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 / 0062 ----------------------------------------------
#01. 물밑작업
사카라기씨가 커피를 가져다주고 나간 후에 몇 가지의 이야기를 더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내용들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이뤄지는 면담 혹은 잡담수준에서 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 이정도면 되겠지. 느긋하게 생각해보라고.”
그렇게 말한 슌베이씨는 이제 사카라기씨와 들어가서 쉬어도 좋다고 나를 방 밖으로 내보냈다.
유격부 의자에 앉아서 지역신문을 읽고 있던 사카라기씨에게 슌베이씨의 말을 전했다.
“와, 오늘은 일과가 일찍 끝나서 좋네요.”
이렇게 말하면서 사카라기씨가 웃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네 시정도가 되어 있었다.
아직 저녁시간까지도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천천히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카라기씨는 외각에 있는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중간쯤에서 헤어졌다.
방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쉬기 위해서 윗옷의 단추 몇 개를 풀어서 옷차림을 가볍게 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서, 몇 모금 벌컥거리면서 들이키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는 그 차림 그대로 침대위에 엎어졌다.
일하는 도중에는 다행히도 그다지 피곤한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방에 들어오니 피곤함이 느껴졌다. 지렁이처럼 기어 올라가서 베개를 베고 누웠다.
어떤 부서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
천천히 생각을 해보았다. 일단은 조리부부터.
음, 조리부에는… 마츠다씨가 있다. 어떻게 보면 조리부에 소속됐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점은 마츠다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따뜻한 느낌이 나고 즐겁다.
약간 연상이지만 귀여울 때는 또 엄청 귀엽고…
그냥 이렇게 생각만 하기보다는 좀 깔끔하게 정리를 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마츠다 리노… 음, 이런 식으로.
나이: 27세
소속: 조리2부
경력: 8년
키: 168cm정도?
특징: 꽉 찬B컵, 혹은 C컵 정도 되는 풍만한 가슴. 전체적으로 신체 비율이 좋다. 살짝 눈꼬리가 처진 눈. 보랏빛이 도는 웨이브머리. 치유되는 것 같은 온화한 분위기.
요리를 굉장히 잘 한다. 외면이나 내면이나 매력적인 사람.
왠지 이런 느낌으로 정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사카라기씨?
이름: 사카라기 후지코
나이: 23세
소속: 유격부 예정
경력: 1년
키: 160cm정도?
특징: 아름답게 그을린 피부. 짙은 검은색의 숏 컷. 눈매가 사나워서 약간 무서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꽤 귀여운 구석도 있다. 흑표범 같은 느낌, 귀여울 땐 아기흑표범. 운동으로 잘 단련 돼 있어 보이는 탄력 있는 슬렌더 타입.
이름: 사토 치즈에
나이: 24세
소속: 관리부
경력: 5년
키: 162~3cm?
특징: 고양이 같은 매력이 있는 눈. 매끄러워 보이는 흑단발. 마츠다씨 만큼은 아니지만 볼륨감 있는 가슴과 무엇보다 깔끔하게 쭉 뻗은 긴 다리에 탱글탱글해 보이는 힙업 된 엉덩이가 매력적이다. 장난스러운 구석과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은 쾌활한 타입.
이름: 토리에 미츠루
나이: 20세
소속: 재수생
경력: 1년차
키: 155~6cm?
특징: 세이렌의 사장인 토리에 아카기씨의 외동딸, 아가씨 타입. 청초한 검은색 생머리와 단아한 분위기를 가진 전통적인 미녀 상. 약간 빈약해 보이는 몸매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유한 분위기에 자기일은 자기가 하는 자립적이고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름: 미즈가와 사키코
나이: 24세
소속: 회계부
경력: 1년
키: 172~3cm?
특징: 큰 키에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졌고, 차가운 인상을 가진 전형적인 쿨 뷰티 타입. 사카라기씨 보다 약간 더 볼륨이 추가된 슬렌더 타입의 체형이다. 만능으로 이것저것 척척 해낼 것 같은 커리어우먼처럼 보이지만 정리에 관한 재능은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안경을 쓸 때도 있고 렌즈를 착용할 때도 있다.
이름: 소치 류나
나이: 23세
소속: 조리2부
경력: 4년
키: 157~8cm?
특징: 블루블랙의 세미 롱 헤어, 꽤 귀여워 보여야할 인상이지만 앙다문 입술에 힘을 주고 있는 눈초리가 씩씩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마츠다씨 못지않은 재목. 마츠다씨를 동경하고 있는 것 같다.
음, 대충 이렇게 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왜 부서를 정하는데 여성들만 정리해 놓았는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거기에 부서의 정보와 장단점들 까지 정리해서 하나의 도표처럼 작성해 보았다.
썩 괜찮다.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이 같이 떨리면서 웅하는 진동소리가 크게 울려서 들렸다.
전화를 들어보니 마츠다씨에게서 온 전화였다.
통화버튼을 옆으로 끌어서 전화를 받았다.
“네, 토베입니다.”
“아, 토베씨.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네, 문제없습니다.”
내 말에 약간 텐션이 높은 마츠다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다.
“오늘 신 메뉴를 개발해본 것이 있는데 혹시 조금 있다가 드셔보시고 맛에 대해서 평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러고 보면 전에도 다음에 신 메뉴를 개발하고 나서 맛을 봐줄 수 있냐고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었는데…
“네, 물론이죠.”
이번에도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에 마츠다씨는 즐겁게 웃으면서 아홉시쯤에 내 방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냉장고로가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물을 제외하면 캔 맥주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마츠다씨가 어떤 종류의 음식을 가져오실지는 몰라도 일단 저녁을 먹고 나서 매점에 가서 탄산음료나 주스, 맥주정도는 구입해서 채워 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방 정리도 좀 해놓아야 하겠지.
내 눈에 전형적인 지저분한 남자 방이 보여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초반엔 나름대로 신경 쓴다고 정리를 그때그때 했었는데 어느 새부터 조금씩 방이 지저분해지더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물론 쓰레기더미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빈말로라도 청결하고 깨끗하게 단정된 방이라고는 누구도 부를 수 없는 그런 방.
후딱 정리해서 최소한 사람이 사는 방 수준까지는 만들어 놔야겠다.
쓸고 닦고 모인 쓰레기를 버리고 나니까 저녁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