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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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그런 식으로 타카하시씨와 같이 차를 마시게 되었다. 

좀 얼결에 일어난 일이긴 했어도 이 정도 미녀가 먼저 합석을 제안하는 일도 흔치 않은 일 아닌가.             

내가 딱히 손해 보는 것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세이렌 일은 어떠세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던 타카하시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즐겁게 하고 있네요,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처음 하는 일들이라 그런지 힘든 점도 있는데 그 정도는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니까요.”

1년 정도 학원에서 기본을 닦고 온 일도 있고 확실히 일 자체는 즐거운 일이다.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보니 진상을 부려오는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배들도 올곧은 사람들이다.

직종 자체의 힘든 점은 있겠지만 다 상정내의 일이다.

            

“헤에, 서비스업이 라는 게 확실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요? 리노도 끔뻑 죽어있고, 갓 일을 시작해서 몸이 제일 힘들 때의 토베씨나 아슬아슬하게 카페 하나 운영하고 있는 저나 말이죠.”

그녀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렇죠. 힘들다, 힘들다 말은 해도 뭔가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해요. 사람을 확 끌어당기지는 못해도 잡고서 놔주지 않는 맛은 있어요.”

내 말에 타카하시씨는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얼마정도 말을 나누었는데 그러다 토베씨는 어째서 그 업종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물어왔을 때는 살짝 당황하기는 했다. 

여자를 꾀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대학교의 전공과도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일인데 학원까지 1년 수강해가면서 진로를 바꾸었으니, 적당히 둘러대기도 애매한 일이다.

            

그래도 애써 둘러대고는 말을 돌렸다. 어떤 화제로 돌려야하나 생각하다가 공통분모가 있는 화제가 좋을 것 같아서 마츠다씨의 이야기를 꺼내기로 생각했다.

            

“그럼 타카하시씨는 마츠다씨가 어떻게 세이렌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는지 아시나요?”

내 질문에 타카하시씨는 살짝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가 다시 펴면서 대답했다. 평상시의 표정에서 입 꼬리만 살짝 당겼을 때의 그런 표정이라고 할까.

            

“음, 리노요. 글쎄요, 정확한 거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세이렌에 들어가야겠다고 정하더니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다들 난리도 아니긴 했었죠.”

그렇게 타카하시씨가 말을 하는데 뭔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되물었다.

            

“다들 난리요?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이요?”

성인이 자기 갈길 대로 취직을 하는 데 거기에 보통 난리라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렌이 그렇게 까지 나쁜 직장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뇨, 주변 사람들이야 리노가 워낙 통통 튀는 구석이 있으니까 어떻게 결정하든 그러려니 했죠. 그보다 리노를 눈여겨보고 있던 높으신 분들이 탄식을 흘렸죠. 아주.”

            

“?”

“?”

내가 무언의 의문을 얼굴에 띄우고 있었는지 타카하시씨도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음, 솔직히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내가 말하였지만 타카하시씨는 여전히 앓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 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어왔다.

“그렇구나. 토베씨는 리노가 학생 때 어땠는지 잘 모르시겠구나.”

“학생 때요?”

살짝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은 것 같다.

                    

하지만 타카하시씨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끝내줬었죠, 마츠다 리노. 하면 요리업계 쪽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이름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만만치 않은 네임 벨류를 가진 숙수지만.” 

                        

“아, 그리고 방금 목소리 좀 바보 같았어요. 신경 좀 쓰세요, 얼굴이나 허우대는 멀쩡하니까.”

                

신경 쓰고 있었구나. 아무튼.

“마츠다씨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나요?”

                        

내 물음에 타카하시씨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지역구를 떠나서 국가가 낳은 재능이다. 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물론 잡지 같은 곳에 실리는 기고였으니까 어느 정도 과장은 있었겠지만, 실제로도 엄청났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이면서, 쿨커피로 목을 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임팩트는 엄청 났었죠. 처음에는 아마 교내 요리대회 같은 거였어요. 그때 저 랑도 같은 조였었는데 요리 칼은 태어나서 처음 잡아본다고 말했거든요.”

            

“둘 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가사성적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는 지라 어느 정도 요리에 자신 있는 친구를 주축으로 조를 짜서 참가를 했었어요.”

    

“그 요리에 자신 있는 친구가 주로 간을 보거나 하는 어려운 부분을 맡고 나머지는 재료다듬기 같은 기본적인 부분을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렇게 몇 번 연습하고 하는데 처음이라는 것 치고는 리노가 칼솜씨가 상당하기는 했어요. 실력은 엄청 좋은데 거기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으로 약간 엉성해 보일 정도였거든요.”

점점 이야기를 하는 타카하시씨의 목소리에 빠져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요리대회 당일이 되었는데 하필 가장 자신 있다던 친구가 난생 처음 오는 생리통으로 인해서 몸을 아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서 그날 학교를 결석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여전히 생리 때만 되면 손가락하나 까딱 못하고 퍼 질려져 있는 다고, 아무튼.

그렇게 에이스를 잃은 마츠다씨의 요리 조는 벌벌 떨면서 요리를 만들게 되었다.

그래도 누구 한 명은 요리를 붙잡고 만들어야 하는데 모두가 자신이 없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가위바위보로 누가 요리의 총대를 멜 것인가를 정했는데, 거기서 마츠다씨가 메인으로 걸렸다고 한다. 

      

난생 처음해보는 제대로 된 요리 -사실 중학생들에게나 제대로 된 요리지, 라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점수 욕심도 나고 요리 실력에 자신 있는 친구도 있고 하다 보니 좀 난이도 있는 요리에 도전했었다고 한다. - 벌벌 떨었으나 점점 몸이 풀리더니 양념도 팍팍 치고 꽤 노련한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그 모습에 친구들이 ‘리노, 너무 망치면 안 돼, 조심스럽게 하자.’ 라고 했으나 마츠다씨는 뭔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호쾌한 요리를 관철했다고 한다.

                          

당연히 완전히 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요리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맛있게 완성이 되었다고. 

            

요리에 자신 있는 친구가 연습 삼아 만들었을 때도 맛있기는 했지만 그때 왠지 모르게 경험부족에서 오는 미묘한 맛이 났다고 한다면 마츠다씨의 요리는 고급 식당에서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먹을 수 있는 그런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고, 재료도 동네 마트에서 100엔 200엔씩 걷어서 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마츠다씨의 요리솜씨를 본 당시의 가사 선생님이 -학교에서 가사과목 교사를 하면서도 밖에서 요리교실이나 TV프로그램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는 유명인 이었다고 한다. 이름을 들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타카하시씨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띄워서 보여주니 아, 이 아줌마. 하고 나도 얼굴은 아는 사람이었다.- 마츠다씨에게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있느냐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보다가 마츠다씨가 전혀 처음이라고 대답하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츠다씨의 재능을 갈고닦아주었다고 한다.

                   

이런 재능은 10년 아니 2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이라고 하면서 직접 마츠다씨의 부모님까지 찾아가서 따님의 장래에 대해 설득을 하였다고.

                       

그 이후로는 점점 작은 대회부터 하나하나 경력을 쌓아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전국에서 25살 이하의 ‘한 실력 한다.’ 하는 예비 숙수들이 모이는 유서 깊은 대회를 정복하고, 그것을 밑바탕으로 삼아서 3학년 때에는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국제대회 입상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니어에서 입상자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엄청난 화재가 되었다고 한다.

tv뉴스에도 잠깐이지만 얼굴을 비추었고 신문 관련 잡지에서는 주구장창 그녀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었다고 한다.

                

그 이후 대형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요정뿐만 아니라 관련학과를 가진 대학들 역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녀를 데려가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고.

물론 그 결과는 세이렌이라는 유명하긴 하지만 규모는 그럭저럭인 동네 휴양원 -물론 마츠다씨나 타카하시씨가 이 근처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녀들의 기준에서 동네 휴양원이다.- 이었다고.             

당연히 주변에서 난리법석을 피우면서 혹시 그녀를 데려올 수 없을지 기웃거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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