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 / 0062 ----------------------------------------------
#02. 조리부의 신입
다들 술이 꽤 들어가서 그런지 불편한 기색 없이 으쌰으쌰해서 친하게 지내기로 정했다.
하긴 다들 나이도 비슷하고 -미무라씨가 한 살 어리기는 하지만 학교를 일찍 들어간 케이스라 실제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직장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굉장히 오래 볼 사이가 맞다.
동기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능력있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들이다.
친하게 지낸다고 해될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존댓말쓰기 없기!”
술기운으로 얼굴에 홍조를 띄운 사카라기씨가 갑자기 그렇게 선언했다.
“에, 그래도 조금 빠르지 않나요?”
내 질문에 사카라기씨는 손날을 세워서 가볍게 나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지만, 아예 안 아프지도 않은 그런 정도의 강도였다.
“존댓말사용하기 없다니깐.”
볼을 부풀리면서 사카라기씨가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미무라씨와 미즈가와씨가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알았…어. 그래 좋아.”
그녀들의 깔깔거리는 모습에 나도 호승심이 생겨서 그러자고 이야기했다.
존댓말 없이 반말을 사용해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확실히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아까도 편안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더 편안한 느낌이 되었고 훨씬 친구 같은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그러는 와중에 미무라씨가 그냥 서로 이름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서로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아까 반말은 빨리 적응을 해서 한 대 맞은 게 다였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에서는 썩 적응을 못해 머리에 당수를 꽤나 맞아야 했다.
그래도 맞다보니까 금방 적응이 돼서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후지코는 유격부에서 계속 일하려면 힘들지 않아?”
메기, 미무라가 후지코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그다지 힘들 거는 없지 다 사람 하는 일이고. 있잖아 그리고 은근히 정작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에는 열외당하는 그런 기분이라.”
후지코가 투덜대면서 말했다.
하긴 유격부의 특성상 그냥 소소하게 할 만한 일들도 있지만 진이 빠질 정도로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용접기 같은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그래서 여성의 몸으로 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물어본 것 같은데 은근히 대접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정작 본인은 그것에 꽤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메기야말로 조리부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아? 일찍 출근하고 또 제일 늦게 일이 끝나고. 잔업까지 한다고 하면 업무시간으로 보면 조리부가 제일 길잖아.”
잔에 담긴 청주를 들이키다가 사키코가 말했다.
처음 시켰던 청주는 진작 바닥이 났고 두 번째 병을 지나 지금은 벌써 세 병째 병을 비우고 있는 중이다.
사키코가 청주가 입에 맞는지 꽤 많이 마신 느낌인데 그래서 그런지 슬슬 그녀도 술기운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음, 아무래도 그런 점은 힘들기는 하지. 그렇다고 업무시간 내내 느긋한 것도 아니고 바쁠 때는 엄청 바쁘고 한가할 때는 한가해지는 느낌이니까. 그래도 주방일이라는 게 어딘들 안 그런 곳이 있겠어.”
차라리 아침 점심 저녁식사만 딱 나가고 일찌감치 쉬는 곳이 좋은 편이지. 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술집을 쭉 둘러보았다.
이렇게 새벽까지 일하는 곳보다는 근무시간이 길어도 끝날 시간에 끝나는 편이 좋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맞는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도 문제는 역시 너무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게 문제지.”
메기도 자신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담긴 청주를 쭉 들이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메말라?”
그녀의 말에 후지코가 귀를 쫑긋하면서 물어보았다.
“응, 메말랐지. 하루 1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월3회 비번밖에 없으니까 남자 만날 시간도 없고….”
메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면 류노스케는 참 성공했어?”
“응?”
갑자기 메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와서 약간 멍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멍청한 소리 내지 말고. 그 뭐야. 들어온 지 겨우 한 달 만에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랑 붙어 다니고 있잖아?”
그리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공격해왔다.
“에에? 정말?”
사키코가 놀랐다는 목소리로 메기에게 물어왔고 메기는 깔깔거리면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사키코, 마츠다씨 알아?”
“아, 응. 이 근방에서는 엄청 유명한 사람이지, 학생 때 늘 지역지에 얼굴이 실리곤 했는걸.”
마음속으로 어디에 지원할까 고민하다가 막판에 세이렌으로 결정하게 한 사람이지, 라고 덧붙이는 사키코.
“그 마츠다씨랑 매일 붙어 다닌 다니까? 지난번에 교육파견 삼아 지원을 부를 때도 약간 싸한 느낌이 있긴 있었는데 조리2부로 오기로 한 것도 그렇고, 막상 와서도 매일 마츠다씨의 조리실에 콕 박혀있는데…”
조리2부가 핑크빛 꽃밭이 되어버렸다니깐?
하고 깔깔거리면서 웃는 메기와 함께 나를 놀리는 재미에 웃는 사키코.
나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적은 있어도 아직 확실하게 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아니라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려는데 변명하지 말라면서 두 명에게 계속 놀림을 당했다.
셋이서 그런 식으로 어쨌든 하하호호하면서 놀고 있는데 후지코는 약간 꿍해진 얼굴로 연거푸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름답게 까맣게 그을린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새빨갛게 변했다.
약간 소치씨처럼 입을 앙다물고 술, 안주, 술, 안주 순으로 재빠르게 술병을 비워나갔다.
막판에 화제가 마츠다씨와 나로 바뀌면서부터 약간 들뜬 분위기가 되면서 술을 계속해서 마셔댔다.
마지막 스퍼트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분위기였다.
넷 다 내일 역시 업무일이기 때문에 못해도 네 시간은 자야 견딜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에 완전히 불살라버렸다. 놀리는 재미에 말을 많이 하다보니 목이 많이 타서 마시는 메기와 사키코, 그녀들의 놀림에 목이 타서 술잔을 들이키는 나.
그리고 완전히 술이 오른 후지코가 빠르게 술병을 비워서 파하고 일어나야지 했을 때는 이미 열 번째 청주병이 비워져있었다.
“와, 이건 정말 생각 외로 많이 마셨는데요?”
메기가 비몽사몽한 표정과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존댓말.”
내가 그런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수도를 날렸다.
“아야. 아파요.”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메기. 아마 아까 당했던 것의 분풀이가 담긴 모양이다.
나도 상당히 많이 마셔서 그런지 정신과 몸이 따로 노는 기분이긴 하다.
“존댓말!”
사키코가 그런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때리면서 깔깔 웃었다.
메기는 머리를 맞고 나서 울상을 지으면서도 깔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