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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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물밑작업

"늦어버렸네요.. 버스.."              

"그렇네요.."            

기운이 쪽 빠진 마츠다 씨는 이내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해보이는 상태가 됐다.            

아니, 모르지는 않지만.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든가, 고개를 푹 숙인다든가...             

이번에는 먼저 말을 걸기도 조금 뭐해서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이내 마츠다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저 토베..씨"          

"네"

"저기.. 역시 저 때문에 버스를 놓치신거지요..? 죄송해요.."

겁먹은 토끼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글썽이며 물어오는 마츠다씨.

뭐랄까. 보호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야하나.

약간 위험한 녀석들이 보면 좋지못한 것을 상상하게 생겨먹은 표정이다.

아마 아무리 화가 난 상태라고 해도 그녀의 이 표정앞에서 화를 낼 수 있는 남자는 체 몇명도 되지 않겠지. 

거기다 지금 특별히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노닥거린 내 책임도 약간 있는 거니까.

"아니에요, 마츠다씨. 어차피 여섯시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던거니까 세 시반 버스를 타도 저는 별로 문제가 없으니까요."

"네에..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하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잘된거겠지.

"근데 마츠다씨는 빨리 돌아가지 않으셔도 괜찮으신가요? 아무래도 이거.."

내가 들고 있는 거대한 쇼핑봉투 안에는 이것저것 잡다한 식료품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혹시라도 급하게 부족한 식료품을 사러 나왔던 것이라면 꽤나 큰 문제가 될 수 도 있는것이다.

"아, 그건 괜찮아요. 냉동보관이 필요한건 들어있지 않으니까."

대화가 살짝 어긋난 것 같아서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라 이것 일때문에 사신 게 아니신가 해서요."

내말에 마츠다씨는 부끄러운듯 약간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아.. 죄송해요.. 하지만 그런거 라면 괜찮아요. 일때문에 산게 맞긴 하지만 급하게 필요한 것들은 아니거든요."

뭐.. 급한게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양을 어디다가 사용할려고 잔뜩 구입했냐는 의문이들긴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츠다씨를 보니 아까보다는 꽤나 좋아졌지만 여전히 꼼지락거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안절부절해 하고 있었다.

"저기 마츠다씨"

"네? 네에. 말씀하세요."

이왕 이렇게 된거랄까 오히려 잘 되었다는 기분도 든다.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서 움직이는 것 보단 한시간정도 현장스탭에게서 정보를 캐어내는 쪽이 더 편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쁘기도 하고.. 

"휴양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교통편이 셔틀버스밖에 없나요?"

일단은 가장 보편적이고 지금 상황에 적합한 질문부터 시작해야겠지.

"네? 아아 네 조금 돌아가긴해도 평범한 버스도 다니고 있어요. 급한 일이라면 비싸기는 해도 택시를 이용하는 때도 있긴 하고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살짝살짝 끄덕였고 그때마다 조금씩 얼굴표정이 밝아졌다.

흠.. 그게 또.. 꽤나 귀여웠다.

"그럼 토베씨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죠. 아무래도 이런곳에서 멍때리고 있는 것보다는 좋을테니깐."

어이쿠.. 시작하자마자 지뢰다.. 당연히 이런곳에서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 버스를 타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겠지..

바로 세이렌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정보를 얻어두자고 마음먹은 이상 그냥 들어가기에는 역시 약간 아쉬운 감이 남는다. 

뭐라고 말해야 적당히 넘길 수 있을까..

"네? 토베씨. 어서가요."

으으으...

"?"

궁금증이라는 단어를 압축시켜놓은 듯한 마츠다씨의 표정.

이것도 레어하고 상당히 귀여운 표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까도 이런 표정에 낚여서 멍하니 바라 보다가 지금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지..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토베씨..?"

"저.. 저어 마츠다씨!"

"네, 네에.. 말씀하세요.."

"저랑 애기 좀 하시면 안 되실까요?"

"네?"

그렇게 말한 마츠다씨의 얼굴은 몇 초후 한순간에 터지듯이 새빨갛게 변했다.

"아.. 아우.."

더 이상 이 표정도 귀엽군따위의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발목지뢰를 피하려다가 더 큰 지뢰를 밟은 꼴이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그.. 네, 네 혹시 세이렌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을까.. 해서요.."

어찌어찌 잘 넘겼을까 싶어서 마츠다씨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고 있으려니 오히려 더욱더 붉어지기만 하였다.

그래도 어떻게 잘 추스르긴 했는지 마츠다씨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 네, 네에.. 음... 확실히 이것저것 듣고 세이렌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곳에서는 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을테고"

마츠다씨는 말을 시작할 때와는 달리 끝날 때 즈음에는 착실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폭주가 빠른 만큼 회복도 빠른걸까... 뭐, 그럭저럭 의도했던대로 되는거니 나쁠 건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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