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0화. (21/46)



〈 21화 〉20화.

바닥과 하늘이 비치는 하늘 바다. 야자수. 하얀 백사장. 여기저기 보이는 요트들. 와! 이게 바로 해외!

“좋냐?”
“엉.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쩌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을 나와 영철이와 함께 해외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자자! 빨리 촬영 끝내고 휴가나 즐기자구요!”
“예!”

윽. 해외여행 기분도 잠시. 강대표님의 말에 따라 스탭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황은 나도 걸치고 있던 바람막이를 벗어야 한다는 소리지.


“빨리 벗어.”
“알아서 벗을 테니까 저리 꺼져.”

사람들  보는데서 은근슬쩍 엉덩이를 터치하는 놈의 손을 찰싹! 때리고 얼굴을 붉힌 채 바람막이를 벗었다.
그러자 보이는 홀터넥 시스루 모노키니. 지난여름엔영철이가   거지만 이번엔 회사제품이다.
이거 나 혼자 느껴지는 시선은 아니겠지? 근처에서 여행 온 외국인들도 왠지 모르게 나에게 전부 시선을 주는 느낌이다. 이거 자의식과잉 아니지?


“아영씨 멋지네요. 역시 부럽네요. 영철씨.”
“제가 이 맛에 삽니다.”

대표님의 말에 영철이 승리자의 미소를 지며 말하자 대표님은 쿡쿡 웃으며 촬영을개시했다.


“반사판 옆으로 조금  비춰주세요. 네. 오케이. 아영씨자연스럽게 하시면 되요. 야외라고 다를  없으니까 편하게 하세요.”
“네.”


말은 자신 있게 했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반사광을 든 스탭과  화장을 맡고 있는 코디. 그리고 각자 다른 일을 맡고 있는 스탭들이 날 주목하며 보고 있으니 뭔가 부끄럽다. 평소 나와 대표님만 따로 찍어서 부담이 덜 됐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어우…….


“좋아요. 잘하시네. 조금 더 미소-!”

연달아 사진을 찍으며 포즈와 표정을 고쳐주는 대표님. 아, 어쩌다보니 이번 촬영은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 회사 일이고 언더웨어 촬영이 아니라 상관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이미 인터넷에는 내 얼굴이 팔릴 대로 팔린 상태고 말이다.


“이번엔 제 손을 잡고 돌아보면서 미소 지어주세요.”

여자친구와 찍는다는 느낌이라며 촬영은 보는 사람 입장에선 1인칭 느낌이 주일 것이라 그래서 뭔 소린가 했더니 이런 식으로 찍는 건가보다.


“조금  밝은 미소요. 영철씨와 같이 데이트 한다 생각하세요.”
“에엑.”

내가 싫은 표정을 하자 영철이 킥킥 대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응? 왜요? 평소엔 이런 데이트 안 해요?”

대표님이 의문을 가지고 묻자 난 팔을 손으로 쓸며말했다.


“전혀요. 다 그런 닭살적인 짓은 안 해봐서……으으.  피부 보세요. 닭살.”


내가 과장되게 표현하자 대표님과 스탭들이 모두 소리 내어 웃었다.

“잠깐 아영씨 피부 좀 진정시킬 겸 잠깐 쉬었다 갈게요. 이왕 쉬는 김에 스타일도 조금 바꿔보죠.”

펼쳐진 파라솔로 들어간 난 코디누님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이제는 어깨도 넘어서는 머리를 틀어 올려 스프레이와 이것저것 장식으로 꾸미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를 끝내고 화장을 다시 조금 손보던 누님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영씨 피부 진짜 하야네요. 혼혈이라 그런가?”
“제 자랑입니다.”
“진짜 아영씨 꾸미는 맛이 나네요. 완전 도화지야. 화장  해도 예쁜데 내 작품인데도 심장 떨려.”
“큭큭. 진짜요?”


입술에 틴트를 덧바르며 호들갑을 떨며 칭찬하자 코가 솟는 기분이다.

“얘 칭찬해주지 마요. 칭찬해 주면 끝도 없이 지가  난줄 알아요.”


 얼굴에 금칠해주는 코디누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을 때 영철이 다가와서 툭 내뱉었다. 이놈이?


“야. 사실은 사실이지. 그죠? 언니?”

이제는  입에서 언니란 말이 술술 나온다. 윽.

“그럼요. 자~완성.”

메이크업박스를 정리하며 내게 맞장구치는 코디누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영철이에게 승자의 미소를 짓고 다시 촬영을 위해 움직였다.
대표님의 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에 조금 난감했지만 이 땡볕에 놀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스탭들의 모습을 생각해서 최대한 주문대로 행해봤다.
물가에서 물장난 하는 모습, 파라솔 그늘에서 자는 모습, 하트모양의 빨대로 음료를 같이 나눠 마시는 모습 등 여러 가지를 찍었다.
 평생이렇게 카메라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 된 적은 없었을 듯. 이제 주욱 찍다보니 슬슬 적응이 되는 것 같다.
대표님 입에서도 연신 좋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사실 이런데 소질 있던 건가?


“촬영 끝!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해변에 누워 입술을 깨물며윙크를 하는 표정으로 팔을 카메라, 그러니까 남자친구에게 뻗는 포즈를 마지막으로 촬영이 끝났다. 근데 오늘 잘 찍힌 거 맞아?


“고생하셨습니다!”

스탭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나는 대표님께 다가갔다.


“고생하셨어요. 대표님.”
“뭘요. 아, 오늘 찍은 샷들 확인 해 보실래요?”
“네.”

언제 왔는지 영철이 슬쩍 다가와 대답했다. 커흠. 지금까지 사진이라 해봐야 몸만 찍은 사진밖에 없어 온갖 예쁜 척 하면서 찍은  같이 보기엔 좀 그런데…….

“오. 너 생각보다 잘 찍혔다?”
“그, 그래?”

보기 조금 두려웠지만 영철의 말에 용기를 가지고 확인 해 봤다. 호오.막상 보니 나라는 생각보다는 잘 찍힌 그라비아사진을 보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표정  나왔네. 역시 찍는 사람에 따라 다른가봐.


“제 생각엔 아영씨 이런 쪽에 소질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스튜디오 초기에는 표정이 조금 어색한 점 많았는데 어차피 얼굴은 안 찍히는 사진들이라 신경 안 썼어요.
그런데 촬영 한지 얼마 안 됐는데도 표정이 금방 자연스럽게 변하더라고요. 그동안 표정 못 담아서 아쉬웠는데 이런 기회 생겨서 전  좋네요.”

대표님이 사람 좋은 미소로 칭찬을 했다. 그, 그런가? 그래도 찍어주는 사람이 잘 찍어줘야지.

“칭찬 감사하지만 역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같아요. 초짜 데리고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쿡쿡. 됐어요. 자자! 모두 내일 촬영 전까지는 자유시간 가지죠! 해산!”
“예!”

스탭들은 환호를 지르며 짐을 정리했다. 나도 발만 좀 적셔볼까?

“대표님. 저 수영복 제가 따로 사도될까요?”
“아영씨 드리게요?”
“네.”
“하하. 어차피  어울려서 드리려고 했어요.”

내가 다시 바람막이를 걸치고 해변으로 걸어가려  때 두 남자는 내가 입은 수영복을 가지고 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딜을 마친 영철은 눈을 빛내더니 나를 바라봤다.

“야! 오면 죽는다?!”

지난여름 때가 생각나 서둘러 위협을 했지만 놈은 그걸 무시하고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악!


“꺅! 이거  놔?!”


서둘러 도망가 봤지만 놈은 금세 따라잡아 달리던 속도 그대로 어깨로 날 들쳐 매고 바다로 달려갔다. 무, 무식한 놈!

“꺄아아악!”

그리고 냅다 바다로 던져졌다. 어푸! 그리고 그런 날 보며 스탭과 대표님은 신나게 웃어재꼈다. 으억. 코로 물이.


“사, 살려줘!”
“고시레~”
“꺄-악!”


그렇게 바다를 즐길 새도 없이 녹초가  정도로 놀다가 스탭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배부르다.


“좋냐.”
“엉.”


침대에 누워 배부른 고양이마냥 배를 두드리고 있자 영철이 피식 웃으며  옆에 앉았다.


“그래그래.  더 쓰다듬어봐.”


내 배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좋아 눈을 감으며 더 하라고 말했다.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킥킥대는 소리와 함께 배를 쓰다듬는 손길.
배를 따듯하게 감싸는 손길이 아주 좋다. 이게 바로 엄마 손은 약손 같은 느낌인가?


“야. 배만 만져라잉?”

이노무자슥이 가만히 있으니 쓰다듬으란 배는 안 쓰다듬고 아주 내 몸을  아래로 일주를 한다.

“큭큭. 자게?”
“엉. 배부르니까 졸린다.”

배도 부르고 아까 사진도찍고 신나게 놀아서 그런 가 눈이 계속 감긴다. 졸려죽겠네.

“그래. 자라.  조금 이따가 대표님이랑 한 잔 때리러 간다.”
“옹야.”

간단하게 답변을 해주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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