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 / 0062 ----------------------------------------------
#01. 물밑작업
나는------
29화에서 1. 나는 조리부로 가야겠다.
32화에서 1. 나는 조리부로 가고 싶었다.
------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알 수 없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기분이다.
일분을 한 시간으로 바꾼 다음에, 하룻밤동안 가위에 눌리게 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은 그런 기분.
그러다가 몸에 닿는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것? 이불? 이 따뜻한 게 뭐지.
아무튼 이 때, 딱 잠에서 깨어났다.
뭔가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따뜻한 잠자리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꿈이라서 다행이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굉장히 더럽고 불유쾌한 꿈이었다.
입에서 작게 한숨이 세어 나왔다.
몸을 짓누르던 무거운 것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벼워 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오른팔을 짓누르는 둔한 무게감이 있었다.
그것은 따뜻하고 또 부드러웠다.
아마 아까 느꼈던 그 부드러움의 원천이 이것인 것 같다.
뭐지.
팔이 저려서 오른 팔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오랫동안 피가 통하지 않았는지, 아예 감촉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도무지 신경이 쓰여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창으로 새벽 특유의 갓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한 아침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오른팔엔…
오른팔을 베고 누워있는 마츠다씨가 있었다.
깜짝 놀랐다.
마츠다씨가 내 오른팔을 베고 자신의 얼굴을 내 품속에 묻은 체 잠을 자고 있었다.
아까 닿은 부드러운 물체가 마츠다씨였구나!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꽤 붉게 상기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마츠다씨가 왜 나와 이렇게 껴안듯이 잠을 자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차마 품속에 안겨있는 그녀를 밀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차에 마츠다씨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입술에서 아기가 옹알이 하는 것 같은 귀여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스르륵하고 마츠다씨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마츠다씨의 눈이 떠지면서 바로 앞에 있는 나의 눈과 눈이 맞았다.
거리는 마츠다씨의 숨결이 나의 턱에 닿을 정도의 거리.
내가 그런 그녀를 보고 완전히 굳어있을 때 그녀는 몇 번 정도 눈을 깜박거릴 동안 멀뚱멀뚱 나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리곤 마츠다씨의 입 꼬리가 씩 하고 올라갔다.
지금껏 수도 없이 그녀의 웃음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까지 매력적인 웃음은 도무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에 나는 뱀 앞에 놓인 생쥐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츠다씨는 자신의 검지를 세워서 나의 입술에 댔다.
이렇게 붙어 있다 보니까 아침이라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곳이 신경 쓰였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더 흉포하게 발기해있는 분신이다.
내가 굳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는 손가락을 떼고 얼굴을 앞으로 쑥 밀었다.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이젠 코와 코가 맞닿는 거리까지 좁혀졌다.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자신의 입술을 나의 입술에 가져다 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입술에 그녀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입술이 닿았다.
입술끼리만 닿았음에도 탱글탱글한 촉감과 과일을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향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기억은 안 나도- 이상하게 사실적이었던 꿈 탓에 아직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마츠다씨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자 한층 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왜? 아직도 내가 꿈을 꾸는 중인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가. 아, 그런가 보다. 마츠다씨랑 내가 이런 일을 하는 사이일 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니까 간단했다. 그러네. 꿈에서 깼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이 꿈이었던 것이다.
내가 꿈을 꾸는지 꿈이 나를 꾸는지는 몰라도, 꿈이라면 애써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은 내버려두고 왼팔을 이용해서 그녀의 목을 뒤로해서 휘감았다.
내가 그녀의 몸을 당기자 그녀는 조금 더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슬쩍 나의 몸 위로 올라타 누웠다.
믿을 수 없게 풍만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촉감이 얇은 옷을 넘어서 나에게 느껴져 왔다.
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그리고 슬쩍 입술이 열렸다. 어느 쪽 입술이 먼저 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 혀가 서로를 탐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나의 발기된 분신이 묻혀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녀가 혀를 섞으면서도 쿡쿡거리면서 웃는 것이 혀와 입으로 느껴졌다.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꿈인데 부끄러운 것이 뭐가 있으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한발자국을 더 내딛으려 할 때.
침대 쪽에서 커다란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외국 락밴드의 음악이다.
깜짝 놀라서 몸이 굳었는데, 그 사이에 마츠다씨가 빠르게 다시 내 위에서 오른 팔 쪽으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침대위에서 ‘웅…’ 하는, 작은 고양이가 갸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음악이 꺼졌다.
아마 알람이었던 모양이다.
자는 척을 하면서 곁눈질로 침대 쪽을 살펴보는데, 부스스한 머리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류나의? 류나? 소치씨의 모습이 보였다.
소치씨는 멍한 모습으로 느긋하게 하품을 하다가 갑자기 확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휙휙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마 마츠다씨를 찾고 있는 모양인 것 같다.
왠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방금까지 있던 일이 꿈이 아니었던 건가?
소치씨는 주변을 살피다가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마츠다씨를 발견하고는 찢어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나한테 달려와서 마구잡이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쁜놈! 도둑놈! 쓰레기!”
갑자기 맞기 시작했지만 왠지 방금까지도 자고 있었다고 연기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전혀 감은 안 오지만 소치씨가 때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녀에게 거역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금까지 자다가 일어난 콘셉트로 어느 정도 맞고 나서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는 연기를 했다.
“아? 에…?”
멍청한 소리도 덤으로.
하지만 소치씨는 나를 때리는 양손을 멈추지 않았다.
손도 꽤 맵다. 정말 아프다.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사이에 마츠다씨도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방금 있었던 일들이 꿈이고, 그녀는 자고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녀가 일어나자 소치씨는 마츠다씨에게 달려가 저 놈이 무슨 나쁜 짓을 하지 않았냐고 소리쳤다.
마츠다씨는 특유의 멍한 눈으로 나와 소치씨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을 몇 번 정도 번갈아 바라보다가 입에 웃음을 머금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뇨,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그럼 왜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마츠다씨가 이 자식 옆에서 자고 있던 건가요!”
소치씨가 외쳤다.
그러자 마츠다씨는 다시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 소치씨 때문이에요. 어제 소치씨가 이불을 혼자 다 끌고 가 버려서 얼마나 추웠는지 알아요?”
마츠다씨가 소치씨를 훈계하듯이 말을 이었다.
소치씨는 그녀의 말에 꿀 먹은 듯이 조용히 경청했다.
“그래서 새벽에 쉬야를 하러 나갔다가 술김에 저긴 추우니까 따뜻한 곳을 찾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어머.”
말을 하다가 마츠다씨는 얼굴을 붉히면서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소치씨가 말을 멈춘 마츠다씨를 보고 흥분한 표정으로 나의 멱살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그것을 제지하고 마츠다씨가 말을 이었다.
“남성분 앞에서 쉬야라니 제가 단정치 못했네요.”
그녀의 이 말에 소치씨는 힘이 빠지는 듯 내 멱에서 손을 내렸다.
“아무튼 그래서 따뜻한 토베씨의 옆에서 곁잠을 한 게 다에요. 소치씨야 말로 무슨 소리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계속 부드러운 눈빛을 유지하다가 이 부분에서 눈을 사납게 빛내면서 검지를 들어서 소치씨의 입술을 가리켰다.
============================ 작품 후기 ============================
일단은 비축분이 많은 1번부터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