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2화.
“형님 왔다! 문 열어!”
한창 좋을 때 등장한 얼마 없는 친구. 평소엔 반갑지만 지금은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친구의 방문에 날 누구로 소개해야 될지 모르는 건 둘째 치고 지금 내 꼬라지가 오해사기 좋은 상태라 그저 조용히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초인종 소리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반응이 없자 조용해진 문.
난 다행이라는 생각에 크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을 부여잡은 나는 초코톡에 쓰여 있는 글을 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아직 알바 안 끝났냐? 나 집에 들어가 있는다
‘오 마이 갓!’
초코톡 내용을 확인하자 들리는 문소리에 나는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해 이불로 몸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M자 다리를 오래하고 있었던 탓인지 다리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간 난 바닥에 철푸덕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열린 문.
“어…….”
“아…….”
갑자기 몰려오는 자괴감에 내 얼굴은빠르게 붉어졌고, 왜인지 모르지만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 울지 마세요!”
“나가!”
빼액 소리 지르는 내 모습에 친구는 허둥대며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갔고 나는 이불을 둘러싼 채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잠시 후. 나는 쇠뿔도 단번에 뽑으라는 옛 선조들의 가르침을 떠올려 친구를 불러 설명하기 시작했다.
“…….”
“…….”
뭔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횡설수설하며 설명하긴 했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놈의 얼굴을 보면 잘 전달이 되지 않았나보다.
“그 말을 믿으라고요?”
“나라도 당연히 안 믿겨지겠지만 믿어주라.”
“하.”
눈치를 보며 말하자 기가 차다는 듯 삐딱한 눈빛을 보내오는 놈. 한참을 시비 걸 듯 꼬나보는 녀석의 눈빛에 괜히 찔리는 것도 없으면서 슬쩍 눈을 피했다.
“좋아. 우리 부모님 성함은?”
“어? 아, 양 정자 훈자님이랑 임 영자 주자 되시지.”
“…내 첫사랑은?”
“대학교 동기였던 박정아.”
“내 첫 경험은?”
“너 동정이잖아.”
“미친, 야! 봤어?! 봤냐고!”
갑자기 쏟아진 질문세례에 난 하나하나 팩트로 대답했고, 녀석은 갑자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에 광분했다.
“미친 새끼야! 니 비위 약해서 2D랑만 섹스할 거라며!”
“오. 정답. 진짜 영재 맞나보네.”
“돌은 새끼.”
당장이라도 내 멱살을 잡고 패대기칠 것처럼 굴었던 놈이 놀랍다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근데 진짜 맞아?”
“미친놈아 좀 믿어라.”
“아니 너도그랬잖아. 너라도 안 믿겨지겠다고.”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런 거 있잖은가? 만화 같은 데에서 뭘 말해도 주변 인물은 쉽사리 믿지 않아서 발암 걸리는 전개. 지금 내 처지가 딱 그거.
“뭐, 일단 믿는다.”
“일단이 아니라 그냥 믿어라 새끼야.”
내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에 몸을 뉘인 녀석은 주먹으로 고개를 괸 채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뭐, 왜. 뭐.”
“그냥. 지금 보니 장난 아니게 예뻐서.”
“흐흐. 쯔아식. 어때. 이 엉님의 솜씨가.”
녀석의 감탄어린 눈빛에 난 팔짱을 끼곤 한껏 콧대가 높아진 표정을 지었다. 크~콧대가 하늘을 찌르것소.
“솜씨가 좋으면 뭘 하냐. 그래봐야 니 몸인데.”
“……닥쳐.”
팩트가 가슴을 쑤신다.
“그나저나 진짜 이런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일이일어났네.”
“그러게나 말이다.”
놈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투로 말하자 나는 팔짱을 낀 채 침대에 몸을 뉘며 내뱉듯 말했다.
“그런데 너 그 캐릭터설정 한 것 기억나?”
“그거? 음……용변 안 보기, 몸에서 과일향, 그리고 가사에 관련 된 특기랑……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다 야.”
“흐음……그 중에서 확인 된 거는?”
확인 된 거? 음……아까 성감은 확인 된 거 같지만, 그건 넘기고.
“글세? 아, 나 오늘 화장실 한 번도 안 가봄.”
“호오.”
“미친 새끼. 징그러우니까 그런 표정으로 보지마라.”
“흐흐.”
또라이새끼.
어쨌든 고비 하나는 넘겼다.
친구에게 고백하기.
뭐, 그냥 모르는 사이처럼 잠적해 버릴 수도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내가 진심으로 의지할 데라곤 저 놈밖에 없어 어찌 고백은 했다만……나 너무 인간관계 협소한 거 아냐?
“근데 뭐 위험한설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
“위험한 거?”
“예를 들어 자박꼼?”
“……아.”
“…….”
아니 그냥 게임일 뿐이지 않은가? 당연히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겠냐고! 게다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좆됐다.”
“왜. 또 불안하게스리.”
“생각해보니까 설정대로라면 나 하루라도 섹스 안 할 경우 죽어.”
“풉! 콜록! 콜록!”
캔맥주를 따서 마시던 녀석은 내 말에 성대하게 코로 맥주를 뿜으며 기침을 해댔다.
“미친놈아! 왜 그딴 설정을 붙여?!”
“아니, 그건 내가 붙인 설정이 아니고……그, 예전에 프로젝트 엎어지기 전에 있던 게임 설정에서 봤던 거야. 작년 일이라 나도 이제야 기억 난 건데…….”
그때 문구가 아마 [매일 매일 사랑으로 자신만의 애완인간을 키워보세요. 단! 실시간으로 하루라도 섹스를 빼먹을 시 캐릭터는 사망사태에 이르며 새로 만들어 키워야 합니다.]였던가?
“설마 그건 적용 안 되겠지?”
“…….”
“나 이대로 죽는 거야?”
녀석의 진지한 눈빛에 덜컥 겁이 난 나는 또 안구에 습기가 스멀스멀 차기 시작했다. 왠지 이 몸이 되고 습기가 많아진 것 같다.
“야, 울지마.”
“흐끅.”
“스물셋이나 처먹고 울긴 왜 우냐. 군대도 갔다 온 새끼가.”
“흑. 쓰벌. 지금 생각하니 개 억울하네. 차라리 군대 가기 전에 변하던가.”
“미친놈.”
점차 차오르던 습기는 또르륵 내 눈을 벗어나 중력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으헝. 점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주륵주륵 눈물이 떨어지자 녀석은 징그럽게도 날안아주며 토닥였다.
“으헝. 징그럽게 왜 이래.”
“……하자.”
“뭘.”
“섹스.”
놈의 말에 갑자기 뻣뻣해지는 몸. 난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다.
“미친놈아 뭐라고?”
“섹스 하자고.”
“차라리 죽을란다.”
“죽기 싫어서 우는 거 아니냐?”
“…….”
물론 죽기는 싫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다.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이었으면 모를까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놈인데다가 이놈은 결정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너 현실 여자랑 섹스 못 하잖아. 발기도 안 된다며.”
그랬다.
녀석은 임포.
자기 말로는 가상의 여캐엔 발기탱천 한다는데 실제 여자와 본방에 들어가면 안 선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가상의 여캐나 실제 여자나 똑같을 거 같았지만.
“괜찮을 거 같아.”
“괜찮긴 개뿔. 여자와도 안 됐던 놈이 어제까지만 해도 남자였던 나랑 될 거 같음?”
“자.”
애쓰지 말라는 뜻으로 말하자 녀석은 갑자기 내 손을 집어 자신의 중심부로 가져갔다.
“?!”
“됐지?”
‘미, 미친! 왠 야구 방망이를 바지에 숨기고 있냐!’
전혀 경험하지 못 했던 미지의 생물체에 난 기겁하며 손을 떼었다.
“야! 이거 왜 이럼?!”
“아무래도 너랑 나랑 이상향이 겹치는 게 많아서 그런갑다.”
아……생각해보니 그랬다. 이놈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쩌다보니 모니터속 여자를 동경하던 녀석이었지…….
“그리고 내 생각엔 내가 발기부전인 이유가 체향 때문이라고 생각해. 향수나 샴푸, 이런 걸로 가릴 수 없는 사람들 특유의 냄새가 나는조금 역하게 느껴지거든.”
“헐. 그러면 땀 냄새 많이 나는 여름엔 어찌 지냈냐?”
“일상은 문제없었음. 근데 지금과 같은 요상한 분위기에선 발기탱천하던 분신이 순식간에 수그러들더라.”
뭔가 결벽증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증세네.
“뭐, 지금 당장 시도해 보면 알겠지.”
“야. 갑자기 내가 안 괜찮은 것 같아.”
“걱정 마. 부드럽게 해줄게.”
“미친놈아 부드럽긴 뭘……우읍!”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내 입술을 집어 삼킬 듯 덥친 녀석의 입술 덕에 난 패닉에 빠져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자, 잠…우읍. 까흐윽!”
듣기에도 민망한 츄르릅 거리는 소리에 난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얼굴이 아주 홧홧했거든.
거기에 어느새 침대에 눕혀진 내 몸을 이곳저곳 더듬는 손에 소오름이 끼쳤다.
“흐으으으읏!”
“민감하네?”
“미, 미친놈아. 그만 안 둬?”
“못 그만 둘 거 같음. 너는 못 느끼겠지만 지금 네 침 겁나 달다.”
-화끈
녀석의 갑작스런 말에 이제 얼굴이 홧홧한 정도가 아니라 용광로같이 달아오른 것 같았다.
“야, 야. 너 남자였던 내 모습 잘 생각해봐!”
“……지금은 아니니까 상관없어. 유명한 말 있잖아?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떠리. 맛만 좋으면 되는 것을. 두 글자로는 가능.”
‘미친놈아!’
이러다간 진짜 큰일 나겠다 싶어 서둘러 발로 배를 차려던 순간.
“하으으으으윽!”
놈의 손가락이 내 계곡 사이를 밀고 들어왔다.
“오. 반응 좋은데? 망가 보는 줄. 그리고 왜 이렇게 미끌 거려? 이게 바로 머리로는 싫지만 몸은 좋은 그런 상태인가? 물 넘치겠다 야.”
“빠, 빨리 손 안 빼에윽?! 아, 아파앗!”
내가 녀석을 흘기며 말을 하자 어림없다는 듯 더욱 깊게 넣는 손가락. 설정 때문인지 말로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느낌이 휘몰아쳤고, 그 뒤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미안. 나 진짜 못 참겠다.”
“흐읍!”
키스와 동시에 격렬하게 느껴지는 통증. 손가락도 뭔가 힘들었는데 갑자기 예고도 없이 무식하게 두꺼운 몽둥이가 들이닥치자 순간 호흡이 힘들었다.
“헛. 히, 힘좀 빼. 싸겠다 야.”
“히윽. 네가 파, 팔로 다리 벌리고 있어서 흐읍. 힘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데 무슨 개소리…흐윽. 야.”
“안 되겠다. 이대로 잠깐만 있자.”
누가 동정 아니랄까봐 그새를 못 참고 예고도 없이 박아버린 놈. 아마 쉽게 흥분하는 몸이 아니었다면 내 여린 살들이 못 버텼을 것이다.
“하아-하아.”
“아파?”
“…죽을 같아.”
뭔가 미안하다는 듯 물어보는 얼굴을 흘겨보며 말했다.
“미안.”
“됐어.”
여전히 말뚝이 박혀 있는 느낌이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 통증이 가시자 나도 모르게 어리광 부리듯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니. 진짜 미안.”
“왜 그래 불안하게.”
됐다고 그러는데도 심각한 목소리로 재차 사과를 하는 놈의 말에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아 떨리는 소리로 말하기 무섭게 내 허리와 머리를 감싼 녀석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하윽!”
계곡에 박혀있던 두꺼운 말뚝을 첨단이 보일 정도로 뺐다가 빠르게 다시 뿌리까지 박아 넣는 움직임에 난 신음을 터트렸고, 내 신음에 더 흥분이 됐는지 속도를 올리기시작했다.
“헉! 후!”
“헤윽. 흑. 하윽! 자, 잠깐…처, 천천히. 아팟. 흑!”
“미안. 조절이 안 돼.”
“하악. 흑!”
계속 미안하다는 말과는 달리 점차 빨라지는 속도에 나는 기운 빠진 소리로 헐떡일 수밖에 없었고, 그와 비례해서 흘러나오는 내 조수로 인해 부끄럽게도 찰박이는 소리가 음란하게 들려왔다.
-찰박찰박.
“흐읏. 흣! 아흑!”
“으윽! 안 되겠다. 쌀게!”
“으응?! 그, 그래…에엣?! 자, 잠깐! 바, 밖에 쌀 거지?!”
“훅! 훅!”
“꺄윽! 밖에 쌀 거지잇?! 윽?! 응?!”
내 말에 답도 없이 점차 스퍼트를 올리는 녀석의 움직임에 난 정신없는 와중에도 밖에 쌀 것을 종용했다.아니. 애초에 콘돔을 했어야 됐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한 내가죄인이지.
“싼다! 싼다! 싼다!”
“아윽! 제, 제발 바, 밖에엣! 부탁할게! 응?!”
“미안! 큭!”
“아, 안 하으으으읏!”
-울컥! 꿀럭- 꿀럭!
내 안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연신 머리로는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몸 전체로 느껴지는 충족감과 오르가즘에 이 짐승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하앗. 하아-하…읍.”
-츄르릅. 츕.
내가 남자였을 때와는 달리 아직도 느껴지는 파정의 기운과 함께 입술을 덮는 따듯한 키스. 부끄럽지만 뭔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지금까지 긴장으로 굳었던 몸이 스르륵 풀어졌다.
“하아-하아.”
“하읏. 하악. 하아.”
그리 길지 않았지만 짧은 만큼 한 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나와 녀석은 한동안 숨소리만 내뱉으며 서로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기운이 돌아오자 난 끌어안았던 팔을 풀며 녀석의 팔을 찰싹 내려치며 말했다.
“또라이새끼. 임신하면 어쩌려고 안에다 싸질러?!”
“미안.”
“미안하면 다냐?! 너 나중에 여자 친구 사귀고 이러면 큰 일 난다?”
내 말에 굳은 얼굴을 하던 녀석은 곧 다시 내 입에 키스를 한 후 귀에 속삭였다.
“미안.”
-불끈불끈
“미친!”
내 어떤 말이 녀석을 자극했는지 몸 안에서 줄어든다 생각했던 물건이 갑자기 불끈거리며 내 속살 깊은 곳의 문을 두드렸고, 그 뜻을 모를 리가 없던 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 쳤지만 금방 제압당했다.
“이거 안 놔흐으윽! 아윽!”
“후욱! 훅! 오늘은 계속 안에다 해도 되지?”
“미, 미치힌! 새끼야윽! 햐윽! 흑!”
그렇게 민망스럽게도 여자로서의 첫날부터 나는 너무나도 쉽게 다리를 벌린 쉬운 여자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