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를 먹고 싶어-44화 (44/86)

# 44화

“흐읏!”

그 말이 촉진제라도 된 것처럼 다시 거칠게 움직이는 라디트의 허릿짓에 깜짝 놀라 라디트의 목을 꽉 죄었다. 안을 가만히 채우고 있을 때도 느껴지던 이물감이 적응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집요하게 차고 들어오자 입술을 단정하게 다물 수 없었다.

“라디트, 아앙, 잠깐, 흐읏!”

“이제 잠깐은 없어.”

거칠게 쳐올리는 그 감각에 결국 매달리듯 어깨를 붙들었다. 나는 이 장면을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야외에서 그와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을 때도 이랬었지. 결국 모든 것들이 그가 원하는 대로 되자 괜스레 억울해져 그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그래. 입술을 물지 말고…… 차라리 날 물어.”

제 등을 토닥이듯이 그의 손이 두어 번 등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다정함은 어디까지나 허리 위가 다였다. 하반신은 여전히 봐주지 않은 채 열심히 쳐올리는 그의 것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흐느낄 뿐이었다.

날 받치고 있는 그의 손 또한 가만히 있질 않았다. 잠시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들의 보상을 받으려는 것처럼 엉덩이를 꽉 붙잡거나 벌린 허벅지를 손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쥐었다. 움직일 때마다 그의 붉은 머리카락이 내 몸을 간지럽혔다.

“아앙……!”

봐주지 않는 그의 괴롭힘이 끊이질 않았다. 내벽을 긁듯이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다시 치고 들어오는 통에 숨조차 헐떡이며 그의 어깨에 매달리는 순간이었다.

“…….”

라디트의 행동이 일순 멈추었다. 여전히 내 안에 깊숙이 박은 상태였지만 그 상태에서 굳기라도 한 것인지 움직이질 않았다. 들뜬 숨을 가득 내뱉으며 고개를 들자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는 라디트의 시선을 볼 수 있었다.

“……라디트?”

“쉿.”

내가 그의 이름을 조심스레 말하자 그는 내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흐읏!”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해져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급작스럽게 빠져나가는 감각에 몸을 떨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목덜미에 더운 숨을 뱉어내자 내 옷을 정리하던 라디트의 손이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손을 움직여 잔뜩 흐트러진 옷을 정돈시켜 주었다.

“인기척이 느껴져.”

“……사람?”

라디트의 말에 그제야 시선을 돌려 청력에 집중했다. 그제야 제 귀에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한 자신이 이 소리를 어떻게 간과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라디트는 자신의 옷도 갈무리하면서 내게 스킨십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불길이 이는 것 같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뭘 하는 거죠?”

그 순간이었다. 발걸음의 주인이 우리에게 당도한 것은.

“그……그게…….”

다행히도 서로의 옷은 이미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주체할 수 없이 달아오르는 얼굴과 뜨거워진 숨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분명 연습생들도 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녀의 말에 무언가 답을 하려다가도 이내 입술을 꾹 다물며 시선을 피했다. 잠시 다른 볼일을 보고 있었다고 하면 될 일인데 입술을 쉽게 열 수가 없었다. 잘못해서 입술이라도 여는 순간 더운 숨이 여태까지 제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다 가르쳐 줄 것만 같았다.

“연습이 고되었는지 힘들어하는 걸 발견해 데려다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런 나를 보던 라디트가 자신에게 날 기대게 만들며 말했다. 그의 수려한 손가락이 어깨에 닿는 순간 입술을 깨물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 내었다.

“열이 있는 것 같은데 괜찮나요?”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에 간신히 힘을 짜내어 말했다. 그녀의 미심쩍은 눈빛과, 우려하는 눈빛이 뒤섞인 채로 닿았지만 눈을 감으며 라디트에게 기댈 뿐이었다.

“그렇다면야. 오늘 하루는 신의 품 안에서 푹 쉬길.”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또각또각하는 발걸음 소리가 어째서인지 꿈속처럼 멀리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라디트.”

“왜 그래 비시아?”

간신히 라디트를 향해 말하자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잔뜩 몽롱해져 일렁이는 시야 속으로 라디트의 선명한 눈동자가 닿자 제 몸을 지배하던 열이 조금이나마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방에 데려다줘.”

“뭐? 하지만…….”

여태까지 밥을 먹을 때도 라디트를 내 방에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방에 흔적을 남기기 싫을뿐더러 그가 날 붙잡은 채로 순순히 방에 돌아갈 수 있게 하지 않은 터였다. 그런 내가 그를 방으로 초대하자 놀란 라디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비시아. 너 정말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이 바보가.

“아냐, 그게 아냐.”

나는 라디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뜨거운 손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자 움찔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 더 만져줬음 좋겠어.”

“뭐?”

“네가 그리워.”

그 말에 라디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날 번쩍 들어 안아 재빠르게 숙소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몸의 균형에 놀라 그의 목을 꼭 껴안다가도 어쩐지 잔뜩 긴장한 듯이 뻣뻣해진 그의 행동에 웃음이 나와 입가에 미소를 매달았다.

방은 그리 멀지 않았다. 날 조심스럽게 내 방 침대에 눕히는 동시에 라디트의 손길이 온몸 곳곳에 닿기 시작했다.

“잠깐, 라디트…….”

뒷말을 입에 올릴 수가 없었다. 내 치마를 옆으로 비켜 낸 채 들어오는 손가락이 습하게 젖어 있는 곳에 다가갔다. 순간적인 행동에 느끼며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까부터 덜덜 떨리는 허리가 그의 손에 의해 강제로 안정되고 있었다.

“맘껏 말해. 이제 정말로 우릴 방해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니까.”

괜찮다는 말을 귓가에 직접 속삭여 주는 것과는 달리 그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두어 번 유영하던 손가락이 익숙한 곳을 찾아 안으로 파고들었다. 줄곧 가지고 싶었던 것이 닿자 평소보다 더한 쾌락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배했다.

“흐앗.”

이미 잔뜩 젖은 안을 그의 손가락이 무자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배 안을 잔뜩 조였다.

“하, 흐응…….”

헐떡이는 숨을 내뱉으며 라디트를 바라보았다. 충분히 젖은 몸과 눈빛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또한 알아차린 것인지 얼마 가지 않아 안을 파고든 손을 천천히 빼내었다.

“으응!”

뿌리째까지 다 삼켰을 때 눈을 질끈 감으며 배게 위로 얼굴을 묻었다. 몸을 빠듯하게 채우는 감각이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이 도드라질 정도로 숨을 하나하나씩 뱉어 내자 그가 천천히 목에 입술을 대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그의 숨을 따라 불안정하던 숨을 고르게 내뱉자 그가 쪽 소리가 나게 쇄골에 입을 맞추며 고갤 들어 올렸다.

“나 지금 엄청 기뻐.”

그의 말에 괜히 얼굴의 열이 모이자 시선을 피했다.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 입으로 뻔뻔하게 굴긴 힘들었다.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

삽입한 채로 몸의 방향을 바꾸자 생소한 감각에 몸서리쳤다. 여전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엉덩이만을 한껏 올린 자세가 되자 그는 잠시 빼내었다 안으로 강하기 밀어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 으응!”

골반이 틀어질 듯 강하게 붙잡고 안으로 밀어 넣는 그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강하게 다가오는 자극과 함께 뒤로 느껴지는 그의 몸이 매번 느끼던 곳과는 다른 곳을 찔러 나가기 시작했다.

자세의 색다름이 평소에 닿았던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느낌을 받게 했다. 강하고 단단한 그의 끝이 질벽을 꾸욱 누를 때마다 선명하게 느껴져 도저히 내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귀여워, 엄청 귀여워 비시아.”

“라디트…… 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느껴 몸을 잔뜩 웅크리자 등 뒤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깐 거긴…… 아!”

“여기, 뭐?”

한쪽 손으로 은근하게 엉덩이를 문지르면서도 다른 손으론 허릴 붙잡는 것을 그만두질 않았다. 어떻게든 내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허리를 크게 뒤로 빼내었다가 안으로 박아 넣는 행동은 나를 빠르게 도달하게끔 만들었다.

몸으로 즉각 반응을 내보이는 탓에 어떤 상탠지 빤히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 행하는//행동하는 라디트가 얄미워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완 달리 기뻐하며 한껏 물고 놔주지 않는 몸 덕분에 의도와 달리 자꾸만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아……. 네가 나 때문에 행동하는 것은 뭐든 다 기뻐.”

엉덩이를 만지던 손이 아래로 내려가 결합 부분을 은근슬쩍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감각에 놀라 그를 꽉 조이자 라디트의 입에서 신음이 나지막하게 나왔다.

“그러니 숨기지 말고 다 내게 말해 줘. 뭐든지 다.”

“으, 응, 흐앗. 라디트……!”

강하게 쳐올리듯 박는 그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였다. 절정에 오르기 무섭게 다시 아랫배를 저릿하게 만드는 강한 쾌감에 울 듯이 미성을 흘렸다. 머릿속에서 단어가 이리저리 흐트러지는 기분이었다. 라디트를 향해 무언갈 말하려다가도, 강한 쾌감에 말이 흐물흐물 녹아 곧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끔 만들었다.

“큭…….”

안쪽 깊은 곳까지 닿는 그를 향해 작게 신음을 흘리며 다시 한 번 더 절정에 도달했다. 안을 빠듯하게 메우는 뜨거운 느낌과 동시에 눈앞을 새하얗게 만드는 감각이 결국 눈가에 맺혔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하아, 하아…….”

여태까지 숨을 어떻게 쉬었나 싶을 정도로 다급한 호흡이 뜨거운 입김과 함께 내뱉어졌다. 거칠게 가슴을 오르락내리락하자 라디트의 손길이 내 뺨에 닿았다.

“읍…….”

허공에 흩어지는 내 숨을 안타까워하기라도 하듯 라디트의 입술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호흡으로 괴로워 그의 가슴팍을 두들겨도, 그는 꼼짝하지 않고 끈질기게 입을 맞췄다.

“하아…….”

결국 진정이 될 즈음에서야 날 놓아주자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를 살짝 흘겨보았다.

“이제 알겠지?”

“뭘?”

토라진 음색을 숨기지 못한 채 그를 향해 응수하자 라디트의 입가가 더욱 짙어졌다.

“그깟 놈들보다 내가 더 낫다는 걸.”

아직까지 질투하고 있었어? 그의 말에 잠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살풋 웃음을 지었다.

“그래.”

손만 잡는 애들보단 네가 밥을 확실하게 주니까 좋아.

“정말?”

“아니, 잠깐! 라, 라디트!”

기쁜 듯이 날 끌어안는 것까진 좋았다. 안에서 다시 크기를 키워가는 행색에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라디트의 얼굴은 잔뜩 흥분한 뒤였다.

정말이지.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더 밥을 먹이려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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