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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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그, 그런가요?”

“당연히 그런 거 에요.”

내 물음에 소치씨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볼을 살짝 부풀리고는 볼멘소리로 마츠다 씨가 왜 대단한 사람이고, 어떻게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둘이 별관에 도착할 때 까지 계속 되었다.

“그러니까 마츠다씨는 중학생 때부터…”

하지만 여전히 말이 멈출 줄을 몰랐기에 말을 끊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에, 벌써 다 도착했네요.”

“…정말이네요.”

그제야 말을 멈춘 소치씨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고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저는 1층 안쪽인데 소치씨는…”

“아, 저는 2층이에요.”

계단쪽으로 올라가는 소치씨를 보고는 뒤통수에 대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나의 방이 있는 안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에.

“저, 토베씨?“

뒤를 돌아보았더니 층계참에 서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얼굴만 빠금히 내민 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치씨가 보였다.

“네?”

내가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자 소치씨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혹시… 그, 실례가 안 되신다면 하나만 묻고 싶은데요.”

“네, 네.”

“…내일도 조리부로 오시나요?”

뜬금없는 소치씨의 질문에 나는 목젖을 꿀꺽하고 넘기고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쳇.”

혀를 찬 소치씨는 마저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1층에 홀로 남겨진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찬찬히 생각해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나의 방으로 돌아갔다. 

샤워를 하고 나서 갈등을 해소하시 위해 자판기에서 뽑은 캔 맥주 하나를 까서 마셨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봐서는 지역브랜드인가 본데, 담백하면서 나름대로 괜찮은 맛이었다. 가격도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라 생각날 때 마다 애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학생일 때는 술도 많이 마셨었는데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tv를 틀었다.

아무래도tv는 잘 보지 않다 보니까, 딱히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도 없고 무슨 요일, 무슨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하는 정보 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재미 있고 없고를 떠나서 뭐가 하는지 자체를 잘 모르니까.

그래서 채널을 돌리다가 방영하고 있는 쇼 프로그램을 봤는데 싸구려 아이돌을 데려와서 자극적으로 벗기다마는, 그저 그런 문란한 내용의 쇼프로였다. 

시간 때우기는 되었지만 누가 나오고 또 어느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음, 아니 아마 전에 메이져 아이돌 그룹에 있었다가 그 그룹에서 짤리고 나서도 마이너 한 그룹들을 전전하면서 꽤나 구설수에 오른 아이돌이 있었는데 아마 그녀도 출연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랑 같은 동네 출신이라 막 데뷔해서 주목을 받을 때는 오, 하면서 놀라고 하기도 그랬는데, 그녀도 이젠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시들시들해졌구나. 노래와 목소리만큼은 웬만한 가수들에 못지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맥주를 다 마시고 나자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 들고 그다지 프로그램을 끝가지 봐야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tv를 끄고 소등한 뒤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깔끔하게 씻고 난 뽀송뽀송한 몸으로 부드러운 이불안에 들어오자 방금 먹은 맥주의 알콜이 딱 기분 좋게 몸에 도는 것이 느껴졌다.

딱 잘려는 찰나에 머릿속에 마츠다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름다우면서 귀엽고 능력 있고 온화한,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다. 보면 소치씨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러고 보면 세이렌에는 보기 드문 미인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마츠다씨 뿐만 아니라,

매끈한 흑표범을 연상시키면서도 살짝 맹한 구석이 있는 사카라기 후지코씨 나.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 쿨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미즈가와 사키코씨.

쾌활한 성격에 매력적인 뒤태를 가진 사토 치즈에씨.

전통적인 규수아가씨 상인 토리에 미츠루씨.

소치 류나씨 같은 경우도 귀여운 외모에 씩씩한 성격으로 상당히 인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매력적인 나카가와 스미코씨라든가. 

미무라씨도 통통하긴 해도 꽤나 미인상이다. 보통체격[email protected]통통한 체격, 저 사이에 있는 미지의 @체격까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상당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미인이 될 것 이지.

또 카페 에벤스의 타카하시 메이코씨 같은 경우도 타이트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 넘쳐흐를 정도로 많아서, 그중에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그렇게 주방에서 마츠다씨를 돕는 일이 일주일정도 지속되었다. 노다 이노리씨가 집안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나서 나는 조리부에서의 일을 마치고 다시 유격부로 복귀하였다. 유격부에 돌아가서 처음 받은 업무는 다시 관리부로 가서 일을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관리부에서 하루, 이틀정도 밖에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점이 많이 있었다. 그날은 그대로 유격부에서 소소한 잡일을 처리하고 이튿날부터 관리부로 복귀하게 되었다.

“간만이네.”

“응, 오랜만.”

관리부로 돌아와서 다시 사토씨의 곁에서 일을 배우게 되었다. 사토씨는 날 보고는 가볍게 인사했고 나도 그에 대꾸했다. 확실히 이렇게 편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사토씨와 한 조를 이뤄서 객실을 돌며 베드메이킹, 청결관리를 하게 되었다. 먼저 내가 청소용 카트를 밀고 다니던 내가 대상이 되는 방에 들어가서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면서, 지켜야하는 매뉴얼을 생각하면서 꼼꼼히 정리를 한다. 그리고 침구류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사토씨를 부른다.

그러면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토씨가 괜찮았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지적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같이 채워 나가는 식이다.

“많이 좋아졌는걸.”

“그래? 난 여전히 미숙한 것 같은데.”

내가 말하자 사토씨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물론 부족하기는 부족하지, 그래도 며칠사이에 이만큼 늘어난 게 대견스럽다는 거지.”

“그래? 이정도면 보통수준 아닌가?”

아까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서 실수를 해서 약간 혼났기 때문에 의기소침하게 대답했다. 확실히 제대로 하고 있는 부분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평범한 청소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

“아니야, 아니야. 이 정도면 대단한 거야. 왜냐면 말이지, 청소와 정리에는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게 있거든.”

“천부적인 재능?”

정말로 의문이 들어서 되물었다.

왜냐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혀 그런 건 느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말에 사토씨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물론 잘 하는 쪽에서의 재능도 있겠지, 근데 지금 말하는 건 못하는 쪽에서의 재능이야.”

음, 듣고 보니까.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거지? 그거. 자기 딴에는 엄청 열심히 한다고 해도 도무지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 사람.”

“응! 잘 아네. 바로, 그거야.”

밝게 대답한 사토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음 그래, 그래. 바로 얼마 전에도 관리부에 사키코가 왔었거든? 근데 걔가 그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였어.”

사키코씨 라면…

“미즈가와씨?”

“응, 미즈가와 사키코. 나랑 너랑 다 동갑이라서, 걔랑도 친하게 지내기로 했거든.”

확실히 대단한 친화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아무리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는 해도 사토씨는 척 봐도 남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쾌활한 미녀상이니까. 

“아무튼, 사키코는 왔다가 하루 만에 다시 돌아갔다니까? 이건 기술이나, 숙련, 경험 도무지 그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 없는 절대적인 재능과 자질의 차이였어.”

“도대체 어느 정도였기에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미즈가와씨는 겉보기엔 못하는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커리어우먼 스타일의 쿨뷰티? 날씬한데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하니 청소 같은 거는 오히려 기합만으로 끝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스타일? 아니 이건 좀 오버겠지만.

“딱 아까 네가 말한 정도야. 본인은 엄청 열심히 해, 그게 누구의 눈에나 다 잘 보일정도로 말이야. 근데 걔가 정리를 하면 할수록 사물들이 주변이랑 조화를 깨고 어수선해지고 점점 지저분해져가는 거야.”

“응.”

사토씨가 리액션을 원하는 것 같아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말을 들었다.

“근데 본인은 그걸 전혀 눈치 체지 못하더라고. 처음보다 훨씬 엉망진창이 된 방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때? 하고 물어보는데 땀이 삐질 하고 나더라고.” 

“응, 응.”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 싶어서 몇 개 정도 더 방을 돌아봤는데, 점점 심해지더라고. 그래서 너 원래 정리 같은 거 잘 못하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결론은…”

“결론은……?”

“걔는 자기가 정리를 못하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걸 지금까지 몰랐던 거야. 얘기를 들어보니까 ‘생각해보니까 늘 내가 청소나 정리를 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뺏어서 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아무튼 그걸 알게 되고 나서는 엄청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방으로 돌아갔어.”

들어보니까 은근히 웃기면서도 불쌍한 이야기다. 딱딱해 보이는 미즈가와씨에게 그런 면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이걸 얘기하는 건 사키코 흉보려는 게 아니라 자신감을 가지라는 이야기니까, 오해하지는 말라고.”

자기도 말하다가 조금 너무 깊게 들어갔는지 사토씨는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했다.

“뭐, 알았어. 적어도 보통의 정리에 있어서는 자신감을 가질 테니까.”

그렇게 대답하고는 나머지 방들의 청소를 시작했다.

원래는 둘이서 해야 하는 양인 것을 내가 먼저 정리하는 동안 사토씨가 대기를 해야 하다 보니까, 평소처럼 느긋하게 하다가는 제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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