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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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씨. …스케씨.”

날 부르면서 흔드는 부드러운 움직임에 슬금슬금 정신이 들었다.

으… 머리가 어질어질 한 것이 숙취인가.

거기에 속도 안 좋고, 아직 잠이 부족하다고 뇌가 소리치는 것이 온몸을 울리고 있다.

“아으…”

그래도 밖에서 날 깨우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신음소리를 내어보았다.

“아이참.”

내 신음소리에 새침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신음을 내고 나서 아직 체 닫히지 못한 입 안으로 따뜻하고 달콤한 숨결이 밀려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눈이 떠졌다.

눈 바로 앞에 부드럽게 감긴 마츠다씨의 눈이 보였다.

그리고 입술에서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났다.

어째서? 아마… 으.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어제 리노씨와 함께 잤구나.

그때 느꼈던 그녀의 부드럽고 따스한 육체와 쾌감이 살아나는 것처럼 척추가 붕붕 뜨는 기분이 들고 아침발기 되어 있는 성기가 약간 더 딱딱해졌다.

혹시라도 발기한 성기가 내 몸에 살짝 자신의 상체를 걸치고 올라타 있는 그녀와 닿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면서 눈을 뜨는 그녀였다.

“잠꾸러기네요, 류노스케씨는.”

슬슬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덧붙이는 그녀였다.

시간을 보니까 다섯 시가 조금 안된 시간.

아무래도 두 시간 정도 잔 것 같다.

그나마 조리2부가 아침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준비까지 해야 하는 날이었다면 여기서 한 시간 정도는 덜 잤어야 할 테니까.

내가 잠에서 깨어나자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떨어진 속옷과 옷가지를 줍고 있는 리노씨의 모습이 보였다.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씰룩거리는 것이 요염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내 침대에 걸터앉아서 속옷을 입었다.

잘록한 발목과 탱글한 엉덩이가 팬티 안으로 집어 삼켜지는데…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내가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 그 관경을 뻔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는지 그녀가 살짝 볼을 부풀리면서 말했다.

“류노스케씨도 빨리 준비하세요. 왜 이런 걸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볼을 붉히는데 그것도 매력적이다.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 눈앞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내 말에 으ㅡ 하는 표정으로 내 쪽을 돌려봤다가 조금 더 부끄럽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뭘 보고 그렇게 놀라나 싶어서 봤더니 분신이 이불로 텐트를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제는 술김에 휙휙 했지만 조금 정신이 차려진 지금은 왠지 이런 걸로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서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방에 가서 준비를 하고 가야겠다고 리노씨가 ‘조금 있다가 봐요.’ 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방을 나섰다. 

그녀가 떠나가고 나서 나도 씻고 출근할 준비를 하기 위해 세면도구를 챙겨서 샤워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방 화장실은 너무 좁아서 씻기가 불편 하니까.

샤워를 하는데 물이 닿자 성기에서 따가움이 느껴졌다.

섹스 자체도 좀 오랜만이고 격렬하게 즐겨서 그런지 표피가 조금 까진 모양이다.

하긴 그녀가 그렇게 빨아재끼고 했으니… 

그 생각을 하니까 다시 하반신으로 혈액이 몰리는 느낌이라 구구단을 머릿속으로 외우면서 어떻게든 참아냈다.

샤워실에서 발기하고 있으면 그만큼 민망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방에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용모를 점검했다.

면도도 깔끔하게 되었고 아직 머리길이도 단정하다.

딱 좋다.

간단하게 옷을 챙겨 입고 아침식사를 하러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식당에 와서 그런지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 식당이 붐볐다.

적당하게 식판에 음식을 담고 그냥 비어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애초에 비어있는 자리 자체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간 자리의 반대쪽 자리엔 사토씨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웃으며 인사를 돌려주는 그녀다.

평소 같으면 틱틱 하면서 반말을 해오는 것이 태반인 그녀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런지 조심스럽다.

나도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아무리 동갑이라고 해도 4년의 경력차이가 있는 선배에게 편하게 대할 수는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높였다.

가볍게 근황얘기를 하다가 그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토베씨는 요즘에 그 뭐야, 검은 그림자얘기 들어보셨어요?”

“검은 그림자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다. 무슨 만화 주인공 같은 걸까?

“네, 요즘에 밤만 되면 근방을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데, 그에 대한 목격자도 꽤 있어요.”

스탭중에서도 있고, 숙박객중에서도 있고 라고 덧붙이면서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로 겁주는 할머니 같은 표정과 동작으로 그렇게 말했다.

“세이렌에서요?”

“물론이죠.”

“헤에….”

나의 김빠지는 대답에 그녀도 흥이 빠진 모양이다.

“뭐 저도 그렇게 유령이니 뭐니 하는 얘기는 믿기지 않지만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에요. 유격부에서도 그게 뭔지 밝혀내겠다고 지난번에 본관에서 장비도 이것저것 꺼내던데요?”

장비라, 그러고 보니까 지난번에 후지코가 검은색 짐 자루를 본관에서 지고 나오던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그게 그 검은 그림자를 잡는 장비 일려나.

“손님들도 보시고 놀라고 하시니까, 이상한 소문이 돌기 전에 빨리 어떤 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사장님도 말씀하셨어요. 조리부에서는 특별한 일 없었나요?”

“글쎄요. 특별한 일이 라고 할 게 있나요 뭐. 그리고 애초에 조리부로 들어온 지도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래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뭐라도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이상한 일은 생기지 않는 쪽이 제일이겠지만요. 그렇게 덧붙였더니 그녀가 깔깔거리며 ‘그러네요.’ 라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사토씨와 헤어져서 조리부 건물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에 세면대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신발밑창까지 유심히 소독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와 있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로커에서 전에 빌렸던 조리 복을 꺼내 탈의실에서 갈아입었다.  

조리 복을 갈아입고 탈의실 밖으로 나왔을 때가 다섯 시 사십 분.

딱 적당한 시간이다.

로커에 내가 입고 온 사복을 다시 걸어놓고 나서 조리1실로 들어갔다.

아직 리노씨는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고 냉장고에 랩핑 되어 있는 썰다만 식재료를 꺼내서 절삭법의 자습을 실시했다.

며칠 반복 숙달을 해서 그런지 꽤 손에 익어오는 느낌이다.

턱턱 칼로 도마를 치면서 조각난 재료들을 다시 한 번 조각내고 있을 때 슬쩍 문이 열리고 리노씨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홍조를 띄우고 베시시 웃으며 나에게 인사하는 그녀에게 나도 웃으며 인사를 전했다.

나의 칼놀림을 보고 리노씨는 이제 오늘 정도까지만 절삭법을 익히고 내일부터는 양념을 만드는 일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아직 재료의 맛을 끌어오는데 미숙할수록 양념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그나마 맛을 내는데에 유리한 일이라고.

물론 재료의 맛을 끌어오는 데 미숙하면 결국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실력을 키울 수가 없기 때문에 꾸준히 맛을 느끼고 작은 차이를 알아 그 차이를 원하는 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꽤 어렵겠는데요.”

그녀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프로요리 수준에서의 작은 차이를 느끼기 위해서 얼마나의 수련이 필요한 것일까.

“음, 말을 그래도 실은 그렇게 까지 어려운 일을 아니에요. 꾸준한 경험만 계속 이어진다면 초일류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감은 따라오기 마련인 부분이니까.”

어머니들이 요리할 때 부재료와 양념으로 맛을 맞춰가는 것처럼요. 라고.

아무튼 내일부터 양념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하고 오늘은 남은 시간을 절삭법의 완성에 투자했다.

확실히 내가 생각하던 모양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느낌이었고 리노씨도 빠른 성취라면서 내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저녁에는 리노씨에게 지명이 있어서 그녀가 직접 요리를 해야 했다.

생선을 베이스로 한 찜 요리.

생선살은 오래 쪄서 부드럽게 맛을 내고 들어가는 무는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요리를 완성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나머지도 이것저것 듣기는 했는데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옆에서 어깨너머로 움직임을 익혀볼까 생각을 했다.

“혹시 무는 류노스케씨가 한 번 잘라보시지 않을래요?”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무를 잘라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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