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그 말을 알아차리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보다도 먼저 움직인 테이젤이 다시 한 번 더 검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었다.
“테이젤!”
하지만 이번만큼은 루드릭도 가만히 봐주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 또한 자신의 허리춤에 얌전히 있던 검을 뽑아 그에게 맞대응했다. 차가운 칼날이 바로 옆에서 굉음을 내며 맞부딪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이것들이 내 집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기어이 상대방을 향해 검을 뽑아 든 그들의 행태는 살기등등했다. 언제 누가 한 명 상처를 입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울고 싶어졌다.
평화로워야 할 내 아침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그 더러운 입 한 번만 더 놀려 보십시오. 그땐 제가 친히 찢어 버릴 테니.”
“그렇게 자제력이 없어서야. 무서워서 감히 말이나 붙이겠나.”
“붙이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비시아에게 찾아오지도 마.”
“그건 싫다만?”
잔뜩 비아냥거리는 루드릭의 말에 테이젤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대치하고 있던 검에 힘이 들어가자 제 귀에 까득거리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하아.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안 되겠어. 다음부턴 이곳에 들어오려면 날붙이 먼저 다 제거해야만 올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았다.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 사이, 두 사람의 대치는 더욱 팽배해져만 갔다.
“내가 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낸 건데 뭐가 그렇게 나쁘지?”
“그 더럽고 추잡한 욕망에 감히 비시아를 비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럼 넌?”
루드릭은 나와 테이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확히는 내 어깨를 감싸고 있는 테이젤의 손을 향해서.
“아니라고 말하진 못할 텐데. 그녀가 좋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몸도 좋은 거 아닌가?”
내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는가 싶더니 이내 테이젤의 검이 강하게 가로질러졌다. 대치되던 칼이 바깥을 향해 크게 튕겨지기 무섭게 다시 한 번 더 캉, 하고 맞부딪쳤다. 살기가 가득한 테이젤의 힘에 루드릭의 검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말했을 텐데. 함부로 놀리는 순간 찢어 버린다고.”
더 이상 존중이라는 없다는 듯, 거침없이 내뱉는 테이젤에 그제야 루드릭이 얼굴에 미소를 띠어 보였다. 조금이라도 잘못 힘을 주는 순간 누군가의 혈액이 흩뿌려질 것이 뻔한 장소에, 그는 수그렸던 몸을 뻣뻣하게 올려 자유로운 포즈를 취했다.
“워워, 진정해. 난 여기서 피를 보고 싶진 않다고.”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이러다간 정말 잘못되겠다 싶어, 테이젤의 옷자락을 꾹꾹 끌어당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특별해. 소문 외에도 그녀 자체만으로도. 모두가 좋아하는 그녀를, 최대한 정성 들여 즐겨야 하지 않겠나?”
그만! 그만 말해! 루드릭의 비아냥거리는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 이러다가 정말 테이젤의 미약한 이성의 끈이라도 끊기는 날엔 이곳에서 피바람이 몰아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비시아는 나와 하는 걸 꽤 즐겼다고.”
“더러운 입 닥치라고 했을 텐데!”
“으아아!”
말하기가 무섭게 테이젤의 심기를 거스르는 루드릭의 행동에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 안 돼. 테이젤!
기어이 검을 루드릭에게 던지듯 내팽개치는 테이젤은 날 꼭 붙든 채 소리쳤다.
“그리고 비시아는 나와 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어? 잠깐.
다소 황당한 말에 눈동자를 굴려 그를 바라보았다.
검까지 던지면서 말하려고 했던 게 그거였어?
당당하기까지한 테이젤의 말에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죠, 비시아?”
심지어 나에게 물어보기까지 하는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지금 나한테 밥들 중 누가 더 맛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다들 각각 다른 맛이 나서 고르기 곤란한데…….
빤히 바라보는 테이젤의 시선을 피해,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결국 내가 택한 것은 또 한 번의 입맞춤이었다.
솔직히 그걸 어떻게 말해. 누군 테크닉이 좋고, 누군 크기가 좋고, 누군 박는 힘이 좋다고,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할 수 있냐고.
다행히 틀린 답은 아니었는지, 내가 갑자기 밀어붙이는 입술에도 불구하고 그는 응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은 당황한 눈빛이 감돌았지만 입맞춤이 길어질수록 그의 눈빛에 잠재되었던 본능이 일깨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선 그녀를 달아오르게 하긴 힘들 텐데.”
저, 저게 진짜!
할 수만 있다면 달려가 루드릭의 입을 꿰매고 싶었다. 간신히 달래놓은 테이젤을 다시 불붙이는 루드릭의 행동에 참다못해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은 루드릭이 천천히 다가와 뒤에서부터 날 껴안았다. 부드럽게 가슴을 움켜쥐는 그의 행동에 입을 맞추다 말고 달콤한 숨이 터져 나왔다.
“당신이 무얼 안다고 말하는 겁니까.”
결국, 입맞춤을 이어갈 수 없어 떨어진 테이젤이 짜증 난다는 듯이 굴었다. 여유가 없어 보이는 테이젤과는 달리 루드릭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였다. 그의 손길이 내려가 엉덩이를 잡자 아찔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글쎄…….”
그는 묘하게 말을 늘어트릴 뿐이었다. 테이젤과 에드아르의 관계를 알고 있는 그에게 있어선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냥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테이젤에겐 루드릭의 행동이 수상쩍기만 할 뿐이었다.
“적어도 그녀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손이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내가 입고 있는 복잡한 옷을 파고든 그의 손이 거침없이 안을 비비자 달콤한 숨이 세어 나왔다. 그의 손길에 익숙하다는 듯이 몸이 빠르게 젖어 가자 나는 테이젤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비시아…….”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자 테이젤의 양 볼이 미세하게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내 뺨을 가볍게 감싸 쥐는가 싶더니 이내 허릴 숙여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뺨부터 시작해 천천히 내려가는 입술이 루드릭이 닿았던 목덜미에 닿았다. 그곳을 한참 지분거리던 테이젤은 루드릭의 흔적마저 없애 버리려는 것처럼 한동안 그곳을 잘게 깨물기 시작했다.
아팠더라면 그를 바로 내쳤을 텐데.
마치 어린 강아지가 이를 세우지 않고 깨무는 것처럼 하는 행동에 내 입술 사이론 아픈 신음대신 달콤한 숨이 나올 뿐이었다.
위아래로 공략당하는 행동에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힘이 빠지는 다리의 균형을 무너트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루드릭이 받았다. 허벅지를 단단하게 잡은 손이 안을 향해 조금 더 파고들었다. 어느새 상체는 테이젤에게, 하체는 루드릭에게 완전히 맡긴 난 그들의 손길에 따라 앙앙거리며 울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쓰러지는 내 몸의 균형에 맞춰 그들은 자리를 바닥이 아닌 침대로 옮겼다.
두 사람에게 안기다시피 침대로 옮겨지자 루드릭은 내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테이젤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딜 좋아하는지, 어딜 더 느끼는지는 너도 잘 알 텐데.”
“그 입 닥치세요.”
작게 실소를 터트린 루드릭은 내 양다리를 잡고 열기 시작했다. 그의 강압적인 손길을 따라 이미 흠뻑 젖은 다리를 양옆으로 열자 수치심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느새 다가온 테이젤의 시선에 참지 못하고 고갤 돌리자 위로부터 루드릭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녀가 어딜 좋아하는지 느끼게 할 자신 있나?”
“그 말, 후회하지나 마십시오.”
도발하는 루드릭의 말에 테이젤은 내 발 끝을 잡았다. 발끝으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손에 놀라 고갤 돌리자 테이젤은 조심스럽게 내 발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괜찮겠습니까, 비시아?”
이미 할 거 다 해 놓고 뒤늦게 물어보는 테이젤이 그리 밉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밥 먹을 준비가 만반으로 갖춰진 상태인데 주지 않는다면 그거대로 실망이 클 터였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테이젤은 자신의 바지 버클을 풀고 천천히 내 안으로 삽입하기 시작했다.
“흐응…….”
자연스레 신음이 터져 나오며 하반신이 점점 그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는 상체를 루드릭에게 기대자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의 것을 천천히 머금는 것을 나와 테이젤뿐만 아니라 루드릭도 보는 느낌이 생소했다. 전에도 에드아르와 함께한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때 이후론 처음이었기에 이질감은 더했다. 그의 것을 완전히 머금어 내자 테이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상태를 살펴보기 위한 허짓은 아주 잠깐이었다. 내가 충분히 젖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자 테이젤의 피스톤질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안을 탐닉하듯 빠르게 찔러 대는 그의 행동은 그 어떤 대보다도 자비롭지 못했다.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림과 동시에 내 입술 사이에서도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시아.”
그저 내 머리카락을 연신 쓰다듬고 있는 줄 알았던 루드릭이 날 불렀다. 어느새 그 또한 바지 버클을 풀고 자신의 것을 크게 과시하고 있는 것을 보자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루드릭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입을 벌렸다. 그의 것을 아래서부터 잡고 천천히 입으로 훑기 시작했다. 혀로 기둥을 훑어 내리자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루드릭의 손길이 다소 거세졌다.
내 행동에 놀랐는지 순간 테이젤의 허릿짓이 엇박으로 들이닥치며 다소 느려졌다. 테이젤의 시선이 그 어떤 때보다도 뜨겁게 느껴졌지만 나는 대답 대신 루드릭의 것을 입안으로 삼킬 뿐이었다. 조금 더, 나에게 많은 진수성찬을 먹여 주길 바라는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방황하던 테이젤의 허릿짓은 차츰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루드릭의 것을 입안에 품기 전보다도 더 강한 힘으로 쳐 오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게 쳐 오를 때마다 루드릭의 것을 이로 물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야만 했다.
“비시아, 비시아.”
나를 마음껏 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부족한 듯한 테이젤의 목소리가 꿈결같이 들려왔다. 그의 성기와 마찰하는 곳에서 물기 어린 소리가 끊임없이 들림에도 불구하고 욕심내어 루드릭의 것을 크게 베어 물었다. 그와 동시에 테이젤이 내 허벅지를 크게 벌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제일 느끼는 곳에 자신의 것을 힘껏 문지르며 내 발목을 붙잡는 순간, 안에서부터 빼곡히 채워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홀린 듯한 표정으로 테이젤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자 나는 상체를 일으켜 그를 껴안았다. 그의 목을 껴안고 다디단 숨을 뱉자, 루드릭의 것을 품었던 입을 테이젤이 탐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내 혀를 옭아매자 나는 한껏 혀에 힘을 빼며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제 엉덩이에 바라던 그의 것이 닿는 느낌이 나자 나는 아무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너를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