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 / 0062 ----------------------------------------------
#01. 물밑작업
그녀에 대해서 더 올라온 기사가 없나 휙휙 둘러보고, 몇 가지의 기사를 더 읽어봤지만 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사들뿐이고 딱히 새로운 정보는 구할 수 없었다.
팬 사이트 같은 거라도 찾아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면 액정에 나온 이름은… 마코토다.
울리고 있는 핸드폰 액정에서 초록색 통화버튼을 옆으로 밀고 전화를 받았다.
“어. 전화 받았다.”
“아ㅡ 류노스케…”
살짝 취했는지 알딸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전히 혀가 꼬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딱 들어도 ‘아, 술을 마셨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목소리.
“잘 지내냐?”
“엄ㅡ청 잘 지내지. 월급도 잘 주고 승진도 꼬박꼬박 시켜주고 좋다야.”
마코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처음엔 대리로 들어갔어도 반년정도 간격으로 한 단계씩 승진시켜 주고 있다고.
어떻게 지내나 약간 걱정하기도 했는데 멀쩡하게 후계자코스를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으로 느껴졌다.
“너는, 그 뭐야 세이렌? 거기는 제대로 들어 간 거야?”
한참 자기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나에게 물어왔다.
“응, 제대로 합격했어. 이제 한 달 좀 넘었지, 한창 배우고 있는 중이야.”
“그래. 그래. 잘 됐네. 하긴 누가 탐내던 남자인데, 당연한 일이겠지.”
라면서 특유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웃었다.
처음에 카노미 물산이 아니라 세이렌 휴양원에 취직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볼을 부풀리면서 성을 내는 듯싶더니 역시 친구사이에도 시간이 답이었나 보다.
그러고 나서는 이것저것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근데 너 여자 친구는 생겼냐?”
마코토가 이야기했다.
“여자 친구? 내가 무슨 여자 친구냐.”
“하긴 나도 그 생각했다. 괜히 물어본 거지 뭐.”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주변에 괜찮은 사람은 있을 거 아냐, 이런 말 하기는 좀 뭐해도 네가 꿀리는 게 뭐가 있냐. 얼굴도 꽤 반반하지, 몸도 좋지.”
그 말에 조금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음, 그렇지.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은 꽤 많이 있어. 아름다운 사람, 능력 있는 사람, 귀여운 사람… 눈은 호강하면서 산다.”
괜찮은 사람들이야 굉장히 많지…
내 말에 마코토는 왠지 음… 하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냐? 잘 됐네.”
그리고 얼마간 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사소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돼서 하는 통화다 보니 나름대로 즐거웠다.
마코토는 나이 대에 비해 높은 직급, 빠른 승진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 따돌리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동료직원 사이에서 약간 갭이 있다고.
하긴 반년 단위로 한 직급씩 올라가서 몇 년 사이에 임원급으로 까지 승진할게 뻔히 보이는 후계자 지망생이랑 편하게 친구로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요즘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신입 여사원과 찻집을 순방하는 취미도 생겼다고.
그러다보니 대중교통으로 다니기는 좀 힘들어져서 직접 운전을 하다보니까 거기에 은근히 재미가 붙었다고도 이야기했다.
나는 괜찮은 찻집이라고 카페 에벤스의 이야기도 하고, 사토씨와 일하는 이야기나 오늘 머리를 잘랐던 이야기, 마츠다씨가 요리를 해준 이야기라든가.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뭐야, 주변에 여자들만 수두룩하게 있네. 완전히 꽃밭이구만.”
내 말에 마코토가 나를 놀리듯이 이야기 하였다.
“말했잖아, 눈은 호강하면서 산다고.”
대학생 때 농담을 주고받던 때가 기억나기도 하고 해서 웃으며 말을 돌려주었다.
얼마나 더 이야기를 했을까.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마코토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들렸다.
마코토의 말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1시간이 넘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정말이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할 텐데”
큰일이다,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할 텐데. 지금 당장 잠이 들어도 겨우 네 시간밖에 잘 수 없을 것이다.
“그러게 카노미로 오라니깐, 너 같은 게으름뱅이가 다섯 시 기상이 말이 되냐.”
자신은 내일 아홉시까지 출근이라고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홉시 출근이라 그건… 확실히 부럽네.
“그래, 그러니깐 빨리 자야겠다. 끊는다.”
“어? 야, 잠깐…”
잠깐 기다리라는 식이었지만 그냥 끊어버렸다.
정 급한 일이 있으면 다시 전화하겠지.
물론 다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없었다.
일어나서 배터리가 반쯤 방전된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두고,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오랫동안 말을 해서 그런지 살짝 말라있던 입에 차가운 물이 들어오는 기분이 썩 좋아졌다.
물을 마시고 나서 화장실에 가서 소변도 시원하게 한번 보고 방으로 돌아왔다.
불을 끄고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베개를 베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금 마코토가 했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꽃밭이라.
확실히 전에도 생각했던 일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주변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운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꽃밭을 그냥 보고 지나가는 관람객이 되느냐, 아니면 꽃밭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시간은 충분히 흘렀다.
나름대로 주변에 신뢰도 쌓인 것 같고, 세이렌에서 한 가족으로 인정받게 되기도 하였다.
얼마 전 받은 명함이 그런 증표가 되는 것이리라.
이제 제대로 소속 부서를 정하고,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고, 크게 부자연스럽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부서로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어떤 부서로 가야할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결정해야 할 일은 맞을 것이다.
정확성을 기하면서도 가능한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음, 점점 잠이 드는 기분이다.
지금 조금이라고 생각을 해둔다면 물론 좋겠지만 지금은 너무 졸리다.
내일 일을 하는 중에 졸거나 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일단 자고 나서 내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누구 말마따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테니까.
물론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졸음과 귀찮음이 함께 떠오를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