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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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토베씨, 다녀오셨어요?”

싱글싱글한 특유의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네, 제대로 처리 다 끝마치고 왔어요. 서류작업 끝내고 토리에씨랑 면담 좀 하다가 오니까 좀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마츠다씨는 내 말에 웃음을 더 짙게 만들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원래는 좀 더 늦게 오실 줄 알았는데요. 빨리 오셔서 점심식사 준비를 같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능숙하게 척척하셨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덧붙이면서.

               

“그냥 접시나 옮기고 그런 건데요.”

아직 생초짜에 불과한데 능숙하게 움직였다는 말에 왠지 좀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뇨아뇨.”

내 말에 다시금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판에 식사를 덜어서 마츠다씨와 마주보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나의 옆자리로 소치씨가 툭하고 치고 들어와서 식판을 내려놓았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애매하게 대각선으로 고개를 내리면서 나에게 인사했다.

평소의 앙다문 표정에서 약간 벌레를 씹은 표정을 더한 그런 느낌으로? 

               

“아, 안녕하세요.”

나도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주는데 왠지 소치씨를 보니까 후끈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도 약간 이러더니 이유를 모르겠는 이상한 기분이다.

애써 무시하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향료나 특별한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가볍게 볶은 밥과 일반 잡곡밥이 있었는데 반반정도의 비율로 식판에 담아왔다.

기름기가 많이 돌지도 않으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볶은 밥은 꽤 특유한 종류로 밖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이곳에서는 보름에 한 끼 정도씩은 나오는데 꽤 괜찮은 별미로 애용하고 있다.

문득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져서 마츠다씨에게 이 볶음밥의 레시피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마츠다씨가 나에게 대답을 해주는 것에 소치씨가 끼어들면서 오늘 점심의 화제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마츠다씨와 소치씨는 양념의 배합이나 재료 손질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데 사실 그 중에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양념과 향신료, 손질법이었다.

깍둑썰기나 채썰기, 간장 된장 소금 설탕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던 것이다.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하면서 고개를 박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국이 참 맛있었다.

본의 아니게 식사에 집중하는 사이에 마츠다씨가 나에게 물어왔다.

“토베씨는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세요?”

그녀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물론 곰곰이 생각을 할 만한 내용은 그다지 없긴 했지만 말이다.

“그냥 평범하게 4~5년 자취한 성인남성수준일까요?”

“평범한 성인남성 수준이요?”

어렵네요, 하면서 마츠다씨가 한손을 들어서 볼을 감았다.

하긴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기는 하다.

몇 년을 혼자 살든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잘 하고 못하는 사람은 못하며 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하지 않는 게 요리니까.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나름대로 못해도 하루에 한 끼는 직접 해서 챙겨먹었고 -생활비가 부족했던 것이 주효했지만- 맛도 보통은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완전히 실패해서 울상을 지으며 냄비와 씨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늘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던 모양의 먹을 만한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가끔은 깜짝 놀랄만한 맛과 향, 외양을 고루 갖춘 음식이 완성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래도…

“네, 그냥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는 게 제일 정확하기는 하겠네요. 뭔가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그럴 레벨은 전혀 아니에요.”

일반 푸드 코트 같은 곳에서 레시피에 따라 정량적으로 찍어내는 음식도 아니고 세이렌은 전문적인 맛을 낼 필요가 있는 곳이다.

내가 결코 이런 곳에서 맛을 낼만한 솜씨를 가져본 적도 없고 그런 기억도 없다.

“흠, 그래요?”

그렇게 얘기한 마츠다씨는 그렇다면 1:1로 붙어서 요리를 가르쳐줄 사람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리부 인원을 뽑을 때, 처음부터 싹이 보이는 인원을 밖에서 스카웃 해오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일단 들어온 인원을 선별해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그리고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이 토베씨, 라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이련 경우에는 1:1로 한명이 붙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때까지 기본기를 닦아주는 것이 보통이라고.

마츠다씨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토베씨만 거절하지 않으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

요즘 자신은 일선 조리파트보다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다가 가끔 정식메뉴에 힘쓸 필요가 있을 때나 메인파트를 잠깐 맞는 식이라 시간이 어느 정도 남는다고.

“그리고 제가 나가서 자리가 비다보니까 역으로 다른 분들이 조금 바빠지기도 했고요.”

마츠다씨에게 요리를 배운다, 라.

생각지조 못한 제안이다. 물론 나에게 나쁜 점은 전혀 없다.

요리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실력에 다정다감한 그녀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다면 못해도 금방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있었던 일의 후속 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기대도 함께….

그러겠다고 그녀의 제안에 승낙하려는 찰나에 옆에 있던 소치씨가 쌍심지를 키면서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저도 요즘 좀 한가해지는 느낌이에요.”

물론 자신은 마츠다씨에겐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이지만 초보자를 봐주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중요한 메뉴개발을 해야 하는 마츠다씨의 시간을 뺏는 일은 세이렌에 있어서 누라고 이야기하는 소치씨.

소치씨가 멘토 경쟁에 뛰어들자 마츠다씨는 소치씨의 말이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는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어버버 거렸다.

당황하는 모습이 또 꽤 귀엽다.

               

아무튼 상황을 보니 선택권이 나에게 돌아온 모양이다.

다른 타입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간직한 둘을 놓고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라니, 선생님을 모시는 것이지만 썩 좋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두 미녀의 표정이 보인다.

나는------

1. 마츠다씨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

2. 소치씨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

3. 둘 다에게 배우고 싶다.

4. 둘 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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