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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그 다음엔 조리부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신경써야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앞으로 업무를 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협의사항 등을 정하고 그걸 토대로 서류 작업을 거의 끝마쳤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은근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마토씨가 내 눈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토베씨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혹시 지원하는 곳이 있나요?”
나에게 조리1부로 가고 싶은지, 아니면 조리2부로 가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물론 아까 나카가와씨의 조언을 받아서 어디로 갈지는 확실하게 정해둔 뒤다.
나는------
1. 조리1부로 가고 싶다.
2. 조리2부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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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리 2부로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왠지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마토씨는 다시 펜을 들어서 지원서에 조리2부라고 기입하고 나서 나에게 서류를 돌려주었다.
“한번 자세하게 살펴보세요. 별 내용이야 없지만 그래도 공증되고 나면 법적인 효력이 생기는 물건이니깐요.”
그녀의 말에 구석구석 자세하게 서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처음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처럼 다양한 내용이나 약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서를 유격부에서 조리2부로 옮기는 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간단한 내용 외에는 그다지 쓰여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빠짐없이 처음부터 끝가지 훑어보았는데 역시 특별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네, 전부 확인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 모습을 본 마토씨는 흡족한 표정으로 씩하고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따라오세요.”
그리고 그녀를 따라서 조리부 부장실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다시 문고리를 돌려서 조용하게 문을 닫고는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조리2부로 넘어갈 수 있는 연결통로 쪽으로 걸어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환영회는 다음에 열어서 인원들에게 소개시켜 줄 테니까, 일단 오늘은 업무를 곁눈질로라도 배워두도록 하세요.”
그리고 혹시 몰라서 아직 미무라씨의 환영회를 열지 않았었는데 꽤 잘 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명쯤은 더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 또 온화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오늘 조리2부의 부장인 온다 히카리씨가 비번인 날이기 때문에 부부장인 마츠다씨에게 인원 인수인계와 서류처리를 받아야 할 것이고, 오후 업무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마츠다씨 생각을 하니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완전히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체 왜, 어떻게 그녀와 그렇게 정열적으로 혀를 섞게 되었을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 전전긍긍하는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마토씨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쿡쿡 거리며 웃었다.
조리1부와 조리2부는 한 건물을 반반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밖과 통하는 정문은 각각 반대쪽에 있지만 건물 안 쪽에도 이렇게 두 곳을 연결하는 연결통로가 있다고.
커다란 짐이나 많은 재료들을 옮겨야 해서 그런지 보통 유리문의 세 배 크기의 거대한 유리문이 걸려있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되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나를 이끌었다.
바닥에 넓적한 철판이 있었는데 그 안에 인조 잔디 같은 것이 깔려있고 찰박찰박하게 물이 깔려있었다.
마토씨는 그 물로 신경 써서 신발 밑창을 닦아내고는 나에게 말했다.
“소독용 체이니깐,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마다 와서 밟아주시면 참 좋을 거예요.”
난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고 그녀를 따라서 신발 밑창을 소독했다.
지난번에 실습을 왔을 때도 그렇지만 조리1부는 조리업무 외에도 사무업무를 함께 수행하다보니 비 조리인원이 조리실에 들어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사무구역과 조리구역을 나눠서 조리구역으로 들어갈 때만 손 씻기와 소독을 하면 되지만 조리2부 같은 경우는 전역이 조리구역이기 때문에 들어갈 때마다 신경 써서 위생을 점검해야 한다.
옆에 있는 수도를 열어서 위생비누로 깨끗하게 손을 닦았다.
모든 세균의 근원이 손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닦지 않고 오랜 기간 이것저것 아무거나 만진 손은 발보다도 더 더럽다고 한다.
피부에 생기는 트러블이나 식중독, 전염병 그리고 기타 수많은 질병들은 손만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태반이다.
그렇기에 특히 조리구역으로 들어갈 때는 청결상태에 신경을 써야한다.
전에 배웠던 올바른 손 씻기 8단계를 따라 손목을 닦고 깍지를 끼고 사이를 닦고 손바닥을 손톱으로 훑고 손톱사이를 닦아 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대견하네요.’이렇게 말하면서 쿡쿡거리는 마토씨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손을 닦아내는 중이었지만.
그리고 옆에 있는 손 소독기로 손에 남은 물이 없이 뽀송뽀송해질 때까지 손을 말렸다.
안 씻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손에 물이 남아 있는 상태로 다니면 또 금방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그래서 물로만 손을 닦고 나서 그 물을 제대로 닦아내지 못하면 오히려 세균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안 하니만 못한 결과보다는 조금 신경을 써서 완벽함을 기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완벽하게 태세를 정비한 다음에 유리문을 열고 조리2부의 구역으로 들어갔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점심준비를 시작하기 전의 약간의 막간이라 그런지 선배들이 여유롭게 쉬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러다 마토씨가 들어오자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나도 그런 선배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건넸다.
마토씨는 그대로 나를 데리고 1조리실로 들어갔다.
갑자기 문이 벌컥 하고 열리자 안에서 깜짝 놀라하는 마츠다씨의 모습이 보였다.
마츠다씨는 마토씨가 들어온 모습에 반가워해하다가 뒤에 따라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오늘은 지원요청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 하는데요…?”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정말 오늘 다들 이 소리를 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