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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넷이서 가능한 정확하게 돈을 나눠서내고 가게를 나왔다.
시간은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으로 셔틀버스가 진작 끊겼을 시간이다.
어두운 밤거리에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직 영업을 하는 곳은 술집 몇 곳이나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정도?
나머지 가게들은 벌써 진작 문을 닫고 들어갔을 것이다.
이 시간에 거리에 있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이곳에서 지냈는데 아직 처음인 것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택시를 부르는 게 낫겠지?”
작게 기지개를 피면서 사키코가 말했다.
“응, 그렇지.”
그녀의 말을 긍정하는 대답을 했다.
어차피 돌아가기 위해선 따로 선택할 방법이 없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해야 하니까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쉬어야겠지.
“택시 부를 테니까 일단 큰길 쪽으로 가자.”
마땅히 타당한 사키코의 말에 일행은 스멀스멀 걸어서 큰길에 있는 버스장 쪽으로 갔다.
방향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택시를 타기에는 그곳이 제일 적당할 것이다.
걸어가면서 후지코의 얼굴을 보았는데 아까 술 마시던 중간부터 약간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더니 여전히 약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음, 아니야 아무것도.”
내 물음에 작게 웃으면서 도리질을 치는 그녀다.
딱히 더 캐묻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일단 계속 버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투덜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기운 없어 보이는 것이 꼭 오늘 오전의 마츠다씨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조퇴하고 나서 약속이 있다고 나갔었는데, 친구를 만나서 기운을 좀 차렸을까.
좀 걱정이 됐다.
내일은 다시 멀쩡해진 평소의 마츠다씨와 만날 수 있을까.
조금 있다 전화를 걸어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도 그렇고 용건도 마땅치 않은 데 전화를 하는 것 자체도 좀 이상하기도 한 일이었다.
버스장이 있는 큰길가 까지 나왔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다니는 차의 숫자도 많이 줄었고 24시간 편의점과 가로등 몇 개의 불만이 켜져 있었다.
“택시, 15분 정도 후에 온다고 하셨어.”
전화를 끊으면서 사키코가 말했다.
안내 전광판이 꺼지고 하얀 등 하나만 켜있는 버스장의 의자에 넷이서 옹기종기 앉았다.
술을 마셔서 뜨거워진 몸에 나름대로 시원한 밤바람이 닿으니까 썩 기분이 좋았다.
“졸립다.”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면서 눈을 비비던 메기가 말했다.
“그렇지? 생각보다 좀 과하게 마셨나봐.”
사키코가 그녀의 말을 받으면서 작게 하품을 했다.
“음…”
대답을 하는지 작게 신음성을 내는지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후지코가 옆으로 푹하고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고개가 나의 어깨로 떨어뜨리면서 나에게 기댄 형국이 되었다.
“으… 잠깐만 쉴게. 피곤하다.”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나의 어깨에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짧은 머리카락이 나의 목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어깨와 팔을 타고 몸으로 직접 전해졌다.
꽤 부끄러운 모양새인데 옆에 있는 두 명은 술기운인지 어쩐지 굳이 그것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아까 진을 많이 뺐는지 다들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딱하고 튀어나와도 그냥 소소하고 작게 웃으면서 넘어가는 그런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 꽤 괜찮았다.
나른한 몸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바람도 불어오고 어깨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선 은은하게 여성 특유의 체취에 달콤한 향이 섞여서 내 코에 전해져왔다.
샴푸냄새 같은 걸까. 꽤 괜찮은 향이다.
나도 슬슬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고개가 무게감이 있는 쪽으로 쓱 내려가면서 그녀의 머리에 나의 머리를 기댔다.
후지코는 놀란 듯 순간 움찔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지만 이내 힘을 빼고 다시 편안하게 호흡을 시작했다.
몸으로 계속 호흡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생각보다 길게 호흡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들숨과 날숨 한 사이클을 돌 때 들숨만 끝내는 그런 식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몸의 미동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딱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도 슬슬 눈이 감기려고 할 지경이다.
그때 내 핸드폰이 웅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후지코도 그것을 들었는지 쓱 하고 내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제대로 자세를 펴고 앉았다.
호주머니에서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꺼냈다.
한 시가 넘은 지금 시간에 전화를 할 만한 사람이 딱히 없는데…
마코토일까? 그러고 보면 그 녀석도 종종 새벽에 전화를 걸곤 했었다.
거기에 전화를 한번 시작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내가 멈추기까지 계속 핸드폰을 잡고 있는 타입이었는데 친구사이에 좀 부담스럽다, 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꽤 시간이 줄긴 했었다.
그래도 강도가 줄어서 그렇지 횟수 자체에는 큰 빈도 차이가 없었다.
물론 좀 뜸해진 사이에는 연락하지 않았지만 지난번에 연락을 한 것을 계기로 다시 전화를 걸어올 수도 있으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액정을 들어서 쳐다보았는데.
뜬금없게도 전화는 타카하시 메이코씨한테서 온 전화였다.
이건 생각도 못했네. 아무튼
녹색버튼을 바깥으로 밀어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수화기를 귀 쪽으로 당기면서 말했다.
“여보세요?”
“그, 토베씨?”
조금 소란스러운 가운데에서 타카하시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미안해요 늦은 시간에.”
“아뇨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그녀가 정말로 미안해 한다는 것을 목소리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아, 혹시 아직 시마바쵸에 계신가요?”
타카하시씨가 그걸 어떻게 알지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지만 일단 대답했다.
“네, 아직 세이렌에 들어가기 전인데요. 혹시…”
솔직히 의문이라고 해봐야 그녀가 내가 오늘 여기서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마츠다씨에게 듣는 수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오늘 리노랑 만나서 술을 마셨는데 얘가 진탕마시더니 뻗어버렸거든요.”
혹시 마츠다씨를 데리러 와줄 수 있겠느냐는 그녀의 물음이었다.
“네, 물론이죠. 혹시 위치가 어딘지…”
내 물음에 그녀는 바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게 길 안내를 해주었다.
“…해서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들어오시다 보면 왼쪽에 ‘메이브’라고 조그만 바가 하나 있을 거예요. 그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나에게 정말로 미안한 기색으로 말하는 그녀에게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전화를 끊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대화내용이 묘해서 그런지 나머지 셋이 나를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얘기야?”
바로 오른쪽에 있어서 타카하시씨의 목소리까지 살짝살짝 들렸는지 후지코가 아까 편안하게 펴졌던 표정을 다시 약간 구기면서 나에게 물어보았다.
“아, 마츠다씨가 지금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으신가봐. 혹시 내가 데리러 와줄 수 있겠냐고 마츠다씨의 친구 분이 나한테 전화를 했거든.”
내 말에 후지코는 조금 더 딱딱하게 표정이 굳었다.
“무슨 소리야, 왜 류노스케가 마츠다씨를 데리러 가야해. 둘이 무슨 사이라고.”
“아니, 무슨 사이고 자시고….”
그녀의 앙칼진 말에 약간 당황했다.
“가지마, 친구랑 같이 있으면 그냥 그쪽에 신세를 지면되잖아. 류노스케도 마찬가지로 내일 일이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불편하게 굴면 예의가 아니지.”
이상하게도 약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쏘아붙이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쓱 하고 택시가 승강장 앞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메기와 사키코도 그녀의 모습에 약간 당황해하다가, 우리가 타지 않자 이상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택시기사를 보고는 슬쩍 사키코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마츠다씨에게 갈 것이냐고, 아니면 가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1. 마츠다씨에게 간다.
2. 마츠다씨에게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