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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대단한 이야기다.
늘 느긋하게만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실은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이었구나, 아니 능력 있는 사람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 정도까지 유명한 사람일 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어서 타카하시 씨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세이렌에 소치 류나씨라고 마찬가지로 학생 때 신성의 재림이라고 불렸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내 말에 타카하시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소치씨도 저희 가게에 자주 오는 편이에요. 주로 리노랑 같이 쇼핑을 나온다든가 하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생각하시는 게 맞을 거예요. 리노가 한창 매스컴에서 떠들썩할 때 신성이라고 불렸던 적 꽤 있었거든요. 리노야 친구니까 계속 신문기사 같은 걸 찾아봤었지만, 소치씨는 아무래도 제 업종도 아니니까 정확히 확인해 본적은 없지만요.”
소치씨가 왜 마츠다씨라면 그렇게 존경에 찬 눈빛을 보내면서 끔뻑 죽는지에 대해서 살짝 알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만치 않게, 아니 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타카하시씨는 계속 말을 해서 목이 타는지 다시 커피 잔을 들었다가, 아까 마신 모금에서 커피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한 듯싶었다.
마키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카운터 소녀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카운터 소녀는 “네”하면서 이쪽 테이블로 걸어왔다.
“커피 좀 더 가져다줄래?”
이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서 내 잔을 집기 직전에 딱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어왔다.
“토베씨도 더 마시겠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내 대답에 내 커피 잔까지 들어서 카운터 소녀에게 넘겨주고 나서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뭐, 리노가 대단한 사람인 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을 테고, 원체 특이한 구석이 있는 얘니까 주눅 들지 말고 부디 잘 살펴주세요.”
“네, 네.”
확실히 마츠다씨는 첫눈에 보는 순간 눈길을 확 사로잡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니깐. 능력이고 뭐 고를 떠나서 외모만 봐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분위기를 풍기곤 한다.
이내 카운터 소녀가 다시 커피 잔 두 개를 들고 왔다. 내 앞과 타카하시씨의 앞에 한 잔씩 내려놓고는 “맛있게 드세요.”라고 웃으며 말하고는 다시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다.
커피 잔을 들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머금었다. 향과 맛이 많이 죽기 마련인 쿨커피지만 이 것 같은 경우는 향도 상당히 살아있고 맛 자체가 깔끔하니 썩 좋다.
“대단한 거 같네요.”
그래서 좀 뜬금없기는 해도 마음속에 든 말을 그대로 입에 올렸다.
“네?” 당연하게도 타카하시씨가 다시 물어왔다.
“아뇨, 카페요. 모든 메뉴를 먹어본 건 아니지만 범용적인 맛이 아니라 확연하게 독특한 부분을 가지고 있잖아요? 개성이 충실하면서도 그게 서로 충돌하지 않는 좋은 느낌이에요. 주로 긴 시간동안 꾸준히 영업해온 가게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이렇게 되어가는 법인데 에벤스는 나이에 비하면 굉장히 노련한 가게인 것 같거든요.”
칭찬에 살짝 밝아진 타카하시씨의 표정.
“그래요?”
그 뒤로는 차에 대한 얘기나 카페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눴다.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토베씨는 찻집 죽돌이였네요.” 라는 말을 듣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나쁘지 않았다.
“와, 정말요. 리노도 음식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민감하면서 차에 대해서는 영 꽝이거든요. 차의 세계로 포교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이것저것 구하기 힘든 것들을 구해다가 먹여봤는데도 늘 음, 잘 모르겠어 같은 소리만 하고…”
그것은 타카하시씨도 마찬가지였던 듯 꽤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나름대로 괜찮은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네 시가 되어 있었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는 슬슬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내 동작과 표정에서 그런 느낌을 읽었는지 타카하시 씨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시계를 확인하는 것이 보였다.
“벌써 이런 시간이 됐네요.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그리곤 놀랐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네, 저도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그렇게 인사를 하면서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차를 먹으러 오기로 약속을 했다, 모처럼이니까 핸드폰 번호도 교환하고.
타카하시씨와 인사를 마치고 타카하시씨는 볼일이 있다면서 주방쪽으로 들어갔고 나는 카운터쪽으로 걸어나갔다.
“얼마에요?” 그리고 카운터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카운터 소녀는 카운터에 비치되어있는 pc를 보면서 나에게 대답하려다가, 말하기 직전에 잠시 멈추고 pc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대답했다.
“음, 오늘은 사장님이 내신다고 그냥 돌아가셔도 좋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폐를 끼칠 수야 있나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운터 소녀는 ‘아 여기 추신도 있네요.’라고 하면서 그 부분을 읽어 주었다. “에, 오늘 거는 제가 살 테니까 다음엔 토베씨가 사주 세요. 라고 사장님이 보내셨네요.”
뭐,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금방 또 한 번 시간을 내서 에벤스에 들려야 할 것 같다.
웃으면서 카운터 소녀와도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가려다가 한 가지 물어볼 것이 기억났다.
“아, 혹시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입술에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카운터 소녀에게 다시 물었다.
“주변에 괜찮은 미용실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