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17/21)

21...

‘저벅..저벅..저벅..저벅.........’

‘툭.. 끼이익~~..철컹..’

쇼를 하긴 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난 정말로 나 아닌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 그 남자는 발소리를 내며 걸어와 보영을 잔뜩 긴장시켰고, 방안에 들어와 문을 닫는 소리에 움찔거리는 보영의 모습에 숨죽여 침을 삼키게 된다.

그리고 들어온 남자도 팔을 구속당한 채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보영이를 욕망과 놀라움을 담은 눈으로 쳐다보며 모텔방안으로 들어오다 말고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피..필민씨??”

심하게 떨리는 보영의 목소리에 날 빤히 쳐다보는 남자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속의 단 한 번 스쳐지나가듯 만남을 가졌던 마사지사였다.

방금 전 나와 통화를 했던.. 내가 얼굴이 떡이 되도록 얻어맞았던 그 마사지 숍에서 나보다 먼저 도착한 두 남자의 눈요기를 시켜주며 흥분시켰던 전문 성감 마사지사였다. 

난 서둘러 손가락을 하나 세워 ‘쉿~’이라는 제스처를 하곤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내기 위한 문자가 아니라 멀뚱히 날 쳐다보고 있는 마사지사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자를 찍는다.

[전 여기 없는 겁니다.]

문자를 확인한 남자는 피식 웃고는 알겠다는 듯 엄지와 검지를 맞물려 오케이 사인을 한다.

“누..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아까 남자분하고 통화한 구절정이라고 합니다.”

“..네!???”

“마사지사요.”

“....”

보영은 남자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한 듯 허벅지를 더 꽉 붙이며 최대한 팬티를 가리려 노력했다.

그리곤 몸을 비틀었다. 출렁이며 남자의 목소리 반태편 쪽으로 쏠린 보영의 가슴의 모양에 심한 갈증을 느끼며 마른 침을 삼키게 된 나였다.

“그..그냥 돌아가..주세요.”

내 침 삼키는 소리에 보영이 오해를 한다.

마사지사라 자신을 칭한 남자가 한 행동인 줄 아는 지 고개까지 돌린 상태로 등을 보이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내는 보영의 모습에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필민시가.. 말을 잘 못 한..거예요. 그냥 장난으로...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주세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또 통화했는데요.”

“..네?....필민씨하고요?”

남자의 말에 숨겼던 얼굴을 드러내며 보영이가 되묻는다.

“네. 그 남자분이 방 번호까지 말씀해주시면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하시던데.”

“마..말도 안 돼! 필민씨가 그럴 리가 없..어요.”

‘부스럭.. 툭..툭..’

“무..뭐하는 거예요?”

“아로마 오일하고.. 젤 꺼내는데요.”

“아..안 받아요. 뭔가 오해...”

마사지사의 오바가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들어와서 한 행동과 내가 먼저 보낸 문자를 믿어보며 서둘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내 행동의 의미를 재빨리 눈치 챈 마사지사는 돈을 집으며 입을 열었다.

“후하게도 주셨네.. 여기 테이블 위에 있는 돈이요. 페이 맞죠?”

“페..페이라뇨?”

“남자분이 놔두고 나가신 거 같은데요.”

“....”

돈까지 놔두고 갔다는 마사지사의 말에 넥타이로 가려진 눈도 잊은 채 확인이라도 하려는지 마사지사의 말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리길 반복하는 보영의 모습은 출렁이는 가슴을 다시 드러나게 만들었다.

“와.. 진짜 몸매 좋으시네요.”

“보..보지 말아요.”

“보지 말라고 하셔도.. 이게 참..”

“.....그냥.. 가주세요.”

“돈도 이미 다 받았는데요.”

“괜찮으니까.. 그냥 돌아가 달라고요.”

거의 다 발가벗고 있는 보영의 모습은 조금은 위압적인 말투를 묵살할 만큼 뇌쇄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섹시함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의 감정은 나만이 느끼는 게 아님이 분명했다. 

‘툭~ 주루륵~~~’

“꺅!!”

“아고.. 놀라지 마세요. 오일입니다.”

보영의 가슴과 배에 통째로 부어지는 오일은 곧 보영의 몸에 퍼지며 투명하게 변해갔다.

탄성을 자아내고도 남을 번들거림을 머금기 시작한 보영의 나신은 매끈함으로 인해 몸의 윤각을 더 정확히 그리고 잘 보여주기 시작한다.

만약 내가 보영을 전혀 모르는 남자였다면, 알더라도 이런 모습에 면역력이 없었다면 난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저 오일이란 것에 젖기 시작하는 보영의 녹색 순면 팬티를 찢어 발겼을 것이다.

그건 마사지사의 상태로도 알 수 있었다.

오일을 바르며 면바지를 벗어버린 마사지사의 물건은 금방이라도 팬티를 뚫고 나오려는 듯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탁!..’

나란 존재와 나란 존재의 무서움을 남자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고 난 주머니 속으로 만지작거리던 라이터를 기대고 있는 탁자에 소리 나게 내리쳤다.

“....”

그 소리에 보영이가 또 놀라 몸을 움찔거린다.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남자에게 마사지만 하라는 문자를 보여주곤 시작하라는 제스처로 손을 흔들었다.

“흑!!” 

남자의 손이 몸에 닿자 움찔거리며 몸을 피하는 보영의 꿈틀거림에 내 온 정신이 쏠린다.

“걱정마세요. 마사지만 하라고 명령하셔서.. 마사지만 할 예정입니다.”

“돼..됐으니까.. 돌아가세..”

“남자분이 깡패죠? 맞죠?”

“.......네?”

“딱 보니까 알겠던데.. 저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아는 놈입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시고 몸에 긴장을 푸세요. 뭉친 거 풀려다가 괜히 더 망가져요.”

“하지마세...흑!~”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듯 오일을 펴 바르는 남자의 손길을 보영은 몸을 비틀며 피하기 바빴다.

피하려 노력할수록 그 범위가 줄어든다는 걸 스스로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움직이던 보영의 온 몸은 완전히 번들거리게 된다.

보영이만큼 진이 빠진 마사지사였지만 보영의 번들거리는 온몸을 바라보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흠뻑 젖어 몸에 밀착되어 달라붙은 팬티는 미미하지만 털들의 존재까지 드러내며 조금씩 보영의 살을 파고들어가는 듯 보였다. 

“그..그만...”

“휴~.. 진짜 아름다우시네요.”

“....”

“그럼 본격적으로 으차~”

보영의 몸을 뒤집은 마사지사는 볼록한 보영의 엉덩이 위에 올라탔다.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를 보영의 엉덩이 골이 시작하는 꼬리뼈 부위에 바짝 밀착한 마사지사는 보영의 날갯죽지 부위를 두 손으로 누르기 시작했고 그 손이 허리를 향해 내려갈 때까진 체념한 듯 마사지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아마도 전문 마사지사라 자길 소개한 남자의 말을 믿기로 했고, 날 깡패로 오인한 남자의 모습에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로 마사지라는 행위까지는 승낙한 듯 보여졌다.

“진짜 많이 뭉치셨네요. 아름다운 몸이 그동안 비명을 질렀겠어요.”

“...”

“허리는 그래도 괜찮으신데.. 골반도 뭉치셨네..엉치뼈쪽도...”

“...”

보영이가 입술을 깨물며 미간을 찡그린다.

분명 넥타이로 가려진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주 약간 오리궁뎅이신데.. 그게 더 매력 있으세요.. 이렇게 손에 착 감기시는 게~”

“...”

엉덩이를 움켜쥐듯 위로 쓸어 올리던 마사지사는 보영의 움찔거림과 들썩거림에 만족이라도 느끼는지 집중적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보영이의 투명한 피부에 연신 지나가는 손자국을 남기며 반복적인 움직임을 내게 보여주고 있을 때 보영의 손끝을 보게 된다.

자신의 손을 묶고 있는 브래지어를 힘껏 움켜쥔 보영의 가려린 손등엔 뼈의 선명한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마사지사의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에 보통 여자였다면 벌써부터 허벅지를 벌리고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을 테지만.. 보영은 신음소리조차 씹어 먹으며 느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발악이 남자란 동물에게 더 큰 정복욕과도 같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안 좋아요?”

“....”

“그럼..”

마사지사의 손끝이 보영의 젖어 있는 팬티 라인 안쪽을 따라 살짝 들어가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더 바짝 붙이며 남자의 손길이 자신의 중요 부위에 침범하는 행위를 막으려 애를 쓰는 모습에도 남자의 마사지 솜씨 앞에서는 무력하게 보여 진다. 

엉덩이가 맞닿는 허벅지 뒤쪽부터 원을 그리듯 누르는 남자의 엄지손가락이 연신 보영의 대음순을 자극하듯 스쳐지나갔고 그럴수록 보영의 얼굴은 침대 시트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간다.

정말로 마사지사의 손놀림은 프로 이상이었다.

수많은 여자를 농락하며 정복했다는 자기소개대로 여자의 몸에 대해 완전히 꿰차고 있었고 서슴없이 그 포인트를 공략하고 있었다. 

여자의 입에서 스스로 박아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보영의 몸을 더 집요하게 요리하기 시작했다. 보영의 무릎을 굽히게 해 발등을 가슴에 대고는 더 깊이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찔러 넣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보영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듯 움직이는 손을 보여주며 움직이던 마사지사는 갑자기 보영의 발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왼발의 엄지발가락을 입에 물고는 더럽게 빨고 있는 남자의 행동을 이해 불가능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난 보영의 팔꿈치가 가련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보영의 몸짓은 소리까지 내며 보영의 발가락들을 하나씩 빨며 더 집요하게 엉덩이와 골반을 자극하는 남자의 손길에 다른 시각의 차이를 느끼며 보는 나로 하여금 숨이 막힐 정도였다.

“흑!!!”

보영의 입에서 단발마의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이 일순간 멈췄고 곧 보영의 몸을 똑바로 돌려 바로 눕게 만들었다. 불규칙한 호흡을 들썩이는 가슴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영의 모습에 마사지사는 만족한 듯 썩소를 흘리며 번들거리는 두 가슴을 움켜쥔다.

그리곤 엄지손가락으로 유두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하고 싶죠?”

“...”

보영이 입술을 더 꼭 다물며 고개를 돌린다.

“벌써 젖었는데.. 젖꼭지도 빨딱 섰네요.”

“.......”

“남친이 잘 안 빨아주시나 봐요. 여기가 발달이 거의 안 됐네..”

마사지사가 보영의 번들거리는 유두에 입맞춤을 시작했다.

한 움큼 삼키듯 입에 담고는 혀를 굴리는 내내 남자의 한 손은 보영의 사타구니 속으로 이동한다. 팬티 위로 보영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듯 누르며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연신 빨아먹는 행동을 반복하자 보영의 허리가 크게 들썩이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해달라고 부탁하면.. 저도 목숨 걸고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할게요.”

“...”

“어차피 남친은 늦는다고 했으니까.. 시간은 충분해요.”

“......아.”

보영의 목에서 나온 탄성에 난 천천히 걸어가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마사지사가 나와의 약속을 잊고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듯 보였기에 말리기 위한 행동으로 두세 걸음 더 다가가는 데...

보영의 탄성이 내 귀에 들렸다.

“할까요?”

“아...안.. 돼요.”

곧 탄성이 아닌 거부하는 보영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만약 쾌감에 절은 보영의 목소리였다면 화까지 내며 격한 기분을 드러냈겠지만.. 보영의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쾌감이나 흥분이란 감정에 목이 멘 게 아닌 말 그대로 눈물을 삼키며 진정으로 거부하는 목소리였다. 그런 보영의 상태는 내가 아닌 마사지에게도 전달이 됐는 지 한 걸음 물러나 두 손을 치켜세우며 포기하는 듯한 제스처를 내게 보여준다.

그제야 안도감이 느껴지는지 보영이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일어나 옷을 입으려는 남자를 향해 난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세워 조용히 하라고했고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바지와 팬티만을 벗은 채 만족감이란 감정에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를 드러내곤 천천히 보영의 몸 위에 올라탔다.

“아악! ...자..잘못했어요.. 제..제발..”

내 자지가 아랫배에 닿자 다시 경직된 몸으로 보영이가 울먹이며 말을 한다.

그런 보영의 모습에도 난 팬티의 양옆을 잡아 미처 저항하기도 전에 허벅지 아래까지 단번에 내려버렸다.

“헉!..자..잠깐만요!.. 이..이러지 말아요! 소리 지..웁!”

다짜고짜 하는 키스로 보영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가슴을 움켜쥐며 자지를 꽉 조인 허벅지 사이에 억지로 밀어넣듯 몸을 밀착하며 보영의 입속으로 혀를 거칠게 밀어넣었다.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애무였지만 마사지사의 현란한 손놀림과는 비교될 움직임이었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보영의 유두를 자극하듯 만져대며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을 때..

놀랍게도 보영의 허벅지가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오일이 범벅이 되어 미끈거리는 허벅지 사이에 끼었던 내 자지가 그대로 보영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갔고 곧 보영의 갈라진 보지 틈 사이에 조준하듯 위치하게 된다.

“흑!!!!”

내 귀두가 보영의 보지를 스쳐지나가며 자극을 주자 내 입술에 틀어 막힌 보영의 입속에서 탄성이 새어 나온다.

흥분을 못 이기겠는지 보영이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며 내 자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우습게도 곧게 뻗은 허벅지를 조금 더 벌리며 내 자지를 박아달라고 몸으로 말하는 보영의 행위에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계획하지도 못했던 이벤트를 실행한것도 나였고 끝까지 참으려 안간힘을 쓰다 결국엔 무너지게 만든 것도 나였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이 크게 발기했던 내 자지를 아주 미세하게 작게 만들고 있었다.

그건 보영이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자지를 미끈거리는 허벅지로 조여 오며 엉덩이에 힘을 줘 천천히 몸을 들썩인다.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던 난 보영의 입술에서 입을 때고 마사지사와 마찬가지로 가슴으로 입을 옮겼다. 방금 마사지사가 빨았던 반대쪽의 유두를 깨물며 막 머금었을 때.. 보영의 끈적한 신음소리를 듣게 된다.

“아~~..하아~~~”

“쪽~..쯥~~”

“아~~.. 필..민씨.....”

“....”

“아~~~~..흑~~..”

“필민이 아닌데요.”

어처구니없는 내 행동에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게 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보영의 젖꼭지를 입에 다문 채 최대한 마사지 사처럼 목소리를 깔고 얘길 해보지만..

“풋~.. 눈치 챘거든요....아~~~~...”

젖꼭지를 입에 문 채 더 강렬하게 빨아 재끼는 내 행동에도 웃음까지 보이며 그녀가 지금까지의 떨림을 멈춘다. 곧 다른 의미의 떨림을 내게 선사하며 날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필민씨.. 내..냄새...”

“......젠장.”

“빨..리 해줘요.. 나 진짜 못 참겠어요.”

결국 보영의 두 팔을 묶고 있던 브래지어를 풀게 된다. 풀린 두 손으로 날 힘껏 껴안은 보영은 내가 삽입하기 바로 전 먼저 허리를 내려 내 자지를 먹어 버렸다. 말 그대로 보영에게 먹혀 버렸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내 등을 껴안던 보영의 손은 곧 내 엉덩이를 움켜쥐며 내 행동을 재촉했고 난 기대에 부흥하듯 더 강하게 보영의 보지속에 자지를 밀어 넣는다.

“아~~~~...”

눈이 가려진 채 입을 벌리고 신음소리를 연발하는 보영의 날카로운 턱선에 입을 맞춰 핥아대던 난 거추장스러운 넥타이까지 풀어버리고 본격적인 펌핑을 시작한다.

“아~~아~~아....헉!!!!”

갑자기 자지에 몰려든 고통에 빼지도, 박지도 못한 채 난 움직이던 허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보지의 조임과 거의 동시로 날 조여 오는 보영의 허벅지로 인해 완전히 멈추게 된 난 갑작스러운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신 듯 찡그렸던 보영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리게 된다.

흥분에 겨워 잠시 잊고 있던 존재..

그제야 찐득하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모텔방안엔 나와 보영이만의 공간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바로 방금 전까지 참고 있던 모든 흥분을 나임을 확인하자마자 화산처럼 폭발시킨 보영의 모습에 누구보다도 흥분상태가 되어버린 또 다른 한 남자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게 된 난 부풀어 오른 팬티의 중심을 손으로 움켜쥔 마사지사를 쳐다보게 된다.

솔직히 민망했고 뻘쭘 했다.

오늘의 주는 나였지만 커다란 자지를 벌렁이며 이 남자 앞에서 흥분을 참지 못하고 보영에게 달려든다는 생각은 전혀 계획에도 없던 것이었기에 내 자지를 씹어대듯 조여오는 보영의 조임만큼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아..직 안 가셨어요?”

“.....네?..아.. 하....하하..... 그..럼 전 이만..”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선 느릿하게 입기시작한 마사지사의 시선은 그 행동의 끝까지 보영이의 몸에서 떠날 줄 몰랐다.

날 더 꽉 끌어안은 보영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 채 귓속말로 연신 물어보기 바빴다.

“가..갔어요? 아직..이에요?.. 왜.. 안 나가요?.. 빨..리 좀 내..보네요.”

귀가 간질간질하다.란 말대로 계속 해서 내 귀에 귓속말을 하는 보영의 행동은 그 귀여움만큼이나 새롭고 묘한 흥분감을 불러 일으켰다.

허리를 살짝 움직여 본다.

“자..잠깐..가만..히 좀...흑~~.. 화.. 화.. 낼 거....아흑~”

한 번 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보영이가 내 가슴을 주먹쥔 손으로 때리며 얼굴을 더 파묻는다.

사시나무 떨며 마사지의 손길을 부정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에 조금씩 허리를 더 움직이게 된다.

“그..만해요!.. 진짜 화.. 낼 거예요... 정..말.. 아~~”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전 이만...”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 담고 있는 마사지사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한 우리를 남겨두고 모텔방안을 나가게 되었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보영이가 날 밀어대며 눈을 흘긴다.

“진짜!!!!”

그제야 큰 목소리로 날 나무라려 한다.

하지만 눈치 백단인 난 보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더 깊고 빠른 움직임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아악~... 모..못 됐어.... 아흑~~~”

보영의 몸짓에 언제나처럼 사정의 기운을 금세 느끼며 목적이 있는 움직임이 아닌 본능적인 행동으로 보영의 몸 위에서 더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

보영이로 인해 준비된 업무적인 협약과 계약은 내 생각보다도 더 쉽고 너무나 편하게 넘어가게 되었다. 별다른 클레임이나 제약도 없이 우리 측에서 원하는 계약의 조건을 전부 받아들인,, 말 그대로 봉을 제대로 잡은 격이었다.

한과장의 입은 연신 귀에 걸려있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여자 덕이나 보는 놈같이 보일까봐 걱정 반 조심 반으로 회사 생활을 임하던 난 어느새 능력이 충만한 놈으로 인식되어지는 듯 했다.

물론 보영에 관한 관계를 비밀로 붙여달라는 내 부탁이 있었기에 나보다는 한과장이 주목을 받게 된 요인도 있긴 했지만 한과장의 눈에 띠게 변한 내 대우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더 조심하게 된다.

“구대리.. 사업 계획서는 다 됐냐?”

“아직..”

“그래? 괜찮아~. 야! 김대리!”

“....네?”

“원래 구대리는 현장 스타일이니까. 계획서는 네가 해라.”

“....저도 지금 처리 할 서류가 산더미..”

“그 산 넘고 이것도 하라고.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런데 과장님.”

“뭐?”

“....구대리 출장건은..”

“뭐?”

“구대리요.. 장기 지방출장을 보내야..”

“네가 가라 지방출장.”

“..네??!”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일이나 하라고!!”

“.....”

“야! 구대리!...”

“..네?”

“보영 팀장님 만나러 언제 가냐? 계약서 다 되면 한 번 찾아 봬야지.”

“이메일로 보낸다고 얘기 했는데요..”

“그런 걸 왜 이메일로 보내!? 넌 영업사원이 영업을 모르냐!? 김대리가 하면 내일쯤 끝날테니 저녁에 약속이나 잘 잡아 봐!”

“....네.” 

고소하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김대리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김대리와 나의 업무 능력의 차이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김대리가 나보다 우위인건 사실이었기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보영씨...아니..보영팀장님..”

[네?]

통화를 하는 내 앞에 한과장이 버티고 있다.

“내일 오후에 혹시 시간이 되시나 해서요.. 계약서 준비 되면 찾아 뵙고..”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어차피 완본은 미팅자리에서 도장도 찍어야 되니까 진행본은 그냥 메일로 보내주시면 될 거 같은데.]

“그렇죠! 메일로 보내드리고 완본만 정식 절차대로 진행....”

과장이 날 노려본다.

“진행......하는 방법도 괜찮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란 게... 많이 만나야 진행도 빠르지 않을까요?”

[풋~..크큭큭..]

“...”

[한 과장님 옆에 계세요?]

“......네.”

[알겠어요. 내일 저희 부장님한테 말씀드려서 시간 잡아 볼게요.]

“네! 감사해요.”

[그럼 제가 좀 바빠서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한과장이 어떻게 됐냐는 질문을 표정으로 물어본다.

“내일 그쪽 부장님하고 시간을 내보겠다고 하는데요.”

“그래? 그래야지! 사람 일이란 게 삭막하게 컴퓨터로 진행하면 안 되는..”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여보세요?”

[저에요....]

“벌써 승낙 받은 거예요? 디게 빠르네...”

[아니요.. 그게 아니고..]

“네?”

[내일은 좀 힘들 거 같아서...]

“...”

[미안해요. 필민씨...]

“왜요?”

[....]

“무슨 일 있어요?”

[내일.. 집 보러 가기로 했거든요..]

“....”

[내일이 제 생.... 얼마 안 남았다고 여러 가지 볼게 많다고 말씀을 하셔서...]

“말씀..이요?”

[......네.]

“네.. 그럼....”

[내일 모레.. 금요일에 봐요. 제가 말씀 드려 놓을게요,.]

“.....네.”

“왜? 무슨 일 있으시데?”

무의식적인 내 심각한 표정에 한과장이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좀처럼 대답할 수 없는 내 상황을 알 리 없는 한과장은 재차 재촉을 했고 난 얼버무리며 그쪽 부장님이란 분이 금요일이면 가능하다고 짧게 말을 해준다.

기다리는 연락이 아닌 엉뚱한 연락이 목요일 저녁 시간을 망치게 된다.

김검사의 아내란 여자가 정말로 만족을 했는지 그 후로도 몇 번 연락이 왔긴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길 반복한 내게 불똥이라도 튀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을 발생시킨 김검사의 전화에 목요일 저녁 시간을 보영이 아닌 김검을 기다리며 1시간 10분 째 커피숍에 앉아 있게 된다.

8시 30분이 지났을 때 김검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많이 기다렸나? 어쩌다보니 접대로 한 잔 꺾고 왔네.”

능글맞게 웃는 모습에 1시간 넘게 기다린 나에 대한 미안함이란 감정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떨어져 있는 내 코에도 느껴지는 알코올의 냄새가 차라리 내게 유리할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첫 대면 이후 대놓고 시작된 반말이 계속 날 거슬리게 했지만 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아닙니다.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사고치는 새끼들이 한 둘이어야 말이지. 하긴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거지만.. 커피 다 마셨네. 한 잔 더 마시지.”

“..네?.. 아.. 네..”

“난 아메리카노.”

“......”

“자넨 안마시나?”

“네?.....아!.. 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걸어가 주문을 하고 돌아온다.

“이 마누라가 자네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던데.. 대단하군.”

“무슨.. 칭찬이요?”

“무슨 칭찬이겠나. 크크크크.”

도대체가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놈이다.

자기 마누라를 마사지와 섹스로 오르가즘을 확실히 느끼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의 황당함을 넘어 나와의 모든 일까지 듣고도 이렇게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놈이 있다니 말이다. 

“왜?”

“....”

“나한테 할 얘기가 하고 싶은 거 같은데?”

“검사님...”

“뭐?”

“솔직..히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뭘?”

“사모님하고의 관계 말입니다.. 아이도 있으신 거 같은데...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하는 건...”

“뭐?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큭큭~.. 와! 나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네.”

“예?”

“큭~~~. 어차피 우리 사이에 뭔 소리를 못하겠나. 구멍 동기 사이에 말이야.”

“구..멍....”

“큭큭~.. 보자....”

웃음을 접은 김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나온 커피들을 내려다보곤 날 다시 쳐다본다.

“우리 같은 놈들은 말이야... 남들과는 관계의 형성자체가 좀 다른 구도를 갖고 있지.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일을 한다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좀 다른 삶을 갖고 있다는 거지.”

“무슨 말씀이신지...”

“간단히 말해서.. 자네도 취미가 있을테지만.. 취미로 골프를 친다고 생각해보자고. 18번 홀을 넘어 마음에 드는 캐디와 19번 홀을 돌때의 느낌을 혹시 아나?”

“19...번 홀이요?”

“골프 안치나?”

“..네.”

“큭큭.. 18홀까지 라운딩을 돌고 부수적인 서비스를 받는 게 19홀이라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

“하여튼..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 19홀을 위해 1홀부터 18홀까지 라운딩을 뛰는 놈들도 있다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당체 모르겠다. 술에 심하게 취한 놈의 주정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했다.

이해 못하겠다는 내 표정에 한숨까지 내쉬며 격차를 드러내는 김검의 얼굴에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김검의 말을 되새겨 본다.

골프에 완전히 문외한 인 나도 골프가 보통 18홀까지 있다는 건 몇 번 들어서 알겠는데..19홀이란 건...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게 그거랑 무슨 상관..이죠?”

“골프를 쳐 봐야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알 텐데.. 하여튼 과정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이 중요하다는 걸세. 이미 정해진 결과인지도 모르고 아등바등 사는 자네들이야 모를 테지만 그 걸 넘어 목적을 이루는 과정 같은 건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

“답답하군.... 간단히 말해서. 부부 생활에 사랑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우리한테는..정확히 민우같은 놈들은 그 결혼이라는 것도 한가지의 유희에 불과 하다는 거야. 중요한 계약이면서도 남들 시선을 만족 시킬 수 있는 도구로 말이야.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란 말이지.. 건전한 스포츠로 18홀까지 서로의 돈독함을 과시하면서도 정작 목적은 19번 홀을 즐기기 위한 유희쯤이라고 말 할 수 있는..뭐.. 어려가지 타입이 있으니 내 말이 모순일수도 있지만..”

“....”

“말이 길어졌군.. 그것보다...”

“...”

김검이 본론을 꺼내려는 지 커피로 목을 축인다.

“내 제안은 잘 생각해 봤나?”

“...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

“그런 걸 보영씨에게 부탁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아무리 김검사님이 정중히 제안을 하셔도..”

‘탁!!’

담배를 꺼내 입에 물어 불을 붙이던 김검사가 내가 우물쭈물하며 하게 된 대답에 비싸 보이는 황금색 라이터를 큰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에 찧는다.

그리곤 툭툭거리며 테이블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는 날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한 김검사의 모습에 위축이 되어 말을 잇지 못하게 된다. 술 냄새가 진동하는 지금 순간.. 이것도 연극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호기로 인해 발악했던 기억 중에 그 끔찍했던 폭력이란 단어가 아직도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래서 제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었단 말이지. 사람이라는 동물은 말이야. 배려를 해주면 배려인지도 모르고 나대기 시작한다고.. 더해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도 자기 주제 파악 못 하고 설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뭉개버리고 싶은 게.... 우리 습성이라는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

“그건 나보다 민우 놈이 더 하지...”

“미..민우...씨요?”

“씨?? 큭큭.. 민우 놈이 자네한테 ‘씨’자를 붙여 불릴 정도로 만만해 보이냐?”

“......”

“왜? 내 마누라를 밑에 한 번 깔고 즐겼다고 다 똑같은 인간으로 보여?”

“..................”

“큭큭.. 내가 너무 흥분했군.. 나도 자네 마음 다 이해하네.. 아무리 민우 놈이 대단한 집안에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보영씨란 여자가 정말 아깝다는 생각엔 나도 심히 동감이라고.. 하지만 어쩌겠어. 민우가 그 여자가 좋다고 결정했고 아무리 더럽게 놀아나도... 결혼 전이니 말이야. 나도 민우놈의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조용히 묵인 할 수밖에는 없지 않겠나?...”

“...”

“그러니까 제안이라는 걸 자네한테 한 거라고.. 서로 윈윈하자는 의미에서...”

확실히 김검이라는 이놈이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제대로 눈치를 채기 전에 회유와 협박을 섞어가며 날 들어다 놨다 를 반복하는 놈의 술수에 이미 내 자신이 말려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듣고만 있게 된다.

“나도 보영씨가 내 존재를 알게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재수씨가 될 사람인데 나중에 껄끄럽게 대면하고 싶지는 않다는 건.. 이해할 수 있겠지?”

“.....아무리 그러셔도.”

“요즘 분위기 좋던데.. 이번 계약건도 이대로라면 잘 성사 될 거 같고, 보영씨는 지금 쯤 민우 놈하고 신혼집 구경에 행복해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

“한 순간이야.. 사람 목숨 날아가는 거 말이야. 법쪽에 있는 내가 말하기엔 엄청난 모순이 있지만 그렇더란 말이지..”

“협..박 입니까?”

“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협박이란 건 상대방의 약점이나 강제성을 포함 했을 때 하는 말이고.. 내가.. 굳이 여러 번 말을 했지 않냐고.. 제안이라고 제안!.. 지금이라도 보영씨한테 일절 손을 때고 완전한 남으로 지내면 더 이상 나와의 만남도 없을 거라고 분명히 저번에 얘기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

“그리고...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봐 덧붙이는 말이지만.. 오 주임이란 여자.. 필민씨 당신하고도 연관이 있던데..”

“오..주임이요?”

까맣게 잊고 있던 오주임이란 여자에 대해 이제야 생각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고 난 후 그러고 보니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이 보영과의 시간만을 위해 잊게 된 오주임의 존재가 앞에 있는 김검사 놈의 입에서 나오자 난 등골에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으며 김검사를 쳐다보게 된다.

“연락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화도 안 될 테니..”

“그..게 무슨 말이죠?”

“아까 말했지? 그나마 사람이라고 생각해줘서 베풀어준 은혜를 자기 권리와 기회라고 생각하는 놈들을 보면 우리 같은 족속들은 뭉개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

“걱정 말게.. 그래도 자네는 내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생각...대로 움직이다뇨?”

“허~.. 설마 마사지사가 자네의 부름에 당장 ‘네~’하고 달려갔다고 너무 쉽게 생각 한 건 아니겠지?”

“마..사지사라뇨?”

“큭큭~.. 내 아내에게 마사지로 즐거움을 선사한 사람이 자네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나? 자네가 오기 전에 이미 나와 그 친구한테 실력을 인정받은 친구인데? 내가 자네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럼... 그 마사지사 놈도..”

내 생각이 크게 잘 못 됐음을 깨닫게 된다.

다혈질에 기분파이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민우 놈보다는 그나마 그동안의 모습으로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이 김검이라는 놈이기에 안심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본부터가 잘 못 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놈이 민우놈보다 더 사이코패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하하하.. 그렇게 쫄지 말고.. 이거나 받으라고..”

“....”

“그럼 잘 생각해보고 연락 주시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서두르시고~”

“..”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어차피 자네한테 푹 빠져 있는 여자고....곧 있으면 다신 못 볼 여자이기도 한데.. 하하하하하하~”

김검이 나간 커피숍에서 난 얼어붙은 동상처럼 한참동안을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앉아 있게 된다.

내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김검의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쉽게 생각하며 그의 아내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줘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김검이란 놈의 목적이 아내가 아닌 보영이란 걸 알면서도 모른 채 했던 내 자신에게 후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사지 숍에서의 둘이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된다.

이미.. 김검이란 이 놈은 보영에게 흑심이 가득했다는 걸 떠올리며 뒤늦게 주먹을 꽉 쥐게 된다.

-------------

“그건 뭐에요?”

“...응?”

어제와는 다른 커피숍에서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귀에 숨이 차 헐떡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시선을 옮기게 한다.

“그거요.”

“왔어...”

“웬 인형이에요?”

“....별거 아니고.. 그냥... 마땅한 걸 못 골라서..”

난 내 옆에 있는 의자에 앉혀 놨던 커다란 선물 보따리를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앉는 보영에게 건넨다.

“....”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뛰어 오냐?”

“늦어서.. 와~... 진짜... 크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앗!.. 어떻게 알았어요?”

“저번..에.. 가방 속에서 신분증 봤잖아.”

“...”

“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어울리겠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게 없어서..”

“아니에요.”

“...응?”

“저 인형 9살 이후로 처음 받아 봐요..거기다가 이렇게 큰..건...”

“....”

“예쁘다.”

“마음에.. 들어?”

“그럼요~!!!!”

“...”

“기대도 안했는데... ”

내 생각보다도 더 기뻐하며 남의 시선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포장지를 뜯은 보영이가 자신의 몸통보다도 2배는 커다란 곰인형을 꼭 끌어안는다. 

그녀가 곰인형을 끌어안는 건지 인형을 보영을 안는건지 모를 형태로 곰인형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보영이가 눈을 흘기며 내게 퉁명스럽게 미소 짓는다.

“치~.. 담배 냄새...”

“응? 담배냄새가 나? 포장지에.. 싸 놨는데..”

“집에서 담배 피지 말아요. 옷에도 다 냄새 배던데..”

“미..안....”

“괜찮아요. 그래도 필민씨 향기 같아서 더 좋아요.”

“...”

인형 속에 완전히 얼굴을 파묻고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는 보영의 모습에 말을 잃게 된다.

그리고 내 시야에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보영의 손가락이 들어온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는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가 내 눈에 보였다.

“반..지.....네.”

“어머!.. 내 정신 좀 봐..”

황급히 손에서 반지를 빼 핸드백에 숨기는 보영의 모습에 말을 잃게 된다. 

그건 보영이도 만찬가지였다.. 인형을 조심스럽게 옆 의자에 앉히곤 고개를 숙이며 침묵을 이어가는..

“혹시 결..혼식 날은 잡혔어?”

“.......”

“언제야?”

“2주..후에요.”

“.....그렇구나.”

“.........우리 다른 얘기해요. 식사했어요?”

“아직..”

“제가 진짜 맛있는 스테이크집 아는데. 갈래요?”

“.....”

“........미안해요.”

“뭐가?”

“..”

“바보냐? 내가 미안하지..”

“필민씨가 뭐가 미안해요. 빨리 가요!”

“...”

크기만큼이나 이동에 어려움을 주는 큰 곰인형을 보영은 많이 사랑스럽다는 듯 끝까지 꼭 끌어안고는 커피숍을 나갔다. 그 곰인형은 결국 차에 놔두고 보영이가 소개한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고 내 예상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가격의 스테이크를 보영에게 대접받게 된다.

원래 생일자가 음식은 쏘는 거라나....

엄청난 가격만큼의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일반 프랜차이즈 고기들과는 질부터 다르다는 걸 무뇌한인 나도 알정도로 부드럽게 입속에서 녹아내리는 고기였다.

“...맛있네.”

“그쵸! 진짜 맛있어요. 여기.”

“당연하지.. 얼마나 비싼건데..”

“크큭~.. 육식은 잘 안 해도 그나마 여긴 와요.”

“....왜 안 먹어?”

“전 괜찮아요. 속도 더부룩하고..”

“....괜찮아?”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잖아요. 매일 야근에.. 조금 일찍 끝나면 필민씨가 또 괴롭히고...”

“......”

“크크큭~.. 농담이에요. 빨리 드시고.. 제 것도 드세요.”

“....”

“돈 아깝잖아요. 남기지 말고 다 드세요!”

“조금이라도 먹지..”

“전 정말 괜찮아요.”

“차라리 다른 걸 시키지..”

“필민씨 많이 먹이려고요! 양이 적어서 하나로는 필민씨 성에도 안찰걸요.”

보영이가 말 한대로 커다란 접시에 홍일점처럼 작은 고기 덩어리는 가격과 맛을 떠나 양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걸 30만원이나 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질 않을 정도로 여자아이 조막만한 크기에 투덜대려던 난 보영의 앞에서 일부러 대범한 척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긴 했지만 말이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 보영은 가벼운 샐러드만을 몇 점 입에 대고는 연신 레몬주스만 마실 뿐이었다.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면 난 조심스럽게 보영에게 말을 걸었다.

“보영아...”

“...네?”

“혹시. 말이야.”

“...?”

“며칠 전에.. 마사지를 받을 때 혹시 흥분하지 않았나?”

“...”

“그때 보니까.. 내가 올라타기 전에 벌써 흥분했던 거 같던데....”

“그 얘긴 왜 꺼내요..”

“...”

“그렇게 집요하게 만져대는데....”

“그럼 만약에...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혹시...”

“...”

“그럼 말이야.. 우리 진짜 쓰리섬이란 거 한 번 해볼까? 저번에 봤지.. 그 호텔.. 옷장 속에서.... 부담되면 며칠전처럼 눈이라도 가리고..”

“으음!!!”

“..”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왜? 마사지 받으면서 느꼈잖아..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솔직히 그 마사지사하고..”

“대성통곡하고 울었겠죠..”

“....뭐?”

“자포자기 했을 때 몸이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필민씨가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참을 수 있었다고요.. 분명히 끝까지 못 가게 할 거라고 믿기도 했고..”

“민우 놈 앞에서는 마사지도 허락했고 직접 받기도 했...”

“......” 

날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보영의 시선에 말을 멈추게 된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보영의 말에 결국 그 다음을 얘기할 수가 없었다.

“필민씨...”

“응?”

“..우리 여행이라도 갈까요?”

“...여행..이라니?”

“1..박...2일....정도로..”

“.....”

“모텔이나.. 그런 곳에서 밤을 샌 적은 있었지만.. 같이 아침을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잖아요...”

“.....”

“이번 주에 갈까요?”

“넌?.. 넌 괜찮고?”

“진짜 가고 싶어요...”

“...”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