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내 말에 그가 결심한 것인지 날 물에서 건져 올렸다. 몸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물에서 단내가 물씬 풍기자 내 어깨를 감싼 그의 손이 강하게 죄였지만, 다행히 그곳에서 일을 치르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제, 제가 걸을 수 있어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은 아무리 밥 앞이라고 한들 부끄러웠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이라고 하지만, 완전히 옷을 갖춰 입은 그와 달리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수치심에 더한 자극을 주었다.
“사람이 온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몸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하던 사람이?”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날 더 단단히 안아 들었다. 아 왜 진짜 걸을 수 있단 말이야! 그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바르작거리자 그는 잠시 멈추어 다시 날 바라보았다.
“자꾸 움직이면 이곳에서 바로 덮치는 수가 있어.”
헐.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져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버둥거리던 다리도, 그의 몸에서 벗어나고자 밀치던 팔도 모두 멈추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 에드아르? 어디에 가려고요?”
불안하게 자꾸 창문 쪽으로 향하는 그를 향해 묻자 그가 비뚤어진 웃음을 담아 내게 말했다.
“이왕이면 영역 표시는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네가 짐승이냐. 영역 표시나 하게.
어처구니없는 내 눈빛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그는 날 부드러운 침대 위에 올렸다. 이곳이면 욕실보다 더욱 잘 보이는 곳임이 분명했다.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으며 말했다.
너무 밝지 않아? 아무리 보아도 욕실보단 배로 위험해 보이는데. 제 말을 양껏 확대해석한 것과는 달리 그가 선택한 장소는 너무 공개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그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옷을 벗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니까? 불안함에 그의 팔을 잡자 그제야 그가 자신의 바지 버클을 푸르다 말고 날 보았다.
“아, 말해 주지 않았던가?”
“네?”
“그 자식이 찾으러 간 사람은 나야.”
“네……?”
“아마 지금쯤 내가 없으니 당황했겠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찾고 있을 게 분명하겠지만.”
이 미친놈이.
“그, 그렇다면 테이젤이 이곳에 올 수도…….”
“내 앞에서 그 자식의 이름을 부르지 마.”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아래를 지분거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손길에 깜짝 놀라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다물 수가 없었다.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안을 훑었기 때문이었다.
“흣……!”
“충분히 젖어 있군.”
그는 그렇게 말하다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역시 그와 한 건가.”
알고 있었다며. 이제 와서 묻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하자 그는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으응!”
“심통이 나. 한순간의 아집에 빠져 널 그대로 넘겨준 것도 그렇고.”
그는 질벽을 문지르며 풀다 만 자신의 바지 버클을 완전하게 풀어내었다.
“덕분에 널 당당하게 데려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지. 그래서 이 장소를 선택한 거다. 네가 하면서도 이곳에서 한 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그게 무슨……. 흑!”
손가락을 빼고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그의 행동에 숨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안을 빼곡하게 메우는 그의 것에 허리가 자연스레 안으로 굽어졌다. 침대에 버티고 있던 팔이 순간적으로 미끄러질 뻔했으나 그의 허벅지에 올려진 엉덩이가 균형을 지탱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하아……. 느껴져? 전부 들어간 거.”
내 안에 자신을 거칠게 집어넣으며 한숨을 내쉰 그가 천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급작스럽게 들어온 탓에 몰랐던 그의 것이 안에서 선명하게 느껴지자 다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매일 밤 이 감각이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어.”
힘들지도 않은지 다시 강하게 안으로 쳐올리며 내게 말했다. 저게 자꾸 뭐라는 거야. 자고로 밥 먹을 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밥만 먹는 것이 예의인데.
“처음엔 그저 오랫동안 여독을 풀지 못해 그러는 걸로만 알았어. 젠장, 네가 아니었더라면 난…….”
그가 내 허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상체는 여전히 아래에 있는데, 결합된 접합부만 위로 향하자 자세가 아슬아슬하게 되었다. 자세가 위태하게 변하자 불안해진 건 내 쪽이었다. 금방이라도 휘청거릴 것 같은 자세가 조마조마해서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제 허리를 단단하게 그러쥔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그의 허릿짓이 시작되었다. 강렬하게 박는 그의 행동에 하마터면 제 몸을 겨우 지탱하던 팔을 그대로 풀 뻔했다.
자세의 색다름 때문일까. 평상시에 닿을 수 없었던 곳에 그의 것이 도달하자 혼미해진 정신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기다려 달라는 말도 자음과 낱말이 따로 흩어져 버려 도저히 입 밖으로 내밀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는 내 안에 자신의 욕심을 양껏 풀어내었다. 위에서 아래로 박을 때마다 제 몸 전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마치 내 안에 자신을 온전하게 밀착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는 강렬하게 자신의 분신을 안으로 박아 넣었다.
“하, 응, 아!”
“널, 그때, 널.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했어.”
이미 더 이상 들어올 곳도 없건만. 단단하게 곧추선 그의 것이 계속해서 제 안을 갈망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머리를 아찔하게 흔드는 느낌에 고개를 젖히며 허벅지를 오므리려 했지만 그의 단단한 몸에 막혀 그럴 수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게 헛된 상상이었어. 여자를 안아도, 자극적인 피 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를 누벼도 네가 없으면 안 됐어.”
“흐읏……!”
그가 강하게 치고 들어올 때마다 팔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불안하게 하는 자세에 더욱 깊이 들어오는 그의 것까지. 어느 것 하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잔뜩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를 강하게 조이자 그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치달았다.
밖엔 정말로 아무도 없는 것일까. 이렇게 살과 살이 맞부딪쳐 야한 소리가 잔뜩 나는데도 누구 하나 들어오는 이가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정말로 자신을 찾으러 모든 인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싹거리며 떠는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훑었다. 한 손으론 여전히 허리를 붙잡은 채, 나머지 한 손이 자유롭게 내 몸 위를 거닐었다. 허벅지로, 배로 움직이던 그가 내 가슴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으응! 자, 잠깐……!”
애처로운 항의는 먹혀들지 않았다. 유륜을 살짝 비틀며 안으로 박는 힘에 고개를 침대 쪽을 향해 들어 올렸다. 쾌감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지우개로 지워지는 것 같았다.
“간 건가.”
꽤나 만족스러운 듯한 에드아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에 대답할 여력조차 없어 그저 신음만을 간헐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제 가슴을 희롱하는 그의 손이, 안을 탐하는 그의 것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내 식사를 돕기 위해 여력이 없었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가슴에 손을 떼어 내 팔을 잡았다. 그의 손길에 눈을 감고 그의 것을 받아내느라 여력이 없었던 내가 살짝 눈을 떼자 아까보다 가까워진 그의 상체가 얼굴과 함께 있었다.
그는 내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
“꽉 잡아.”
잡으라고……? 그의 말에 아리송하면서도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상체를 올리자 얼떨결에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흐읏…….”
제 몸의 체중이 실려 좀 더 밀려나듯 안으로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그의 귓가에 신음을 흘렸다. 에드아르의 몸을 붙잡은 채 살짝 몸을 떨자 그가 가볍게 웃으며 내 등을 쓸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행위에 또다시 앙앙 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것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그의 목을 감싸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둘 중 누가 더 뜨거운지도 모른 채 그의 목에 손을 두르고 어깨에 이를 박았다. 더 이상 못 먹겠어! 못 먹겠다고! 멈춰 달라는 일종의 항의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몸에 더욱 매달리는 것 또한 자신이기도 했다.
이런 내 항의가 가소롭다는 듯 그는 고개를 내려 똑같이 어깨에 자신의 이를 박았다. 여전히 허리를 움직이며 살짝 깨문 그는 곧 달래듯 입술로 그 부분을 쓸었다.
분명 제가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서부터 강렬하게 쳐올리는 그의 행동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이미 허리와 등을 잡고 자세를 안정시켜 주던 그의 손 또한 엉덩이를 잡은 채 안으로 밀어 넣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도달하지 못할 것 같던 그 끝자락에 그의 것이 도달하는 순간, 그와 나는 탄성을 지르며 파정을 맞이했다.
서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도대체 몇 번의 절정이 제 몸을 덮친지도 몰랐다. 제 몸을 빠듯하게 채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대체, 오늘 얼마나 먹는 거람.
전처럼 정신을 잃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 번 겪은 일이라고 그런 것인지 잘도 버티고 있었다. 흑흑 오늘도 먹느라 고생 많았다. 나 자신.
가쁜 숨을 쉬며 오늘도 살기 위해 열심히 먹은 스스로를 셀프 칭찬해 주고 있을 때였다. 이마에 닿는 서늘한 손에 눈을 들어 올리자 에드아르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에드……아르?”
그는 대답 대신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마에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그대로 내려 내 입술에 닿은 그의 입술이 가볍게 맞추었다 떼었다. 곧 다시 찾는 그의 입술이 가볍게 입안을 헤집었다 다시 빠져나왔다.
“기다려 줘.”
뭘? 뜬금없이 말하는 그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널 완전히 데리러 올 수 있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줘. 어떻게든 데리러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가 내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의 손길을 따라 금발이 파도가 치듯 흘러내렸다. 어느새 마른 머리카락이 그의 손가락 안에서 넘실거리며 제빛을 발하고 있었다.
“금방 다시 널 찾으러 올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 주며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다 이내 침대 위에 완전히 몸을 뉘었다.
“드디어…….”
이번에야말로 진짜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로 안 주겠다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서로 내 입에 넣어지겠다고 아우성인 밥들 때문에 도저히 여유라고는 가질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자면 안 돼. 괜한 소란 거리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뜨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켜 욕실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여전히 물이 담겨 있는 욕조에 물을 뺀 후 물을 틀어 새로운 물을 받았다. 자꾸만 우당탕 넘어지려는 몸을 몇 번 바로 잡고 나니 어느새 샤워도 끝마칠 수 있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제 몸을 운신하며 침대에 도착하자 주저 없이 몸을 침대 위에 뉘었다. 제대로 닦지 못한 물기로 인해 침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누운 몸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머리…… 안 말리면 머릿결 상할 텐데. 매일 밤 자신의 머리를 상냥하게 말려 주던 엄마가 생각이 나 눈물이 왈칵 샘솟았다. 엄마, 이렇게 바깥 생활이 고달플 거라곤 하지 않았잖아요!
눈을 두어 번 끔뻑거리다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인생이 이렇게 고달픈 것인가 다시 한 번 더 깨달을 정도로 힘들었다.
근데 아까 착각이었는지 몰라도 샤워할 때 뱃살이 살짝 잡히는 느낌이었다. 이 몸으론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은근한 지방의 느낌에 의아해졌지만 이내 몰려오는 수마에 눈을 완전하게 감아 버렸다.
착각이겠지. 이 몸이 살찐다는 건 단 한 번도 못 봤는걸. 그렇게 말하며 나는 완전한 무의식 속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