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3화. (14/46)



〈 14화 〉13화.

시원한 파도소리를 자명종 삼아 깨어난 아침.단단히 껴안은 영철이의 팔을 조심히 풀고 일어나 세면도구를 꺼냈다.


‘윽……끈적거려.’

허벅지에 잔뜩 묻은 지난밤의 흔적을 물티슈로 대충 닦아내고 서둘러 옷을 입고 텐트를 나와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여행온 다른 손님들도 지난밤에 늦게까지 놀았는지고요한 게스트하우스를 들어가 욕실로들어간 난 이빨도 닦고, 머리도 감고, 몸에 비누칠도 하다 최종적으로 미끌거리는 아래부위를 열심히 닦았다.
신음을 참으며 안쪽도 간신히 씻어내고 나와 시계를 보자 이제야 작은바늘이 7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산책이나 좀 할까?”


지현이를 만나려면 두 시간이 비었기에 할 일이 없던 난 세면도구를 넣고 핸드폰을 챙겨 아침바다를 걸었다.
쏴아아 하는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기분 좋은 바람을 맞고 있자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일어난 사람도 적어 고요한 아침바다를 걷기를 잠시. 갑자기 뒤에서 왁!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까, 깜짝이야.”
“아하하핫. 언니.  잤어?”
“어. 일찍 일어났네?”


친근하게 달라붙어 오는 지현이를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건네자 지현이는 잠시 씨익 웃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왕 만난 김에 지금 말할게. 이거 언니 맞지?”

지현이 미소 지으며 내밀은 핸드폰엔 핥짝넷에 올린 내 사진들이 있었다. 그것도 어제 수영복을 입고 영철과 함께 찍었던 사진. 으잉?

“…….”


이런 일은 전혀 예상 못했던 나였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아마도 지금 내 동공은 지진이 나듯 떨고 있을 것.


“후후. 귀여워. 하아-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그때 잠깐 보고 찾을 수 없어서 실망했는데 어제 처음 보고 설마설마 했거든. 그런데 어제 입은 수영복 사진 업로드 후에 확신했지.”


굳어있는 몸을 안아 쓰다듬으며 무섭게 중얼대는 지현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다급히 물었다.

“너, 너너너너너! 이런 거 들어가면 안 돼!”
“푸훗. 언니. 정작 자기는 사진을 올리면서 나보고 안 된다고? 너무 귀엽네.”

내가 생각해도 말이  되는 것을 느끼자 얼굴을 붉히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자 지현이는 계속 안겨있는 상태로 끈적이는 손길로  가슴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히익!”


영철과는 달리 자그마한 손으로 살짝 움켜쥐는 지현의 손길에 놀란 신음을 내뱉는 나에게 그녀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목소리야. 영상에서 매일 듣던 그 목소리. 귀엽고 섹시한  목소리야.”

무언가 위험한 눈빛으로 이제 침까지 흘릴 기세의 지현을 다급히 떼어 놓으며 말했다.


“너 누구야? 원래 나 알아?”
“쿡쿡. 매일매일 언니에게 개인메시지 보낸 사람.”

매일매일? 매일매일 이면  사람밖에 없다.


“네가 하악하악여신님이라고?”
“응. 풋. 직접 들으니 뭔가 웃기네.”


아니 그 사람은 남자 아니었나?! 분명  영상은 남자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던 영상인데?


“네가 올렸던 글 남자였는데?”
“아……그건 내 남자친구.”
“뭐어?!”

터무니없는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말하자 지현은 이어서 말했다.


“아니~사실 나도 핥짝넷 유저라서 화장실 플레이 중인데 옆에서 너무 끝내주는 신음이 들리더라고, 그래서 신나게 한 발 빼드렸지. 그거 영상에 손이 내 손이었어. 우리 오빠 대딸 해 주고 있었거든.”

민망하게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모션에보는 내가 다 부끄러워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자 쿡쿡 웃으며 내 엉덩이를 토닥이는 지현이 잔망스럽다.


“어구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대담한 사진이랑 영상들을 올렸을까?”

아주 내가 고개를들지 못 하게 하는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말로만듣던 치녀가 여기 있어요! 여러분!

“걱정 마. 우리 오빠는 핥짝넷  하니까.”
‘너는 그럼 네 남자 친구 몰래 남들에게그걸 자랑한 거니? 응?’

왠지 멋진 외모로 매번 꽃잎을 날리던경찬이 불쌍해졌다.

“안심해. 아무한테도  알릴 테니까. 단, 앞으로 내 연락은 꼭 받고. 나랑 자주 연락할 것. 딱히 안 지켜도 상관은 없는데 안 지키면 내 손이 어머나~ 미끄러졌네? 하면서 언니 맨얼굴이 올라갈지도?”
“…….”


뭔가 얀데레스러운 얼굴로 내게 속삭이는 지현의 말에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쿡쿡. 아, 영철오빠한테 말해도 상관없어. 음……왠지 오빠라면 더 좋아할  같은데?”

골-든 정답. 분명 그 도라이는 더욱 신나할 것이 뻔했다. 수치심 따위 없는 그 남자.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언니.”

마지막까지 요염한 미소를지으며 떠나는 그녀. 반할  같다. 아, 아니지! 정신을 차리자며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 소리 나게 내려친  긴급회의를 위해 텐트로 향했다.


-부우웅.


서둘러 텐트로 향하려던 때 울리는 진동. 이제는 핸드폰을 보기가 두렵다.

[아, 어제 사랑 나누는 소리. 잘 먹었습니다.]

이미 다 알아챘다는 지현의 초코톡 메시지에 이마를 탁! 하고 치며 한탄했다. 아오! 이 짐승새끼를 그냥!

“어? 산책하다 왔어?”

씩씩대며 텐트 앞에 도착하자 씻고 왔는지 사람 좋은 미소로 맞이하는 영철. 아니,발정난 짐승의 귀를 잡으며 텐트 안으로 끌고 갔다.

“야! 아아아아아! 아퍼!”
“엄살 부리지 말고. 큰일 났어.”
“아오. 개아프네. 갑자기 뭔데?”

귀를 부비며 찡그린 얼굴로 말하는 영철에게 조심히 속삭였다.


“네 후배 지현이.”
“지현이가 왜.”
“걔도 핥짝넷 유저더라.”
“헐.”

이건 녀석도 의외였는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내 정체도 알더라. 네가 어제 올린 수영복 사진 때문에.”
“와. 이런 우연이…….”
“거기에 우리 지난 극장화장실영상. 옆에서 소리녹음하면서 자위영상 올렸던 사람이 지현이란다. 아니, 자위가 아니라 대딸이지.”

관자놀이를 짚으며 탄식하듯 내뱉은 말에 영철이 웃으며 말했다.


“푸핫. 그러면 그 고추가 경찬이 거였다고?”
“그래. 거기다 경찬인 핥짝넷 유저 아니래.”
“푸하하하하핫!”

아예 드러누워 배를 잡고 폭소하는 영철. 역시 친구의 부끄러움은 자신의 즐거움인가 보다.


“아이고- 개웃기네. 푸하하. 평소엔 온갖 후까시 잡고 돌아다니던 놈이 여친한테 젖소마냥 쥐어 짜이고 다니네. 으허허허허.”
“그만  쳐 웃고. 앞으로 어쩔 건데?”

아직도 웃음을멈추지 못하는 놈을 찰싹찰싹 때리며 재촉하자 그는 간신히 웃음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흐으- 크흠흠. 어우. 웃음이 안 멈추네. 어쩌긴 뭘 어째. 별다른 협박 없으면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되지. 뭐, 폭로라도 하겠데?”
“아니……그건 아닌데. 뭔가 좀 위험하게 들러붙어서.”
“뭘?”
“아니이- 아까 아침에 만났는데  얘기를 하면서 막  엉덩이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들이대서 좀 부담스러웠거든.”

물론 나야 좋았지만 뭔가 위험한 향기가 폴폴 풍겼기에 마음은 오예였지만 머리는 노를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넌 싫었어?”
“아아니이이~ 싫지는 않았는데.”
“좋았구만.”
“커흠. 흠. 오랜만에 몰랑몰랑한여체를 느끼니까 정신 못 차리겠더라.”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게 말하자 내 어깨를 두드렸다.

“즐겨 그냥. 뭐, 어때? 이참에 여자 애인 정도 만들어두면 좋지.”
“그거 NTR아니냐? 경찬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동성은 세이프다.”
“…….”


뭔가 납득 되면서도 되지 않는 이상한 논리에 한숨을 쉬었다.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불에 드러누웠다. 아무 생각 없이 드러누웠는데 갑자기 강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윽.


“정액냄새.”
“큭큭. 빨리 일어나. 이불 넣게.”

코를 막으며 눈을 찌푸리자 영철인 낄낄대며 날 일으켰다.

“설정에 정액냄새는 페로몬으로 느껴지게 안 만들었나봐?”
“…….”
“…어?”

붉어지는 얼굴을 황급히가리며 허둥지둥 텐트를 나왔다. 망할…아래가 좀 젖었다.


“푸하하하하하!”


텐트에서 신나게 웃어재끼는 도라이를 뒤로하고 아침준비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아오  망할 놈. 생각 같아선 으아아악! 하며 있는 힘껏 소리 질러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분을 가라앉혔다.

“어? 아침 만들어?”

별 생각 없이 들어간 부엌엔 이미 경찬이 요리중이었다. 생각도 못한 요리를 하는 경찬의 의외인 모습에 살짝 놀라 말했다.

“어. 우리 지현이한테 오랜만에 아침 좀 만들어 줄 겸 어제의 보답?”


여전히 꽃잎을 흩뿌리며 말하는 경찬. 아아……어제 널 꺼림칙하게 생각해서 미안. 흑흑 불쌍한 놈. 알고 보니 그저 폼생폼사였구나. 흑흑. 젖소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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