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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37화 (37/86)

37화

“라, 라디트.”

어떻게든 살기 위해 제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어깨를 재빠르게 잡았다.

“아직.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무엇보다 여기는 길이고…….”

“아. 아직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라디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모른다니 도대체 뭘? 모르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였다. 아무리 이곳에 대해 상식이 없는 나라고 한들 야외에서 멋대로 섹스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그의 말에 황당해 반박하려다 일순 행동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여태까지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남성스러운 모습이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해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 순간 그의 얼굴에 살포시 어렸던 남성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여전히 예쁜 얼굴이 눈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착각이었나……?

“하긴.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얼굴에 띤 은근한 미소를 유지한 라디트가 다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몸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그의 얼굴이 다가오자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라, 라디, 읍.”

그를 말리기 위해 열게 된 입은 손쉬운 침범의 구실이 되기에 충분했다. 제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그의 혀를 밀쳐 내지 못하자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

좁은 틈 사이 속에서 내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고개를 뒤로 미는 것조차도 어느새 제 뒤통수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라디트의 손에 의해 쓸모없는 행동이 되고 말았다.

언제 누가 지나갈지 모르는데! 평상시라면 키스에 흥분할 내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가슴의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든지 누가 볼지 모르는 장소에서 한다는 사실과, 신성한 장소에서 한다는 배덕감이 저의 흥분을 부추겼다.

고개를 바르작거리며 피해 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그에게 오히려 묘한 스위치가 되어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게끔 만들었다. 제 고른 치아를 훑던 그의 혀가 여태 내빼기만 하던 혀를 붙잡아 옭아매었다.

그의 혀에 놀란 내가 놀라 그의 옷자락을 세게 붙잡았지만 라디트의 움직임엔 미동조차 없었다. 오히려 가늘게 눈을 뜨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긋이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결국 숨이 모자라 그의 어깨를 약하게 두들길 때까지 라디트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살짝 노려보았다.

제 눈빛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입술을 살짝 매만지던 그가 입매를 좀 더 끌어 올리며 말했다.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네게 한 가지 알려 줄까.”

여유만만하게 구는 그의 행동에 괜스레 심통이 났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제게 거절이라도 당할까 봐 호들갑 떨던 애는 어디 가고, 차가운 표정으로 모든 행동을 일관하던 평소의 라디트로 돌아와 있었다.

화나네. 왜 갑자기 여유만만한 척하는 건데?

제 이런 속을 아는 것인지, 아님 모르는 것인지 어여쁘게도 웃어 보인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거 알아, 비시아? 여기는 지금부터 우리가 행위를 끝낼 때까지 단 한 명도 지나가지 않을 거야.”

“뭐? 어째서?”

“애초에 수업시간이기도 하고, 우리처럼 농땡이를 부리는 이들이 있지 않은 한 이곳을 지나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아무리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는 하지만 너도 이 장소만큼은 알고 있잖아? 특정한 수업 말고는 잘 오지 않는다는 거.”

그의 말에 그제야 지금 시간이 무슨 시간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망했다. 수업!

“세상에, 라디트 지금 수업이……!”

“괜찮아. 나는 아프다고 미리 뺐거든.”

순간 어이가 없어져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미친놈아 너만 사유가 있으면 다야? 나는 아직 사제님한테 아무런 말도 안 했다고!

“걱정 마. 내가 뺄 때 너도 말했으니까.”

“뭐?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순간 멍해져 반문했다. 아니 어떻게 뺐다는 거지? 것보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이곳에 데려왔다는 말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여전히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향해 볼을 부풀렸다. 이 용의주도한 녀석.

“너 수업시간에 졸았지?”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을 경직시켰다. 나름 전생에 있었던 다년간의 학교 경험을 살려 최대한 티를 안 낸다고 한 거였는데. 어떻게 알았지?

“너 머리 엄청 흔들리던걸.”

라디트의 말에 조용히 침묵했다.

“덕분에 말 지어내는 데 별로 힘들지 않았어. 그걸 아프다고 꾸미니까 바로 믿더라고.”

“뭐?”

“열로 인해 눈앞이 혼미해 자꾸 까무러지는 거라고 했지.”

그걸 믿는다고? 나는 방금 전까지 수업하던 사제님의 까탈스러운 인상을 생각해 내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말을 잘 지어낸다고 해도 그렇지, 그걸 믿어?

“네가 워낙 소문이 자자한 이라서 말이지. 여신이 현신하신 몸이라고 공공연하게 도는 소문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나를 데려올 때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다는 말이 돌면 이곳의 명성이 어떻게 되겠어. 안 그래도 네 존재 덕에 교에서 지원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았는데.”

“뭐? 진짜?”

이건 몰랐던 사실이었다. 와 그렇게 안 봤는데 날강도들이었네. 나 때문에 이득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나한테 은혜를 갚아야 하는 거 아냐?

“그래. 덕분에 아프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안색이 파래지면서 쉬라고 신신당부하던걸? 오히려 그쪽에서 바로 치료사를 불러 주겠다는 걸 내가 말리느라 고생했지.”

꽤나 자랑스레 알려 주는 그의 얼굴엔 처음 만났을 때의 여유로움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치밀하던 애였는데. 근래에 하던 행동을 생각하면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았다. 왜 진작 그러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왜……?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날 보려는 거야? 평소 점수에 신경 엄청 쓰지 않았어?”

내 말에 라디트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아니, 저는 대답을 원했는데요. 딴말을 하듯 수긍하는 그의 행동에 눈을 깜빡였다.

“점수에도 신경 쓰고, 이렇게 네가 엮이지 않은 평소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말이야.”

뻗어진 라디트의 손이 상냥하게 내 손목을 억압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날 죄이는 그의 행동에 쉬이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행동에 반박하려는 순간, 몹시 아픈 표정을 지을 것만 같았다.

“너만 눈앞에 있으면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너만 있으면 기껏 쓴 가면이 처참하게 깨져 버려.”

무조건 내 책임으로 돌리려는 라디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반박하는 순간이었다. 날을 세우며 다가오는 라디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날 집어삼킬 것처럼 다가왔다.

노, 놀라라. 제 콧잔등과 아슬아슬한 간격을 남겨 둔 채로 그가 멈추자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던 몸을 풀어내었다.

하지만 다시금 제 몸에 붙어오는 그의 행동에 몸을 도로 경직시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하여 제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그의 무릎이 치마 속에 숨겨진 둔덕을 은근슬쩍 비볐다.

라디트와 내 옷감이 겹쳐져 꽤나 두꺼웠음에도 불구하고 비부로부터 선연하게 그의 무릎이 느껴지고 있었다.

“널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저를 억압한 손 외에 다른 쪽 손을 이용해 내 뺨 위에 올렸다. 감싸듯 제 뺨을 쥔 그의 긴 손가락이 뺨 위를 톡톡 두드렸다.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고 제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널 보자마자 피하기 시작했었어.”

그의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이내 제 표정에 덥히는 것은 아이러니함과 불쾌함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사람을 피하고 봐?

“설마 처음 대화했을 때 그렇게 싸늘하게 군 것도……?”

“맞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내가 다짜고짜 널 껴안을 것 같았거든.”

순순히 토로하는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제 표정은 쉬이 풀릴 기색이 없었다. 아무리 사람이 그래도 그렇지. 정도 없이 무안하게 그러기 있니.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 기어코 제 콧잔등을 살짝 문 그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일이 이렇게 된 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의 말에 반박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날 희롱하기 시작한 라디트의 손이 내 가슴을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흐읏……!”

“크게 울어도 상관없어. 이다음 시간이 뭔지 알잖아……?”

나 그렇게 성실한 학생 아니었는데……. 시간표를 달달 외우고 있을 정도로 수업에 흥미와 진취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득하게 생각하며 다음 시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라디트의 손이 집요하게 가슴을 만지작거렸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만지면 모를까. 감질 맛나게 위에서만 노니는 그의 손이 자꾸 다리를 움찔거리게 했다.

그 순간이었다. 귓가에 들리는 라디트의 숨소리 말고도 멀리서 희미하지만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음악 시간이었구나. 깨닫는 순간과 동시에 라디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들었지?”

제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마음껏 울어도 돼. 어떤 이도 듣지 못할 테니까 상관없어.”

아니 내가 상관있는데……. 아무리 아무도 안 듣는다고 호언장담을 해도 쉬이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야외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외관의 장경들이 더더욱 제 입을 틀어막게 만들었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입술을 꼭 봉하자 라디트의 미간이 살풋이 찌푸려졌다.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말과 동시에 그의 행동이 이루어졌다.

내 목을 가볍게 깨무는 동시에 옷 안으로 거칠게 손을 집어넣고 주무르는 그의 행동에 몸이 자연스레 벽에 기대어졌다. 처음부터 도망갈 수 없는 장소에 나를 몰아붙인 그는 제 손이 원래 드나들어도 되는 것처럼 안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무리 사람의 행적이 뜸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제 아래를 찌르르하게 울리며 밥을 주는 그의 행위에도 쉬이 기뻐할 수 없었다.

눈이 자꾸만 라디트가 아닌 밖을 향했다. 사람의 변덕이 갑작스러운 일을 언제 어떻게 야기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갑자기 수업이 듣기 싫어 몰래 빠져나오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었고, 갑자기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에 볼일이 생겨 이곳을 지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물며 갑자기 아무런 생각 없이 이곳에 올 수도 있지 않은가. 느긋한 라디트와는 달리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긴 부작용도 있었다. 혹시나 기척을 놓칠까 싶어 예민해진 몸이 그의 작은 손길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예민한 몸이네.”

귓가에 나지막하게 말하는 라디트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작은 움직임에도 고개를 치켜들며 몸을 바르작거리면서도, 여전히 바깥을 향해 시선을 놓칠 수가 없었다.

행위에 자꾸 집중하지 못하고 틈 사이 너머로 시선을 흘기자 못마땅한 표정의 라디트의 얼굴이 갑작스레 제 시야를 크게 차지했다.

“까, 깜짝이야.”

가뜩이나 예민해진 상태라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놀라기에 충분했다. 신음을 참느라 지분거렸던 입술이 겨우 떨어지자 부루퉁한 표정의 라디트가 말했다.

“나한테 집중해.”

“하지만,”

“왜? 바깥이라 못하겠어?”

당연한 소리를 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밥을 주는 것도 좋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가면서 줘야지.

“그래……?”

내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던 그가 비뚜름하게 웃어 보였다.

“이렇게 예민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나 집중하지 못하나 보자고.”너를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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