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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19화 (19/86)

19화

거짓말이지?

나는 가빠 오던 숨마저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얼어붙어 버렸다. 지금도 배불러 죽을 거 같은데 메인 디쉬가 남았다고? 너네 정말 날 배 터트려 죽일 속셈이니?

발갛게 달아올랐던 얼굴에 열이 빠르게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난 이 결정 반대요! 안 돼. 안 먹어! 못 먹는다고!

내 얼굴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길 바랐다. 한 번은 봐줘도 두 번은 못 봐준다.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어 두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사정 봐 가면서지. 지금 이 상태로라면 배가 찢겨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음식 복용 과다로 인한 사망이라니. 너무 끔찍하잖아!

“자, 잠깐만요 테이젤.”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읊었다.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우리가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손으로 한 발 빼 줬으니 다음으로 미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명치까지 차오른 배부름이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생각이 이렇게도 간사하다고, 정기가 없어 허덕일 땐 정기로 꽉 찬 느낌이 어떤가 느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은 느낌에 재빠르게 생각이 바뀌어 흘러갔다.

변화무쌍한 태도 전환에 박수갈채라도 보내고 싶지만 일단 살고 봐야 했다. 진짜로 배가 찢어지면 어떻게 해?

“여긴 장소도 그렇고, 어, 음…… 비! 비 때문에 몸도 찝찝하니까…….”

급작스럽게 말을 꺼내는 입 사이에선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단어를 내뱉고 싶은 것인지 횡설수설 거리는 내 말투에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아씨,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여전히 크게 곧추선 그들의 것들은 쉽게 가라앉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몸에 가깝게 몸을 붙이면서 슬쩍슬쩍 닿을 때마다의 공포란.

나는 힐끔 밑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아찔한 장면에 재빠르게 고개를 추어올렸다. 정말, 비도 그쳤는데 왜들 이러세요. 비 그쳤어. 소나기 지나갔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다 같이 손잡고 그만두면 안 될까?

때아닌 밥투정을 하는 상황이 울고 싶기만 했다.

“그러니까…….”

“비시아.”

“네?”

“비시아.”

테이젤과 에드아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날 찾아왔다. 내 뺨을 잡는가 하면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리기도 했다. 불안감이 언뜻 목 언저리를 오소소 돋게 만들었지만 곧 찾아드는 따스한 입술 때문에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이 수법 졸라게 익숙한데……. 이대로 2차전에 들어갈까 싶어 온몸이 바짝 굳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겉 부분만 혀로 핥은 뒤 살짝 떼어 내는 테이젤의 행동에 따라 시선을 올렸다. 달콤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유려해서 깨끗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미소에 홀려 따라 웃으려다가도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며 입꼬리를 다잡았다.

정말 밑에 흉물스럽게 세우고 있는 너의 거시기만 아니면 좋아서 적극적으로 껴안을 텐데. 어딘가 모를 아쉬운 마음에 입술을 축였다.

“저랑 하기 싫으신 겁니까……?”

“그, 그게…….”

그 말이 아니잖아. 힘든 것도 괜찮고 꽤나 잘 차려진 밥상의 유혹이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난 거북함이 들 정도로 배가 불렀다. 장소도 여간 불안한 게 아니라서 눈치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물론 절정에 다다를 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었다. 누가 보면 어떻게 해. 각국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제정신이 혼미해져 아무런 생각 없이 난교를 벌이고 있는데 무슨 생각이 들까. 고리타분한 것들 눈에 띄는 순간 답은 결정되어 있었다.

내가 죽일 년이 되겠지. 흑.

그의 말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있자 그가 다시 한번 더 웃으면서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아까와 같이 가벼운 입맞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안타까운 입맞춤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비시아.”

“…….”

“당신의 체향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의 입술이 윗입술을 빨아들였다. 잠깐 자신의 안에 담갔다 떼어내는 행동에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가 따라갔다.

“당신의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

“테이젤…….”

뺨을 쥐고 있던 그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을 가볍게 훑고 지나간 손이 가슴 언저리에서 멈추었다.

바로 가슴을 움켜쥘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테이젤은 느긋하게 손을 움직였다. 한바탕 하고 난 후의 여운이 아직 가시질 않아 부풀어 있는 가슴에 닿을 듯 말 듯 그 주변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몸이 움찔거리며 익숙한 느낌을 기억해 내고 젖어 가기 시작했다. 이성은 배부르다고 소리치면서도, 몸은 배 속 깊숙한 곳부터 다시 달궈지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곳은 일부러 피하면서 만지고 있는 손가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숨은 다시 가빠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좀 더 정확한 곳을 집어 주길 바라면서도 입매 사이로 내미는 것은 허락의 답이 아닌 가쁜 숨소리뿐이었다.

간신히 곧추선 허리를 훑는 에드아르의 손도 간과할 수가 없었다. 그가 한 번 토정한 다리 사이를 은근하게 문지르는 손길은 내가 달아오르기에 충분했다.

다시금 애액을 분비하는 곳으로 손가락을 넣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손가락에 정액을 묻혀 주변 허벅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다리를 꽉 오므렸다.

입술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테이젤의 입술이 점차 내 입술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가볍게 쪼기만 하던 입맞춤이 천천히 벌려진 입술 사이로 들어갔다. 빠르게 혀를 엮었다가도 재빠르게 나오는 그의 행동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안달 나게 애를 태우는 모습이 여간 능숙한 것이 아니었다.

점점 애가 타오르는 몸에 허리를 들썩였다.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면서도 은밀한 곳은 다시 젖어가고 있었다.

“비시아…….”

“흣, 하아.”

“사실, 당신이 싫다고 하더라도 멈출 생각은 없지만요.”

어?

아슬아슬한 둘의 애무에 몸을 가볍게 떨기를 반복하던 그때, 내 귀를 강타하는 말에 번쩍하고 눈이 뜨였다. 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어안이 벙벙해지는 소리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여전히 수려한 외모로 내게 다정하게 웃어주는 그의 얼굴이 망막에 가득 맺혔지만 귓가에서 맴돌고 있는 말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나 제대로 들은 거 맞지?

“테이젤 지금 뭐라고…… 흐앗!”

그에게 다시 물어보기 위해 벌린 입술은 갑자기 우악스레 가슴을 찾는 손길에 의해 막혀 버렸다. 아까부터 다가오길 바랐던 감촉이 한꺼번에 오자 눈을 질끈 감으며 발끝을 들어 올렸다.

허벅지 사이에 있던 에드아르의 손가락을 삼킬 듯이 허벅지를 꽉 조이자 귓등으로부터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턱부터 핥으며 다가온 그의 입술이 벌려진 내 입술을 덮어 버렸다. 짜릿한 감각에 닫지 못한 입술 사이로 침범한 그의 혀가 뒤로 물러나는 혀를 찾아내어 강제로 당겨 내었다.

다시 빼지 못하도록 옭아맨 그가 혀끝으로 입안을 헤집었다. 입천장을 두드리는가 하면 혀 밑부터 쓸어 올려 신음 외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가슴을 움켜쥔 손도 가만히 두질 않았다.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 올리는가 하면, 옆에서부터 움켜잡아 가슴 끝에 활짝 핀 정점을 찾아 꼬집기도 했다.

애타왔던 만큼 과민하게 반응하는 몸에 의해 결국 가볍게 가 버리고 말았다. 공기를 애타게 찾는 내 행동에 입술을 살짝 떼어내며 내가 입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 이 자식. 처음부터 날 마음대로 할 생각이었어!

헐떡이며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도끼눈을 뜬 채로 그를 노려보자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어 재꼈다. 씩씩거리는 내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눈가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역시 당신은 귀여워요. 여태껏 만났던 이들과는 달라.”

뺨에 입을 맞추며 멈추었던 손을 다시 놀리는 그가 그렇게 얄미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의 머리통이라도 칠 속셈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수직 낙하를 하려고 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억센 힘에 의해 팔이 뒤로 젖혀지자 고개를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꺾었다.

“에드아르?”

“내가 있다는 걸 잊으면 섭하지 않나.”

양팔로 억압했던 손을 한 손으로 바꾼 그가 남아 있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등을 훑으며 손 안 가득 가슴을 움켜쥔 그가 가슴 끝 첨단을 자극했다. 여전히 잡은 채로 잔뜩 성나 발그레져 있는 가슴을 손끝으로 꾹 누르자 나는 주먹을 쥔 손을 풀 수밖에 없었다.

“으응……!”

정말 이것도 동족 특성인 것일까. 싫다, 싫다 하면서도 빠르게 젖어 들어가고 욕망을 갈망하는 몸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에드아르의 손길이 천천히 허벅지를 벌리자 그 사이로 테이젤의 손가락이 쑥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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