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9)

노예아내 아영 #1.

2년전, 장태수는 은아영을 만난 순간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풋내기 탤런트였던 그녀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다른 스텝들 사이에 섞여 태수가 경영하는 호텔에 나타났었다. 별 비중이 없는 조역에 불과했을 뿐이었는데도 태수는 그녀의 연기에서 빛나는 보석과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단지 재능있는 연기자라는 것만이 아니었다. 은아영의 흰 피부와 긴 생머리, 날씬한 몸매의 청순한 외모는 호텔재벌 2세인 태수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게다가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서 알게된 아영의 지적이고 똑바른 태도에 또 한번 마음을 빼앗겼다.

더욱이 그녀가 가난한 편모가정에서 자라나 필사적으로 성공에 목을 메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진 태수는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었다. 얼마후 아영은 연기자로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데뷔후 몇년도 되지 않아 톱 탤런트로 부상했다. 그녀 자신의 재능과 태수의 지원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 동안에도 그들은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갔다. 신분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다소 간의 트러블이 없지는 않았으나 부단한 노력 끝에 마침내 결혼에 골인할수 있었다.

태수와 아영의 결혼은 어떤 면에서는 현대판 신데렐라 드림이 이루어 진 것이라 할 수 있어서 스포츠 신문 등에서는 대단한 기사거리가 되었다. 아영은 노력파에 사생활이 깨끗한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태수는 재벌2세라는 배경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잘생긴 외모와 신사적인 태도로 사교계에서 유명했으니까. 그리고 꿈 같은 하와이 신혼여행… 행복했던 그들의 신혼 기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어째서 일까? 단 2년이 지났을 뿐인데 태수는 벌써 권태기를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아영은 온순하고 착한 여자였다. 착실하고 차분하고… 결혼 당시에는 그녀를 불만족스럽게 보았던 시댁 어른들이나 친척들도 이제는 그녀의 성실한 태도를 받아들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연예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결혼하고도 얼마동안은 아이를 갖지 말자고 미리 계획을 세워두기는 했지만 그것은 태수 자신도 결혼전 부터 동의하고 있던 것이었다. 직장에서 완벽한 그녀는 가정에서도 거의 완벽했다. 주부로서, 정숙한 아내로서….

아니 불만사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섹스에 관한 것이었다. 아영은 섹스에 관해서도 매우 정숙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해외 유학을 하면서 그곳 여자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태수에게는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하와이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침대 시트에 묻어있던 그녀의 처녀혈에 흥분하여 아침 햇살 속에서 다시 한번 그녀와 섹스를 했던 자신이? 그는 그녀의 청순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었던가.

연애를 할때도 몇번이나 잠자리를 요구했지만 "제 순결은 미래의 남편과의 약속입니다."라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그 태도에 말이다. 그때라도 아영이 그에게 순결을 바쳤다면 그는 결코 아영과 결혼까지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태도가 그녀에게 고유의 개성을 부여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그 개성에 이끌렸던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것에 이끌렸던 것인가? 태수는 점차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아내에게 다소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순결을 바쳤지만, 그는 그녀에게 동정을 바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 정도 뿐만이 아니라 그는 과거 유학시절에 금발의 미녀들과 난교 파티를 벌이거나 그녀들 끼리 레즈비언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거나, 아니면 SM을 하기도 하는 등... 충분히 "난잡하다."고 말할 만한 섹스 파티를 즐겼던 적이 있었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서 자제하기는 했지만 그 무렵 일탈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 쾌감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성적 순수함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 그것이 그들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섹스에 관한 태도 차이는 밤마다 작은 충돌을 불러왔다. 우선 하느냐 마느냐 부터가 문제였다. 태수가 섹스를 요구하면 아영은 마치 그것이 부부간의 의무라서 피치못해 한다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잠자리에 들때는 반드시 불을 끄고 체위는 정상위 만을 고집했다. 후배위나 기승위를 좋아하고 여자가 오르가즘에 달하는 얼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태수에게는 싱겁기 그지 없는 섹스였다. 그녀는 애무에서도 소극적이었다. 스스로 애무를 하는 법이 없었다. 펠라치오라도 요구하면 기겁을 하며 거부했다.

덕분에 항상 그가 애무를 해주는 입장이었다. 그나마도 과격한 애무를 하려 하면 부끄럽다면서 몸을 빼고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니 삽입을 하고 태수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피스톤 운동을 해도 그녀의 반응은 언제나 싱겁기 그지 없었다.

나름대로 정력에 자신이 있던 태수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유학시절에는 하룻밤에 여자 3명도 보내주었던 정력과 테크닉인데…. 아영이 불감증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당신 혹시 무슨 문제 있는거 아니야?"

"왜요? 제가 좀 이상한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다른 여자와는 반응이 다르다."라는 말을 할수는 없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듯 했다. 부부관계에 대해서 상담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는 것 처럼 대했다.

그들의 섹스는 점점 드물어졌다. 아영도 태수도 각자 자신의 일이 있기 때문에 사실 잠자리를 같이할 날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나마도 이런 식으로 싱겁게 보내게 되니 천성적으로 정력이 남다른 태수는 나날이 불만이 쌓여갔다.

급기야는 자위행위로 쌓인 성욕을 풀어내기도 했다. 왜 아내가 있는데 자신이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건지. 심각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쌓인 것을 풀어내고 난 뒤에도 찜찜함이 뒤에 남았다.

그러나 불륜은 생각할수 없었다. 심지어 자위행위 중에도 떠오르는 것은 늘 아영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 만큼 아영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위 중에 망상하는 아영의 모습은 평소의 정숙한 그녀와 거리가 멀어져갔다.

망상속의 아영은 평소에는 절대 입지 않는 야한 속옷을 입거나 그녀가 절대로 취해주지 않는 독특한 체위로 그를 유혹했다. 내뱉고 69자세로 엎드려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기도 하고 엉덩이를 벌리고 어널 섹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는 자신의 크고 단단한 성기로 그녀의 몸을 꿰뚫어준다.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를 지르며 애액을 넘치도록 질질 싸댄다. 음탕한 말을 내뱉으며 더 강렬한 섹스를 요구하고 오르가즘에 달한 순간 얼굴은 마치 딴 사람 처럼 변해버린다. 그것은 음탕한 창녀의 얼굴이다.

섹스가 끝난후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백치와도 같다. 벌려진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고, 다리 사이에 있는 또 하나의 입에서는 하얀 정액이 흘러나온다. 그가 몇번이나 싸질러놓은 건강한 정자가 가들 들어있는 짙은 정액이….

그러나 망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의 정자는 자신의 손바닥에 흩어져 있거나, 아영이 꼼꼼하게 체크하는 콘돔 속에 갇혀있다. 그녀는 마치 임신에 공포라도 느끼는 것 처럼 기간을 체크하고, 피임약을 먹고, 그러고도 콘돔을 쒸우고 섹스 후에는 반드시 질을 꼼꼼하게 세척했다.

피임법은 어느것 하나라도 확실히 믿을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 자신의 인생 계획이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댓지만... 태수는 그럴때마다 어딘지 섭섭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태수는 아영과 섹스를 한 후에도 성욕이 계속 남아있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영은 언제나처럼 "두번째" 요구는 거절했다. 다음날 일을 해야 하니 피곤해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태수가 아무리 요구해도 하루에 한번 이상의 섹스는 절대 해주지 않았다.

아영이 잠들고 난 뒤에도 한동안 잠을 설치고 있던 태수는 문득 짓궃은 장난을 하나 생각해냈다. 그는 스탠드 불을 켰다. 잠든 아영의 얼굴은 깨어있을 때와 똑같이 단아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는 동화가 생각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는 대신에 아영의 머리맡에 꿇어 앉아서 귀두의 끝을 그녀의 얼굴로 향하고 자위 행위를 시작했다.

"헉, 헉, 헉, 헉..."

그는 자신도 알수없는 본능적 충동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위에서 프랑크푸르트 소세지 같은 남자의 성기가 덜렁거리는 것도 모르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영의 얼굴에서 도착적이고 관음적인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강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브라운 관에 나서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청순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그 얼굴을….

푸슛 푸슛 푸슛

그리고 마침내 절정에 달한 순간 태수의 귀두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와 아영의 얼굴에 쏟아졌다. 방금 성관계를 맺었음에도 태수는 꽤 많은 양의 정액을 쏟아냈다. 끈적끈적하고 허연 그것은 화장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에 달라붙었다.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그녀의 순결을 얻었을 때와 똑같은 달성감, 정복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었다. 그 뿌듯한 느낌에 사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기는 단단하게 우뚝 서서 정액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상한 느낌과 지독한 정액 냄새에 아영이 눈을 뜬 것은….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얼굴에 묻어있는 정액과 아직도 껄덕거리는 자지를 손으로 잡고 있는 태수를 보고 모든 사정을 알아챘다.

"뭐예요?"

너무나 날카롭게 질책하는 그 목소리에 태수는 뭐라 변명하는 말 한마디도 할수없었다. 마치 몰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춘기 소년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의 자지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푹 수그러 들었다.

아영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뭐라 말할수 없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부 침실에 딸려있는 화장실로 달려가 몇번이나 얼굴을 씻어 내렸을 뿐이다.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멍 하니 앉아있는 태수에게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자요."

그날 밤은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아영과 태수의 관계는 더욱 더 냉각되었다. 물론 낮의 그녀는 언제나와 다름 없이 착한 아내였고, 성실한 안주인, 뛰어난 여배우로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태수에게 그 행동은 단지 그 역활을 ‘연기’하고 있는 것 처럼 공허한 행동처럼 보였다. 

그녀는 태수와의 섹스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 형식적으로나마 하던 섹스도 완전히 중단시켰다. 마치 그날 밤의 변태행위에 대한 벌이라도 내리려는 것 처럼…. 하지만 태수는 이제 섹스를 요구하기는 커녕 아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수도 없었다. 아영은 행동을 통해 그를 질책하고는 있었지만 정숙한 아내답게 가정 밖까지 문제를 끌고 나가려 하지는 않고 있지 않은가. 저런 아내에게 난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는 잠깐 욕망이 폭주한 탓에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은 죄책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사과할수 있을지 몰라 미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도 과연 명배우 답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상황에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태수의 심리 상태는 정상적인 궤도를 잃고 표류하게 되었다.

"사장님. 김수아라는 손님이 찾으십니다."

"아, 누구라고?"

"김수아라는 분이십니다. 로열 룸에 묶고 게신데. 사장님을 꼭 만나고 싶으시다면서. 지금 로비에서 기다리고 게신답니다."

"아, 잠시 기다려보게."

고민에 짓눌려 있던 그의 정신은 한 부하 직원의 말에 이끌려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그렇지. 아무리 고민이 심하다 해도 일은 해야지.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면 더욱 망신이다. 그런데 김수아가 누구였더라?’

얼마동안 고민하던 그는 몇년전의 기억에서 그 이름을 다시 끄집어 낼수 있었다. 김수아,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그의 인생에서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생각해내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은 그 이름을 일부러 잊으려 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수아는 아영을 만나기 전에 사귀던 애인이었다. 아니, 아영과 만난 이후 곧바로 헤어진 것도 아니니 한때는 거의 삼각관계의 한 축이 되기도 했던 여자였다.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아영에게 기울어졌고 수아는 밀려났다. 그리고 그는 의도적으로 수아를 잊어버리다 시피했다.

하지만 수아도 괜찮은 여자였다. 능력과 재능이 있는 여의사였고 쾌활하고 당당한 성격이었다. 태수도 거의 결혼까지 고려할 정도로, 육체 관계까지 가졌을 정도로 진지하게 사귀던 여자였으니까. 집안에서도 한때 수아를 아영보다 더 좋은 며느리 감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태수의 마음이 완전히 아영에게로 돌아서는 기미가 보이자 수아는 미련없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녀는 쓸데없이 삼각관계에 휘말려 복잡한 문제가 깔린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물러나겟다고 선언했었다. 아마도 아영의 매력이 이미 태수를 휘어잡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지금 이 시점에서 나타난 것일까? 혹시 동명이인이 아닐까 의심해보았으나 직원에게 몇가지를 더 물어보자 확실해졌다. 그 김수아가 틀림없었다. 어쨋건 찾아왔다면 만나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애인이기 이전에 친한 친구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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