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62)

0006 / 0062 ----------------------------------------------

#01. 물밑작업

세이렌은 전국구급의 지명도를 가진 휴양시설인 만큼, 위압감을 주지않으면서도 결코 초라해보이지 않는 아담한 목조건물들과 주변 자연환경이 굉장히 잘 어우러져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면접때도 오기는 했었지만 그때는 긴장도 했었고 신경쓸일도 많았기 때문에 건물이나 주변경관을 자세하게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면접에 대한 부담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세이렌의 모습을 자세히 볼수가 있었다.

거기다 이곳에서 앞으로 먹고자고 생활하면서 이것저것 하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꽤나 들떠버렸다.

그런 생각들이 표정에도 들어났는지 마츠다씨가 내 얼굴을 보고는 자기도 취직이 결정되고난뒤 처음으로 왔을때 자기도 굉장히 기뻐했다든가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하는 마츠다씨의 표정이 엄청 밝았기에 아마 그 당시에도 이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관에 들어온것은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마츠다씨는 나를 응접실 같은곳에 데려다 주고나서 벌써 늦기는 했어도 약속때문에 먼저 가봐야할것 같다고 나에게 사과하였다.

난 오히려 내가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얘기하고는 쇼핑봉투를 어디에 옮겨야 좋을지 물어보았다.

"아,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저한테 주세요, 지금까지 들어주신것만도 해도 감사해요."

하지만 그녀가 꽤나 완고하게 거절을 하였다.

몇번인가 더 권해보았지만 결국 그녀에게 쇼핑봉투를 돌려주었고 마츠다씨는 다시 봉투를 들고 "그럼 조금있다 뵈요."라는 말을 남기고 비틀비틀 사라졌다.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면 꽤 위험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균형은 잘 잡으면서 걷는듯 넘어지지않고 잘 걸어나갔다.

하긴 저 사람도 프로니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으면 부탁을 했었겠지. 

예정시간까지는 앞으로 3~40분은 족히 남았기에 응접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앞으로의 일이나 계획등을 점검해보았다.

한번저지르고 말자라는 생각이면 아예 계획이 없는 편이 더 나을것이다만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단 업무를 시작하고나서 어느정도 주변사람들의 신뢰를 얻기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쪽이 좋을 것이다.

어줍잖게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하면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 뿐이고 결국 그렇게 내 목을 조이게 된다.

또 별다른 문제가 없던 곳에 갑자기 문제가 딱하고 발생하면 일단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물망에 오를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생각해도 한 삼개월, 짧게 잡아도 이개월정도는 먼저 착실하게 일을 배우면서 이미지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아, 또 유격업무를 보는 동안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내가 휴양원의 업무에 녹아든 후에는 아무래도 신입일때보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보의 방향성이나 양적인 측면이나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신입이라는 특권을 잘 활용하여 직원들에 대한 정보나 건물의 구조, 파고들 구멍등을 잘 확인해 두는데 중점을 두자.

그리고 이후에 배속될 부서에 관해서도 미리 생각을 해두어야 한다.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접촉을 많이 할 수 있는 부서로 배속되는 편이 움직이기에 편할것이 당연하니까.

어느 부서가 어떤식으로 움직이는지, 또 그쪽에 배속되는 사람들의 특성이나 장단점등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그런식으로 나를 꾸밀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다섯시 오십분이 되어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편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에 통지되어있었던 소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연회장에 들어가자 신입을 환영한다는 연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세이렌은 일반회사가 아니라 거의 연중무휴인 휴양원인 만큼 직원들이 전부 모여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간부급과 신입들만이 참가하는 약식 연회였다.

일단 이렇게 입사식 비슷한 것을 치루고 나중에 따로 직원들과 인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 몫으로 준비된 다과를 집어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일단 소연회장은 별관1층 외각 쪽에 위치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회장이다 보니 소음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실과 떨어뜨려 놓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연회장의 크기는 2~30명이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소연회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치고는 꽤 넓은 편이다.

앞쪽에는 행사를 위해서인지 임시로 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주변 설비를 보니 조금만 손을 본다면 조명시설 등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연회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11명.

기존부터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이 7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신입이 4명이다.

기존 직원들 중에선 면접 때 보았던 세이렌의 사장, 토리에 아카키씨와 마츠다 리노씨를 빼고는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다.

물론 다른 신입들도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뿐이다.

나를 제외한 입사동기들이 전원 여성이었다.

같이 햇병아리 처지인 동성 동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토리에씨의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이번엔 안경을 쓰고 차분한 인상을 한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단 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격부서의 부부장을 맡고 있는 슌베이 마사유키라고 합니다.

앞으로 신입여러분이 저희 유격부서원으로서 일을 하게 되는 바 간단한 몇 가지의 참고사항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슌베이씨가 말해주는 것들은 대부분 마츠다씨가 카페에서 해준 이야기와 비슷했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슌베이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번엔 신입들이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게 되었다.

먼저 가장 왼쪽에 있던 햇볕에 꽤나 그을린 피부를 가진 숏컷의 여성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카라기 후지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와… 저 사카라기라는 여자 엄청나게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자세히 보니까 생긴 것도 그렇고 굉장히 체육계스럽게 생겼다.

눈빛도 그렇고 육식동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첫인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 타자의 기백에 당황했는지 두 번째 -안경을 쓰고 키가 좀 큰편인 시원스러운 느낌의 여자였다, 이름은 미즈가와 사키코라고 했다.- 사람이나, 세 번째 사람 -조금 살집이 있는 둥글둥글한 느낌으로 이름은 미무라 메기라고 했다.- 이나 사카라기의 톤에 맞춰서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앞의 세 명이 전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자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토베 류노스케입니다!”

허리를 깊게 숙이며 외치고 나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 체육계 여자야 이런 거에 익숙하게 생겼지만 딱히 부활동을 해본적도 없고 대학도 썩 학번을 따지지 않는 곳을 나온 나로서는 사실상 태어나서 처음해보는 식의 인사다.

제대로 했는지 나 모르겠다.

그렇게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들 때 마츠다씨와 눈이 딱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마츠다씨는 나를 보고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쿡쿡 웃으셨는데 그걸 보니 굉장히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아무튼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연회는 끝이 났고, 일단 신입들은 각자의 방에 가서 짐을 풀고 내일부터 업무를 배우기 시작하니 푹 쉬어두라고 하셨다.

세이렌의 입주직원들은 별관의 직원구역이나 부지의 구석에 지어진 전용기숙사에 거주한다고 한다.

나는 그중 별관의 방을 배정받았다.

도착해보니 창문도 제대로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깨끗한 방이었다.

1인실에다 간이침대, 책상, 책장, 옷장 그리고 자그마하긴 하지만 텔레비전도 한 대 구비되어 있었다.

딱히 잘 보거나 하진 않기 해도라고 생각하며 침대에 털썩하고 누웠다.

이런저런일이 있어서 그런지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의 입욕시간은 9시를 넘어서라고 했으니 아직 시간도 충분히 남아있었고 당장 필요한 짐만 싸오고 나머지는 택배로 붙였기에 딱히 끄르고 자시고 할 짐도 없었다.

그저 전에 선물받은 탁상시계를 책상위에 올려놓는 정도. 

조금만 쉴까

라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잠이 들었을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자고 있는 사이에 해가 완전히 졌는지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비몽사몽 하는 기분으로 일어나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더듬으며 문으로 향했다.

네하고 대답하며 문을 여는 순간 복도의 불빛이 한 번에 쏟아지면서 제대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견디면서 실눈을 뜨고 앞을 보자,

그곳엔 싱글싱글 거리는 마츠다씨가 서있었다. 

“마, 마츠다씨?”

난 당황해서 그런 기색을 감추지도 못한 체 얼빠진 목소리로 말해버렸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던 마츠다씨는 작게 웃음을 지으시더니 대답했다.

“찾아와 버렸어요. 후훗”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