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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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네, 했었죠.”

입술에 남은 부드러운 감촉의 여운을 느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 다음에 토베씨가 저를 끌어 안으셨죠?”

나를 다그치듯이 이야기하는 마츠다씨이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꽁하게 물어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저 불만스러운 눈동자가 살짝살짝 떨리고 있는 것도 참을 수 없이…

“그랬었죠.”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은 말보다 더 직접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 밝히고 나를 몰아오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이런 생각이나 조금 더 자신감을 내지 못했던 자신에게 드는 미련함이나.

그런 생각에 바로 앞에 있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감싸 안았다.

조금이라도 잘못을 벌충하고 싶은 그런 마음에.

“이렇게요.” 

마츠다씨가 놀랐는지 흠칫하면서 몸을 떠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또 이내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스르르 나의 몸에 감겨오는 것 역시 느껴졌다.

그녀가 나에게 몸을 맡겨올 때 작은 충족감이 들었다.

그녀의 턱이 내 오른쪽 어깨에 가볍게 올려졌다.

그녀가 내 목에 자신의 부드러운 볼을 가져다 댔다.

부드러운 카스텔라나 푸딩 같은 것이 닿은 것 같이 포동포동한 것이 눌려지면서 다시 펴지고 싶어서 생기는 압력 같은 것이 목으로 전해졌다.

부드러운 줄만 알았더니 탱글탱글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디까지 해줘야 해요?” 

내 어깨와 목에 얼굴을 묻으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내 몸으로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티 나게 굴었으면, 아니 적어도 먼저 입까지 맞춰줬으면 뭔가 반응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바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굴기나 하고 내가 그걸보고 얼마나 민망했는데, 라고 말하면서 나의 옆구리를 감고 있던 손으로 가볍게 토닥거렸다.

“미안해요.”

변명할 말이 없어서 그냥 그녀의 몸을 조금 더 당겨서 끌어안으면서 손으로 등을 조심스럽게 두드려 주었다.

부드러운 몸에서 달콤한 여성의 체취가 흘러나왔다.

카모마일 향, 늘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뿌려지는 그 향과 섞여서 말이다.

“뭐가 미안해요. 말이면 다 되는 줄 알아요? 오늘도 어린 얘들이랑 술이나 마시러가고. 내가 늙어서…”

이상한 아줌마가 치근덕거린다고 싫어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기어코 눈물보가 터졌는지 어깨가 따뜻한 물에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안 싫어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등과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성치고는 큰 키에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바스트를 가진 그녀이지만 이렇게 마음먹고 껴안으면 품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굉장하고 능력 있고 자상하고 모두에게 인기 있는 커리어우먼 같은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미움 받을까 걱정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두려웠다고 이렇게 울고 있다. 내 품에 안겨서.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안쪽에서 무언가가 찡하고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이렇게 까지 생각해주는 사람을 바로 앞에 두고 나는 바보같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가. 이렇게 혼자 아파하고 상처입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얼굴을 이렇게 바보 같은 일로 찌푸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나에게 화가 날 지경이다. 물론 화내고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도 너무나 사랑스러웠지만.

“안 싫어하면요?”

코를 훌쩍거리던 그녀가 내 어깨에서 얼굴을 떼어내면서 나에게 물어보았다.

울어서 아름다운 눈과 코가 빨개져서 엉망이 된 얼굴로,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그것이 또 사랑스러워서 이번엔 내가 먼저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잠깐 흠칫한 그녀였지만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눈을 감으면서 나를 받아주었다.

내 입술주름 사이사이에 그녀의 탱글한 입술이 맞닿는 것이 느껴진다.

마우스패드를 눌렀을 때처럼 부드럽게 눌리면서도 강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입술에 그저 입술과 입술을 대고 있을 뿐인데도 믿을 수 없게 흥분되었다.

내가 입을 마주쳐도 그녀가 조용하게 나를 받아준다.

마츠다씨가. 그 마츠다씨가.

조심스럽게 입술이 떨어졌을 때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올려 뜬 그녀가 나에게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이런 거 말고….”

“말고…?”

“…말로도 해줘요.”

부끄럽다는 듯이 애써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힘내서 그녀가 원하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좋아…해요, 마츠다씨를. 좋아해요.”

내 말에 마츠다씨는 그 어떤 때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키스를 강구했다.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이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혀와 혀가 감긴다.

원래는 아무 맛도 나지 않거나 비릿하게 감겨 와야 할 타액도 기분 탓인지 더할 나위 없이 맛있게 느껴졌다.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줘서 둘 사이에 빈틈이 없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나의 몸에 눌리면서 찰떡처럼 말랑말랑해지는 것이 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감 강한 가슴이 나의 가슴에 눌리면서 뭉개 질 때는 그곳에 강하게 반응이 가기도 했지만 일단 참았다.

그녀 역시 나의 옆구리를 감은 팔에 힘을 줘서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렇게 끌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평안해지고 이상이 없는 지복을 느끼지만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혀를 놀렸다.  

나의 혀를 탐하면서 감겨오는 그녀를 나도 강구했다.

혀의 돌기끼리 맞닿으면서 서로의 미뢰가 비벼졌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거칠게 

키스하는 중에 그녀의 숨결을 느낀 기억이 없어 아쉽지만 일단 잠시 떨어졌다.

예상대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주기위해 흘러내린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예쁜 이마가 들어났다.

그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나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마츠다씨…” 

거의 숨을 정돈한 그녀가 내 말에 물음표를 형상화한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맛있었어요.” 

“무…!”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 흔들리는 눈빛이 너무 귀여워서 다시 입을 맞췄다.

몇 번이고 혀를 섞었다.

혀의 옆면이 정면과 닿고 또 그녀의 혀의 밑면을 쓸어내렸다.

혀를 깊게 내밀어서 그녀의 어금니 윗면을 긁어낼 때는 매우 부끄러워하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얼마나 혀를 섞었을까.

떨어지고 묻은 타액으로 서로의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걸 신경 쓸 정신은 그다지 없었다.

그저 서로 좀 지쳐서 일단 떨어졌다.

긴 키스로 산소가 부족해졌는지 약간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을 볼 때마다 이미 더없이 딱딱하게 굳어진 그곳으로 더욱 혈액을 몰아붙이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과도한 알코올이 발기를 어렵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마츠다씨 앞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인가 보다.

나의 눈에 쭉 자신의 눈을 맞추던 마츠다는 내 눈빛에서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덩이를 땅에 대고 팔을 뒤로 젖혀서 지탱하며 쉬고 있는 그녀의 무릎 뒤와 등 쪽으로 손을 가져다대면서 한 번에 들어올렸다.

“꺄악”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는지 마츠다씨가 새된 비명을 지르기는 했지만 그것에서 거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읽혀오지 않았다.

그저 내가 그녀를 들기 쉽게 자신의 자세를 조정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길 뿐이었다.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기대감을 한 번에 부숴버릴 만큼 가볍다.

정말로 그녀가 가벼운 것인지 성욕에 신경이 차단당하고 아드레날린이나 엔도르핀이 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볍다. 

아까 껴안았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 가볍고 정말 가녀린 사람이다.

떨어트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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