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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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마츠다씨가 나에게 기대서 앉아있는 상태로 타카하시씨와 택시가 올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더 취한 사람이 있어서 멀쩡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이지 둘 다 어느 정도는 술이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실없는 소리를 해도 웃고 넘어가는 그런 분위기였다.

                           

약간 홍조를 띄고 술기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문득 타카하시씨도 역시 매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걸 다시 느꼈다.

           

저 멀리서 은색의 택시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쪽으로 오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 차가 내가 부른 차가 맞았다. 

     

“마츠다씨”

나에게 기대있는 마츠다씨를 깨우기 위해서 조그만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녀는 약간 선잠에 들어있었는지 금방 ‘웅…’하는 신음성을 내면서 눈을 떴다.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마츠다씨가 일어난 것을 본 타카하시씨는 리노를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마츠다씨 데려다주고 연락드릴게요.”

나도 고개를 숙이며 잘 들어가시라는 인사를 전했다.  

타카하시씨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택시 안에 마츠다씨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내가 등을 떠미는 대로 엉금엉금 마츠다씨가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옆을 걸어가고 있는 타카하시씨를 지나갔다.

옆에서 택시를 쳐다보고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1.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2. 좀 아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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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웃으면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택시는 금방 속력을 내기 시작했고 타카하시씨의 모습은 금방 사라져갔다.

“세이렌 휴양원으로 가신다고 하셨죠?”

중년의 택시기사가 나에게 확인하듯이 물어보았다.

“네. 세이렌 휴양원으로 가주세요.”

그에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 마츠다씨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꼬물거리고 있기는 해도 잠은 다 깬 모양이었다.

“으… 죄송해요, 토베씨.”

사실 그렇게까지 정신이 없는 상태는 아니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나는 그녀에게 알았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썩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촉촉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그녀는 여전히 썩 귀여운 모습이었다.

아니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런 귀여움도 은근히 색기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드럽게 밤길을 달려서 택시는 세이렌 앞으로 도착했다.

베테랑답게 꽤 운전에 능숙하신 모습이다.

택시를 타고 와서 그런지 확실히 조금 돌아가야 하는 버스를 타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에 세이렌으로 들어온 것 같다.

물론 상당히 비싼 요금을 감수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여기 있습니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서 택시기사에게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그는 나에게 웃으면서 잔돈을 거슬러주었다.

마츠다씨를 먼저 내리게 하고 그녀의 가방을 챙겨서 나도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기사는 작게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하게 택시를 몰아 거리 쪽으로 내려갔다.

“마츠다씨, 이제 들어가요.”

여전히 약간 비틀거리는 모습은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양새다.

그녀의 팔 부분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면서 걸어갔다.

정문을 지나가서 별관 쪽으로 걸어갔다.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녀의 방은 별관 기숙사 3층에 있으리라.

드디어 별관에 돌아왔다.

어젯밤부터 시작해서 정말 긴 하루였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빨리 마츠다씨를 방에 데려다드리고 가볍게 씻고 폭신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마츠다씨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변했다.

속이라도 안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층계참을 올라가던 중에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토베씨.”

“네?”

“혹시 집에 맥주라도 하나 있으신가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술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네, 한 두 캔 정도라면 있기는 있을 거예요.”

가끔 혼자서 홀짝대다 보니 캔맥주는 늘 냉장고에 쟁여놓고 있었다.

“그럼 딱 한잔만 더 하면 안 될까요?”

그녀가 오른손 검지를 피고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감아쥐고 귀엽게 말했다.

꽤 귀엽다.

하지만 귀여운 것은 귀여운 것이지만, 지금 마츠다씨와 한잔 더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취해보이는 사람에게 술을 더 먹인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까 새벽 두 시가 이미 지난 늦은 시간.

당장 자도 내일 제 시간에 출근을 할 수 있을까가 약간 의심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그런데 지금 한 잔을 더 마실 수 있을까.

타카하시씨가 이야기 한 것은 마츠다씨를 안전하게 방까지 데려다 주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한잔을 더 먹인다면… 

머릿속에서는 거절하고 그녀를 재워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눈앞에서 한잔만 더 마시자고 귀엽게 웃고 있는 마츠다씨의 모습을 보면 같이 맥주 한 캔씩 마시는 거야 그렇게 큰일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늦은 시간이고 30분이나 1시간 덜 잔다고 얼마나 바뀌겠는가.

또 어차피 퍼지도록 마신 술인데 맥주 한 캔 먹는 다고 차이야 있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1. 그녀의 의견에 따른다.

2. 아니다, 역시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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