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3화. (34/46)



〈 34화 〉33화.

“수고하셨습니다!”
“으으으~끝났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촬영이 끝났다.
이번엔 대본도 없었는데 어버버 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수고했어요. 아영씨.”
“감독님도 진짜 수고 많으셨어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감독님이 수고했다며 음료수를 가져다주었다.

“생각보다 더 잘 나온 거 같아요. 대본 없어도 잘 하시던데요?”
“하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한 거 같은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이자 감독님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와서 보세요. 잘 찍혔으니까.”


감독님의 말대로 화면에 보이는 나는 꽤 잘한 것 같다.
이제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 것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고, 찍을  몰랐는데 인터뷰 내내 뇌정지가 온 구석도 없다.
예전 남자였던 시절엔 남들 앞에서 이렇게 말을  하지 못했었는데…초딩시절부터 앞에서 말하는 일이 있으면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말도 못 했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까지 발전하다니…….아무래도 외모라는 건 사람의 자신감도 향상시켜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때요?  찍혔죠?”
“어…제가 말하기 뭐하지만 꽤 잘 한 듯?”
“하하하하. 그런 자신감 좋아요.”


시원하게 웃으며 내게 자신감을 불어준 감독님과 스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내게 다가온 대표님도 어깨를 두드려주며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음…너무 주위에서치켜세워주니 민망하네. 어쨌든 오늘도 촬영 무사히 클리어.
영상은 이번  중으로 올라간다니 이번엔 실시간으로 댓글 반응좀 봐야겠다.


“참, 아영씨.”
“네?”
“이번 달 말쯤에 다른 모델들하고 합동 촬영 할 계획인데 가능하세요? 실내 수영복촬영인데.”
다른 모델들과의 수영복 촬영? 당근빳다죠 쉬바!
“네!”


이미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도 단풍이 잔뜩 물들은 계절이라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수영복은 언제나 옳다.
지난 여름여행 이후로 어여쁜 여성분들의 헐벗은 모습을 핥짝넷 외에는  적이 없었으니 기대가 됐다.
아…우주랑 지현이도 수영복 진짜 잘 어울렸는데…….

“다른 그라비아채널하고 합동으로 할 거에요. 아마 라이브도 좀  거니까 알고 계세요.”
“네. 제가 따로 뭐 준비할 건 있나요?”
“아뇨. 언제나처럼 몸만 오시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오랜만에 눈요기 좀 할 생각에 싱글벙글인 난 감독님과 스텝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뭐가 그렇게 신났어요?”


모델들인 만큼 굉장하겠지? 하는 생각이 너무 티가 났던 것일까? 대표님이 운전을 하며 물었다.

“아, 그냥 다음 촬영이 다른 모델들 수영복 모습 본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좋네요.”


별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지만 대표님은 조금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아영씨 혹시 여자…좋아해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대표님의 말에 아차,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꾸했다.

“여자 좋죠. 대표님은 안 좋아요?”
“네? 아, 저야 당연히 좋죠.”
“네. 저도 당연히 좋아요.”

아마 운전 중이 아니라면 뭐가 당연한 겁니까? 라는 눈으로 날 지그시 봤을 테지만 난 뭐 어쩌라는 식으로 배를 쨌다.
아, 원래 남자였는데 여자가 안 좋겠냐고. 곧 픽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아, 여기서 세워주세요.”
“그래요. 잘 가고 내일 봐요.”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중간에 조금 어색해지긴 했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대표님과 일 얘기를 하던 차에 어느새 집근처에 도착한 나는 대표님의 차에서 내리며 감사를 표하며 작별을 했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며 오늘 저녁 메뉴는 할까? 생각 중에 핸드폰의 진동이 울어서 보니 영철이다.

“어. 왜?”
[일 끝났어?]
“방금 끝나서 집에 가는 중. 집 근처야.”
[그럼 저녁 하지 말고 기다려. 오늘 나가서 먹자.]
“그래? 그럼 나야 편하고 좋지. 뭐 먹게?”
[고기 좀 썰자.]
“올. 오키. 언제 오는데?”
[지금 과장님이랑 외근했다가 바로 퇴근 하는중.]
“그래? 그럼 집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갈까?”
[아니. 나도 집에 들렀다가야 되니까 그냥 집에서 기다려.]
“오야. 차 조심하고.”
[그려.  있다가 봐.]
“어.”
[사랑해.]
“…나, 나도. 사, 사, 사…아 씹! 못하겠다.”
[흐하하하하.]
“웃지 마. 닭살  올라오네. 아무튼 이따가 봐.”
[오키.]

 끊어진 핸드폰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이제는 완전히 연인 같은 나와 영철이의 관계.
닭살이 좀 심하게 돋긴 했지만 가슴이 간질간질한  묘했다.
예전 여자 친구와 한창 사귀었던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그때 그 기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정을 간직하며 집에 도착한 나는 소파에 늘어져 영철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TV의 채널을 돌리며 이런저런 방송들을 맛보기 얼마나 지났을까?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킨 나는 현관으로 가 퇴근한 영철이를 맞이했다.


“서방 왔다.”
“윽.”


여전히 부끄러운 소리를 하며 품에 안는 영철이를 마주 안아준다.

“쪽. 쪽.”


지난 번 영철이가 속마음을 털어낸 이후로는 더욱 내게 애정을 쏟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예전에는쪽팔린다며 거부했을 행동들을 이제는 얼굴을 찡그릴지언정 잘 받아내 주었으니까.
봐라.
지금도 저렇게 내 입술에 쪽소리가 나게 뽀뽀를 하는 영철이에게 나도 맞뽀뽀를 해주지 않나. 으윽.

“오랜만에 화장한 모습 보니까 좋네.”
“그렇게 좋냐?”
“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슬슬 화장  배울 때 되지 않았어?”
“별로? 얼굴답답하고 주의할 게 너무 많아.”

지금도 상당히 얼굴이 답답했지만 지난번 해외로케때 이후로는 처음 볼 녀석을 위해 일부러 화장을 안 지우고 있었는데 너무 좋아하는  보니 조금 마음이 기울여진다.


“그리고 이 얼굴은 기본 얼굴도 예쁜데 굳이?”
“그건 맞지. 그래도 화장한 모습이 더 예쁘지 않아?”
“그건 그런데……. 읍.”


이제 뽀뽀로는 성이 안 차는지 신발도 대충 벗어던진 영철이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
이제는 능숙하게 내 입으로 침범하는 혀를 마주 감싸주며 받아주는 나.
팔을 영철이의 목에 두르며 한참을 그렇게 체액을 교환하던 나는 곧 엉덩이를 주무르며 자신의 성난 하반신에 내 하반신을 비벼대는 놈의 혀를 살짝 깨물며 입을 떼었다.

“여기까지. 밖에서 칼질하자며.”


살짝 붉어진 얼굴로 립글로즈로 인해 번들거리는 녀석의 입술을 엄지로 훔치며 말하자 영철이가 눈웃음을 지으며 부탁했다.

“원래 운동 후에 먹으면 밥도 맛있는 법이니까 운동 좀 하고 갈까?”
“지금도 충분히 배고픈데.”

영철이의 저 말에 넘어갔다가는 칼질은커녕 집에서 라면도 못 먹을  같았기에 난 붉어진 얼굴을 저으며 거부했다.


“쩝.”


아마도 더 계속 밀어붙였다면 들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적당히 타이르면 포기를 하곤 했다.
불과 얼마 전이었다면 얄짤없이 강제로 꼬챙이 신세가 되었을 것일 테지만 음…아마도 영철이도 내심 불안해서 그랬었던 것 같다. 그 때 이후로 저렇게 고분고분해진 거 보면 말이다.


“잠깐 방에 좀 와볼래?”


핸드백에서 립글로즈를 꺼내 바르다 방에서옷을 갈아입던 영철이가 부르는 소리에 쭐래쭐래 들어가자 녀석은 내  들곤 실실 웃고 있었다. 총 맞았나? 왜 저래?


“갑자기 그건 왜?”
“나도 네 부탁 들어줬으니까  부탁도 들어주라.”
무슨 부탁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상당히 무리한 부탁일 것이라 생각한 내가 바로 답했다.
“싫어.”
“…….”


설마 말도  들어보고 거절을 할 줄은 몰랐는지 말을 잃은 녀석은 다시 꿋꿋하게 말했다.

“알몸에 이것만 입고 먹으러 가주라.”
“…….”

이번엔 내가 말을 잃었다. 뭐라는 겨 미친놈이.

“돌았냐. 내가 바바리맨도 아니고 그런 짓을 왜 해?”


손가락으로 귓가를 뱅뱅 돌리면서 말하자 영철이가 간절한 눈을 해왔다.

“내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해주라. 응?”


아…그러고 보니 녀석의 생일이 얼마  남긴 했다. 하지만…….

“네게 주는 선물이라 하기엔 내 리스크가 너무 큰데.”
“제발! 응? 너도 꼴릴 거 같지 않아?”
“아오. 저걸 그냥.”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는데도 불구하고 당당히 말하며 내 앞에 무릎까지 꿇는 녀석. 하 참…….

“내 소원이야.”


눈만보면 초롱초롱하게 빛나 순수해 보일 정도지만 그 소원의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음흉 그 자체로 보였다.
하지만 뭐…저렇게 까지 저자세로 나오니 한 번쯤은……. 사실 나도 아까부터 나체로 밖을 활보할 생각을 하니 조금 젖어버렸다.
아아. 난 쓰레기는 나구나.

“후우. 좋아.”
“진짜?”
“대신 이번 한 번 만이다?”

내가 팔짱을 끼며 엄중하게 말하자 녀석은 좋다고 고개를 퍼덕인다.
어휴. 내가 녀석의 말에 한숨을 쉬며 입고 있던 옷을 벗으려던  무릎을 꿇고 있던 놈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을잡았다.

“내가 벗길래.”

콧바람까지 뿜으며 무서운 기세로 말하는 녀석의 얼굴을 떨떠름하게쳐다본 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굿.”


내 고개가  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마자 굿을외치며 등 뒤로 돌아오더니 한손으론  가슴을 쓸어내며  손으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었다.

-틱.


한 개의 단추를풀며 가슴을조금 강하게 쥔다.


“아.”
“아파?”

 약한 신음에 자신도 조금 강하게 쥐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조금 걱정을 담아 물어왔지만 무시하며 고개를 돌려 녀석의 입술을 가볍게 훔쳤다.


-틱.

입술만 부딪친 짧은 키스를 받으며 두 번째 단추를 풀은 녀석이 조금 느슨해진 목의 카라를 젖혀 어깨에 마크를 새긴다.

-틱.


세 번째 단추. 네 번째 단추. 이렇게 천천히 푸르며 어차피 하지도 않을 건데도 한껏 무드를 잡으며 마침내  블라우스를 전부 벗겨내었다.

“예뻐.”


마지막으로 브라까지 풀어내더니 몸을 돌려 부끄럽게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예쁘다 말해준다.
애정 어린 칭찬에 부끄러움으로 인해 갈 곳 잃은 눈을 내리깔자 쿡쿡 웃던 녀석이 천천히 고개를 내려 희고 부드러운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말없이계속 가슴을 쓰다듬는 행동에 어색한 기운이 방 안 가득 차오르던 차 무릎을 꿇은 녀석이 입고 있던내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버클을 푸는 모습에 민망했던 내가어깨를 짚어 제지해보았지만내 손에 짧은 키스만 하곤 결국 지퍼를 내렸다.
천천히 내려간 지퍼에 하얀 속옷이 드러나자 코를 묻고 숨을 들이키는 미친…….

“야! 야야야야야야야!”
“후으으읍! 하아아아아-”

소리까지 내며 민망할 정도로 냄새를 맡는 놈의 머리를 밀어봤지만 이제는무릎까지 흘러내린 바지 위로 드러난 내 토실한 엉덩이를  부여잡은 녀석이 그곳에 얼굴을 부벼댔다.


“야…그만좀…나 배고프다고!”


확 달아오른 얼굴로 결국 신경질까지 내며 소리치자 그제서야 이 짐승녀석은 하반신에서 얼굴을 떼었다.

“…….”


어딘지 모르게 불쌍한 얼굴을 해오지만  코웃음 치며 뿔난 눈으로 으르렁댔다.


“쩝. 그래. 가자.”

내 으르렁거림에 핑크빛 가득했던 분위기가 깨진 방.
그 후로는  별 거 없었다.
그저 알몸에 스타킹을 신고 코트를 둘러 밖을 나왔을 뿐.

“나 지금 겁나 변태가 된 기분이야.”
“흐흐. 변태 맞지.”
“…….”

음흉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쪽 팔로 내 어깨를 감싸며 걷는 녀석을 비뚤은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웃음소리와는 달리 너무나 해맑은 모습에 픽 웃음만 나왔다.
하아.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녀석의 말을 잘 듣게 됐을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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