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3화.
‘미쳤지. 내가 진짜 미쳤지. 돌은 거지. 응. 돌은 거야.’
아침부터 심한 자괴감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꺼져! 저리 꺼져버려!”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며 절까지 하는 개노무시키에게 빼액 소리 질렀다.
아 빡쳐!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리기에 잠에서 깼더니 먼저 깬놈이 간밤에 찍힌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카메라를 설치해뒀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는 지난밤의 내 추태를 보며 미소 짓는 금수새키에게 베개를 던졌다.
“영철앙~짐승앙~사랑행~”
징그럽게 콧소리를 내며 지난밤에 했던 소리를 따라하는 금수. 하-
“흐흐. 서큐버스 좋네. 솔직해지고 야해지고.”
“아니라고 이 망할새키야!”
은근슬쩍 내 가슴을 주무르며 말하는 놈에게 버럭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놈은 곧 그 무식하게 센 힘으로 날 눕히며 뽀뽀를 퍼부었다.
“야! 야!”
“어허. 사랑하는 낭군님의 뽀뽀이니 가만히 받거라.”
이 미친놈이.
“미, 미친놈아!”
“큭큭. 아무튼 너무 좋다. 영상으로만 들었는데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팔베개를 시켜준 채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놈이 말했다. 간질거리게 무슨 짓이야?
“귀여운 놈.”
이마에 쪽쪽 거리며 계속 뽀뽀를 한다. 이게 아침부터 왜 이래?
“오늘따라 왜 그려?”
“흐흐. 사랑한다는 말 들으니까 좋아서 그럼.”
“…….”
갑자기 훅 들어오네. 어후. 열난다. 왠지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보는 것이 느껴져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낯 뜨거워 죽겠네.
“배고파?”
“아직? 왜? 배고픔?”
출출한가? 갑자기 배고픈지 물어보는 영철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일단 씻자.”
손을 잡아 일으킨 놈을 따라 욕실로 들어간 우린 간밤에 끈적해진 몸을 씻었다.
은근히 욕실에서 귀찮게 할거 같아 기대를 했……아니, 걱정을 했지만 예상외로 단순히 씻겨주기만 했다.
씻겨주는 것도 조금 부담스럽긴 한데 손짓이 마치 아이를 씻기듯 아주 담백했기에 조금 실망했다.
아니, 나 오늘 왜 이래? 실망은 개뿔! 서큐버스상태도 아닌데 내가 오늘 아주 미쳤는가보다. 얼굴 안 빨개졌겠지?
“아직 배안 고프지?”
“어? 어어. 그러고 보니 여기 조식 일곱시부터였나? 아직 멀었네.”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거울에 비친 시계를 보며 말하자 영철이 어느새 다가와 뒤에서 안았다.
“예쁘네.”
“그지?”
꽃무늬가 알록달록한 쉬폰원피스를 입은 이 몸이 만족스럽다.
청순해보이면서도 화사한 분위기.
여름용 옷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입으니 봄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런 건 찍어야 해!
“사진 찍게?”
“엉. 찍어줄텨?”
“오케이.”
핸드폰을 넘기고 긴 치맛자락을 펼치며 포즈를 취하자 찰칵! 하는 소리가 두 번 들리며 사진이 찍혔다.
“잘 나왔어?”
“어. 나한테도 보낸다?”
“오냐.”
자신에게 보내려고 폰으로 뭔가를 누르던 영철인 다시 내게 넘겼다.
오우. 예뻐. 내가 SNS에 올릴 것을예상했는지 얼굴이 찍힌 것과 입술까지만 찍힌 사진 두 장이 찍혀 있었다.
빨리 올려야징.
“근데 너 옷 안 입어?”
SNS에 올리고 그동안 쌓인 메시지들을 읽으려는 찰나 아직도 전라인 놈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뭐여. 왜 세우고 난리야?
“아침에 운동하면 밥맛이 좋아진데.”
“뭔 쌉소리야?”
“이런 소리지.”
으악!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입술을 내줬다.
“흐음. 으음.”
무섭게 덮쳤던 거와는 달리 부드러운 키스. 양 팔로 가냘픈 허리를 가볍게 안은 채 자신의 혀로 내 혀를 간질이듯 살살 쓰다듬었다.
간만에 하는 가슴이 간질간질한 키스. 최근엔 짐승 같은 키스만 하다 오랜만에 이렇게 부드러운 키스를 하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홀딱 벗고 있는 짐승만 아니라면.
“흣. 곧 스탭들…흣도 아침 먹으러헛 나홀 테헨데…여기서 끄흩내면 안 될까?”
키스를 끝내고 날 화장대에 앉혀 내 계곡을 핥는 짐승에게 말했지만 놈은 내 팬티를 벗겨 던지는 걸로답했다. 아……간지러.
“흐읏. 그, 그만.”
개가 꿀을 핥는 것처럼 혀로 내 아래를 적신 짐승은 곧 치마에서 나와 나를 돌려 세웠다. 치마를 올려 드러난 하얀 엉덩이를 뒤로 잡아당긴 짐승은 그대로 자신의 뜨거운 양물을 내 안에 천천히 밀어넣었다.
“하아아.”
조금씩 살을헤치며 들어오는 뜨겁고 두꺼운 기운에 한숨을 쉬듯 신음을 내었다.
“읏. 너무 좋다.”
“흐음. 읏.”
천천히 앞뒤로 허리짓을 하던 짐승은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기분 좋은 고통이 몰려오자 난 얼굴이 풀어지려 했다.
“아. 아……. 으읏. 아파.”
흘러내려 드러난 어깨를 간지럽게 자근자근 깨무는 짐승에게 아래가 아닌 어깨가 아프다는 핑계로 칭얼거렸지만 짐승은 점점 속도를 높이며 말했다.
“어깨가 아픈 거야? 아니면 아래가?”
“어, 어꺠…….”
“거짓말.”
“아학!”
이미 내가 아래로 고통을 느끼면 좋아한다는 것을 수없이 겪은 경험으로 자세히 알고있던 짐승은 물건 만으로 날 들을 기세로 찔러 올렸다.
어윽. 죽을 거 같은데 좋은 내 몸이 원망스럽다.
“좋아?”
“아파. 으흣. 아파앗.”
“좋아?”
“안…좋아. 안 좋다…구흐윽!”
“자꾸 거짓말 할래? 응?”
이미 알면서 심술을 부리는 짐승에게 나름 애처로운 눈빛으로 돌아봤다.
“어윽. 그런 눈으로 보면 더 꼴리잖아!”
그러나 그런 내 눈을 보고 가학심이 돋았는지 놈은 내 머리카락을 쥐어 당기며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으윽. 흐윽.”
“하하. 거울을 봐. 그 얼굴이 싫어하는 얼굴이야?”
머리가 당겨져 얼굴이 거울을 바라보게 되자 놈의 말대로 저 얼굴은 싫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달뜬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눈에 하트링까지 반짝이는 모습.
완전히 이 상황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아…내 얼굴을 봤더니 가버렸다.
“으윽. 왜 이렇게 조여.”
“앗. 아앗. 아윽.”
가버린 몸을 주체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쓰려지려는 찰나 놈은 나를 들더니 방에 있던 테이블에 나를 뉘였다. 손에 들은 거 폰?
“흐윽. 찍지마아.”
이렇게 섹스 하는 장면을 근접해서 찍은 적이 없어 부끄러웠던 난 손바닥으로 방해를 하려했지만 짐승은 그 큰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 봉했다.
“흐윽. 아…?”
“빨개진 얼굴 귀여워.”
더 이상 가릴 수단이 없어 얼굴만 붉히고 울상을 짓자 놈은 실실 미소 지으며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흐윽. 아으응. 읏.”
“이제 쌀게?”
“응…….”
그래도 평소처럼 미칠 듯이 흔들어대진 않아서 다행이다.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달콤함이기에 내심 평소에도 이렇게 해줬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쌀게. 싼다!”
“응. 으읏!”
평소보다 격하지는 않지만 사정하는 기세는 여전했다. 따끈한 정액이 배 안에 가득 차오르는 묘하고 포근한 느낌.
“아…아앗. 아아윽.”
내 몸은 들어온 정액이 기쁜 듯 언제나처럼 큰 오르가즘을 선사했다. 하아- 따듯해.
“어우. 장난 아니네. 너무 좋다.”
“하아- 하아- 나도…….”
아. 나도 모르게 나온 실수. 저런 말 하면 또 기어오르는데.
“올~이제 제정신일 때도 솔직해졌네?”
역시나 실실 웃으며 놀린다.아 또 얼굴 빨개졌겠네.
“어이구 귀여운 것.”
“으윽. 빨리 비켜. 씻게.”
“잠깐만.”
내 얼굴에 마구잡이로 뽀뽀해대는 영철이를 밀치며 말하니 순순히 비켜주던 놈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에서 막 땅에 디디려던 내 발을 다시 들어 씻지도 않은 하반신에 속옷을 끼웠다.
“흐으읍!”
“오늘은 내 정액 뱃속에 넣은 채로 촬영해.”
내 앞과 뒤를 막는 두 개의 막대기가 달린 속옷을 입힌 놈은 비틀대는 나를 안으며 색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망할 놈이…….
“너 진짜……흐읍.”
한 소리 하려던 내입술을 막으며 옷매무새를 고쳐준 놈은 씨익 웃으며 내 볼을 톡톡 치곤 욕실로 들어갔다.
아 놔. 지는 씻으면서 난 미끌 거리고 찝찝한 채로 있으라고? 아니, 그것보다 지금 앞뒤로 가득 들어차있는 딱딱한 이물감 때문에 불편하다. 이딴 거 그냥 벗어 버리면 되……으악.
“흐읏!”
흉악한 이 속옷을 벗으려다 꼬인 발. 다행히 옆에 침대가 있어바닥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침대로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그 충격에 안으로 파고드는 두 개의 막대기에 신음을 삼켰다.
“어후.”
슬쩍 배를 쓰다듬으며 가버릴 뻔한 하반신을 괜히 내려다보다 방금 전의 조금 좋았던 느낌이 떠올라 욕실을 한 번 쳐다봤다.
으음……잠깐 움직여볼까? 푹신한 침대를 반동삼아 살짝 위아래로 움직여봤다.
으으음. 좋, 좋은데? 마치 남자였을 때자위하는 듯한 기분. 생각해 보니 이 몸으로 변하고 제대로 된 자위도 해 본적이 없던 것같다.
자위는 생각도 못 할정도로 매일 시달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니 나쁘지 않은 기분. 치마를 더럽힐순 없어 갈 듯 말 듯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조금씩 즐겨봤다.
“흣. 흐흡. 흐으. 흣?!”
놈이 들을 새라 소리를 죽이며 즐기다가 순간 가버릴 뻔했지만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어 참았다.
휴. 하마터면 지릴 뻔했다. 만약 지금 가버리고 옷을 적셨으면 망할 놈이 또 두고두고 놀렸겠지.
“용케 안 벗었네?”
“…….”
갑자기 욕실을 나온 녀석을 보고 놀라 몰래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놈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대답하면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 고개를 돌리자 놈은 쿡쿡 웃으며옷을 차려입었다.
“나가자. 아침 먹어야지. 운동했더니 아주 출출하네.”
“으이구. 이 화상아.”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내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놈에게 핀잔을 주었다.
“큭큭. 가자.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지?”
“어. 오전만 촬영. 촬영만 끝나면 내일 출발 전까지 자유시간이래.”
강대표님에게 들었던 일정을 알려주자 고개를 끄덕인 놈은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야. 건들지 마라잉?”
“왜? 갈 거 같아?”
“아 쫌!”
이를 꽉 깨물고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해도 실실 웃는 놈. 어우. 내가 어쩌다가 저런 놈이랑 엮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