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흐응, 응읏…….”
“이런, 이번엔 또 무슨 음란한 생각을 했어?”
“……아, 흐읏, 아냐, 그런 거.”
아니라는데 자꾸 물어보는 그를 향해 간신히 답했다.
“정말?”
팔에 매달려 옷의 기능이라곤 전혀 하지 않는 젖히고 라디트가 어깻죽지에 입을 맞추었다.
“네 몸은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은 것 같은데.”
“응…….”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삼키며 그의 말에 대답하기를 회피했다. 고개를 돌리며 그의 손가락에 맞춰 허리를 아래로 내리자 몸을 타고 그의 웃음이 전해져 왔다.
“넌 생각 이상으로 음란한 것 같아. 사람이 아닌 것처럼 몸이 달콤한 것도 그렇고.”
그의 말에 놀란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내 몸이 그렇게 타고나긴 했지만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언급한 이도. 나랑 몇 번이나 몸을 섞은 테이젤도 알아차리진 못했다.
설마 우리 종족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기라도 하는 걸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나로서는 덜컥 겁이 났다. 애초에 인간들 세상은 책으로 접한 것이 다였던 탓에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종족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상식은 요구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무작정 모른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설마 내가 인간이 아닌 것도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나, 나는…….”
“이제 와서 부정해도 소용없어. 네가 안 했다는 말은 신빙성을 잃은 지 오래니까.”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그의 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다행히 별 뜻은 아니었던 것인지 그의 눈동자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어떤 음란한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
“흐앗!”
저가 잘 느끼는 곳을 잘도 알아낸 그가 그곳을 꾹 누르자 나는 탄성을 지르며 허리를 숙였다. 숨이 막혀 오는 듯한 감각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나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걸 상상했어?”
“아, 아냐.”
“정말? 내가 보기엔 가슴 한쪽을 드러내고, 내 손가락을 잘 문 채로 음란한 소리를 잔뜩 흘리는 걸 누군가에게 들켰으면 좋겠다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내 안에 삽입한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하앙!”
“적어도 네 몸은 그래. 비시아.”
진짜 아니라니까! 다시 한 번 더 절정으로 치달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노려보자 라디트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이쯤에서 할게.”
대답이 좀 이상한데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에 눈썹을 찡그리자 라디트가 키득키득 웃으며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역시 넌 미워할 수가 없어. 아무리 보지 않으려고 해도,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너 자체가 내 시선을 고정시켜 버리게 만들어.”
“하읏…….”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안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손가락이 돌연 예고도 없이 빠지자 단 신음을 흘렸다. 그의 손가락이 빠짐과 동시에 울컥하는 감정도 같이 빠진 느낌이었다.
그리 굵지 않은 그의 손가락이 빠졌다고 허전함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무릎을 모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지 못해 여러 번 발을 헛디디자 라디트가 내 배를 감싸 안았다.
동시에 그의 하반신에 내 하반신이 밀착되는 순간이었다.
“……!”
엉덩이 뒤로 선연하게 느껴지는 그의 것에 저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 설마. 정말로? 진짜야?
“하고 싶어.”
제 귓가를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라디트, 정말로 남자였구나. 아무리 그의 입으로부터 몇 번이고 들었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내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여태까지의 시선과 라디트를 여자로 인식하고 있었던 기간 때문일까. 그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새파래진 낯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살짝 찌푸린 그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왜? 역시 밖은 망설여져?”
가늘게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바라보는 라디트의 얼굴은 정말로 고왔다. 이렇게 보면 외모 어딜 보나 내뺄 곳이 없는 아름다운 사람인데. 여자라고 말해도 전혀 의심하지 못할 정도의 남자.
“비시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얼굴만을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자 라디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나 재빠르게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아, 아냐.”
“그럼 문제없는 거지?”
“어?”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제 몸을 껴안은 그의 손은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밀착되어 있던 하반신이 살짝 떨어진 것이 오히려 더 이렇게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잠깐……!”
제 말을 뒤로하고 젖어 흥건한 제 몸을 그가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왔다.
“아!”
제 안을 파고드는 뜨거움에 숨을 삼켰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두께에 자연스레 허리가 휘어졌다. 오랜만에 먹는 메인 디쉬에 쉬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토록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 제 몸에 꽉 차는 감각은 여전히 모든 감각을 신경 가닥 올올이 일깨워 주었다.
“비시아.”
제 이름을 부른 라디트가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하읏…….”
“너의 안에 들어올 수 있어 기뻐.”
“아앗!”
제 입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을 그의 것이 대신 자리 잡았다. 빈틈없이 빼곡히 채운 그의 것이 제 질벽을 마찰시키며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제대로 된 예고도 없이 강하게 밀어 넣는 힘에 저도 모르게 발끝이 들어 올렸다. 흥분과 함께 아릿한 제 아랫배에 그의 것이 정통으로 맞혀진 기분이었다.
“흐, 아, 아앙 라, 디트…….”
“하아…… 비시아. 느껴져? 네 몸이 날 반기면서 착실하게 물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다른 그의 길이는 여태 어떻게 숨겼나 싶을 정도로 제 안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여태 제대로 닿기 힘들었던 곳을 그의 끝이 아무렇지도 않게 짓누르자 도저히 입술을 다물 수 없었다.
다른 밥들은 몇 번이고 박은 후에야 찾을 수 있었던 곳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내어 그곳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아, 으응!”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나를 대신하여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이 가슴을 단단하게 그러쥐었다. 단단하게 일어선 유륜을 희롱하는 그의 손길에 몸서리치면서도 그의 손에 저를 맡겼다. 아니,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저를 옭아매는 그의 품 안은 힘이 없어 두 발로 설 수 없는 내게 거미줄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르작거리는 행위들은 온전히 그에게 기쁨을 주는 행위로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아앙, 라디트…….”
“하아…… 미칠 것 같아. 어떻게 안쪽까지 사랑스레 물고 놓아주지 않는 거야? 너는 도대체 어디까지 날 사로잡아야 만족하는 건데, 응?”
깊숙이 삽입되었다 빠져나오는 것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박아 대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말이 끊이지 않는 그의 입이 제 허릿짓의 완력을 더욱 늘려 주고 있었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남성은 한도를 모르고 자꾸만 들어오려고 했다. 애액과 함께 미끄러지는 남근에 질벽이 마찰되며 흥분을 더 했다. 제 몸을 무자비하게 들락거리는 것을 그저 환희에 가득 차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치닫는 아슬아슬한 감각에 발끝을 들어 올리며 입술을 깨무는 순간이었다. 신음을 틀어막으면서 잠시 정적이 되는 순간, 귓가에 작지만 또렷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몸을 굳혔다.
다른 사람! 사람보다 배로 민감한 제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못들을 리 없었다. 어, 어떻게 하지? 발그랗게 상기한 얼굴 두 젖가슴을 다 드러낸 몸은 누가 보아도 수상해 보일 게 분명했다.
놀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뻣뻣하게 굳힌 채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저와 함께 잠시 멈추었던 그의 것이 갑자기 쳐올리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혀를 깨물었다.
무슨……!
성을 내며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다시 한 번 쳐올리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신음을 삼켜 내었다. 설마, 내 귀엔 또렷하게 들리는 저 발걸음 소리를 못 들은 건 아니겠지?
“쉬이…… 괜찮아. 우리가 있는 곳은 이 장소 중에서도 제일 구석진 곳이니까.”
“하지만……!”
“그러니까 괜찮대도. 물론, 너만 입을 완벽하게 다문다면야.”
“하응!”
그의 말과 함께 동시에 엇박자로 박아 오는 남성에 눈을 질끈 감았다. 주체하지 못하고 단정치 못하게 벌어지는 입을 간신히 틀어막으며 몸을 들썩였다.
실낱같이 남아 있는 이성이 더 이상 해선 안 된다고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제 몸을 휩쓸고 있는 본능은 달랐다.
조금만 더, 그가 더욱 가까이 오기 전까지만 이 감각을 더.
차라리 발각되어 그의 모든 사실들을 낱낱이 폭로하면 쉽게 벗어나는 것일 텐데.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제 입을 틀어막으며 최대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안간힘을 썼다.
이런 저를 알아차린 것일까. 그저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공간에서 잔뜩 기민해진 귀가 라디트의 낮은 웃음소리를 알아챘다.
“귀여워. 비시아, 정말 귀여워.”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인데! 씩씩대며 고개를 틀어 그를 노려보았다. 두고 봐! 밥만 완전히 먹고 나면 등짝을 한 대 대차게 때릴 생각이었다.
“라디트 너……!”
“쉬이. 사람이 있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지.”
빙그레 웃은 그가 내 입을 제 손으로 막았다. 중지와 약지를 이용하여 제 입에 살짝 물린 그는 허릿짓에 다시 스퍼트를 가하기 시작했다.
“응……!”
“그리고 내가 아직 네 안에 있다는 것도 말이야.”
귓가에 은근한 미소를 흘린 그는 제 목에 옅게 입맞춤을 뿌렸다.
“아니면, 정말로 나랑 이런 장면을 들키고 싶었던 걸까.”
“으응, 읏……!”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어도 제 입을 틀어막는 손가락과 뒤에서 쳐 오는 감각에 억눌린 신음밖에 흘릴 수 없었다.
다행히 발걸음은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제 입을 채운 손가락과 빠듯하게 안을 메우고 있는 그의 남성은 빠지지 않은 채였다. 지치지도 않는 것인지 여전히 강한 힘으로 쳐올릴 때마다 제 발끝이 저도 모르게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저 자신은 그의 품 안에 안겨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힘이 남아도는 듯한 그의 행동에 쌤통이나 이를 살짝 세웠다.
“읏.”
작은 신음과 함께 움직이던 허리가 살짝 떨렸다. 보이진 않았지만 제 잇자국이 선연하게 남아있을 손가락을 생각하자 입가에 살짝 미소를 자아내었다.
“다행히 여유가 넘치나 봐.”
잠시 허릿짓을 멈춘 그가 여태까지 내 입에 채웠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천천히 떨어지는 손가락에 길게 늘어지는 은빛 실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제 존재감을 나타내자 그가 빙긋이 웃었다.
“이제 슬슬 나도 욕심을 채우고 싶었거든.”
뭐?너를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