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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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딩동동 굿ㅡ모닝 딩동동 빠빠빠 빠빠 빠빠빠빠…

아… 핸드폰 알람이 들려온다.

그런데 지금 몸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상태다.

두 시간, 아니 한 시간만이라도 더 자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큰일 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했다.

머리도 약간 지끈거리는 것 같고 계속 눈이 감기려고 하는 게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다시 감기려는 눈꺼풀에 힘을 줘서 어떻게든 눈을 뜬 상태로 세면도구와 속옷을 챙겼다.

세면도구가 든 바구니와 속옷, 수건을 챙겨 들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어서 따뜻한 물로 머리를 헹구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드는 기분이다.

머리에 샴푸 바르고 깨끗하게 헹궈 내고 린스도 했다.

면도크림의 효과가 나도록 거품이 잘 나는 폼 클렌징을 손에 짠 다음에 잘 거품을 내서 얼굴을 닦고 한 번에 면도까지 끝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이빨까지 뽀득뽀득하게 닦고 입안에 치약이 남아 있지 않도록 몇 번이고 다시 헹구어냈다.

만약 제대로 닦아내지 않고 입안에 치약이 남은 체 로  지내게 된다면 치약에 포함되어 있는 계면활성제가 그대로 남게 된다.

                     

계면활성제는 세제에도 들어가는 성분으로 거품이 나는 걸 도와주고 이에 광택이 나도록 해주는데 이게 입에 남으면 구강내의 점막을 건조시켜서 입 냄새가 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장으로 넘어가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입안에 치약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그렇게 들었다.

더 이상 입안에서 거품이 나지 않을 때까지 가글을 하고나서 샤워장을 벗어났다.

                     

방에 돌아와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준비되어 있는 의복으로 갈아입었다.

종업원들이 입는 제복이라고 해야 하나, 정장. 몸에 딱 맞는 사이즈에서 반 치수정도 넉넉하게 주문제작 되어 있어서 활동성이 있으면서도 겉모습도 깔끔하게 떨어졌다.

옷을 입고 나서는 머리를 말렸다.

어제 나츠메씨가 알려준 부분들을 특히 신경 썼더니 그녀가 해줬던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충분히 괜찮은 머리모양이 잡혔다.

머리가 확실히 마음에 든다, 다시 자라면 꼭 그녀에게 가서 머리를 자르는 것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면 아키코씨도 내 머리를 자르기 위해 연습해준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머리는 언니 쪽보다는 동생 쪽에게 맡기게 될 것 같다.

뭐, 약간 실수를 할 때까지는 썩 괜찮게 자르고 있었으니까. 특별 연습까지 한다면 충분히 잘 잘라줄 것이다. 나츠메씨의 헤어스타일도 아키코씨의 머리와 좀 비교가 돼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보면 꽤 잘 나온 편이니까.

준비를 다 갖추고 나서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시간은 다섯 시 삼십분. 유격부의 업무가 여섯시 정각에 시작되는 것을 생각하면 좀 빠듯한 시간이다.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식판을 들었다.

정식식사를 하는 날이 아닌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것처럼 배식을 하게 된다. 물론 학교처럼 따로 배식당번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고 넉넉하게 준비된 음식을 자기가 먹을 만큼 식판에 담아서 먹는 방식이다.

어떤 음식이나 대부분 맛있고 늘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준비되기 때문에 세이렌에서 근무하다 보면 먹을 것에 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게 된다.

맛있는 식사로 충분하게 영양분을 공급받다 보니 군것질도 상당히 줄어들고 늘 적당한 업무를 통해서 땀을 흘리다보니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예전에 한창 격투만화에 빠져서 운동한다고 호들갑 떨 때처럼 몸이 다져지는 기분이다.

물론 당시에는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생활패턴 탓에 소정의 효과를 거두는 데에서 멈추었지만 말이다.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적당한 양만 식판에 담고 몸을 돌렸다.

테이블이 있는 쪽을 바라보니 벌써들 먹고 떠났는지 한적한 느낌이다. 적당히 비어있는 테이블에 가서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나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다섯 시 오십 분. 딱 좋은 시간이다. 유격부 앞에 있는 세면장 겸 화장실에서 휴대용 칫솔로 이를 닦았다. 단정, 청결이 생명인 직업이다 보니 신경 쓸 일이 많다. 원래 끼니마다 챙겨서 이를 닦는 성격이기도 했고.

유격부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자 다들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유격부는 특성상 사실 인력소개 사무소 같은 느낌도 약간 난다.

일을 받아서 파견을 가는 형식이기 때문에 유격부 자체에 상주하는 인물은 드문 편이다.

장기 파견일 시에는 유격부로 주초인 월요일에 출근해서 업무보고만 실시하고 다른 날에는 바로 근무지로 현장 출근하는 일이 보통이다.

받은 업무가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다가 먼저 들어와 있는 일들을 분배해서 처리하거나 새로운 일이 들어오는 것을 대기하게 된다.

물론 먼저 들어와 있는 일들이 딱 인원수에 맞게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말이다.

나의 라커에 가서 개인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을 때, 사카라기씨가 뛰어서 유격부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여섯 시 정각이었다가 바로 여섯 시 일 분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였구나. 물론 이 정도 지각을 한다고 딱히 주의를 주거나 하는 사람은 없지만, 역으로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조금 시간이 흘러서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유격부의 인원들이 다 모였고 간단하게 인원체크를 한 다음에 유격부의 부장인 마츠모토 고로씨의 지휘 하에 업무가 분배되었다.

“어디보자, 마사유키는 여기서 대기하고 고이치는 나랑 예초하러 가자. 날이 더워지니까 뒤 뜰 쪽에 슬슬 잡초가 자란단다. 류노스케랑 후지코는 관리부에 지원이다, 직원숙소용 선풍기 유지보수 및 배치. 귀찮은 일이기는 해도 선배, 동기를 위해서 열심히 해봐. 토모야는…”

사카라기씨와 관리부의 일을 지원 나가는 것으로 오늘의 업무가 정해졌다.

선풍기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잘 작동하는 지 확인한 다음에 각 방 앞에 선풍기를 배치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당장 내 방에도 선풍기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꽤 의욕이 났다. 요즘 날씨로 봐서는 금방 확 더워질 것 같기 때문에, 선풍기라도 생기면 시원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관리부의 센다 토오루씨의 인솔을 받아 선풍기들이 들어가 있는 창고로 이동했다. 센다 씨가 건네는 목장갑을 착용하고 먼지 방지용 포에 쌓인 선풍기들을 하나씩 밖으로 꺼냈다.

선풍기를 다 꺼내고 나서 먼지 포를 벗겨보니 다행스럽게도 먼지가 별로 쌓여있지 않았다. 선풍기를 전부 분해해서 날개와 선풍기 앞부분만을 근처에 있는 수돗가로 가져갔다. 

고무호스로 물을 뿌려서 먼지를 밀어내고 마른 수건으로 남아있는 먼지와 물기를 제거했다.

그 다음엔 야외건조장에 날개와 앞부분을 걸어서 햇볕에 마르도록 해두었다.

좀 귀찮은 일이긴 했지만 크게 힘들지 않은 일이라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꽤 대수가 되는 선풍기를 셋이서 닦으려다 보니까 시간이 좀 걸렸다. 일을 끝마칠 쯤엔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있었다.

마르고 나서 조립하고 각 방으로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되겠다,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차에 센다씨의 전화기가 울렸다.

“네, 센다입니다. 어, 왜. 정말? 괜찮은 거야? 금방 갈게. 뭐가 아니긴 아니야 금방 갈 테니까.”

말을 하면서 센다씨의 목소리가 좀 다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토베씨. 미안한데 둘이서 식사하러 가겠어? 아들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잠깐 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오후 일과시간에 좀 늦을지도 모르겠는데…”

센다씨가 굉장히 미안해하는 눈초리로 사카라기씨와 나를 바라보았다.  

“네, 괜찮습니다.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았는데요. 그보다 빨리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고마워. 최대한 빨리 갔다 올게.”

“아니에요, 저희 둘이서 다 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오셔도 되요. 그렇죠?”

사카라기씨에게 동의를 구했더니 사카라기씨도 강하게 내 말에 동의했다.

                      

“고마워.”

짧게 감사를 전하고 나서 허둥지둥 뛰어가는 센다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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