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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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식당으로 내려가서 저녁밥을 먹었다.

꽤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지만 조금 있다가 마츠다씨가 해준 요리를 먹을 생각에,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만 먹었다.

식기를 반납하고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매점에 들러서 탄산음료와 주스 한 병씩, 그리고 맥주를 네 병정도 구입했다.

굳이 오늘 다 못 먹더라도 평소에 홀짝거리면서 마시는 양을 생각하면 그다지 많이 산 것도 아니다.

방에 돌아와서 냉장고에 음료수들을 넣고 나니까 일곱시.

마츠다씨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 두 시간정도가 남았다.

오늘 일하면서 땀도 좀 흘렸고 일찌감치 씻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면도구를 챙겨서 샤워장으로 향했다.

가볍게 땀을 닦아내고 방에 돌아왔다.

아까 신경 써서 정리를 해놓아서 그런지 꽤 깔끔해진 느낌.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전에 하라씨에게 빌려두었던 소설책을 꺼내들었다.

미스터리 소설인데 꽤 재미있다.

원래는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하라씨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그에게 책을 빌리게 되었다.

그런데 읽어보니까 확실히 책이 사람을 확 당기는 매력이 있긴 하더라.

시리즈물이라 꾸준히 읽고 나서 다음 권을 빌리고 있다.

하라씨는 포교에 성공했다고 꽤 즐거워하는 모양이고.

심취해서 책을 읽고 있는 사이에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갑니다.”

책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얼른 뛰어나가서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눈앞에는… 음식이 든 접시를 한손가득 들고 다른 한 손엔 청주 두병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들고 있는 마츠다씨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마츠다씨가 날 보면서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오랜만이네요.”

난 그녀가 들고 있는 음식접시와 청주를 받아들면서 그녀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먼저 테이블위에 음식들을 올려놓았다.

그 동안 마츠다씨는 내 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와,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사시네요.”

방금 정리한 것이지만…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내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마츠다씨는 테이블위에 올려있는 소설책을 보면서 말했다.

“아, 토베씨도 이거 보시네요?”

“네. 꽤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빌려서 보고 있는데… 마츠다씨도?”

“하라씨가 추천해주셔서 한번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보이는 마츠다씨.

그 책을 집어 들어서 침대위에 던져놓고 손님용 방석을 꺼내왔다.

테이블 양쪽에 하나씩 내려놓고 문쪽의 자리를 마츠다씨에게 권했다.

“아, 실례할게요.”

라면서 마츠다씨가 방석위에 무릎을 꿇으면서 앉았다.

냉장고에서 물과 주스, 선반에서 컵을 네 개 꺼내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도 마츠다씨의 반대쪽에 앉았다.

마츠다씨가 준비해온 음식은 야채 조림류 한 접시와 고기볶음으로 보이는 요리 한 접시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마츠다씨가 준비해온 나무젓가락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네,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녀도 젓가락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먼저 야채 조림에 젓가락을 뻗어서 한입 입에 넣었다.

재료 특유의 맛이 처음에 딱 난 다음에 뒤이어서 간장의 맛과 살짝 알싸한 매운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맛있네요.”

오묘하게 신기한 맛이었다. 물론 정말 맛있는 신기한 맛. 정말 맛있었다.

“그래요? 입맛에 맞으신다고 하니까 다행이네요.”

그 다음엔 고기볶음도 먹어봤는데 이 역시 굉장히 입에 맞았다.

마츠다씨가 가져온 청주하고도 잘 어울려서 음식을 먹고 청주를 마셔 뒷마무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음식의 간도 그렇고 아마 일반 식사용 요리보다는 안주거리로 만들어진 음식 같았다.

마츠다씨에게 물어보니 안주용이 맞다고.

“식사류는 바리에이션이 충분한 편인데 안주류는 좀 부족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오리지널 안주류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이건 주로 증류주용의 안주고 맥주나 곡주계열의 안주는 주로 소치씨가 힘을 쓰고 있지요.”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청주 두병을 다 나누어 마셨다. 그렇게 큰 병이 아니라 조그만 병이긴 했어도 한 병씩 나눠먹어서 그런지 마츠다씨의 눈망울이 살짝 촉촉해지고 얼굴도 홍조를 띄웠다.

  

“좀 피곤하네요.”

라고 말하면서 웃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요염한 감이 감돌았다.

그걸 보니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데 눈을 얇게 치켜뜨고 있는 마츠다씨와 눈이 맞았다.

꿀꺽

입에 집어넣었던 고기조각과 함께 침이 큰소리를 내면서 넘어갔다.

그때,

쿵쾅쾅

심장소리인가 해서 깜짝 놀라서 돌아봤더니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휴… 뭔가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면서 방문을 열어주기 위해서 일어났다.

누구일까, 이 시간에 딱히 찾아 올 사람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어주었다.

“누구세요?”

이번에는 요리가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소치씨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소치입니다. 실례할게요.”

이렇게 대답한 소치씨는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서 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소치씨가 들어와서 약간 벙찌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업무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마츠다씨가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자 소치씨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마츠다씨는 증류주의 안주거리를 만들어서 테스트해본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소치씨는 그럼 자신도 맥주안주를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마츠다씨는 당연히 다음의 언젠가 일 줄 알고 그러자고 대답했는데 소치씨가 의욕 차게 오늘 안주를 준비해 온 것이다.

                     

자신이 오는 것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자 소치씨도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북적거리면서 즐거운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맥주안주라는 이야기에 냉장고에서 맥주까지 꺼내 와서 술판을 벌이게 되었다.

                     

소치씨가 준비해온 안주도 상당히 맛있었다. 닭요리의 일종이었는데 약간 기름진 느낌이 시원한 맥주와 상성이 잘 맞았다.

기름진 음식과 맥주를 같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는 하지만 맛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니까.

                     

그러다보니 서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는데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는 나와 늦게 들어와서 맥주만 마신 소치씨는 어느 정도 멀쩡한 상태였지만 청주와 맥주를 연거푸 들이 킨 마츠다씨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눈이 반쯤 풀어졌다.

                     

평소의 귀여움에 요염함이 추가된 그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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