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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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예상대로 현재 품앗이방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세이렌의 아가씨.

토리에 미츠루씨였다.

나중에 마츠다씨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사장님, 토리에 아카키씨의 방침으로 수습기간의 사원들이 토리에 미츠루씨의 담당을 맡게 된다고 한다.

실수를 저지른다고 해도 배워가는 과정이고 한 가족이니까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반, 또 기어코 틀어박혀서 밥을 축내고 있는 딸에 대한 경고 반씩 반반 섞여진 게 그 이유라고.

“계십니까?”

객실 앞에서 인기척을 내보았지만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 자리를 비우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사토씨에 따르면 이럴 때는 일반손님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남은 예약일수, 체크아웃시간, 기타 특이사항 등을 고려해서 일을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봄앗이방 같은 경우는 미츠루씨가 출타중일 때에 들어가서 일을 봐도 딱히 상관이 없다고.

그 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면서 봄앗이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봄앗이방은 일반 4인실 규모의 방으로 널찍하고 침구류가 흐트러져있는 것만 제외한다면 딱히 손볼만한 곳이 없었다. 물론 우측 벽 쪽에 있는, 내 허리께까지 오는 책꽂이에 참고서나 노트, 기타 도서류들이 살짝 난잡하지만 빽빽하게 꽂혀있고 그 앞쪽에 있는 앉은뱅이 책상위에 인쇄용지며 필기구등이 굴러다니는 것만 빼놓는다면 말이다.

저 물건들은 미츠루씨의 개인물품들이고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으니 손을 대지 말라고 이야기를 들었기에 침구류만 정리해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정적으로 투숙하는 인원인 만큼 침구류를 세탁이 된 새것으로 바꿀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먼지정도는 털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딱 볕이 잘 들기 시작할 시간대니 만큼 잠깐만 털어내고 와도 뽀송뽀송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불을 가지고 나갈려는 찰나에 봄앗이방의 방문이 열렸다. 방문을 연 여자는 안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한손으론 여전히 방의 미닫이문을 잡은 체 나를 보고 살짝 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이 사람이 미츠루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새로 들어온 토베 류노스케라고 합니다.”

내가 인사를 하자 그녀도 얼른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토리에 미츠루라고 합니다.”

역시 미츠루씨가 맞았구나 싶었다. 미츠루씨에게 이렇게 불쑥 들어온 것에 대해서 사과하였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였다. 아무래도 종종 있는 일인 듯싶었다. -아마 내가 남자라서 좀 놀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제가 할게요.라고 하면서 내가 들고 있던 이불을 빼앗아들고는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나가버렸다.

흠. 이불을 빼앗겨버린 이상 봄앗이방에서 할 만한 일은 딱히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재수1년차인 20살, 현역일 때 H여대를 지원했으나 아쉽게 떨어졌다고 한다. 당시에 사장님으로서는 그냥 이 기회에 세이렌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때 미츠루씨가 재수할 준비를 하고 세이렌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떡하니 방 하나를 차지해버렸다고 한다.

재미있는 부녀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방금 본 미츠루씨에 대한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키는 150중후반대쯤 될까, 평균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키였다. 

비교해보자면 사토씨보다는 마츠다씨에 가까워 보이는 타입으로 유하고 귀여워보였다.

등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에 조금 빈약해 보이는 가슴은 오히려 전통적인 미녀 상에 가까워서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숙박업에 종사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꼼꼼하게 자기 일을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종업원들이 자신의 방에서 들이는 수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리정돈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었고. -책꽂이 같은 쪽은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방을 개방시켜놓고 지내는 거나 뭐나 모두 한 가족이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잘 찾아보면 틈이 많이 보일 것  같은 여성이다.

사장님의 딸이기에 접근하려할 때 남들보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있겠지만, 분명히 득이 되는 부분도 많이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며 손을 털고는 봄앗이방을 떠났다.

방을 나오자 마침 복도 쪽으로 나와 있던 사토씨와 눈이 마주쳤다. 사토씨는 검사를 해보겠다며 봄앗이방으로 들어가서 여기저기를 살펴보고는 “응, 이정도면 완벽해.”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 뒤로 다시 사토씨와 둘이서 객실을 정리하였다. 네 시쯤에 담당 객실의 정리가 끝났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돌아가서 쉬거나 해도 좋다고 사토씨가 말했다. 

사토씨와 헤어지고 나서 지금 할 만한 일이 있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나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일단 방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 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관 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어두운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에, 남의 살을 뜯어먹고 사는 동물같이 야성미가 넘치는 여성.

사카라기씨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풀이 많이 죽어있는 것 같아서 다가가서 말을 걸게 되었다.

“사카라기씨?”

내 목소리에 흠칫하고 놀랐는지 그녀는 번쩍하고 고개를 들어서 날 쳐다봤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나선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토베씨.”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내 물음에 그녀는 난처한 듯이 웃으며 오늘도 하루 종일 노력해보았지만 아직 어디가 어딘지에 대해 확실히 감을 잡지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길치라더니 확실히 심한 길치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이 죽은 체 돌아다니는 사카라기씨가 측은해보이기도 하고 딱히 지금 할 것도 없기에 그녀를 좀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그녀를 도와줄 의사를 비치자 사카라기씨는 정말로 그래도 될까요! 라는 표정으로 거절을 했다. 속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구만.

그렇게 아닌 척 잡아 때는 사카라기씨를 잘 설득해서 그녀가 시설의 위치를 외우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다. 

먼저 그녀가 어느 정도 외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는데 얼추 맞는 것 같으면서도 종종 틀리곤 하였다. 아마 자기식으로 정리하면서 외운다던가 하지 않고 그냥 냅다 달달 외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카라기씨가 개인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던 것도 아니고 이런 상태라면 조금만 틀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이 옳았는지 내가 시설의 위치를 외울 때 사용했던 방법이나 연상을 해서 외우는 방법이나, 간단한 방법 몇 가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 사카라기씨는 완벽하게 시설물들의 위치를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요령이 부족한 거였던 모양이다. 사카라기씨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하라씨에게 시험을 보러가야 한다면서 본관 쪽으로 실제로 뛰어갔다. 

음. 사카라기씨의 첫인상은 늠름하고 자기 일을 착착하고 그런 인상이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살짝 맹하면서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러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말이다.

자연미 넘치는 피부에 어울리는 시커먼 숏컷에 슬렌더스런 몸 라인.

가슴은 좀 작아보였지만 몸의 전체적인 라인을 봤을 때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눈썹 끝이 올라가있고 늘 살짝 화나있는 표정이라 사나운 흑표범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매력적인 새끼흑표범정도로 보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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