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이미 젖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그의 손가락은 주변을 훑지도 않은 채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의 손가락의 삽입과 동시에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정액이 울컥하고 새어 나왔다.
“정말……. 많이도 해 놓으셨군요.”
“으응!”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가 질 내벽을 긁었다. 그의 손가락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안에 있던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의 느낌에 바들바들 떨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안에 있는 정액을 다 긁어낼 요량인 것인지 그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두 손가락을 이용해 빼내면서도 문지르는 행위에 어깨 위에서 신음을 토해내었다.
긁어내는 것이 정액인지 애액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손이 상하 반복운동을 계속했다. 처음엔 단순히 피스톤 운동만 하던 손가락이 이젠 느끼는 곳을 찾아 문대기도 하는 행동에 한쪽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쌌다.
충분히 빼낸 것이라고 생각이 든 것일까. 손가락을 빼낸 그가 자신의 성기를 들고 내게 가까이했다. 입구에 문질러지는 느낌에 숨을 가득 들이켜 마시자 에드아르의 손이 내 등을 토닥였다.
아이를 달래듯 두어 번 토닥이던 움직임이 갑작스레 날 끌어당기며 자신의 것을 내 안에 집어넣었다. 그의 끝이 내 안에 들어있다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의 옷자락을 거세게 잡았다.
“비시아, 느껴집니까? 안에 제가 있습니다.”
잔뜩 낮아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안으로 삽입을 계속하며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여부를 물었다. 답을 해 줄 수 없을 정도로 쾌락에 집중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내게 대답을 바라듯 말을 걸어왔다.
외설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의 언행에 얼굴을 붉히기도 잠시, 완전히 치고 들어오는 새하얀 감각에 눈을 질끈 감으며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내가 절정을 가만히 느끼게 하지 않았다. 빠르게 빼낸 허리를 다시 세게 쳐올리며 몸을 바르르 떨게 만들었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다리를 삐끗거리는 내게 나머지 다른 한쪽 다리도 올리게 했다.
자연스럽게 에드아르의 가슴팍에 내 등이 맞닿으며 테이젤의 것이 한층 더 깊숙이 들어오자 나는 울부짖듯이 신음을 내뱉었다. 언제 흘렸는지 모를 눈물이 입술 사이로 스며들어 갔다.
“비시아, 비시아…….”
이름을 부르며 내 허리를 잡은 그의 손이 점점 조여 오기 시작했다. 움직이면서도 구태여 허리를 굽혀 내 목에 이를 박아 넣었다. 목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각에 움찔하며 조이자 만족스러운 소리가 그의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허리 움직임에 맞춰 흔들기만 하는 손을 누군가가 끌어당겼다. 손가락 끝에 뜨거운 것이 닿자 화들짝 놀라다가도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감싸 쥐게 만들자 나는 그를 따라 움켜잡았다.
손바닥 아래에 뜨겁게 요동치는 에드아르의 것이 있었다. 이미 첨단에서 투명한 액체가 나온 듯 물기가 어려 있는 그의 것을 느끼며 천천히 움직였다. 내 손이 움직이며 그의 것을 애무하자 내 가슴을 쥐고 있던 손이 거세져 왔다. 갈비뼈를 훑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고개를 모로 돌렸다.
에드아르에 의해 느끼며 신음을 내뱉자 정박자로 허릿짓을 하던 테이젤의 움직임이 빠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엇박으로 움직이기도 하며 전에 찾았던 극점을 손쉽게 찾아내어 그곳만을 향해 쳐올리자 나는 에드아르의 엉덩이 부근에 걸쳤던 다리를 껴안듯 꽉 죄었다.
손을 제대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제대로 움직이려고 하면 급작스럽게 쳐올리는 감각에 그의 것을 제대로 쥐는 것도 겨우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 손 위에 덧대어진 그의 손이 깍지를 끼듯 이끌어내는 움직임에 따라 손을 움직였다.
허릿짓은 점차 강해졌고 가슴을 만지고 있던 그의 손도 점점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항문을 스쳐 지나갈 땐 깜짝 놀라 허리를 파드득 떨기도 했지만,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엉덩이를 꽉 잡는 손길에 잊어버린 채 신음을 뱉었다.
절정에 올라가는 내 달콤한 비명과 함께 두 사람도 파정했다. 안에 남아 있던 정액 위로 뜨거운 것이 분출되었다.
손안에서 어설프게 움직였던 그의 것도 파정을 하며 내 손 위에 뜨거운 것으로 뒤덮었다. 허리를 덜덜 떨며 손과 내 안에 있는 것을 꽉 죄자 두 사람이 날 껴안았다.
아, 미친. 결국 해 버렸어.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두 번이나 먹었다고!
힘이 없어 늘어진 몸에 은근한 손길이 다시 가슴과 밀지로 향해 간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생떼를 부리며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소리를 칠 것인가. 아니면 까무러칠 텐가.
하지만 힘이란 힘은 싹 다 빠진 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발악할 힘도 없어서 다행인 줄 알아라.
아득해지는 정신을 뒤로하며 단 한 가지만을 간절히 빌었다. 제발, 눈 뜨고 일어났을 땐 둘 중 한 명만 있어라!
***
정신이 들었다.
그렇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눈은 뜨지 않았으나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 덕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을 여전히 짓누르고 있는 나른함이 이대로 영원히 눈을 뜨지 않고 싶게끔 만들었지만 허리가 미묘하게 결려와 부스스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뜸과 동시에 새하얀 빛이 사정없이 덮쳐오자 눈을 찌푸렸다. 아찔해질 정도로 밝은 조명이 산산이 부서지자 순간적으로 혼절하기 전이 떠올랐다.
“헉……!”
아찔한 정신을 다잡으며 주변을 재빠르게 살폈다. 다행히도 사람의 실오라기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만약 그 둘 다 있었더라면 열과 성의를 다해 화를 낼 뻔했다. 아직까지도 몸이 쉽게 달아오를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서로를 탐닉하느라 비가 그친지도 모른 채 먹어치웠던 그때를.
가히 술을 먹고 고주망태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별 이상 없을 정도로 앞뒤 분간 없이 덤벼들었던 그들을 생각하자 머리가 절로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저 물가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래서야 내리는 비조차 내겐 끔찍한 재앙임이 틀림없었다. 다행히 주변의 남자를 그 둘을 제외한 채 다 물려서 다행이었지.
만에 하나……. 나는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어떠한 상상에 고개를 재빠르게 저었다.
미쳤지! 미쳤어!
내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상 그런 난교를 벌일 일은 절대로 없었다. 있어선 안 되었고, 있고 싶지도 않았다. 뷔페의 끔찍함은 아까 전의 일만으로도 충분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눈이 슬쩍 아래를 향했다. 알몸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곱게도 옷을 입혀 놓은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주변도 미묘하게 다른 것이 아무래도 전장 같아 보이진 않았다.
“워후…….”
나는 옷을 살짝 들춰 보았다가 드러나는 참상에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백옥처럼 새하얗던 몸에 붉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들이 거칠게 탐했다는 것을 낙인을 찍듯이 작은 상흔 하나 없었던 몸이 얼룩덜룩 물들어 있었다.
정말 어지간히도 물고 빨고 했구나. 흐느끼느라 정신을 반쯤 놓았던 자신의 상태를 떠오르면 그들이 미쳐 날뛰는 것이 어렴풋이 이해가 가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예쁜 몸에다가 감히 흔적을 내?
둘 중 누굴 먼저 만나던 이 일에 대해 확실하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좀 더 주욱 잡아당겼다. 레이스로 이루어진 목 부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은밀하게 감쌌던 몸을 드러내자 나는 있을 수 없는 것을 하나 발견했다.
“어라?”
재빠르게 옷 안으로 손을 넣은 내 손이 더듬거리며 그 부분을 만졌다. 일자처럼 평평했던 배가 아주 조금이지만 미약하게 볼록 튀어나온 것 같았다. 눈으로 발견했던 것은 손으로 만지면서 더더욱 확신으로 들어섰다.
“설마 살찐 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몸으로 살이 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가슴이 커졌으면 더 커졌지, 뱃살이 튀어나오거나 다리에 볼록한 살이 튀어나오는 일은 단연코 없었다.
“……앉아 있어서 그런 거겠지.”
스스로를 납득시키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착각임이 틀림없었다. 여태까지 무언갈 섭취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단순히 최근에 산해진미를 많이 접했다고 해서 이리도 쉽게 배가 나올 몸이 아니었다.
똑똑-
멀지 않은 곳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의를 구하는 듯한 정중한 노크였지만 허락까지 바라는 건 아닌 듯, 내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테이젤?”
컥컥, 마치 오랜만에 말한 것처럼 목이 잔뜩 갈라졌다. 꾀꼬리 같던 소리가 나오지 않고 어색하게 그를 향해 기어가듯이 나오자 놀라 손으로 목을 감싸 쥐었다.
어라? 목소리는 또 왜 이래?
“비시아……?”
그는 그런 내 모습에 들어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멍청하게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색한 내 가명에 머리가 간지러워졌다. 한 번 쓰고 버릴 이름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밥들과의 대화인데 내 본명을 가르쳐 줘 봐야 일만 복잡해질 뿐이지.
나는 눈을 깜빡이다 여전히 손으로 잠옷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빠르게 손을 아래로 단정하게 내렸다.
“비시아!”
그는 내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며 날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힘 아귀에 놀란 내가 기침을 하자 그는 깜짝 놀라며 날 껴안은 힘을 풀었다. 왜 이러니 새삼스럽게. 나는 얼떨떨한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그의 포옹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혹여나 싶어 그의 등 너머를 향해 시선을 던졌지만 다행히 에드아르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네가 날 가지는 경쟁에서 이겼구나. 그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이내 손을 들며 그의 등을 마주 껴안았다.
날 거칠게 대하기만 하던 그보다는 차라리 테이젤이 나았다. 그의 얼굴이 아무리 내 취향이라고 한다지만 섬뜩한 눈동자가 내 몸을 헤집듯이 훑던 첫 만남 땐 정말로 죽는 줄로만 알았다.
“테이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얼마나……!”
나와 대화를 하기 위해 겨우 떼어 내었던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인지 그가 다시 와락 껴안았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몸에 힘이 없던 내게 그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자, 잠깐만 너무 세게 껴안았다가 내가 바스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내가 작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콩콩 치자 그는 아쉬워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며 몸을 휘감았던 팔을 풀어 주었다. 겨우 그의 구속에서 벗어나자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숙였다.
껴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위협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아주 좋은 교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감동의 재회는 여기까지여야만 했다. 나는 그에게 물어볼 것이 매우 많았다.
여기에 어떻게 데려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에드아르에게서 어떻게 날 빼내었는지, 천막이 아닌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간단하게 만들어진 질문은 수십 가지에 달했다.
아까 전처럼 목소리가 삐끗거리는 일이 없도록 목을 한 번 큼큼거린 내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었다.
“테이젤, 여긴 어디죠? 도대체 전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맙소사, 비시아. 기억 안 나시는 겁니까?”
너 같으면 배부름에 혼절한 애가 기억하겠니. 당연한 질문에 어이마저 도망갈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걸 금방 막 정신 차린 이에게 할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는 그를 향해 책망하듯이 눈을 흘겼다.
하지만 눈을 돌림과 동시에 뻑뻑한 느낌이 들자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뭐야, 도대체 왜 이래? 목과 마찬가지로 눈마저도 정말 오랜만에 쓰는 것처럼 뻑뻑하자 눈을 꼬옥 감았다.
안구건조증에 걸린 것처럼 눈이 메마른 느낌이었다. 내가 눈을 감자 자연스럽게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물샘이 자극되어 물기를 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망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