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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55화 (55/86)

# 55화

그날 이후로 그는 매일 밤 이것저것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요?”

거의 대부분이 그의 흥미를 위해서긴 했지만. 그는 필기로만 배웠던 카마수트라의 실습을 해 주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냐고 캐물으려다, 그의 화려한 전적이 나올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어설프게 입안에 그의 것을 머금고 말을 걸자 그는 내 입술을 엄지로 가만히 문질렀다.

“이는 세우지 말고.”

그의 말에 이를 숨긴 채 입술로 그의 기둥을 훑어 내렸다. 입으로 다 머금을 수 없는 부분은 손으로 감쌌다. 보드라운 손바닥으로 그의 기둥을 감싸며 혀끝으로 귀두를 훑자 그의 안쪽 허벅지가 아주 살짝 떨렸다.

내 머리를 쓰다듬듯이 얹었던 그의 손이 이끌 듯 내 뺨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깊이 따라 들어가는 행동에 어설프게 응하자 그가 손을 내려 내 뺨을 지분거렸다.

“조금 더 잘할 순 없나?”

핀잔을 주는 그의 말에 눈을 흘겼다. 그런 주제에 나한테 잔뜩 세웠으면서. 괜스레 그의 것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위에서 끝까지 쓸어내렸다.

“……큭.”

엄마한테 배웠던 내용을 복습할 겸 그의 가르침에 응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그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만족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 꼭 종족 탓이 아니어도 섹스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나 봐.

그의 표정을 살피느라 눈은 항상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미세하지만, 늘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표정이 풀어질 때가 있었다. 그럼 난 그때 했던 행동을 집요하게 되풀이하곤 했다.

“……그만.”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을 내려 내 턱을 들어 올렸다. 자연스레 그의 것을 입에서 빼내자 열기를 머금은 것이 언제든지 파정할 것처럼 단단하게 곧추서 있었다.

그는 날 이끌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게 했다. 그는 여태까지 자신의 것을 머금었던 내 입술에 아무렇지 않게 키스했다. 이미 흠뻑 젖은 제 아래를 지분거리는 손이 느껴지자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르침의 끝엔 당연하지만 메인 디쉬가 잇따랐다. 매일 밤을 취할 것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인지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내 방에 찾아왔다. 날 임신시킬 때까지. 다소 황당했던 그의 말이 잠깐 생각났지만 삽입되는 순간 곧 쾌락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 갔다.

*

“하아암.”

“어라, 졸리세요?”

“응…….”

누구 씨가 아침부터 일어나야 한다며 깨워서 말이지. 반쯤 감긴 눈으로 멍하게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 머리카락을 빗질하는 그녀의 손은 멈추질 않았다.

“조금만 참으세요. 예쁘게 하는 데엔 언제나 정성과 시간이 걸린답니다.”

난 그런 거 안 해도 예쁜데. 그녀에게 사실을 전해 주고 싶었지만 너무 귀찮아 입을 닫는 것을 택했다.

이곳에서의 내 생활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아침 늦게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저녁때까지 시간을 때우다 어딜 다녀온 것인지 돌아온 그와 함께 저녁부터 밤까지 같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러 날을 같이 했다고 나한테 대하던 대우가 퍽 너그러워지긴 했다. 없었던 시종도 생기고, 발목에 족쇄도 풀어 주었다. 문밖을 살벌하게 지키던 무장한 이들도 사라졌다. 그래 봤자 새로 생긴 시종에게 늘 열쇠를 맡기고 문을 잠그긴 했지만.

“이거 다 하면 자도 돼?”

지나치게 할 일이 없는 탓에 요즘 잠이 늘어났다. 최근엔 정오가 지나도록 단잠에 빠져 아침을 깜빡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 돼요. 너무 자면 게으름뱅이가 될지도 몰라요.”

이미 된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편했지만 할 것이 너무 없었다. 유일하게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일인 잠도 자지 못하게 한다니. 감았던 눈을 뜨며 그녀를 향해 고갤 돌렸다.

“에고, 깜짝이야.”

내 얼굴이 그렇게 놀랄 얼굴이야? 빗질하던 빗을 놓아 버릴 정도로 놀라는 그녀를 향해 부루퉁한 표정을 짓다 입을 열었다.

“나 나가면 안 돼?”

“어디 가시게요?”

“아무 데나.”

이곳만 아니면 다 좋았다.

“안 돼요.”

당연한 반응이긴 했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에 짧게 혀를 찼다.

“그럼 장소 정하면 갈 수 있어?”

“어디로 가실 건데요?”

“으음. 무료하지 않은 곳이면 어디든 좋아.”

내 말에 이번엔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가씨가 여기 방 안에서 갇혀만 있어서 모르시겠지만, 이곳은 크고 작은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에요. 이곳에선 최대한 몸을 사리고 방 안에만 있는 것이 좋아요.”

“어차피 집 안에서만 움직이는 거잖아. 그것도 안 돼?”

“네. 안 돼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떨어졌던 빗을 다시 주워 들었다.

“이곳엔 저택 내부 사람들 말고도 드나드는 이들이 많아요. 그들 중엔 아가씨가 왕자님한테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고요. 만약 그들이 아가씨의 존재를 모르고 해코지라도 한다면 전 아가씨를 보호할 자신이 없어요.”

그녀의 말에 입술을 꾹 닫았다. 이곳이 마냥 조용한 곳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잠결에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해가 뜬 날이면 바깥에서 어김없이 들리는 쇠 맞부딪치는 소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치만 심심한데……. 잠시 고민을 하다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생각나자 고개를 재빠르게 들어 올렸다.

“……그럼 보호할 사람이 있다면 괜찮아?”

“보호할 사람요?”

“응. 실력도 괜찮고 왕자님 측근인 사람 한 명 알거든.”

정말, 아주 정말 부르기 싫지만. 이름조차 꺼내기 싫었지만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아는 이들이 없기도 했고.

“그게 누군데요?”

“맥시안.”

그녀에게 이름을 가르쳐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재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시종과 함께 나타난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재수가 없었다.

“오랜만이야!”

“…….”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 버렸다. 안 그래도 싫어하는 얼굴이 웃음을 보이자 끔찍함에 도저히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탓이었다.

“어라, 나 필요하다는 이가 있다기에 온 거였는데.”

이죽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참을 수 없게 귓가에 다가왔다.

“필요 없다면 다시 간다?”

“……맥시안.”

정말이라도 갈 것 같은 그의 행색에 놀라 저도 모르게 이름을 뱉었다. 그제야 그는 돌렸던 몸을 틀어 다시 내게 정면을 보고 마주 섰다.

“이름 기억하고 있었네? 난 또 날 부르지 않기에 까먹은 줄 알았지 뭐야.”

내가 이곳에 나가기 전에 꼭 저놈 입부터 꿰매고 간다. 바득바득 갈리는 이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그를 향해 웃어 보았다.

“그럴 리가요. 기억하고 있었지만 부를 기회가 없어서요.”

“꽤 많이 있었을 텐데.”

“아뇨 없었어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더욱더 웃어 보였다. 시답잖은 말장난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그를 빨리 보내 버리는 것이 좋았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책을 읽고 싶은데, 그곳까지만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

“책?”

내 말에 잠시 눈동자를 굴리던 그가 이내 다시 미소를 띠며 고갤 끄덕였다.

“아무렴 데려다줄 수 있지. 어디 있는지도 알고 말이야.”

“잘 되었네요. 그럼 절 그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말을 마쳤다가 갑작스레 드는 생각에 재빠르게 사족을 덧붙였다.

“최대한 빨리요.”

“으음 괜찮지만 나랑 단둘이서 가야 해. 저 시종은 데려갈 수 없어.”

도대체 어딜 가길래? 순간적으로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내 재빠르게 고갤 저었다. 그의 말에 궁금증을 하나 말하는 순간 몇 십 개의 말들이 제게 되돌아올 것을 알았다. 미쳤다고 맥시안에게 말할 기회를 줄 순 없었다.

“괜찮아요.”

“그래? 그럼.”

맥시안이 시종에게 눈짓을 주자 시종은 이 방의 열쇠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열쇠를 건네받은 그가 가볍게 휘두르더니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갈무리했다.

“그럼 가 볼까?”

그의 말에 냉큼 앞질러 나서기 시작했다. 최대한, 아주 빨리 가는 것이 내 목표였다. 곧 맥시안은 내 발걸음에 맞춰 걸어 주기 시작했다. 나보다도 조금 앞선 그의 발걸음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아 참.”

잘 가다가 멈춘 그가 날 향해 돌아보았다.

“그곳에 가면 몇몇 개는 봐도 본 척하지 않기.”

저게 무슨 개소리지. 본 것을 못 보았다고 하라니. 가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급의 언어도단에 고개를 기울였다.

“네 목숨을 계속 부지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할 거야.”

기울였던 고개를 제 손을 이용해 똑바로 세워주며 그가 빙그레 웃었다.

“죽고 싶음 마음대로 하고.”

“그렇게 할게요.”

재빠르게 답하는 내 행동에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비집고 나왔다. 툭하면 목숨 운운하는 맥시안의 행동이 아니꼽기만 한데, 웃는 모양을 보면 그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했다.

“여기야.”

어느덧 도착한 곳은 한 서재였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 뒤로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어도 괜찮아.”

“대부분이 아닌 것들은요?”

그의 말에 반문하자 그는 눈을 반으로 접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것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지?”

그의 말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저기 있는 것들은 본 척도 하지 말라는 거지? 근처에도 가지 않은 생각으로 최대한 멀찍이 있는 것부터 훑어보기 시작했다.

교단에 잡혀 있었던 곳보다는 많지 않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무질서하게 꽂혀 있었다. 소설 종류는 있을까? 무료함을 달래기엔 소설이 딱인데. 어떤 장르도 좋으니 꾸며 놓은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소설책을 찾으면서도 틈틈이 책들 사이에 이곳에 대한 정보가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지도, 역사,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 이르헨달에 관련된 것이라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역사서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르헨달에 관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일부러 그 내용에 관한 것만 지워 버린 것처럼, 어디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역시 탈출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도 없는 걸까. 꽤 허탈한 기분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순간이었다.

“맥시안 님!”

그를 부르는 소리에 자연스레 그와 내 고개가 돌아갔다.

“급한 일입니다! 그게……!”

그는 다급하게 소리 지르다 말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외부인인 내 눈치를 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중대한 사안인 것 같았다. 맥시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나를 향해 고갤 돌렸다.

“잠깐 여기 있어. 할 수 있지?”

내가 앤가. 그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허튼짓 하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거 명심해.”

그의 말에 단박에 표정을 무너트리자 반대로 맥시안의 얼굴이 펴졌다.

“금방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신을 찾아온 이와 함께 문을 나섰다. 일부러인 듯, 꽤나 육중했던 문을 밀어 닫아 버렸다.

쾅. 무거운 소리와 함께 서재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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