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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입술을 삐죽이는 그녀를 데리고 후식이나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당연히 타카하시씨의 가게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은 꽤 기쁜 일인지 얼굴이 조금씩 풀어졌다.
뭐 사실 그렇게 삐지거나 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이 쪽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타카하시씨를 만나는 것은 일주일도 안 된 일인데 그새 리노씨와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졌으니 좀 부끄러…
아니, 생각해보니까 어찌되었던 그날 무사히 리노씨를 방에 데려다달라던 그녀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의 방으로 데려갔었다.
그리고 그만 먹이라는 술을 한 번 더 먹였다.
술을 먹고 나서는 엎고 덮고 뒤집고…
음….
좀 껄끄러울까.
그래도 리노씨와 제일 친한 친구 중 한명이 타카하시씨아닌가.
언제까지고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잠자코 카페 에벤스로 걸어갔다.
주택가를 따라서 상업지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과자가게…?
가게 앞 차양 막 밑에 젤리 빈즈가 잔뜩 들어있는 유리통 들이 진열된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 꼬맹이가 보였다.
조그만 손에 지폐 한 장을 쥐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통들을 살피는 것이 꼭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꼬맹이가 꼬맹이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지난번에 미용실에서 봤던 니시마츠 나츠메씨가 과자자게 앞에서 젤리 빈즈 통을 앞에 두고 작은 신음성을 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꼭 고양이가 갸르릉 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아는 척을 하면 -지난번에 젊은 얘들하고만 놀아주냐고 투정부린 일도 있고- 리노씨에게 좀 그런 것 같아서, 쓱 그냥 지나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그녀 옆을 지나가는데 리노씨가 살짝 나의 손을 놓고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곤 검지를 나의 입 위에 살짝 올려놓고는 니시마츠씨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왁!”
그리고 양손으로 니시마츠씨의 어깨를 잡으면서 놀래켰다.
“꺄아악!”
잡힌 니시마츠씨는 놀라서 비명을 질러 재꼈고.
깜짝 놀란 고양이가 튀어 오르듯이 정말로 살짝 튀어 올랐다는 것이 놀랍다.
재빠르게 뒤로 돌아선 니시마츠씨는 뒤에 서있는 리노씨를 보게 되었다.
“…?”
그리곤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우면서 리노씨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서야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리노…?”
“응, 오랜만이다. 나츠메.”
니시마츠씨의 질문에 반갑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리노씨다.
“정말로 리노야?”
몇 번이나 되묻다가 이내 반갑게 리노씨를 맞이하는 니시마츠씨의 모습이 보였다.
둘이서 손을 붙잡고 해후를 나누다가 리노씨가 니시마츠씨를 데리고 내 곁으로 왔다.
자신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나에게 니시마츠씨를 소개하려다가, 그녀가 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자 약간 놀라는 리노씨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내 머리를 잘라주었다는 말에 ‘여전히 손재간이 좋구나’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거는 리노씨였다.
니시마츠씨에게 미용실의 일을 물어보니 오늘은 비번인 날이라고.
동생과 번갈아가면서 쉬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쉬는 날은 아예 가게를 휴점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리노씨는 나의 손을 맞잡으면서 혹시 우리들과 같이 카페에 가겠냐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으로 나에게도 물어보았는데 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그곳에 가면 타카하시씨가 있을 것이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에 애초에 에벤스에 간다는 것은 이미 둘만의 데이트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굳이 그런 상황에서 리노씨의 친구 한, 두명 -그렇다고 내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 들어난다고 딱히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둘이서 가라고 거절하려던 니시마츠씨는 타카하시씨의 가게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고민하다가 같이 가자고 결정을 내린 듯 싶다.
“그럼 같이 가자, 실례할게요 토베씨.”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빙긋 웃어주고는 셋이서 카페 에벤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는 오늘도 카운터 소녀, 아도 마키가 지키고 서 있었다.
리노씨를 보고는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한 그녀는 우리 셋을 보면서 특이한 조합이네요, 라고 말하면서 농을 걸었다.
평일이고 점심시간도 지난 때라 그런지 한산한 카페의 안쪽 자리로 안내받았다.
에어콘의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주는 것이 썩 기분이 좋았다.
나와 리노씨가 마주앉고 그녀의 옆자리에 니시마츠씨가 앉는 식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또 아도씨가 팟하고 등 쪽에서 메뉴판을 꺼내서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여전히 신기한 재주다.
리노씨는 대충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지 여전히 감탄하는 나를 입가에 미소를 건채로 바라볼 뿐이었다.
메뉴판을 펴서 셋 다 보기 편하게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살펴보았다.
“나츠메는 점심 먹었어?”
“응, 아까 집에서 먹고 나왔어.”
셋 다 점심을 먹었으니 식사류보다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차나 간식류로 시키게 될 모양이다.
나는 홍차에 가볍게 어울리는 과자를 주문했고 그녀들은 커피에 조그만 케이크를 주문했다.
“네, 주문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한 아도씨는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기다리자 주방에서 차와 그릇을 잔뜩 담은 쟁반을 한 손으로 담은 타카하시씨가 웃으면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리노씨와 니시마츠씨와 인사를 나누다가 옆에 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다.
왠지 조금 걸리는 것이 있어 애매하게 인사를 해버린 것 같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테이블 위에 차와 그릇들을 내려놓고는 지난번처럼 나의 홍차를 세팅해주었다.
역시 은근히 고급이다.
찻잔을 보니까 네 개라 이상하다 싶었는데 비어있는 나의 옆자리에 쏙하고 앉는 타카하시씨 였다.
“헤에, 특이한 조합이네.”
타카하시씨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제대로 본적이 거의 없으니깐.”
그렇게 말하면서 리노씨가 니시마츠씨를 바라보았다.
“응, 메이코랑은 카페에 놀러오면서 종종 만났는데 리노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지난번에 동창회 때가 마지막일까…?”
그렇게 말하는 니시마츠씨다.
아무래도 중학교 동창 셋이서 -그것도 간만에- 만나다보니 셋이서 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덤으로 끼어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뭐 리노씨가 밝게 웃는 것을 보면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다.
차도 맛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