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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16화 (16/86)

16화

“저는 좀 더 둘 다 공평한 해결점을 내놓고 싶어요. 서로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는 최적의 협상을 원하는 거죠. 둘 중 한 명이라도 불만을 가지는 순간 그건 솔직히 오래갈 수가 없어요. 안 그래요?”

그리고 난 룰루랄라 두 사람을 벗어나 다른 밥을 찾으러 가는 거고.

“너는 내가 최초로 발견했으니 내가 다시 데려가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널 발견한 것도 내 영토 쪽이었고 말이지.”

“그런 억지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억지는. 당연한 수순 아닌가. 내 영토에서 발견한 이상 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내 곁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보호 면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자, 잠깐…….”

생각과는 달리 다시 두 사람만의 열띤 대화로 이어지고 있자 다급하게 그 둘을 말렸다. 하지만 내 말은 어느새 쥐뿔도 들리지 않는지 에드아르가 콧방귀를 뀌며 응수했다.

“그깟 칼에 찔리는 보호? 그런 건 나도 해 줄 수 있는데.”

“말은 똑바로 하시죠. 칼은 당신네 병사가 찔렀던 것 아닙니까. 이야기에 비약이 지나치신 건 생각하지도 않으시나 봅니다.”

테이젤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허리춤에 맨 검에 손을 대었다. 테이젤의 손이 검을 향한다는 것을 알자 에드아르 또한 재빠르게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지나치다니?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만.”

“당신도 보호하지 못한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요. 제 기억에 따르면 그 사태에 당신은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멍청하게 입만 놀리는 건 내 타입이 아냐.”

에드아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검을 빼 들었다. 에드아르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재빠르게 빼 든 테이젤의 검이 그의 검을 막아 세웠다. 으악! 잠깐만, 아직 전쟁을 치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잖아? 내가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검이 서로에게 겨눠지자 심장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만 같았다.

“싸우지 말아요!”

그나마 말을 들어줄 것 같은 테이젤의 팔을 붙잡았지만 오히려 분노하는 것은 에드아르였다. 험악해진 표정으로 검에 준 힘을 더하자 테이젤의 입에 절로 신음이 나왔다. 날 바라보고 싶어 하는 것이 그의 표정에 선명하게 새겨졌지만 그의 검을 털어 내며 자세를 다잡을 뿐이었다.

“죄송해요, 비시아. 도저히 이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사과하면 다가 아니잖아. 내 팔을 부드럽게 뿌리치며 다시 검에 집중하는 그들을 보며 패닉에 빠졌다. 하하. 역시 도망칠까. 전쟁터 한복판이라고는 하지만 열심히 도망치다 보면 그 미친 용기에 감동해 살려 줄지 어떻게 아는가.

“어 비…….”

열심히 도망갈 방법에 대해 궁리하고 있는 동안 하늘에서 비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여간 신경이 쓰였었는데 결국 사달이 난 모양이었다.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하자 이내 많은 양의 물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인 것인지 물줄기가 사정없이 몸을 후려치자 얇게 입었던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 아, 찝찝한데. 흘러내리려는 가슴께의 옷을 손으로 붙잡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 비시아…….”

“네?”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지금쯤 한참 부딪치는 쇳소리로 귀가 거슬려야 할 텐데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땅에 힘없이 떨어진 검이 그 이유를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테이젤의 비정장적으로 거칠어진 호흡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 잠깐만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들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나 자꾸 뒷걸음질 쳤지만 재빠르게 잡는 에드아르의 손아귀의 힘에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었다. 테이젤이 내 뒤로 와 내 양팔을 움직일 수 없도록 가볍게 막으며 내 목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나 아직 배 안 고픈데!

어떻게든 이 사태를 무마하고자 다급하게 말을 걸어 보려는 내 입이 에드아르에 의해 단숨에 먹히고 말았다. 벌려진 잇새 사이로 다짜고짜 혀부터 밀고 들어오는 그는 내 모든 것을 빨아들일 기세로 키스에 임하기 시작했다.

어정쩡하게 버티고 있던 혀를 옭아매는 동시에 자신 쪽으로 향해 강렬하게 이끄는 그의 혀 놀림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행동에서 느껴져 오는 다급함에 흥분은커녕 두려워 몸이 살짝 떨릴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 무슨 연유로?

빠르게 깜빡이는 속눈썹 위로 속절없이 물방울이 맺히기도 전에 떨어져 내렸다.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비의 존재를 다시 한번 더 아로새기게 되자 나는 내 몸을 적시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물!

몸을 물에 적시면 체향이 짙어진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사람을 홀리기엔 아주 최적의 상태가 되는 내 몸을 또 한 번 잊어버릴 줄이야.

저번 과오로 인하여 학습이 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까맣게 잊은 내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걸 그새 또 잊어먹은 내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흐읏……!”

돌연 옷 위에 가슴을 꽉 쥐는 손에 화들짝 놀라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목부터 맺힌 물방울들을 싹 쓸어 먹듯이 머리를 처박고 있던 테이젤이 내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내 작은 바르작거림은 그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 전혀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이내 다시 목에 얼굴을 박아 넣고서 좀 더 혀를 느릿하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허리에 대고 있던 그의 손이 좀 더 은밀하게 아래를 향하기 시작했다.

내린 시야 밑으로 그의 억센 손아귀 힘에 주물러져 잔뜩 변형된 가슴이 눈앞에 놓여졌다놓였다. 이미 반쯤 헐벗듯이 되어 있는 옷인지라 그의 손아래에 흰 피부가 잔뜩 노출되자 그는 손가락 관절을 이용해 가슴을 애무해가기 시작했다.

처음 주었던 힘에 비해 부드럽게 행하는 행위는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내 이성과는 달리 몸 안을 천천히 달구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이용해 둥글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노출을 높이기 위해 얇은 옷인데 비까지 잔뜩 와 입으니 못한 옷이 가슴에 찰싹 달라붙었다. 풍만한 가슴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 옷이 그의 손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던 그의 손이 점점 빨라질수록 젖꼭지에 그의 손이 마주치는 횟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입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신음이 누구의 것인지도 잘 몰랐다. 나는 아직 이 행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질 않았는데 몸이 익숙하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슴의 양 둔덕의 정점이 딱딱하게 굳어오며 그의 손동작을 기쁘게 반겼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밥들이 알아서 떠먹여 주겠다는데 거절할 일이 없었다. 곧 난 바르작거리던 잔 행동을 멈추고 그들이 내게 주는 모든 감각들에 온전히 날 맡기기도 했다.

내 뺨에 자잘한 키스를 하며 그는 좀 더 자신의 몸을 내게 밀착시켰다. 뒤에 있는 테이젤 때문에 내가 뒤로 도망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 날 가두었다. 아니 서로 짜기라도 한 거야?

나 몰래 만나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둘의 조합은 완벽했다. 누가 보면 여러 번 만나서 해 보셨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은 완벽한 행동분담이었다.

“넌 정말이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날 미치게 만들어.”

턱선에 맺힌 물방울을 핥아 먹으며 매우 낮은 톤으로 그가 그르렁대었다. 선명하게 흔들리는 눈빛이 그 또한 이런 자신의 감정을 매우 당혹스럽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이 당혹스러우시죠?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머릿속에 혼란스러운 심정을 털어 내며 긍정적으로 마음먹었다. 서러워서 매일 우산을 들고 다녀야지, 안 되겠어.

그의 말에 차마 ‘모든 게 다 나 때문에 그래요. 흑흑’이라고 답은 하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다짐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젖기만 해도 이런 식이라면 조금이라도 젖는 순간 나는 항상 이런 꼴을 면치 못한다는 소리 아닌가. 이러다가 길거리 식사가 주 메인이 되겠네.

길거리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먹을 주식으로는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몸 망칠 일 있으세요?

맛있는 먹을 것이라면 몸에 해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다하지도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몸을 매우 아끼는 편이었기에 정중히 사양할 줄 알았다. 암암. 일단 내가 편하고 봐야지.

겨우 정신을 집중해 말을 걸었건만, 정작 당사자인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망상에 빠져 있자 그의 입매가 단단히 틀어졌다.

“……이 상황에서 생각이 전혀 다른 곳에 가 있군.”

그렇게 말한 그는 대뜸 손을 아래로 내려 내 가슴을 겨우 가리고 있던 옷을 확 내렸다. 헉! 아니, 잠깐만요? 갑작스러운 힘에 의해 가슴이 크게 모션을 취하며 바깥 공기로 노출되자 나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자, 잠깐…… 하앙!”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말을 가로막는 신음 소리가 모든 말을 대변하여 말했다. 단단하게 굳은 가슴의 정점을 혀로 감싸며 이를 세우는 그의 행동에 여태까지 생각해오던 모든 것들이 새하얗게 백지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가 거칠게 가슴을 탐하며 빨아들이는 탓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신음밖에 없었다.

“하. 잠깐, 잠깐만…… 흐읏!”

너무 강렬하게 덮쳐오는 감각에 그의 머리를 손으로 그의 머리를 살짝 밀어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 모유마저 남김없이 먹어치울 듯한 그 행동에 발뒤꿈치가 덜덜 떨려왔다. 아찔한 감각. 본능을 자극하는 몸의 들끓음에 눈가엔 비가 아닌 다른 촉촉함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에드아르의 남아 있는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찰싹 달라붙어 있는 옷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은밀한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착실하게 몸에 달라붙어 있는 얇은 옷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은 비에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허벅지를 쓸어 올리며 중심부를 향해 손을 옮겼다. 옷 위로 스쳐 지나가는 감각에 소름이 돋아 목을 움츠렸지만 가슴을 삼켜 내는 행동엔 멈춤이 없었다. 가슴의 정점을 쓸어 올리듯 부드럽게 움직이던 행동은 아랫배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집중하는 건 좋지만 비시아, 이쪽도 있다는 걸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흐앗!”

에드아르가 선사하는 짜릿한 감각에 온몸을 맡기고 있을 때 돌연 다른 쪽 가슴을 꽉 쥐는 손길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노골적으로 가슴을 잡는 동시에 내 귀 볼을 살짝 씹는 그의 행동에 눈을 찡그렸다.

귓가에 들려오는 그의 거친 숨소리는 자신이 있음을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목을 가볍게 잡는 행동에 신음을 내며 떨자 씁쓸한 웃음소리가 숨소리 대신 귀에 들려왔다.

“비시아 당신은 대체 뭐죠? 거칠게 다룰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당신만 보면 이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아…… 테, 테이젤…….”

“……머릿속이 새하얗게 점철되어 버려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얼굴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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