눠 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곧장 "사장실" 이라고 작은 팻말이 붙어있는 방앞으로 다가갔다.
한쪽 모서리가 쭉~깨어져 스카치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진 간막이 유리,
사장실로 통하는 문은 나같은 여자가 발로 "툭"차도 금새 부셔져 나갈 것처럼 낡아보인다.
손님이 와 계신다면..나는 문앞에서 그냥 돌아서려고 했다.
그런데 귀에 익은 남편의 목소리에 이어 들려온, 중년 남자의 컬컬한 음성..
[대접할 게 마땅챦아..전무님!! 녹차라도 한 잔.. 드시면서..]
[이봐! 유사장..내가 이깢 녹차나 마시자고 이 시간에..여기 온줄 알아?]
[압니다..본사 부품조달과장이 귀띔을 해주더군요]
[그래, 내가 왜 들렀는지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길게 얘기할 필요없겠군..]
문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또렷하게 내 귓가에 들려온다.
[긴 말 않겠네..2년이나 뒤를 봐줬으니..나로써도 할 일은 한 셈이구..
3/4분기에는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바꿔볼까 하고 검토중이야..]
[저..전무님...이제 와서 그렇게 말씀하시면..저희 성일..직원들은..]
[그건 유사장이 책임질 일이지..도대체가 뭐냔 말이야...
납품 기일은 그렇다치고..반제품 불량때문에 본사에서 입는 손해가 얼만지나 알어?]
[후~협력업체 보고회의시..말씀드렸다시피.. 갑자기 늘어난 물량을 맞추느라..
직원들이 야근까지 했습니다..그 과정에서 불량율이..
반품 손실 비용은 저희쪽에서...]
남편의 사업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듣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분간이 되지않았다.
그러나 남편에게 크나 큰 위기가 찾아온 것만은 분명한 듯 느껴진다.
[현재의 라인으로 오메가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맞추기는 어렵지..]
[...녜]
[대책은 있어..?]
[그게..오메가 본사에서 원하는 물량을 우리측에서 소화해내려면
아무래도 라인을 증설해야...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자금 조달할데가..]
[한심하군..것봐..그래 놓고도 내게 큰소리야...? 응?
그때 일은 그때 일이구..아직도 내가 노경부장이구..자네가 조합 사무장인가?]
[그건...이미 지나간...]
[그 댓가로 성일정밀 아웃소싱에.. 2년 동안이나 운영자금을 봐줬으면..
나도 내 할일 다 한거야..길게 얘기할 거 없네..]
[시간을 좀 주십시요..라인 증설에 따른 자금을 마련할 동안.. 철야근무를 해서라도
최대한 물량은 조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거야? 개뿔..그리고 3억이나 되는 시설자금이 어디서 나오냐구..]
[별을 단 제가.. 제도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는 없지만..어떻게든..
제발, 전무님...시간.. 제게 시간을 좀 주십시요..아내 몰래 아파트까지..매매하려고..]
바로 그때다.
덜렁거리는 문고리가 "비이익" 이상한 소음과 함께 돌려진 것은..
커피포트와 찻잔이 받쳐진 쟁반을 들고 사장실안에서 나오는 여자.
[어머..누구...? 아~ 사모님...?!]
[..............!!]
녹차를 준비해 들어갔던 경리(비서)아가씨가 마악 문을 밀치고 나오는데..
그런데..그런데...내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방안의 정경.
[저..정아씨. 이 가방...나중에 사장님께 좀...]
나는 손에 들고있던 쇼핑백과 도시락 가방을 "툭" 힘없이 떨어뜨리고는 몸을 돌려세웠다.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본사 전무라는 남자,
남편은 마치 야수의 이빨에 목덜미를 물린 한 마리 힘없는 영양처럼 그렇게,
오두마니 몸을 웅크리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내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게 후까시를 잡던 남편의 듬직한 어깨,
그런데..너무나 초라하게 오그라져 구부러져 보인 등판.
남편의 뒷모습에 가려 전무 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두 사람 사이에 뭔가 과거의 은원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편이 회사 일은 일체 내게 얘기를 하지않은 것일까..
혼자 그렇게 힘들게...그 촛대바위같은 자존심도 다 버리고.. 굽신굽신..!!
아아~~근데 나는 이게 뭐야...심은애..너는 도대체 뭐냔 말이야..
남편이 피땀흘려 벌어다 준 돈으로 호의호식..스포츠센타..에서 몸매나 다듬고..
친구랑 맛난 음식에,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커피나 마시고..
헬스클럽 회원권에다..골프까지 즐기러 다닌다고 히히덕거렸으니...
남편은 울먹이면서..호소하는데..
책상을 "탕탕" 두드리며 움켜쥔 칼자루의 칼날에 날을 세우는 남자.
그렇게 어렵사리 세워온 우리 둘의 탑인지도 모르고...나는.. 나는.....!!
* *
후덥지근한 날씨,
잔뜩 찌푸렸던 하늘 끝에서 "후두둑 후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떻게 사무실을 나섰는지도..어느 길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걸었다.
소리없이 씹어삼키던 눈물이 "줄줄" 내 두 볼을 타고 흐른다..
"은애는 아무 것도 해준 게..없는데..받기만 했는데...그런데..남편은..흐윽! 흑흑!!"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와드득"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
"..호호호..!! 그래..내려라..내려!! 비야..더럽고..못난 바부년...몸이..다 씻겨 가도록..
마구마구 쏟아져라..비야..비야...흑흑! 흐으 흑흑 !!"
금새, 빗물에 젖은 옷이 몸에 찰싹 휘감기며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미처 광끼들린 여자처럼 울다가.. 웃다가..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사람의 왕래도 없는 늦은 시간의 공단지역,
나는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차가 다가오는 오는지도 모른 채,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에 내 몸이 비춰지는 줄도 모르고, 걸었다.
비 맞은 여자 몸은 벌거벗은 알몸의 누드보다도 더 야한 행태..
고운 이마위에 얽히고, 갸냘픈 어깨너머에서 찰랑이는 머리카락,
몸의 곡선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얇은 옷감 아래로,
잘록한 허리라인과 둥글고 팽팽하게 솟아있는 엉덩이...
전조등을 비추는 그 차가 아까 남편 회사 사무실앞에서 본 벤추,
그리고, 차에 탄 주인공이 방금 전 남편의 목줄을 호되게 죄였던 그 남자란 사실도,
나는 까맣게 모른 채 걷기만 한다.
남편과의 묘한 상상을 머릿속에 그리며 유혹적으로 구색을 갖췄던,
하얀색 민소매 블라우스와 천이 하늘하늘한 플레어스커트..
나는 그 옷들이 빗물에 흠뻑 젖었을 때,
얼마만큼 보는 이의 음심을 자극하는지 조차 꿈에도 모른다.
그저 텅 비어버린 머리속으로 한없이 애틋해 보이는 남편의 모습만 떠오를 뿐..
굴곡이 심하게 패인 내 몸에 뿌려지는 빗줄기는, 더 깊은 음영을 만들었고,
내 엉덩이가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큰 파동을 일으키며 굼실거린다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다.
상향등의 환한 불빛에, 나는 그제사 걸음을 멈추고 놀라 뒤돌아 보았다.
눈이 부셔 본능적으로 손을 눈가에 대고 바라 보았지만,
승용차 한 대가 서행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정도만 느낄 뿐이다.
젖가슴의 윤곽은 물론 유두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찰싹 달라붙은 블라우스는
복부의 팽팽한 피부까지 느끼게 할 만큼 요염하다.
그 밑으로 사타구니 한가운데의 선연한 그늘까지 연상케 하는 짧은 플레어스커트..
"흐윽...어머나...!! 저.. 저 차는..."
그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듯 화들짝 놀란 나는 얼른 젖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린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는 느낌에 새삼스럽게 이를 "꼬옥" 앙다물었다.
하필이면 그 작자가 탄 차라니..
그럼 지금의 내 몸태를 뒤에서 느긋하게 다 보았을 것이 아닌가.
옷을 찢고 나올 것 같은 탱탱한 젖가슴과,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하복부의 그늘진 계곡은 물론,
하얀 천아래 드러난 브래지어, 팬티까지도 보였을 것이 아닌가!
빗물, 눈물이 뒤섞여 줄줄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손등으로 훔쳤다
아직도 그렁그렁 눈가에 고여있는 물기 사이로, 반짝이는 승용차의 불빛,
그것은 무수한 편린으로 변한 악마의 눈빛처럼 내 동공을 찔러왔다.
천천히 다가온 승용차가 멈추었다.
그리고 스르르 내려지는 윈도우..
운전기사인 듯한 남자가 뭐라고 말을 걸었지만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뒷좌석에 앉은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하는 듯 했고..
이내 차창밖으로 우산 하나가 내밀어졌다.
얼떨결에 우산을 받아든 내가, 앙다문 입술을 채 열기도 전에 차는 소리없이 사라진다.
나는 그렇게 넋이 나간 여자처럼 잠시 멍을 때리며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이로 꼬옥 깨문 채.
* *
[쾅쾅!! 민주야..쾅쾅..!! 민주....!!]
원수와 같은 남자앞에서 알몸보다도 더 알몸같은 샤워쇼를 해버린 나,
흠뻑 젖은 몸으로 어떻게 택시를 집어타고 민주의 아파트까지 왔는지 기억이 없다.
차라리 꿈이었으면..그러나 분명 현실이었다.
손에는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이.. 접어진 채 들려있다.
챠임벨을 누르고도 연신 현관문을 우산자루로 "쾅쾅" 두드리며 민주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누구야..? 어머멋! 으...은애야...]
[흐흑..! 민주야...나..나...수.. 술 좀 사줘...으아~ 엉엉!! ]
* *
내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민주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여자와 함께 있었다.
미친 여자 몰골로 친구를 찾아온 나,
그 와중에도 정신을 차린 나는 민주 남편의 행방부터 더듬었다.
[너네..남편은...?]
[응, 그 작자.. 또 어디서 젊은 년 끼고 술 마시나 봐..
며칠 정신 차리는가 싶더니.. 지 버릇 개 못주나..전화도 없네]
[근데..누구니..?]
[왜 몰라..우리랑 라운딩도 했는데..여학교 1년 선배야.. 지금은 이혼 당하고 돌싱이지만...]
[이혼을 당하다니...그럼?]
[그래, 바람을 피울려면 들키지 않게 잘 피워야지... 재수 없게두 시댁 식구에게 딱 걸렸나봐..]
필드를 마치 패션쇼장으로 착각한 듯, 진한 화장에 야시시한 옷차림으로
활보하던 그 여자 모습이 얼핏 떠올랐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탓인지 영판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그녀는,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하니까 묘한 표정으로 미소를 보내왔다.
술 좀 사달라는 나의 투정(?)에 못이겨,
우선 나를 다독거리고 옷까지 갈아입혀 진정을 시켜준 민주,
수연(민주의 선배..?)은 마침 무료하던 참에,
그럴싸한 핑게꺼라도 찾은 듯 자진해서 술을 사겠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렇게 수연과 함께 우리 셋이 밤거리로 나온 시간은 얼추 밤11시 경이다.
[얘, 민주야! 그냥, 와인바 그런데루 가면 될걸..]
[글쎄.. 잠자코 따라와..나두 이번이 두 번짼데..그 술집 꽤 괜챦더라..]
[어떤 술집인데..? 난 분위기 필요없는데...]
[글쎄..가보면 알게 돼..]
민주는 내가 몇 번 물어도 피식! 웃기만 할 뿐 모호하게 말꼬리를 흐린다.
거대한 콘크리트숲 사이로 불야성을 이룬 휘황차란한 네온의 불빛,
나는 힘없는 걸음걸이로 민주의 손에 이끌리다시피 어느 건물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겉보기에는 상가 건물같은데..코너를 두 번인가 돌아 들어가자,
지하로 향하는 또 다른 입구가 나왔다.
주춤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정장 차림에 귀에 이어폰을 낀 건장한 사내가, 한 발 앞서 계단을 내려간 수연을 막아선다.
수연이 뭐라고 귓속말을 전하자 이내 허리를 접은 사내는,
우리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이어폰과 연결된 마이크에 대고 뭐라고...전달을 한다.
바깥에서 볼 때와는 영 딴판이다.
안으로 잠금이 된 듯, 밖에서는 열 수 없는 방음출입문을 넘어서자..
새로운 별천지의 세계에 여행을 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