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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안녕하세요.”
버스장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사카라기씨와 미즈가와씨가 웃으면서 날 맞아주었다.
“미무라씨는 어디에…?”
그리고 미즈가와씨가 혼자 오는 날 보고는 미무라씨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 챙겨올게 있다고 잠깐 기숙사에 다녀온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먼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잠깐 잡담을 하면서 기다리는 사이 세이렌의 입구 쪽에서 뛰어오는 미무라씨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미무라씨가 사카라기씨와 미즈가와씨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그녀들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셔틀버스가 들어왔고 우리 네 명을 태운 버스는 시마바쵸로 이동했다. 적당하게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찾으려면 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업지구인 시마바쵸의 역전근처가 아무래도 제일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혹시 어디로 갈지 정하신 곳이 있나요?”
내가 사카라기씨에게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이 모임은 대체로 사카라기씨가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모양새여서 그녀에게 물어본 것이다.
“음, 저도 이 근처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잘 모르겠네요. 세이렌에 취직하고서는 제대로 술을 마시러 나가본 적이 처음이라 서요.”
사카라기씨는 하하 웃으면서 볼을 긁적였다.
“아, 제가 괜찮은 곳을 알고 있는데 그곳으로 가실래요?”
미즈가와씨가 말했다.
하긴 생각해보니 미즈가와씨는 이 그룹에서 유일하게 사와자카 근방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이었다.
“네, 저야 좋죠.”
미무라씨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나와 사카라기씨를 둘러보았고 우리는 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역전 근처에 있는 미즈가와씨가 아는 단골 술집으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버스가 역전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미즈가와씨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면 나머지 셋은 그녀를 졸졸 따라서 걸어갔다.
지난번에 들렀던 미용실인 ‘DR. HAIR.’로 가는 길과 길 자체는 같았다.
미즈가와씨의 말과 조합해보면 아마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술집인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대로 ‘DR. HAIR’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사카라기씨에게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미용실이 이곳이라는 말을 했다.
“아, 여기군요. 나중에 꼭 와봐야겠어요.”
사카라기씨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이 미용실에 와보신 적이 있으신가 봐요?”
사카라기씨와 그런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즈가와씨가 나에게 말했다.
“네, 지난번에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아는 곳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이곳을 추천해주더라고요.”
“헤에, 여기 굉장히 잘 해주잖아요, 저도 종종 여기서 머리를 하곤 했어요. 값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닌데 가게주인이 수상경력도 꽤 있는 미용사라… 좋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미용실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듣겠지만 이내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반쯤은 전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조금 더 걸어가고 나서 길 오른쪽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전통술집보다는 서양의 호프에 가까운 느낌의 술집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박할 정도로 밝은 분위기도 아닌 것이 적당하게 떠들면서 즐기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괜찮네요.”
주변을 둘러보던 미무라씨가 말했다.
“그죠?”
“네, 괜찮은 느낌이에요.”
미즈가와씨의 말에 사카라기씨가 대답했다.
“주문은 어떻게 할까요?”
종업원이 가져다 준 메뉴판을 펴면서 물어보았다.
메뉴는 튀김류와 국물류, 부침류 정도가 있었다.
“일단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요?”
사카라기씨가 물었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 했다.
“그러면…”
나에게 메뉴판을 받아든 사카라기씨가 이리저리 메뉴판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어서 말했다.
“일단 모듬 튀김에 과일안주 하나, 술은 맥주정도로 시킬까요?”
스타트로 적당한 메뉴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에 붙어 있는 벨을 눌러서 종업원을 불렀다.
“모듬 튀김이랑 과일안주 소자에 맥주 세 병만 주시겠어요?”
“맥주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음, 부드바이저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복에 앞치마를 두른 여성 종업원이 가져온 종이에 우리가 시킨 것들을 적고서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오늘의 주된 대화 주제는 역시 각 부서의 업무에 관한 것이었다.
나와 미루라씨를 제외하면 각기 다른 부서로 찢어져서 일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로 궁금한 일들이 있었다.
또 푸념하고 싶은 일들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다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푸념보다는 이런 점이 좋다, 저런 점이 마음에 든다하는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맥주와 안주들이 나왔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맥주병의 뚜껑을 병따개로 제거하고 잔에 맥주를 따랐다. 보기 좋게 거품이 1~2할 정도 올라왔다. 나머지 잔들도 맥주로 채우고 다 같이 건배를 했다.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는데 굉장히 시원해서 맥주가 맛좋게 술술 넘어갔다.
젓가락을 들어서 오징어튀김을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한 것이 꽤 맛있었다.
세이렌의 고급스러운 식단에 비하면 역시 약간은 싼티가 나는 맛이지만 평생을 먹어온 그런 서민의 맛에 입이 당겼다.
시원한 맥주가 맛있어서 마시고, 안주를 먹고 나서 입을 씻기 위해 마시고.
생각보다 빠른 페이스로 맥주 세 병이 거덜 났다.
천천히 오래 달릴 줄 알았는데 빠르게 치고 빠질 요량인가 보다.
종업원을 불러서 맥주를 추가로 주문했다.
이번에는 네 병.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맥주가 줄어들어서 튀김을 다 주워 먹을 즈음에는 벌써 맥주가 동나게 되었다.
각 두 병정도 씩을 마셔서 그런지 미즈가와씨를 제외하고 사카라기씨와 미무라씨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느낌이 났다.
“이번에는 어떻게 시키는 것이 좋을까요?”
두 명에게 슬슬 술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고 또 안주도 거의 떨어졌기에 새롭게 시킬 안주와 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음, 이번엔 맥주보다 청주류가 저 곡주는 좋을까요? 사실 저 곡주류는 잘 못 마시거든요.”
쌩쌩해 보이는 미즈가와씨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에게 대답했다.
“음, 그럼 청주 한 병이랑 어묵탕… 어떠세요?”
“좋은 생각이에요.”
얼굴이 붉어진 미무라씨가 나의 의견에 동조해주었다.
그렇게 결정되어서 다시 종업원을 불러서 주문을 넣었다.
살짝 매콤한 느낌의 국물이라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들어가 있는 어묵들도 공장제가 아니라 직접 수제로 만든 것 같이 약간 삐뚤삐뚤한 모양이지만 특이한 맛이 났다. 꽤 맛있었다.
도수가 높은 청주로 술이 바뀌고 나서는 아까처럼 벌컥벌컥 마시기에는 좀 힘들었기에 지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사카라기씨는 완전히 자신을 불태우기 전에 조금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자고….
서로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한 분위기속에서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근데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딱딱하게 굴건가요?”
그러다 미무라씨가 입을 열었다.
“네?”
그녀의 물음에 사카라기씨가 입을 열어 의문을 표했다.
“우리들 동기들이고 적당히 봐왔고 앞으로 오래볼 사이들인데 조금 더 친해져도 괜찮지 않을 까요?”
아, 그런 얘기인가.
괜찮은 제안이다. 보면 사적인 자리에서는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도 있으니깐.
그리고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내 분위기이기도 하고.
“네, 괜찮은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