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3화.
격렬했던 첫날밤 이후로 몇 주가 지난 오늘. 그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여성용 의류와 속옷을 잔뜩 선물 받았다. 누구한테? 짐승새끼한테.
그날 너무 미안했다며 매일 집에 들릴 때마다 옷과 속옷을 가지고 온다. 문제는 미안했다고 말하는 놈이 매일 미안한 짓을 하는 것이 문제.
물론 목숨이 달린 일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그동안 동정으로 살아 온 것을 폭발이라도 시키는지 매일 죽어나가는 것은 나였기에 삭신이 안 쑤시는 날이 없었다.
거기에 피임을 위해 경구 피임약과 첫날밤 이후 미칠 듯한 쪽팔림을 무릎 쓰고 생전 처음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아 쓰고 남은 사후피임약이 구비되어 있었고, 거기에 콘돔까지 잔뜩…….
‘아이구 두야. 콘돔을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쓰임 당하는 입장이라니…….’
점점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아 한숨이 푹푹 나온다. 참,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여자로 변한 다음 날 내게 택배가 하나 왔었다. 택배의 물품은 내가 새롭게 지낼 수 있도록 바뀐 내 신분증과 이것저것.
이렇게 되자 이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또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궁금해 미칠 정도였지만 내가 뭔가를 알아낼 방법은 전무. 이제까지 평범했던 소시민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냥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생각해서 뭘 허냐. 게시글 반응이나 좀 볼까.”
점점 어두워지는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한 웹사이트를 들어갔다.
[핥짝넷]
성인들을 위한 웹사이트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주소를 알 수 없는 곳이다. 주소를 자주 옮겨 다니며 법망을 피해가는 이곳은 야설과 야사, 짧은 야동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올리는 게시글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개쩐다
-보정 아닐까? 핑두 지리네
-보정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떰?
-오늘 이걸로 한 발 뽑는다
-제발 쪽지 확인 좀 해주세요!
‘그래. 우민들아 이 몸을 더 찬양해라! 으하하하하!’
끝도 없는 찬양. 크~이 몸의 커스텀 능력이란……. 댓글 따라 쪽지함도 미어터질 정도로 가득가득. 이제까지 우울했던 감정들이 날아간다.
‘쯔아식들. 서비스로 오늘은 대출혈 서비스다!’
우민들의 엄청난 환호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상체뿐만 아니라 아래까지 공개된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운영진도 날 우대하는지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고 답글도 아직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베스트글로 올려주었다.
“흐음……영상도 한 번 찍어 봐?”
점점 대담해지는 생각. 이제는 내 몸 같지가 않다보니 자괴감도 덜 느껴진다. 게다가 얼굴도 안 보여서 누가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어쩔거여? 라고 생각했던 적이 저한테도 있었습니다.
“아주 신이 났네 신이 났어.”
짐승.
그러니까 내 친구인 영철이의 말대로 나는 신이 나서 친구 놈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알몸인 채 이런 저런 포즈로 잔뜩 사진을 찍어 업로드 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내 집이 아니었지…….’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며 자기가 사는 오피스텔로 강제 이사시켰던 것을 잊고 전에 살던 집과는 달리 고오급 설계덕인지 방문을 닫으면 끝내주는 방음효과로 놈이 들어오는지도 모른 채 촬영을 하다가 민망한 자세로 들켜버렸다.
“근데 반응 좋냐?”
“어, 어? 어. 좋음. 개쩜”
내가 민망한 표정으로 영철의 눈치를 보고 있자 녀석은 곧 씨익 웃더니 물었고, 난 사이트에 접속해 댓글을 보여줬다.
“흐음……반응 장난 아니네.”
“그지? 나 요즘 여기 여신 됨.”
어느새 콧대가 높아지며 자랑하자 놈은 픽 웃더니 말했다.
“나르시스트냐?”
나르시스트라니! 엄연히 최애캐를 사랑하는 중이란다.
“어허! 나르시스트하고는 다르지. 지금은 내가 쓰는 몸뚱이지만 어쨌든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몸이라고.”
“그리고 남자한테 좋은 설정을 다 때려 박은 결과 나에게 매일 당하는 중이지.”
“…….”
슬며시 껴안으며 말하는 놈의 말에 얼굴만 붉히며 마주 안을 뿐인 나. 분명 이것은 포옹을 좋아하며 은근한 어리광쟁이란 설정 탓이라 생각한다. 진짜다!
“사이트 댓글 은근히 재밌네. 왠지 내 여자 자랑하는 것 같고.”
“네, 네 여자라니?! 뭔 개소리야?!”
이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그럼?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안긴 적 있음? 아니면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잘 수 있을 거 같음?”
“그건 아니긴 한데…….”
“그럼 내 여자 맞지. 요즘 집 청소도 네가 하고 밥도 네가 차려주고 이 정도면 사실혼 관계 아닌가?”
“그건 내가 집세대신 해 주는 거지! 미안해서!”
뜬금없는 사실혼 드립에 기겁을 하며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마구 두들겨 팼다.
“아, 아프다 야.”
“그럼아프라고 때리지시원하라고 때리냐? 밥이나 먹어!”
엄살을 부리는 녀석의등짝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린 후 부엌으로 가며 말했고, 반찬과 밥을 담기 위해 싱크대에서 그릇들을 꺼내려던 난 순간 뒤에서 바짝 붙어 끌어안는 녀석에게 신경질을 냈다.
“야! 위험하잖어!”
“밥보다 지금 네가 더 고프다.”
“미친놈. 너 그동안 여자 없이 어떻게 지낸 거냐 진짜?”
“몰라. 그동안 못 했던 만큼 지금 폭발하는 듯. 후우웁. 하아-향 좋다.”
어리광을 부리듯 목에 얼굴을 묻고 잔뜩 향을 맡아대는 덕에 소름이 돋은 나는 몸을 비틀었다.
“흐읏. 야, 소름 돋아.”
“가만 있어봐.”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입술. 으아아악! 소오르으으음! 이 놈은 내가 얼마 전까지 남자였던 것을 기억도 못하는지 이런 식으로 매일 여자한테나 할 법한 행동을 해대는 통에 느끼해죽겠다.
“소오름.”
“쿡쿡.”
낮은 소리로 웃던 녀석은 곧 본격적으로 날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읏. 하아…….”
팔로 단단히 받치며 아래에서 위로 쥐어짜듯 가슴을 만지는 손길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온 나는 순간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찬 공기에 살짝 떨었다.
“넣는다.”
“넣던…잠깐, 콘돔은? 으윽!”
제지하려던 순간 두꺼운 생물체가 아래쪽을 단번에 꿰뚫었다.
첫날밤 이후로 계속 해왔던 놈이기에 오랜만에 막 없이 생으로 뜨겁게 느껴지는 물건은 그동안 조금씩 적응하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생이던 콘돔이던 여전히 느껴지는 약간의 고통은 여전히 낯설었다.
“아직도 아파?”
“조금……. 아무래도 설정때문인 윽, 같다.”
“너도 은근 사디즘 기질이 있었네.”
“후우……처음과 같은 느낌이란 설정이 처음과 같은몸 상태로 만드는 것인 줄은 몰랐지. 으으……처녀막도 재생됐으면 거지같았을 듯.”
“큭큭. 읏. 덕분에 나만 좋은 일 하네.”
“그러게……흐읏!”
처음과는 달리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조금씩 말도 하면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리드하는 녀석을 보자 뭔가 마음이 심란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녀석이 날 돌려세우더니 팔로 다리를 지탱하고 동그란 내 엉덩이를 잡고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흐으으으으읍!”
“오……기분 개 좋다.”
뒤나 누워서 하던 것과 달리 더욱 깊은 곳까지 닿는 것도 모자라 문을 열고 뚫을 것 같은 느낌에 큰 신음을 흘리며 목을 힘껏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허윽. 헥. 흑. 윽. 주, 죽을 것 같아. 흐으윽. 내, 내려줘윽.”
“후욱, 후우-”
내 요구에도 말없이 호흡만 거칠어지자 이내 체념했다. 저렇게 말을 해도 무시할 때는 이미 날 잔뜩 괴롭히겠다는 뜻이고 난 그저 내 몸이 무사히 견디기를 기도할 뿐.
-철-썩-철-썩-
“흐응. 흑!”
-철썩-철썩-
“으으윽! 큿!”
처음엔 배려를 한 것인지 천천히 내 하반신을 앞뒤로 움직이던 놈은 계곡 아래에서 흘러나온 물이 뜨거운 기둥을 타고 내려가자 점차 움직임을 빨리했다.
‘오늘도 죽겠구나…….’
점점 빨라지는 속도.
처음엔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텀을 두고 들리더니 이제는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찔러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만큼 나는 정신줄을 놓기 직전.
“아흐흑. 아아아윽! 하으으윽!”
“후우 후우!”
"흐윽. 아, 안 무겁냐?”
“내가 이 정도로 지칠 거 같아? 후우! 이 근육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 그래도오-으으윽.”
근육 많은 거랑 오랫동안 사람을 들어서 움직이는 건 다르지! 아무리 근육이 많고 힘이 좋아도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하면 크게 힘들기 마련이다. 거기에 이 몸이 못해도 50키로 언저리는 될 텐데.
“하아! 핫! 이제 쌀게.”
“바, 밖에. 알지? 응? 에흑.”
“요즘 피임약 먹지 않아?”
“그래도…윽, 콘돔이 하윽. 안전하앗! 잖앗! 요즘 콘돔 잘 쓰더니 왜 흐윽, 또 안 쓴거으흑 야!”
“오랜만에 생으로 하니까 너무 좋다.”
그건 인정한다. 남자였을 적 생이 좋긴 좋았지. 근데 생으로 하는 거랑 밖에 싸는 거랑은 다르잖냐!
“흐윽. 흑!”
“너도 남자였으면 알지 않아? 생으로 안에 쌀 때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아는데, 그, 그래도오……응? 제발…….”
-울컥! 울컥!
“히이이잇! 뜨, 뜨것! 너, 설마?”
“후우…….”
예고 없이 잔뜩 안에 부어지는 파정의 기운에 나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녀석을 힘껏 끌어안았고
“오오. 조인다. 으읏.”
“흐으으윽.”
질내사정은 무섭지만 설정으로 인해 남자의 파정을 몸에 받아들일 경우 반드시 가버리게 되어있는 육체를 원망하며 입술을 깨물곤 오래도록 퍼지는 그 이상하고 좋은 기분에 취했다.
“하아…하아…….”
“아-오랜만에 진짜 기분 좋았다.”
지쳤는지 날 안은 채 소파에 앉은 짐승은 지쳐서 눈이 풀린 내 얼굴을 돌려 입을 맞추었다.
“으음…….”
아……이러면 안 되는데 정사 후에 따듯한 포옹과 함께 하는 키스는 너무 기분이 좋다. 마치 치유되는 기분. 야한 손짓이 아니라 그저 어루만지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해주는 키스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안심하게 한다.
“밥 먹을래?”
“으응. 조금만 이대로.”
“쿡쿡. 그래.”
마치 아이가 된 기분에 녀석의 목을 더욱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