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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그녀들의 대화에 꼽사리를 껴서 듣고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리노씨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중학교 요리대회에서 원래 요리를 하기로 되어있던 -생리통이 심각한- 친구가 바로 니시마츠씨였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얼추 들은 것들로 유추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다.
아까 말했던 여전히 손재간이 좋구나, 는 그런 의미였을까.
세상은 참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머리를 잘랐던 미용실의 미용사가 애인의 동창인 것도 참 특이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정말 놀랐어.”
니시마츠씨가 리노씨에게 말했다.
“응?”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리노씨의 대답에 니시마츠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노말이야. 엄청 바뀌었잖아?”
그녀의 물음에 리노씨는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다지 바뀌지 않았는걸?”
“리노가 바뀌기야 엄청 바뀌었지. 사실 맞는 말은 맞는 말이야.”
타카하시씨가 껄껄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원래는 눈매도 사납고 잘 웃지도 않는 도도한 아가씨 타입이었지. 솔직히 처음 봤을 땐 무서웠다니까.”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니시마츠씨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팔을 휘휘 젓는 리노씨다.
꽤 흥미가 돋는 화제라 주의 깊게 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
“옛날이야기는 그만! 부끄럽단 말이야.”
리노씨는 그런 나를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니시마츠씨는 그녀가 팔을 동동 구르는 모습에 입을 다물었고 타카하시씨는 나를 곁눈질로 살피는 리노씨의 모습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찻잔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가볍게 한 모금 삼켜서 입을 씻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화제로 넘어갈까?”
“그래.”
입을 살짝 삐죽이면서 말하는 리노씨에게 타카하시씨가 물어온 것은 다행히도 그렇게 특별한 화제는 아니었다.
오늘은 살려드릴게요.
이런 눈빛으로 타카하시씨가 나를 바라보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꼭, 암 표범에게 잡혔는데 아직 먹을 것이 별로 없다며 표범의 집에 갇혀서 잡아먹힐 날까지 살을 찌우며 기다리는 들쥐가 되어버린 그런 기분이었다.
사실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인 눈빛이고.
그렇게 왁자지껄한 시간을 갖다가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그냥 여기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울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었다가.
“그럴 바에는 그냥 저 옆에 식당에 가서 제대로 먹고 술이라도 한잔 하고 가자.”
라고 말하는 타카하시씨였다.
리노씨는 웃으면서 찬성이라고 말했고, 나도 당연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니시마츠씨도 좋다고 말하고 나서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고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타카하시씨 가게 비워놓고 나가도 되나요?”
아직 저녁 시간쯤이라 카페는 한창때이고, 또 영업시간이 한참 남은 시간이기도 하다.
“네, 오늘은 마키가 늦게까지 일해 주는 날이 라서요…. 그래도 그냥 마감까지 조금만 더 부탁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와야겠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두 명이 사라지고 나니 리노씨와 단 둘이만 자리에 남게 되었다.
“류노스케씨. 정말 괜찮아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물어오는 리노씨다.
“어떤 것이요?”
딱히 괜찮고 안 괜찮고 할 만한 것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아, 그게 아무래도 메이코랑 나츠메랑 있다 보니까 류노스케씨한테 소홀해지는 것 같아서요.”
그… 우리는 오늘이 첫날이고 첫 데이트인데….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리노씨의 모습이 보였다.
왠지 귀엽게 느껴져서 손을 그녀의 머리위로 가져가서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리노씨는 친구들이랑 노는 게 싫어요?”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니요. 좋기는… 좋죠. 그래도.”
“리노씨만 괜찮으면 저도 좋아요. 꽤 재미있잖아요? 어쩌다가 리노씨 옛날이야기 같은 것도 들려오고. 언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겠어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럽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다.
“제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차피 하루 종일 얼굴을 보고 있는 쪽은 저니까.”
“우ㅡ”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머리위에 올린 손으로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헤집으면서 토닥토닥해주었다.
얼굴은 붉히면서도 나의 손길을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고개를 약간 내 쪽으로 내미는 리노씨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헤에ㅡ”
뒤쪽에서 타카하시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리노씨는 고개를 들면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돌아왔는지 뒤에 서서 장난기를 입에 가득 머금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타카하시씨의 모습이 보였다.
“저는 언제 리노랑 토베씨가 그렇게 친해졌는지 잘 몰랐네요.”
아껴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과자를 그냥 오늘 먹어야지! 하고 소리치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전화를 끝마쳤는지 걸어 들어오는 니시마츠씨의 모습도 보였다.
오늘도 꽤 피곤해 질지도 모르겠다.
니시마츠씨도 동생에게 이야기를 해두었다고 말을 했고 타카하시씨도 아도씨에게 양해를 받았다고 이야기한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하고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타카하시씨가 나온 다음에 카페를 나가서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를 정해야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 셋의 의견이 완전히 달라져서, 한 명당 한 개씩 메뉴를 부르고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끌리는 메뉴를 파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지었다.
결정된 것은 찌개전문점.
끼니도 충분히 때울 수 있고 안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메뉴일 것이다.
결코 추천한 것이 리노씨여서 고른 것이 아니다…
리노씨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귀엽게 앞장을 섰고 그 뒤에서 몰래 웃음을 참고 있는 타카하시 씨의 모습과 그녀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니시마츠씨였다.
찌개전문점은 카페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긴 이 근방이 제일 좋은 몫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딱 평범한 일반 음식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게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맛은 좋은 집이라는 평이다.
하긴 리노씨가 추천할 정도의 가게이니, 보통 수준이상인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매운 해물찌게와 얼큰한 어묵찌게를 2인분씩 시켰다.
그리고 가볍게 먹을 청주도 2병 시켰다.
가볍게 먹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 술판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의 일을 생각해보면 리노씨나 타카하시씨나 굉장히 술을 잘 마시는 모양이던데.
어쩌면 오늘도 또 과음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술잔을 세 개만 가져다주어서, 술잔을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술잔을 가져다주면서, 혹시 어디에 뭐가 묻었냐고 물어보셨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니시마츠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아마 중학생처럼 보이는 니시마츠씨라 당연히 음주를 하면 안 되는 나이로 본 것일까.
그 모습을 보면서 타카하시씨는 깔깔거리면서 웃고 리노씨도 입가에 미소를 뗬다.
니시마츠씨만이 얼굴을 붉히면서 꽁한 표정을 지었다.
니시마츠씨가 자신도 성인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주방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상당히 웃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