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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25화 (25/86)

25화

그와 손을 마주 잡으며 허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찬찬히 움직이자 고양된 기분이 한껏 허리를 움직이게 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빨리…….”

그의 요구사항에 맞춰 주기라도 하듯 나는 저도 모르게 제 허리를 흔들며 그를 제 욕심껏 품어 내고 있었다. 허리 짓에 맞춰 가슴이 움직이자 그의 손이 내 가슴에 닿았다.

“으응!”

안 그래도 안의 감각에만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던 찰나에 그의 갑작스러운 기습은 당황해 움직이던 허리의 속도를 늦추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내 행동에 봐주지 않는다는 듯 제 허리를 쳐올리는 행동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자 결국 단정치 못하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쉴 시간은 더 이상 없어요.”

알아. 너 때문에 잠시 놀라서 그런 거라고. 그의 말에 붉게 달아오른 눈가를 테이젤 쪽으로 향했다. 그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으나 지독하게 가라앉은 눈이 날 뚫어질 정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그가 우리 동족은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의 깊은 눈동자에 재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어, 어라? 두근거리는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비단 제 몸에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의 심장박동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래서야. 도저히 안 되겠군요.”

“네? 그게 무슨, 으앗!”

그의 말에 멍하니 반문하다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갑작스레 몸을 돌리는 거친 행동에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욕실에 기대고 있었으면서 언제 이렇게 또 일어선 건지 알 겨를이 없었다.

연결된 채로 움직이는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색달랐다. 새로운 감각에 발가락을 오므리는 것도 잠시, 그가 내 손을 욕실 벽을 짚게 만들자 그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이젤! 자, 잠깐,”

“당신이 자꾸 다른 생각만 해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흐윽!”

말과 동시에 강하게 쳐 오는 그의 행동에 머릿속에서 별이 이는 것 같았다. 자신이 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속도에 하마터면 입 밖으로 심장을 토해 낼 뻔했다.

“잘생긴 남자를 눈앞에 두고 섹스하는 중이면서 도대체 누굴 생각하는 거죠?”

스스로를 잘났다고 평하는 그의 말에 아연실색하며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유려한 그의 외모 또한 어디 빼놓기 힘든 아름다운 절경이기도 했다. 그래, 너 잘생겼다.

“말하십시오. 설마 그 자식을 생각하는 건 아니리라 믿겠습니다.”

“아, 니이, 흐윽……!”

지금도 배불러 죽겠는데, 왜 다른 밥을 생각해? 말할 때마다 사정없이 쳐올리는 그의 행동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부정하려고 했던 말이 허공에서 신음으로 사라지자 그의 입술이 제 목에 닿았다.

목덜미를 강렬하게 빨아올리는 그의 행동에 간신히 지탱하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래서 어떻게 말을 하라는 건지! 물어오는 그의 행동에 저 스스로가 애가 탈 뿐이었다.

그가 치고 들어올 때마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몸에 의해 자꾸 제 입술을 씹었다. 그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고개를 돌릴 힘이 나질 않았다.

예전에는 테크닉 위주로 치고 들어왔다면 지금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들어오는 탓에 통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들어오는 것이 한계지점이라고 생각할 때 즈음 더욱 깊게 파고드는 그의 것을 느끼며 벽에 얼굴을 맞댈 뿐이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연신 내 몸에는 잇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목, 날갯죽지 그리고 척추를 따라 등에, 그의 손길과 입술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거칠게 흔들리는 물들 사이로 절정을 맞이하는 순간, 그 또한 파정하며 내 몸에 그의 몸을 얹었다. 뜨겁게 치솟아 오른 그의 정액이 빈틈을 찾아 빠짐없이 메웠다.

하아…… 이 정도면 이제 만족 좀 했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그의 몸을 치우기 위해 손을 올릴 때였다.

“테, 테이젤……?”

파정하여 이미 힘을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의 성기는 꼿꼿하게, 아니 오히려 아까 전보다 더욱 커다란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아…… 아직, 아직입니다.”

아뿔싸. 여기 물속이었지. 그제야 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린 내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지만, 다시 쳐올리는 그의 행동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직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다시 쳐올리는 행동에 아까보다 더욱 크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눈가에 맺힌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감각이 혼미해져 자꾸만 욕실 벽에 지탱하고 있던 손이 미끄러졌다.

고개를 흔들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리 종족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모한 실험 정신을 두 번 보였다간 내가 복상사로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두 번 다시 실험하나 봐라!

“테, 이젤.”

그의 이름을 간신히 부를 수 있었다. 사실상 쥐어 짜내듯이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 몸을 쳐올리는 것이 그의 것인지 아님 내 허릿짓인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받아 내기에만 급급할 정도였다.

“하아, 비시아. 비시아.”

그의 입술이 아주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제 손을 맞잡고 뒤에서 쳐올리는 그를 아주 선명하게 느껴졌지만, 목소리는 목욕탕에 울리고 퍼져 간신히 내게 도달했다.

목을 빨아올리면서 무는 그의 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달은 신음 소리가 제대로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평소보다 더욱 잘 느껴 버리는 것은 내 체향에 스스로가 도취되어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의 행동에 머릿속이 녹진하게 녹아 버린 탓일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행동에 맞춰 허리를 튕기고, 그의 눈을 마주하고 다시 입을 맞출 뿐이었다. 자꾸만 흐트러지는 내 손을 그가 맞춰 제 손을 위에 올렸다.

균형을 맞춰 줌과 동시에 어디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그의 행동에 교성을 내뱉었다.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알지 못하는 그는 깊숙이,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흐읏, 비시아…….”

이미 그의 눈 또한 더 이상의 절제는 남아 있지 않았다. 달달한 향기에 취해 남은 본능만이 그의 몸은 지배해 날 덮치고 있을 뿐이었다.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럭거리다 이내 허리를 붙잡고 더욱 치고 들어오는 그의 행동에 허리를 뒤로 더욱 내밀었다.

허리를 내밈과 동시에 더욱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그의 것에 입을 벌렸다. 질 내벽을 훑는 그의 행동에 따라 흔들리는 몸을 젖은 머리카락이 제 몸을 때려 왔다.

모든 곳이 성감대가 된 것만 같았다. 모든 곳을 손으로 쓸려진 것처럼 예민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지나치게 떨었다. 이런 내 반응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테이젤의 강한 허릿짓엔 변함이 없었다.

“학! 아, 응!”

“……큭.”

그의 짧은 신음과 내 교성이 어우러지는 순간과 함께 몸 안으로 무언가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물이 아닌 그의 것이 토해 낸 정액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엔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이미 안을 가득 채운 뒤여서 그런 것일까. 멍한 눈을 간신히 들어 올려 테이젤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여린 제 등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의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하아…….”

겨우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까와 달리 그의 눈은 혼탁함에서 벗어나 있었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붕붕 젓던 그는 언제부터 접합되어 있는지 모를 결합부에서 천천히 자신을 빼내었다.

“으응…….”

조심히 나오는 그의 행동마저도 잔뜩 민감해진 내겐 온몸을 쓸어내리는 것과도 같은 쾌감이 일었다. 내 음색에 테이젤이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다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쉬이, 이 이상은 말하지 마십시오. 제 욕심이 아직 완전히 채워진 건 아니니까요.”

뭐라고, 이 미친놈아? 그렇게 잔뜩 해 대 놓곤 아직도 완전히 채워진 게 아니라니. 그의 말에 오싹해져서 냉큼 입술을 닫았다.

역시 물은 무서운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철저히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던 테이젤이 단숨에 눈이 훽 도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이게 테이젤이여서 다행이었지. 만약 에드아르였다면…….

나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가 너무 거칠게 하진 않았습니까?”

조심스레 물어보는 그의 말에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진짜 힘들게 했어. 배 터져 죽을 뻔했다고.

하지만 그의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내 눈가를 닦아 주었다. 그의 손짓에 따라간 물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그의 손가락에 맺혀 있었다.

“역시……. 당신은 상냥하군요. 순간 이성을 잃어 덮친 건 나인데, 이 와중에도 나를 챙겨 주다니. 이렇게 잔뜩 울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오……, 뭐라고요? 아무래도 테이젤은 내가 하는 말을 단단히 오해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이게 그의 눈엔 긍정의 끄덕임으로 보인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여전히 몸을 찰랑거리는 물은 제 허벅지 밑에 존재하고 있었다. 요상하게도 다시 점점 야릇해지는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그의 오해를 풀어 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입술을 열었다.

“아…….”

하지만 아까 그렇게 신음을 흘렸는데 목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꽉 막힌 목이 그의 이름 하나 제대로 부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 정말, 이럴 때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니. 억울함에 눈을 찌푸렸다.

“……울지 마세요. 당신이 울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말한 테이젤의 입술이 내 눈꺼풀에 내려앉았다. 울다니. 배부르게 먹어서 토할 기분이 들면 들었지, 눈물 따위 보일 기분은 전혀 들지도 않았던 참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머리카락에 맺혔던 물방울이 뺨에 떨어진 걸 보고 착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테이…… 읍.”

속으로 목을 수십 번 가다듬은 덕분에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자 간신히 그의 이름을 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반은 그의 입술에 잡아 먹여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당신의 입술에 들려오는 제 이름이 이렇게 달콤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저 나를 지칭하는 말일 뿐인 제 이름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 또한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 분위기는 결코 입맞춤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밑엔 물도 있지 않은가. 여전히 자신이 몸을 담그고 있다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다급하게 그의 등을 두들기기 위해 손을 올렸다.

“폐하.”

언제 들어온 것인지 모를 낯선 남자의 소리에 깜짝 놀라 그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내 입술에 떨어진 것이 아까운 것인지 테이젤의 고개가 따라왔지만 나는 재빠르게 몸 위에 손을 올렸다.

테이젤! 이 자식아! 입맞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들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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