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를 먹고 싶어-43화 (43/86)

43화

“그 자식들이 춤추면서 슬쩍슬쩍 널 만지는 건 아냐?”

“으응…….”

제 옆라인을 쓸며 내려가던 손이 트여 있는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허벅지

를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에 긴장감으로 다리를 움찔거렸다.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들이 널 바라보며 시시덕거렸을 걸 상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아냐, 그들은 정말로 춤만 추러 온…….”

“정말……?”

허벅지에 닿은 그의 손이 조금 더 올라가 제 엉덩이를 가볍게 지분거렸다. 하

늘하늘한 옷차림 덕분에 안에 입은 속옷의 면적 또한 최대한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 입었던 보편적인 팬티보다도 더욱 작은 면적의 팬티를 그가

확인하고선 작게 혀를 찼다.

“그들의 시선이 성적으로 네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어?”

“그, 그건…….”

주문에 가깝듯이 속삭이는 라디트의 말에 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랬던가. 그들의 시선이 어땠지? 저를 쳐다보는 시선은? 자신의 손과 마주 닿

을 때의 느낌은? 몸은? 자신의 고개를 뒤로 젖혔을 때 파트너의 시선은 어디

에 있었지?

“거 봐. 너도 확신을 하지 못하잖아.”

제 기억을 믿지 못해 헷갈려 하자 살포시 웃음기를 비춘 라디트가 천천히 고

개를 내렸다. 제 입술에 가볍게 내려앉듯이 입을 맞추는 그의 입술이 달콤해

저도 모르게 발끝을 살짝 올려 그의 입에 먼저 닿았다.

“춤을 추면서 너도 모르게 가슴에 닿았을지, 허리에 닿았을지 모르는 일이잖

아. 안 그래?”

여전히 엉덩이를 지분거리는 손길에 이미 내 머릿속은 흐리멍덩해진 지 오래

였다. 제 몸속을 지배하는 열기가 점차 부풀어 올라 쾌락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비시아.”

“응……!”

이미 첨단이 부풀어 오른 가슴을 그의 손이 부드럽게 감싸 쥐자 저의 입에서

자연스레 신음이 튀어 올랐다. 스스로가 내뱉고도 놀라 입을 재빠르게 막자

라디트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

“비시아. 나 이대로 그냥 남자인 거 밝힐까?”

“뭐?”

몽롱해지던 머리가 단번에 맑아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파격적인 선언에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지만 여전히 라디트의 눈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너랑 이렇게 춤을 추러 들어오는 거야.”

“그게 무슨…… 그렇게 하면 네가 여태까지 한 건 어떻게 하고?”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한 채 벙찐 채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싱긋 웃으면서 제

입술을 찾아 감싸 쥐었다.

“그만큼이나 널 나 혼자 가지고 싶어져. 내가 여태까지 했던 것들을 제 손으

로 무너트릴 수 있을 만큼이나.”

라디트의 말에 뭐라 답하기도 전에 내 입술을 그가 덮었다. 살짝 벌려진 틈을

타고 들어온 그의 혀가 말로 내뱉었던 독점욕만큼이나 집요하게 혀를 옭아내었다.

“응……!”

입안 깊숙이 스쳐 지나가는 혀에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목

덜미를 잡은 라디트의 손길에 그의 입맞춤을 온전히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긴 입맞춤이 끝나고 긴 여운과 함께 간신히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가볍게 숨

을 몰아쉬었다. 제 입에서 그의 입술에 얹혀있던 연지 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

“비시아.”

나른하게 내 이름을 외친 그가 고개를 숙여 제 귓불에 입을 살짝 맞추었다.

“확신할 수 있게 해 줘.”

“뭐, 뭘?”

그의 말이 도대체 무엇일지 감조차 오지 않는 나의 두려움을 인지한 것인지

그가 귓가에 대고 낮게 웃었다. 아직 실내 안이라는 것도 잊은 것인지 완벽한

남자의 웃음소리를 내는 탓에 몸이 오싹, 하고 달아올랐다.

“네가 이곳에서만큼은 나의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게 해 줘.”

“그게 무슨…… 아흣!”

애초에 이곳에서 너 말고 다른 밥은 먹어 보지도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이었다. 우악스레 가슴을 움켜잡는 라디트의 손길에 달게 신음을 내뱉었다.

옷 위로 도드라진 유두를 잘도 찾아내어 손끝으로 비비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

었다. 하지만 회피하듯 숙여지는 고개를 라디트는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신

의 고개를 숙여 내 아래로 시선을 맞춘 그가 천천히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입맞춤과 동시에 그만의 능숙함으로 내 어깨가 다시 펴지기 시작했다. 입안을

훑는 오싹한 감각에 자꾸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키스

도, 그가 만지는 감각도 집요하기 짝이 없었다.

“라디트으, 흐읏……!”

몸에 딱 맞추어서 제작된 옷은 그의 손길에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쉬이 벗

겨졌다. 얇은 어깨선이 드러나고 옷감에 감춰졌던 가슴이 온전하게 드러나자

라디트의 입술이 내 목에 닿았다.

깊숙한 곳에서부터 짜릿하며 울려오는 감각에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붙잡은 손목이 복도 벽에 붙들려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름다워, 비시아.”

걸릴 것 없이 한껏 드러난 가슴을 천천히 그가 입으로 머금었다. 과실을 베어

물 듯 한입 가득 무는 그의 입술에 날카롭게 신음을 올렸다.

“그 어떤 옷이라도 네겐 예쁘겠지만, 역시 네겐 하얀 나신이 제일 잘 어울려.”

붙잡았던 손을 모아 한 손으로 잡은 그가 다시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지분거

리기 시작했다. 이미 한껏 젖은 곳은 그의 손길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이미 그의 것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손가락을 얼마 지분거리지 않고 떼어 내었다. 치마를 옆으로 치운 그가

팬티 또한 옆으로 비켜 내었다.

어느새 버클을 풀어 자신의 것을 드러낸 그의 것이 아래에 맞닿자 흐느끼듯

신음을 내뱉었다. 곧 있으면 제게 올 그 극상의 쾌락에 벌써부터 배가 불러

오는 기분이었다.

준비운동을 하듯 제 허벅지에 타고내린 애액에 몇 번 비비던 그가 천천히 자

신의 것을 삽입하기 시작했다.

“흐읏……!”

저번과는 달리 그의 것의 어떻게 들어오는지 완전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천

천히, 느릿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 두 살덩이를 한껏 벌리며 들어오는 그

의 남성은 음핵을 짓누르며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학!”

어느 정도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무렵, 갑작스러운 허리 움직임으로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자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절정에 다다랐다. 발끝을 세우며 몸을 격

렬하게 떨자,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짙은 숨을 뱉어 내었다.

“하아, 비시아…….”

“아앙, 응…….”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몸에 닿는 숨결 하나조차도 치부를 건드린 것 같은

자극이 되고 있었다. 파르르 떨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라디트가 웃으

며 제 손을 떼어 주었다.

그가 손을 놓아줌과 동시에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간신히 벽을 지탱해 주

던 그의 손이 없어지자 본능이 내린 판단이나 마찬가지였다. 제 행동에 라디

트가 빙그레 웃으며 양 엉덩이를 세게 쥐었다.

허리를 뒤로 살짝 빼냈다가 엉덩이를 세게 쥔 것만큼 안으로 치고 들어오자

나는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기다렸던 것만큼이나 빠듯하게 차오르는 배부

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거 알아?”

“뭘……?”

식사를 주다 말고 제게 질문하는 라디트의 말에 눈을 살짝 떴다. 절정으로 인

해 눈가가 부어올랐지만 그의 얼굴을 못 볼 만큼은 아니었다. 가늘게 뜬 눈으

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내 눈꺼풀 위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여기 복도야.”

어?

“뭐?”

그의 말에 순간 헐떡임도 잊고 놀라 소리쳤다. 여기가 어디라고요?

“잊고 있었어? 우린 건물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걸.”

“아니 잠깐만……으응!”

“아니면, 나와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날 벽에 기대게 한 후 은근하게 쳐올리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벌렸던 입을 통

해 신음이 흘러나왔다. 깜짝 놀라 재빠르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복도를 타고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 목 안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왜, 또……!”

“왜 또 야외냐고?”

간신히 신음을 참아 가며 말했건만 그의 얼굴엔 여전히 즐거운 빛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언제 들킬지 모르는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그는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네가 예뻐서?”

“그, 아앙, 하아……!”

내 귓가에 달게 속삭이면서도 허리는 무자비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 말라는

내 말이 귓등에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거칠게 흔드는 그의 허릿짓에 안이 절

로 움츠러들었다.

“그만……! 적어도 침, 대에서”

“네 안은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아, 니야……!”

누군가가 볼지도 모르는데 좋아할 리 없었다. 정기를 얻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지언정 눈치 주는 밥이 편하게 먹힐 리 만무했다.

긴 자신의 남성을 이용하여 집요하게 안으로 파고드는 그의 것을 애써 부정했

다. 사실 아래서 위로 박는 감각에 그 어떤 때보다도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아버리자 라디트의 묘한 소리가 귓가

에 들려왔다.

“그래……?”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거짓말같이 그의 것이 멈춘 것은.

“어…….”

자신을 울릴 기세로 거세게 박아 대던 그의 것이 멈추자 돌연 눈이 떠졌다.

제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의 등을

꽉 잡던 손이 자연스레 힘이 빠지자 천천히 그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정말?”

“물론이야.”

이 자식이 혹여라도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유심히 바라보았지

만, 그는 정말로 자신의 말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하

물며 마치 석상이라도 되어 버린 것처럼 입을 제외한 어디도 움직이질 않자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평소라면 자신의 이런 간곡한 말을 쥐뿔도 듣지 않았을 그였다.

아니면 자신의 어르고 달래어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게 만든 다거나. 자

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쟁취하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그랬을 터였는데……. 그가 움직이지 않자 불안해진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이었

다. 어중간하게 달아오른 몸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 자신이 몸

에 품고 있는 그의 것이 움직이길 원하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의 말대로 순순히 멈춰 준 그였지만 오히려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한 건 자

신이었다. 자신도 이렇게나 안에서 곧추세운 주제에, 여유롭게 행동하고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침대도 있는데 왜 꼭 이런 장소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러게. 만약 이유가 있다면, 네가 너무 예뻐서. 남들의 시선을 너무 잘 받

아서는 아닐까.”

“뭐?”

황당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들어 올리자 제 눈가에 맺힌 눈물을 그가 입술

로 들이마셨다.

“내가 말했잖아. 여태까지 쌓아 올렸던 걸 다 포기하고서라도 널 가지고 싶다고.”

그거 홧김에 한 말 아니었어?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완 달리 그의 표정이

바뀌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참을 수 없기도 하고.”

그는 싱긋 웃으며 날 껴안은 손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허리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여전히 느긋해 보이는 그완 달리 나는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제 감정

을 억제하기 위해서 다리를 달싹이기도 해 보고, 라디트가 원망스러워 그를

잡고 있는 손에 괜스레 힘을 주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얄밉게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서 그저 나만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거칠어지는 제 호흡에 반

해 차분한 라디트의 호흡이 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해.”

너무해. 마치 이러길 알아차리고 바란 것처럼 행동하는 그를 참을 수 없어 결

국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뭐라고 했어?”

“그냥 움직이라고!”

일부러 세상 둘도 없을 스윗함으로 말하는 그가 원망스러워 소리를 버럭 질러

버렸다. 누가 듣던지 전혀 상관조차 쓰지 않는 성량에 라디트가 조금 놀란 듯

이 바라보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들키면 내가 곤란하냐. 네가 곤란하지. 자포자기하듯 그의 웃음을 물끄

러미 바라보자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 말을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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