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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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조리부의 신입

조리부로 걸어가는 길을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는 것이 참 기분이 좋았다.

대연회장 부근에 있는 조리실 건물 앞에 도착했다.

            

단층 건물을 조리1부와 조리2부가 반반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번에는 조리2부로만 갔었기 때문에 조리1부로 들어가 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일이 없다면 들어올 일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자 조리1부 역시 조리2부처럼 깔끔하게 정리되고 닦여진 타일을 베이스로 청결한 분위기의 작업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내가 들어가서 그런지 몇 몇 선배들이 곁눈질로 나를 힐끔하고 바라보았다.

            

그 때 누군가가 내 뒤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턱하고 내 오른 어깨에 손을 올리는 느낌이 났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데 푹하고 볼이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저 돌아서 뒤를 돌아보니 나카가와 스미코씨 -센다 토오야씨의 소꿉친구로 조리1부의 7년차 베테랑, 전에 한번 같이 식사를 했었다.- 가 검지로 나의 볼을 찌르면서 화려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층 더 밝은 표정으로 웃었다.

“안녕하세요.”

            

나카가와씨는 딱히 지원을 부른 일이 없는데 어쩐 일로 왔느냐고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그녀에게 부서이동 신청서를 보여주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아예 조리부로 들어오기로 결심했거든요.”

그녀는 나에게서 받아든 부서이동 신청서를 면밀히 살펴보고는 말을 이었다.

“와, 정말이네! 환영해, 환영한다고.”

이렇게 말하면서 나의 손을 잡고 거하게 흔들었다.

            

조리부를 선택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다. 서로 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던 나카가와씨는 문득 화제를 바꿔서 나에게 물어왔다.

“조리부에서 1부로 갈 생각이야, 2부로 갈 생각이야? 인원편차가 그렇게 심하게 나지 않을 때는 보통 지원에 의해서 부서를 정하거든.”

아마 서류 처리를 할 때, 정하고 있어야 제대로 처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생각을 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합니다, 빨리 정해두어야겠네요.”

굉장히 감사한 말이지만 실상…

마츠다씨가 있는 조리2부에 갈 생각 만만으로 와버린 지라.

아니 만약 1부와 2부의 인원편차가 심한 상태였다면, 스트레이트로 조리 1부에 들어 가버릴 가능성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정했어야 하는데 좀 성급하게 결정한 기분도 들었다.

물론 잘 되고 있으니 문제는 없지만 만약 일이 꼬여버렸다면 좀 성가셔졌을 것이다.

어느 정도 말을 끝내고는 나카가와씨의 인도를 받으면서 조리1부의 부장실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안쪽에서 중년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미코입니다, 그리고 토베 류노스케씨도 같이 왔습니다.”

그 말에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은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례합니다.”

나카가와씨가 문을 열면서 그렇게 말했고, 나도 그녀를 따라 말했다.

문이 열리고 나서 나카가와씨는 나의 등을 방 안쪽으로 밀면서 ‘차가운 거 아니면 뜨거운 거?’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나 역시 ‘차가운 것으로 부탁드리게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꾸벅 내렸다.

“알았어. 열심히 해봐,”

쾌활한 웃음을 지으며 알았다고 대답한 나카가와씨는 크게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서 나를 응원해 주었다.

정말 감사한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하게 문고리를 돌려서 방문을 닫고 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있는 사무용 테이블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유격부에서는 썩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뒤쪽에 있는 의자에 살짝 주름 잡힌 눈으로 온화하게 웃고 있는 마토씨의 모습이 보였다.

50대 초반인 세이렌의 마스터 쉐프. 늘 실눈을 가늘게 뜨고 온화하게 웃고 있는데 그 온화함이 주변까지 퍼져나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이다.

마치 어머니처럼. 딱 그런 느낌이다.

“안녕하십니까, 토베 류노스케입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면서 그렇게 인사하자 마토씨는 한쪽 볼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음, 난 지원을 부른 기억이 없는데. 내가 잊어버린 걸까요? 죄송하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껄껄 웃으셨다.

그 모습에 약간 당황한 모습으로 유격부에서 조리부로 부서이동을 위해 왔다고 설명을 해야 했다.

“흠 그런가요?”

그 말에 마토씨는 평소보다도 꽤 밝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 미소에 주변까지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마토씨의 들어오라는 말에 차를 끓여온 나카가와씨가 들어왔다.

나카가와씨는 회의용 테이블에 -주변을 둘러보니 가구 배치나 그런 것에 있어서 부장실들은 대략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차 두 잔을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고마워요, 스미코.”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마토씨는 자애한 표정으로 감사를 전했고 나도 따라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요즘 들어 선배들에게 차 대접을 계속 받고 있는 느낌인데 썩 불편하다.

“그럼, 그쪽에 앉아 봐요.”

마토씨가 회의용 테이블을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적당한 의자를 골라서 앉을 때, 사무용 테이블에서 일어난 마토씨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회의용 테이블에 가까워졌다.

“어디 줘보시겠어요?”

내 반대쪽 자리에 앉은 그녀의 물음에 나는 그녀가 서류를 받기 편하도록 돌려서 양손으로 건네주었다.

양손으로 서류를 받은 마토씨는 서류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으로는 나카가와씨가 놓고 간 커피 잔을 들었다.

“토베씨도 들어요. 스미코는 차를 끓일 때만큼은 만만치 않은 아이니까.” 

그 말에 나도 커피 잔을 들어서 입에 한 모금을 머금었다.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쿨커피였지만 확실히 맛있다, 라는 느낌이 바로 들 정도였다.

그다지 달다는 느낌이 없으면서도 뒷맛이 달짝지근한 게 갈증이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잘 끓여낸 커피다.

“그렇죠?”

그녀의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내 대답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마토씨는 선선히 입을 열었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건넨 서류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조리부에서의 견습은 리노한테 받았군요?”

“네, 전에 노다씨가 고향에 가셨을 때 지원형식으로 들어와서 잠깐 일손을 도왔던 적이 있습니다.”

흠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한 마토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리노가 어지간히 데려오고 싶었나 보네요. 굳이 필요 없는 데도 별 다섯 개로 평점가지 먹여놓았어요. 한번 볼래요?”

내가 대답하기 전에 마토씨는 서류를 내 쪽으로 해서 보여주었다.

아까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기에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서류를 보았더니.

활동보고서 라고 작성되어있는 서류의 하단에 마츠다씨의 이름과 서명, 그리고 앙증맞게 그려진 별표 다섯 개와 동글동글한 글씨로 강력추천! 이라고 쓰여 있는 문구가 보였다.

약간 당황한 나의 표정을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던 마토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보면 다른 부서에서도 칭찬 일색이었어요. 회계부나 관리부나. 그러고 보면 슌베이씨도 꽤 노리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슌베이씨가 어지간해선 사람들이 오고가는 걸 자유롭게 두지 눈독을 들인다거나 이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게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시거든요.”

유격부 견습 과정에서부터 벌써 인원을 커트해서 데려가면 부서 간에 좀 곤란한 일이 생기거든요. 라고 덧붙이는 마토씨.

확실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다.

공통으로 인원의 재능을 보고 키워보겠다는 취지로 유격부 견습 과정이 있는 것인데 쓸 만한 인원을 이 과정에서 유격부로 전부 스카웃 해놓으면 다른 부서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은 마츠모토씨랑 닮은 점이었죠. 슌베이씨를 데려갈 때를 빼고는 한 번도 그렇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당신도… 이렇게 말하다가 씩하고 웃는 마토씨의 모습이 보였다.

                  

“조리부에 잘 오셨어요. 모두 당신을 환영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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