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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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마토씨는 마츠다씨에게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오늘부터 토베씨가 조리부에서 일하게 됐어요, 정확하게는 조리2부.”

                     

“네엣?”

그 말에 마츠다씨는 반색하면서 대꾸했다.

                     

“왜 그렇게 놀라요? 그렇게 조리부로 데려오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만.”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는 마토씨의 모습에 얼굴을 붉히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츠다씨의 모습이 보였다.

흠, 대체로 마츠다씨는 이런 모습을 보여 왔었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과의 갭이 생각나서 나도 약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몸 위에 올라왔던 그 부드럽고 풍만한 육체.

딱딱한 가슴에 맞닿아 뭉개지면서도 특유의 유방특유의 탱탱한 탄력이 느껴지는 그… 

                     

정말로 꿈같은 기분이었다.

                     

마토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은 히카리도 없으니까, 리노가 토베씨 서류 처리하는 걸 도와주어야 할 거예요. 그러고 나서 앞으로의 처분도 조리2부에 일임하도록 할게요.”

“아무튼 힘내세요.”

마츠다씨에게 말을 전한 뒤 나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고 마토씨는 조리1실에서 떠나갔다.

                     

“살펴가세요.”

그런 그녀의 등에 인사의 말을 건네는 마츠다씨의 모습.

                     

마토씨가 문을 나가서 문을 닫자, 왠지 긴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 하던 것을 마저 하면 어떡하지, 이런 느낌.

물론 거부한다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지금은 근무시간인데…

                     

하지만 그런 기대아닌 기대에도 마츠다씨에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까 새벽에 나와 혀를 섞었던 인물이 요염하고 매혹적인 마츠다씨였다면, 지금의 마츠다씨는 말 그대로 순수하고 약간은 얼빵한 모습의 마츠다씨.

                     

늘 봐오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부끄럼쟁이 마츠다씨의 모습이었다.

              

물론 프로페셔널한 성격은 누차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시간에는 사적인 일을 끌고 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전혀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정말로 그게 그냥 내가 꾼 꿈이었나?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 정도로 말이다.

                     

“토베씨, 조리부로 와 주셨네요! 놀랐어요.”

늘 만나오고 겪어온 부드럽고 온화한 마츠다씨의 모습.

물론 이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꽤 마음이 끌리는 그녀의 모습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생각에 그녀와 일단 지내오던 대로 지내자고 생각했다.

“네,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는데 역시 조리부가 가장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를 보면서 웃고있는 그녀에게 대답해주었다.

                     

“정말 잘 생각하신 거예요. 제가 봤을 때, 토베씨는 분명히 재능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분명히 금방 꽃피우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파이팅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썩 귀엽다.

                     

점심시간에 쓸 재료를 다듬고 있었는지,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마츠다씨는 벽 쪽으로 가서 벽면에 걸려있는 수건으로 손에 묻은 물기를 쓱쓱 닦아내었다.

                     

“그럼 서류에 부족한 부분부터 채워 넣도록 해요.”

서류상의 인계처장은 조리부의 마토씨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손볼 부분은 없었다.

그저 세부항목만 마츠다씨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했고 마지막에 조리2부 부장대리 직함으로 마츠다씨의 서명이 들어갔다.

서류가 다 작성이 되고 나서 마츠다씨는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로 시간을 보았다.

전에도 느꼈지만 꽤 세련된 디자인의 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마츠다씨가 본인뿐만 아니라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이나 다양한 부위의 코디를 부드러움과 편안함에 맞춘다는 느낌인데, 유독 저 시계는 그 와중에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겨댔다.

어떻게 보자면 미스매치이겠지만 또 어떻게 보자면 유순하고 유들유들한 분위기 사이에서 혼자 예기를 발하는 것이 썩 눈길을 끌게 만들기도 했다.

양떼에 섞여서 숨어있는 양탈을 쓴 늑대. 라고 까지 이야기한다면 좀 과장이겠지만.

“이제 서류 작성이 끝났으니까, 내부적인 체계에서 토베씨는 공인된 조리부의 직원이 되었어요.”

마츠다씨는 그렇게 말하고 ‘축하해요’라고 느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럼 정식 조리부의 소속이 된 토베씨에게 정식으로 첫 명령을 내릴게요.”

귀엽게 에헴 하면서 짐짓 근엄한 포즈를 취했다.

손을 뒷짐 지고 상체를 앞으로 부각시키는 자세였는데 특유의 커다란 가슴이 특히나 많이 부각이 되었다.

그 부드러움을 생각해내자 약간 묘한 기분이 드는 가운데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오전에는 따로 뭔가를 할 시간이 부족하니까, 오전 중에 아카기씨한테 가서 서류를 완벽하게 처리하고 오도록 하세요.”

“아, 네.”

내가 대답하자, 그런 나를 보고 마츠다씨는 온화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다녀오세요.”

조리부 건물을 나서서 사장실이 있는 본관 쪽으로 걸어갔다.

토리에씨가 업무를 보는 사장실은 본관 3층의 복도 끝 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럴 것이다.

들어 가본적은 없지만, 전에 하라씨에게 받았던 주입식교육의 성과다.

본관으로 막 들어서는 찰나에 시커먼 색의 커다란 자루를 들쳐 메고 있는 사카라기씨와 마주쳤다.

“어? 안녕하세요.”

그리고 먼저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내가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주자, 사카라기씨는 약간 눈썹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말씀 들었어요. 조리부로 옮기셨다고….”

“네. 계속 생각해 봤는데 저한테 가장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말에 찌푸리던 눈썹을 펴면서 확하고 웃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는데 사나운 흑표범이 다시 새끼흑표범으로 변신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요, 그래도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못 정하셨다고 해놓고서는. 조금 섭섭해요?”

손바닥으로 내 등을 팡팡하고 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쏘아오는 모습이, 이것도 이것대로 꽤 귀여웠다.

“그건 그러네요, 죄송해요. 어제 밤에 잠자려는 순간에 딱 정했거든요.”

“방금은 심사숙고해서 정했다더니ㅡ”

그녀는 내 말꼬리를 잡고 여전히 장난스러운 투로 이야기 했다.

아무튼

“어떤 거예요?”

그녀가 한쪽 어깨에 들쳐 메서 한 손으로 잡고 있는 검은색 자루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 물어봤다.

“아, 이거요? 오늘 업무에 관련된 거죠, 당연히. 자세한건 업무비밀이에요.”

말투로 봐서는 쉽게 말해줄 것 같지는 않은데…

좀 과하게 큰 자루의 모습에 계속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나에게 물어왔다.

“그리고 모레 밤에 동기끼리 한잔 할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토베씨도 오시죠?”

“동기끼리면…?”

“저희 동기가 뭐 얼마나 되나요, 저랑 토베씨랑 미무라씨랑 미즈가와씨. 이렇게 네 명이죠. 원래 다들 자리를 잡고나면 한바탕 거하게 마셔보자. 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세요?”

음, 생각해보니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났다.

“그래서 나머지 셋은 다 자리를 잡았고 토베씨만 기다리면 되나, 싶었는데 바로 조리부로 가셨으니까. 거하게 한잔 마시자고요.”

빈 왼손을 얼굴 앞에서 술잔을 들이키듯이 까딱까딱하는 사카라기씨.

“네, 저야 좋죠. 정확한 시간은 어느 정도로…?”

“자세한 거는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요. 조금 있다가 다 같이 상의 해봐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오른쪽 어깨를 으쓱해서 살짝 흘러내린 자루를 다시 올렸다.

“이제 가서 업무를 봐야할 것 같네요, 토베씨는?”

“아, 저는 토리에씨한테 갈려고요.”

손에 든 지원서를 살짝 흔들면서 보여주었다.

“흐음, 그러면 나중에 봬요.”

웃으면서 대답하고 손을 크게 흔들면서 본관 밖으로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저 커다란 자루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뭐, 유격부의 업무이고 나는 조리부로 옮겼으니 애써 신경을 끄도록 하자.

그나저나 동기끼리 음주라.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문제는 거나하게 마시자고 하는 부분일까. 

지금도 아직 몸에 알코올이 남아있는 기분인데, 요즘 들어 부쩍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난 기분이다.

뱃살도 늘어나면 안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배를 쓱하고 쓰다듬어 보았다.

아직은 딱딱하지만 요즘 먹기를 워낙 잘 먹기 때문에 언제 살이 쪄버릴지 모른다.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맛있는 음식들을 두고 먹는 양을 줄이는 건 힘들 것 같으니깐. 몸을 일이 아니라 운동으로 움직인 지도 꽤 흘러서 종종 몸이 찌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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