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를 먹고 싶어-58화 (58/86)

# 58화

“그, 그건 왜요?”

“왜일까?”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그를 향해 덜컥 소름이 돋았다.

“……먹으려고요?”

그는 내 말에 웃다 말고 날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그럴 리가. 내가 배운 짬이 얼만데.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고 그런 플레이는 한다는 걸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하는 게 아닌, 쾌락을 주목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아직 없었단 말이야.

“전 모르겠는데요.”

애써 모른 척 행동을 일관시켰다. 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보이면 그가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럼 알려 줄까?”

아뇨. 아니요. 괜찮은데요. 그의 말에 재빠르게 고갤 저었지만 그는 천천히 바나나를 들고 내 중심부위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자, 잠깐!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이런 건 이, 이상하단 말이에요.”

“쉬이.”

질겁하는 나를 달래듯 그는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걱정하지 마.”

걱정이 안 될 수가. 그의 말에 질겁하며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벌려진 순간을 틈타 그의 혀가 내 안을 가로지르고 들어왔다. 부혀로 부드럽게 안을 유린하던 그는 곧 위로 올라와 내 혀를 옭아매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나나를 든 그의 손은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원만하게 젖은 부위에 바나나를 적시듯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것을 넣기 전 가볍게 마찰하는 것처럼, 바나나를 들고 하는 그의 행위에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응…….”

입술 틈 사이로 단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무엇을 문지르는지 알지 못하는 것인지 착실하게 달아오르는 제 몸을 구박해 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흐읏.”

짤막한 신음과 함께 바나나가 좁은 제 안을 가로지르고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단한 끝부분은 괜찮았지만, 점점 제 안을 넓혀가는 면적은 괜찮지 않았다. 손가락보단 두껍고 차가운 이물질이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꽉 죄었다.

“괜찮아.”

입술에서, 뺨으로, 목까지 내려간 그가 목을 간질이듯 나지막하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천천히. 내게 맡기면 된다.”

그는 부드럽게 허벅지를 어르듯 만지며 내 다리를 찬찬히 벌렸다. 모아졌던 허벅지가 그의 손에 의해 벌어지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며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야식으로 즐기기에 좋은 크기의 바나나가 제 안으로 점차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의 것과는 달리 차가워 이물질의 느낌이 선연하던 것이 점차 제 안에서 온도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제 아랫배를 울렸다.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착실하게 잘 물고 있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밀어 넣었던 바나나를 찬찬히 다시 빼내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린 손가락 틈 사이에서 신음 소리가 나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보이나?”

그는 내 엉덩이를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내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자연스레 침대에 눕혀진 얼굴보다 제 엉덩이가 더 높아지자 얼굴의 모든 열이 얼굴로 가는 느낌이었다.

“모, 몰라요.”

보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운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에게 질색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순간이었다.

“으응!”

저도 모르게 혀를 씹을 뻔한 걸 간신히 참으며 숨을 헐떡였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그의 손이 빠른 템포로 안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안을 빠르게 출납하는 바나나에 얼굴을 가리던 손을 뻗어 이불보를 붙잡았다.

헐떡이는 숨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붙잡고 있는 허벅지에 그가 잘게 입맞춤을 내렸다. 허벅지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강하게 붙잡았으면서, 조심스레 하는 입맞춤에 괴리감이 느껴지기만 했다.

“자, 잠깐……!”

애원하듯 그만둬 달라 그에게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제 눈앞에 보이는 바나나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외설스럽게 바나나를 물고 있는 것은 다른 몸이 아닌 제 몸이었다. 흥분감에 못 이겨 숨을 들이켜 쉬는 것도 자신이었다. 보지 못해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자신을 더욱 빠르게 절정에 이르게 만들었다.

“……?”

하지만 갈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절정에 치달을 수 있었건만, 귀신같이 알아낸 그가 빠르게 움직이던 손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왜……?”

“아까도 말했지만 색다른 놀이라고 하지 않았나.”

뭐라는 거지?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알아듣기 힘들었다. 도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저도 모르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겨우 놀이에 가면 안 되지.”

한동안 잠잠했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절정 전까지 치달았던 몸이라 그런지 몇 번의 움직임만으로 손쉽게 절정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절정으로까지 한 걸음을 남겨 두고 다시 멈추었다.

안타까움에 입술이 깨물어졌다. 제가 원하는 부분을 바나나로 꾸욱 눌러 준다면 금세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노려보아도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슬아슬하게 빗겨 가는 행위에 간절한 허덕임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일방적인 허덕임이 몇 번이나 되었을까. 다시 한 번 더 멈추는 바나나에 결국 참지 못하고 그의 손목을 잡았다.

“……계속해 줘요.”

“내가 왜?”

그걸 말이라고 해? 그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순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엔 수치심보다 제 욕망을 채우는 것이 더욱 급했다. 바나나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의 손에서 흠뻑 젖은 바나나를 뒤로하고 나는 그의 허리를 잡았다.

“먹고 싶어요.”

재밌어하는 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그의 바지 단추를 풀어내었다. 속옷과 함께 바지를 내리자 그곳엔 제가 원하던 식사가 단단하게 곧추서 있었다.

자신이 바라던 것.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줄곧 그의 허벅지 위에 있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조금 성급하게 그의 첨단에 제 밀지를 가져다 대어도 그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여전히 바나나를 들고서 내 행동에 흥미로워할 뿐이었다.

그의 행동이 얄미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안달 난 사람은 나였다. 그의 것 또한 장난 아니게 크기를 키우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대조되게 평온해 보였다.

마치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얼굴이 저도 모르게 제 승부심을 자극했다.

“……흣!”

천천히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안으로 첨단이 살짝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나는 그의 것을 단숨에 삼켜 내었다. 바나나를 삼켰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뜨거움이 제 안을 빠듯하게 채우자 저도 모르게 만족감에 신음을 내었다.

“이런, 나는 바나나를 먹고 싶었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면서 새삼스럽다는 듯이 구는 그를 향해 노려보았다. 평소보다 더욱 진하게 웃는 그가 내 뺨에 제 손을 대었다. 잇따라 가벼운 입맞춤이 제 입술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면 내가 화를 풀 줄 알아? 여전히 심통이 나 있던 난 그의 입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항의하기 위해 입술을 여는 순간이었다.

“흣, 으응, 응……!”

갑작스럽게 쳐올리기가 무섭게 그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고 있던 애액이 결합부에서 거품이 일 정도로 질척이고 있었다. 제 몸의 무게를 잔뜩 실은 덕택에 두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레 방 안을 울려 대었다.

“아, 하, 자, 잠시……!”

갑작스러운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바나나를 삽입했을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절정에 휘말리듯 도달하자 나는 그의 목을 껴안으며 그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발끝이 빳빳하게 펴지며 아랫배가 자연스레 조여졌다. 빠르게 출납하던 그의 움직임마저 잠시 멈칫할 정도로 온몸을 이용해 그를 압박하자 그의 잇새에서도 낮은 신음 소리가 잇따라 왔다.

그동안의 인내를 보상하듯 절정에 도달한 쾌감은 그 어떤 때보다도 진했다. 그가 제 몸을 붙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몸을 휘청였을 정도로 머릿속이 아찔해 쉬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중독이 될 것 같이 강렬한 쾌감이 제 몸을 오랫동안 휩쓸다 간신히 지나갔다.

“하아…….”

나지막한 한숨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후유증을 앓듯 살짝 떠는 제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축 늘어지듯 그의 몸에 기대자 그가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읏!”

그 순간이었다. 여태껏 잠잠하던 그의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천천히 엉덩이를 뒤로 이끌어 자신의 것을 빼내는 감각에 온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절정에 간 지 얼마 안 되어 예민함이 온몸에 퍼진 것만 같았다.

“아, 안 돼요……!”

“괜찮다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강렬하게 안으로 박아 넣었다. 마치 내 끝까지 탐하려는 그의 태도에 배를 감싸던 만족감이 단박에 목구멍까지 차고 올랐다.

“너는 그저 내게 맡기고 즐기면 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박아 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제게 굴던 다정함은 보이질 않았다. 내가 자신의 것을 욕심껏 물어 댄 것만큼, 그 또한 자신의 욕심을 풀어내려는 듯 거칠게 피스톤질 해 대었다.

제 몸을 붙잡던 손을 내려 엉덩이를 잡았다. 흔들리는 몸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균형을 애써 되잡을 때마다 그는 엉덩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곤 그때마다 내가 제일 잘 느끼는 곳을 향해 치듯 빠르게 박아 넣었다.

“흐, 으응, 앗, 아!”

쾌감에 눈앞에 방울져 보일 때 즈음에 두 번째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자비했다. 아직까지 내게 욕정을 풀어내지 않은 채 더더욱 크기를 부풀린 그의 것이 계속해서 제 안을 거칠게 탐했다.

“제발…… 제발!”

자신이 무엇을 애원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더 이상 힘이 없어 그의 목에서 제 손을 풀어내는 순간 그는 내 등을 받쳐 침대에 눕혀 주었다. 하지만 하반신은 거칠기 짝이 없어, 그러는 와중에도 내 안에 자신의 것을 뜨겁게 박아 넣을 뿐이었다.

흐릿해 자꾸만 깜빡이는 시야 속에서 그의 손이 닿았다. 손만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의 이마가 내 이마에 닿았다. 양 뺨을 감싼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입술과 그의 입술이 만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의 허릿짓이 얼마나 되었을까. 몇 번인지 알 수 없는 절정과 함께 제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제 목을 빨아올리던 혀는 어느새 이로 바뀌어 강하게 자신의 흔적을 아로새겨 내었다.

“넌 갈 수 없다. 아니, 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뭐라고? 어렴풋이 그의 말이 들려오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점차 혼미해지는 정신은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널 영영 보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 말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나는 암흑과도 같은 수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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