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62)

0005 / 0062 ----------------------------------------------

#01. 물밑작업

확실히 특이한 방침이기는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인원을 배치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 유격업무는 대충 어느 정도동안 하게 되는 건가요?"

여러가지 부서를 돌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될거 같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때는 정식사원이 아니라 견습사원, 그저 심부름꾼으로도 보일 수 도 있는 일이다.

"음.. 그게 말이죠, 유격업무기간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가 않아요.."

마츠다씨는 눈을 돌리고 왠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면..."

"네.. 어떤 사람은 일주일 안에 적성에 맞는 부서로 배치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유격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없다면 계속 견습사원으로 있을 수 도 있다는 말인가요?"

"네?"

마츠다씨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멀뚱멀뚱 멍하니 있다가 곧 뭔가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유격업무가 견습사원들이 하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흠흠. 하지만 세이렌에 들어가서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거에요. 

말했다싶이 세이렌에서는 유격업무가 정식으로 제도화된 업무중에 하나에요.

유격부라는 부서가 따로 존재하고 있고 유격업무는 토베씨같은 신입들뿐만 아니라 아예 유격부에 소속된 프로들도 함께 하고 있는 일이거든요."

내가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마츠다씨는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행이네요. 확실히, 토베씨 말처럼 바로 세이렌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먼저 업무얘기를 하는 쪽이 미스도 줄어들것 같아요."

별 것도 아닌걸로 칭찬을 받은 것같은 기분도 들고 마츠다씨의 귀여운 웃는 얼굴을 보고나니 또 약간 부끄러워졌다.

"음.. 그럼 몇 가지 더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네"

"일단 토베씨가 유격부에 소속되고 나면 각 부서에서 토베씨를 도와줄 멘토들이 한명씩 붙게될 거에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츠다씨는 빙긋이 입고리를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유격부에서는 슌베이 마사유키씨가 토베씨를 도와줄 멘토가 될 거에요. ㅤ슌베이씨는 현재 유격부의 부부장을 맡고 계시고, 커버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 분이라 아마 토베씨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이것저것 배워서 힘내주세요!"

마츠다씨는 마지막 말을 할 때 기합을 주면서 작게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작고 귀여운 동작이었으나 왠지 열심히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조리부에서 멘토로 붙을 사람이 바로 저, 마츠다 리노에요. 잘 부탁드려요 토베씨."

그렇게 말하면서 마츠다씨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도 손을 뻗어 마츠다씨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가벼운 악수를 했는데, 작고 가녀려 보이던 손의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단단하고 악력있는 손에 약간 놀랐다.

놀란 나의 표정을 봤는지 마츠다씨는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놀라셨나요? 아무래도 조리부는 업무상 손이 굉장히 튼튼해지거든요. 그래서 조리부에는 저보다 더 굉장한 분들도 많아요." 

그렇게 약간 텐션이 높아진 마츠다씨는 그런식으로 한명한명 나에게 붙게 될 멘토들이 누군지 알려주었다.

마츠다씨가 꽤나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기에 나 역시 즐겁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명정도의 설명이 끝났을 무렵 띠띠띠띠 거리는 호출음이 들려왔다.

호출음의 발생지가 마츠다씨의 핸드폰이었는지 마츠다씨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핸드폰의 액정화면을 보던 마츠다씨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당황해하는 듯한 표정이 되어 안절부절 못하였다.

"마츠다씨, 왜 그러세요?" 

내가 물어보자 마츠다씨는 작게 에헤헤하고 웃으면서 나에게 작은 혀를 낼름하면서 말했다.

"아하하.. 그게.. 원래는 제가 오늘 식재료를 잔뜩 샀던 이유가 신메뉴를 개발해보려고 한거였거든요.." 

마츠다씨는 얼굴을 부끄러운듯 약간 얼굴을 붉히고 테이블밑으로 눈을 내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비번인 다른 동료들에게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그.. 토베씨랑 얘기하는게... 즐거워서... 무심코 까먹어 버렸네요.."

그 말을 듣자 미안한 마음과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한번에 들었다.

"죄, 죄송해요. 그럼 제가 불러세워 버린게 되버리는 군요.."

내말을 들은 마츠다씨는 크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그, 원래는 한시간 후에 맞춰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제가 무심코 분위기를 타서 떠든것 뿐이니까..."

마츠다씨는 붉게 물든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작게 말했다.

"그럼.. 빨리 돌아가요, 토베씨. 다행히 버스시간도 이제 곧이네요.."

"네, 네에."

내 대답을 들은 마츠다씨는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카운터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서 계산을 끝마쳐버렸다.

"제가 이야기 하자고 한 것이니까 원래는 제가 내야 하는 건데..."

내가 미안한 마음에 말하자 마츠다씨는 여전히 약간 붉어진 얼굴로 씨익 웃으셨다.

"이건 짐들어주는 수고비니까 신경쓰실거 없어요. 그리고 원래 이런거는.. 그.. 연상이 내는 거니까요." 

마츠다씨는 자기가 말하다가 자기가 부끄러워 졌는지 가게밖으로 종종종 뛰어나가버렸고.

그걸 보니 나도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