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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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나는------

1. 마츠다씨에게 간다.

2. 마츠다씨에게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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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츠다씨에게 간다.

아무래도 그녀가 걱정된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 더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지코의 표정이 걸리기는 하지만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고 있을 마츠다씨가 조금 더 걱정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보자면 당연히 그쪽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가보긴 해야 할 것 같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키코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옆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던 후지코는 매우 낙심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키코는 잠깐 나를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했다.

“응, 알았어. 후지코는 좀 취한 것 같으니까 우리가 잘 데리고 들어갈게.”

그렇게 말하면서 울 것 같은 얼굴을 짓고 있는 후지코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개와 눈을 내려 깔고 약간 칭얼거리고 있는 그녀를 뒤로 하고 타카하시씨가 알려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빨리 걸음을 옮기려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 있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창 택시에 탑승하고 있는 사키코씨에게 말했다.

“혹시 콜택시 번호 좀 알려줄 수 있어?”

그녀에게 받은 콜택시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미용실에서 반대쪽 방향으로 거리 자체는 그다지 멀지 않은 것으로 느껴졌다.

걸어 가다보니 타카하시씨가 알려준 간판들이 보이는 것이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마지막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꺾고 조금 들어가니 과연 왼쪽에 ‘메이브’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술집이 보였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척 봐도 비싸서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그런 느낌말이다.

아무튼 문을 쓱 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고급스러운 재질의 두꺼운 나무로 된 여닫이 문이었는데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리는 것이 경첩관리를 잘 한 모양이었다.

바의 내부는 벽면 오른쪽으로 쭉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주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앞에 바텐더 몇 명이, 그리고 긴 테이블과 좌식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왼쪽에는 작고 고급스러운 테이블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나무문에서도 느꼈지만 안쪽 역시 전체적으로 빈티지한 느낌의 술집이다.

목재로 된 부분이 많았지만 투박하기 보다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것이 인테리어에 꽤 많은 돈을 투자한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면 쪽 문이 작아서 그렇게 크지 않은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안쪽으로 깊게 파여 있는 형식의 가게였다.

나를 보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바텐더에게 나도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돌려주었다. 

일단 오른쪽에 줄지어 놓여있는 좌식의자에 그녀들이 없는 것은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왼쪽에 있는 테이블 중 하나에 있으리라.

바텐더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둑어둑해서 가까이 다가가서야 만이 그녀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있었는데 마츠다씨가 나에게 등을 보이고 앉아있었고 타카하시씨는 정면으로 앉아있었다.

다가오는 나와 마주친 타카하시씨는 손을 들어서 작게 인사했다.

나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며 그 테이블에 합석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그녀도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옆에 있는 마츠다씨는 반쯤 엎드린 자세로 멍하니 있다가 타카하시씨가 인사하는 소리에 조금만 고개를 들어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음…?”

그리고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천천히 허리를 세우면서 자세를 바르게 했다.

“토베씨…?”

누가 들어도 술이 절절하게 들어간 음성.

취기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약간 빨개진 눈.

평상시보다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

보통 술에 취하면 누구나 못생겨지기 마련인데 마츠다씨는 특유의 귀여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를 보면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그리고 지긋이 쳐다봤다가 약간 멀리서 쳐다봤다가 하다가 내가 정말로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 같았다.

“메이코, 왜 토베씨가 여기에 있어?”

그리고 타카하시씨에게 물어보는 그녀였다.

“응, 이제 너도 세이렌에 들어가야지.”

그녀는 나에게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츠다씨의 어깨를 만지며 그녀를 다독였다.  

“아니, 싫어. 더 마실 거야. 아직 한참 남았어.”

자세히 보니까 눈동자도 반쯤 풀려있는 느낌이다.

바라서 그런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술병들의 모습은 안보이지만 대충 어느 정도 먹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모양새였다.

아마 엄청 먹은 모양이다.

취한체로 자신은 안취했다고 술을 더 마시러 가자고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술꾼의 모습이었다.

“안 돼, 너 지금 엄청나게 마셨잖아. 이제 들어가서 쉬어야지.”

“싫은데…”

마츠다씨는 계속되는 타카하시씨의 권유에 점점 자신의 의견을 꺾어갔다.

결국 알았어, 돌아갈게. 라는 마츠다씨의 확답을 받고 나서 타카하시씨는 계산을 하고 올 테니 잠깐만 리노를 돌봐달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알았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나서 그녀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가 떠나가고 나서 마츠다씨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토베씨,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요?”

“네?”

“이상하잖아요, 방금까지 메이코랑 둘이서 있었는데…”

취한 기색이 영력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타카하시씨가 마츠다씨 세이렌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데리러 왔어요.”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하게 끊어서 대답을 해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뜬금없지만 고개를 갸웃거릴 때마다 상당히 귀여웠다.

아까 콜택시를 부르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됐었기 때문에 지금쯤 부르는 것이 적당한 것 같아서 사키코씨에게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사와자카 역전이라고 대답하였더니 15분에서 20분정도 걸릴 것이라고, 휴양촌 쪽으로 들어갈 것이면 셔틀 버스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 수화기를 거쳐 나왔다.

알겠다고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는 사이에 계산을 끝마쳤는지 다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타카하시씨의 모습이 보였다.

“리노, 이제 가자.”

“응, 알았어.”

그녀의 말에 마츠다씨가 꼬물꼬물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타카하시씨는 마츠다씨가 일어나고 나서 그녀의 자리에 있던 가방을 챙기고 혹시 떨어진 것이 없는 가 까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셋이서 가게를 빠져나오는데 마츠다씨가 꽤 걷기 힘든지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토베씨, 혹시 리노 좀 부축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걸 보고는 타카하시씨가 그렇게 말해왔다.

보통 상황이라면 나에게 가방을 맞기면서 자신이 부축할 법도 한데…

하긴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막판에 그녀를 방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사람이 나니까 뭐 그다지 상관이 있는 일도 아니었다.

마츠다씨는 나의 부축을 받으면서 정신없이 발을 옮기는 일만이 가능한 것 같았다.

조용히 고개를 내 쪽 으로 푹 떨어뜨리고는 그저 발걸음만을 옮겼다.

“미안해요, 토베씨.”

그런 마츠다씨의 모습을 보면서 타카하시씨가 나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그다지 큰일도 아닌데요.”

그렇게 대답하면서 그녀를 이끌었다.

“그것도 있고요, 애진 간하면 저희 집에서 재울까 생각도 했었는데…”

리노 출근시간이 엄청 빠르잖아요? 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카하시씨가 자영업을 하는 이유가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일찍 일어나고 하는 일이 정말 쥐약이라고.

지난번에 카페에 늦게 출근한 것도 늦잠을 자서라고 이야기했다.

알코올 덩어리가 되어있는 마츠다씨를 누군가 깨워서 출근을 시켜야하는데 자신은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마츠다씨가 자신의 출근시간에 맞춰서 자신을 깨워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아무튼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츠다씨를 해가 뜨기 전까지 세이렌에 옮겨놓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답답해하던 차에, 오늘 동기들과 내가 술을 마신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보았다고 한다.

“정말 미안해요, 나중에 에벤스에 오시면 제대로 한 턱 낼게요.”

두 손을 모으면서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아니에요, 정말로 괜찮아요. 그런데 마츠다씨는 술을 어느 정도나 마시신 거예요?”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많이 마시긴 많이 마셨어요. 리노가 오늘 조퇴해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만났는데 그때부터 약주를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그때부터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자꾸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그녀는 질린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푸념이요?”

그녀의 말에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물어보았지만 타카하시씨는 자기가 말하기는 좀 그런 것이라며 대답해주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썩 궁금했다.

어제 오늘 마츠다씨가 기운 없어 보였던 것이 그것 때문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셔틀버스장에 도착했다.

아까보다 조금 더 한산해진 느낌이 들었다.

일단 부축하고 있던 마츠다씨를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제가 제대로 방에 데려다 드릴게요.”

타카하시씨도 피곤해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이렇게 미안한 일을 했는데 어떻게 그러겠어요. 일단 택시 오는 것까지라도 보고 들어갈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데 굳이 참견하기가 그래 알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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