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흣……!”
억센 손아귀의 힘에 놀란 내가 나도 모르게 그를 밀었다. 입술과 입술 사이에 긴 여운을 남기듯 은실이 줄을 타고 사이에 매달리자 눈동자를 굴려 테이젤을 바라보았다. 날 무섭도록 노려보는 그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다물자 비릿하게 웃으며 그가 내 입술을 다시 찾아들었다.
입술을 핥는 그의 행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언제든지 그를 맞이할 수 있도록 벌려진 입술에는 어김없이 그의 혀가 찾아들었고 위 치열을 가볍게 훑는 그의 혀놀림에 아찔해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책에서 혀놀림에 대한 모든 지식들을 다 섭렵했다고 생각했건만, 익숙한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에 고개를 차마 제대로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외우고, 보지 않고서 입으로 달달 외울 정도로 능숙하게 달변 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도무지 통 생각이 나질 않았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한 후 다음날 시험지를 맞이한 기분이었다. 그의 세세한 혀놀림 하나에 자지러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나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깊고 깊은 키스가 끝나자 테이젤이 천천히 고개를 떼어 날 바라보았다. 자신의 타액으로 범벅된 내 입술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그가 미소를 띠며 만지작거렸다.
“사내를 안달 나게 하는데 이렇게 능숙하면서 어째서 입맞춤 하나에 정신을 못 차리시는 겁니까.”
“…….”
나는 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차마 그에게 글로써 모든 것을 배웠다고는 떠벌떠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가 조기교육으로 글자 대신 성교부터 배우게 하셨습니다! 하고 죽어도 내 입으로 스스로 말할 수는 없지.
침묵으로 그의 말에 답을 하자 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히려 내 침묵이 더욱 만족스러운 듯 한쪽 볼우물을 깊게 패며 세게 쥐었던 엉덩이를 은근한 손길로 문질렀다.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빤히 보이는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니깐요.”
“핫, 흐앙……!”
그 말과 동시에 흠뻑 젖어 있는 음부 사이로 차가운 손이 파고들자 흠칫 놀라 그의 옷자락을 꽉 죄었다. 기다라면서도 굵은 그의 손가락이 은밀한 곳에 원을 그리듯 빙 손가락을 돌리자 애달픔에 그의 셔츠 위에 입술을 앙 물었다.
한 조각의 천도 없이 발가벗고 있는 나와는 달리, 상의의 단추를 몇 개 푼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갖춰 입고 있는 그의 자태에 알 수 없는 흥분감이 더욱 치밀었다. 옷자락을 꽉 쥔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롯이 그의 손가락만을 느끼며 덜덜 떨자 그는 귓가에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중심부를 살짝 건드렸다.
“아흣!”
흘리는 신음이 아닌 제어할 수 없는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가락이 교묘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에 낀 채 마찰을 시키는가 하면, 손가락 끝에 두고 굴리기도 했다. 머리를 강하게 강타해 오는 쾌락에 입술을 벌리며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도 느슨하게 풀어진 지 오래였다. 간신히 몸을 지탱하듯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연신 신음만을 그의 귓가에 대고 뱉어 낼 뿐이었다. 꾸준하게 주변을 괴롭히던 그가 천천히 음부의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다.
“흣……. 하아, 앗……!”
차가운 손길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눈을 세차게 감으며 절정에 올랐다. 그의 손가락이 안쪽 깊은 곳으로 점차 들어오면 올수록 엉덩이 또한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오므려지는 발끝으로 인하여 머리를 그의 목에 기대자 가슴을 지분거리던 손이 엉덩이를 조심스레 토닥였다.
“가 버린 건가요? 비시아, 절정에 이른 겁니까?”
“흐읏…….”
“당신은 가 버린 모습도 예쁘군요.”
“…….”
안으로 밀고 들어오기만 하던 손가락은 천천히 박자를 맞추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만져 가며 내가 느끼는 걸 세세하게 체크하듯이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성급했던 그의 행동은 어느새 내가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자상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엄지손가락은 여전히 클리토리스를 굴리면서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추삽질을 하던 그는 한 곳에 손을 대었다. 갑작스러운 감각에 내가 눈을 세차게 감으며 엉겁결에 그의 목을 꽉 깨물었다. 목에 따끔하는 감각이 그에게도 통한 것인지 정박자로 손가락을 놀리던 그의 손이 일순간 멈추었다.
“비시아……?”
“흣. 자, 잠깐만요. 거긴…… 하앙!”
머릿속 기억을 태워 버리는 감각에 그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기를 잠시 다시 시작하는 그의 피스톤질에 다시 입술을 어깨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의 셔츠 어깨 부분은 내 침 범벅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지만 그곳만 집중적으로 문지르는 그의 행동에 반쯤 열린 입술을 닫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쪽이 비시아, 당신이 느끼는 곳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흑! 그게, 핫, 아닌, 흐앙……!”
“쉬이. 너무 보채지 말아요.”
그의 손가락을 피해 올라가는 엉덩이를 그가 다른 손으로 꽉 붙잡은 채 놓아주질 않았다. 정박자였던 그의 손길은 어느새 박자를 매 순간마다 달리하여 감각을 익숙하게 만들지 못하게 했다. 여전히 엉덩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도, 목에 수놓듯이 입을 맞추는 행위도 모든 것이 내게 쾌락을 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결국 그의 손가락에 의해 다시 한 번 더 절정을 맞이했다. 덜덜 떨며 그의 팔에 저도 모르게 손톱을 박자 그는 천천히 내 등에 난 척추를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 중심부에서 떼어낸 자신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린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입안에 넣었다.
“당신은 꿀물마저도 달달하네요.”
잔뜩 흐려진 눈으로 멍하니 그가 손가락을 핥는 것을 바라보았다. 저게 달달하다고……? 엄마가 보여 준 성교책 안에선 상대방의 성기를 핥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곤 했지만 그게 맛있어서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때문에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먹는 장면이 이해가 가질 않을 뿐이었다.
혹시 내 체액이 달아서 그런가? 물에 닿으면 달달함이 절정으로 치닫듯이 애액도 그런 건가?
지금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아 결국 고개를 도리질 쳤다. 붕 뜬 감각으로 인해 가볍게 빈혈을 일으키며 옆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는 천천히 날 침대에 눕혔다. 혁대를 풀며 천천히 발기된 자신의 것을 꺼내드는 그의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허벅지를 오므렸다.
드디어! 진수성찬의 메인디쉬를 맛볼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게 당연했건만 오히려 몸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처음이라는 생소한 몸의 감각은 기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두려움으로 떨며 닫아 버렸다. 꼭 오므리고 있는 허벅지를 발견한 테이젤이 부드럽게 미소를 띠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요. 내게 열어 줘요. 비시아.”
부드러운 손길로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에 입술을 꽉 깨물며 천천히 허벅지를 벌렸다. 천천히 열린 문에 그가 더 이상 허벅지를 닫지 못하도록 자신의 허벅지를 끼웠다. 허벅지가 잔뜩 벌어진 엉거주춤한 자세에 부끄러워져 얼굴을 가리자 그가 천천히 자신의 성기를 내 입구에 맞추며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비시아, 날 봐요.”
“……싫어요.”
비시아. 비시아. 내 이름을 마치 주문이라도 되듯이 자꾸 외는 그의 행동에 천천히 손을 내렸다. 어느새 입구를 비집고 들어간 그의 성기가 천천히 안으로 진입하자 그는 내 손을 자신의 목에 둘러 주었다.
자신을 봐 달라는 강렬한 눈빛과 함께 안을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꽉 차오르는 감각에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아, 정말. 이 감각은 또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첫 경험이라면 으레 있을 강렬한 고통. 너무나도 아파 당장이라도 발을 들어 그의 아랫배를 차주고 싶은 심정이 몽글몽글 솟아났지만 입술을 매만지는 다정한 그의 행동에 간신히 참아내었다.
“비시아, 괜찮으신가요? 설마 당신이 처음일 줄은……. 그렇게 꽉 깨물고 있으면 이 상합니다. 대신 이거라도 물고 있어요.”
자신의 손가락을 손수 물려 주는 그의 행위에 난 입을 벌려 제 입술 대신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내 타액으로 인하여 촉촉이 젖어오는 자신의 손가락이 맘에든 것인지 한 번 마주 웃어준 그는 천천히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날 최대한 배려하듯 움직이던 그의 행동은 미처 몇 번을 못가 강렬하고 지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배 속에 꽉 찬 감각을 익숙히 하기도 전에 쳐 오르는 낯선 감각에 비명을 내질렀다. 반항하듯 질벽을 오므렸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기쁘게 만들어 피스톤질을 더욱 빨리하는 역효과가 날 뿐이었다. 테이젤 또한 날 맞춰주기 위해 최대한 안간힘을 쓰는 것이 얼굴에 선연하게 보였지만 그의 허릿짓은 점점 빨라질 뿐이었다.
미안해하듯 내 온몸 곳곳에 키스를 하는 그가 얄미워 입술 사이에 있는 손가락을 세게 깨물었다. 순간의 아픔으로 인해 잠시간 그의 허리짓이 늦춰졌지만 내가 다시 깨물지 못하도록 입천장을 두들기는 손가락에 결국 그의 목을 꽉 죌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느끼는 곳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 그는 무작정 치밀어 넣던 것을 어느새 한 곳을 향해 집중적으로 박기 시작했다. 정박자, 엇박자로 허릿짓을 놀리는 그 덕분에 나 또한 생경한 아픔만이 가득 찬 것이 아닌 몽롱한 쾌락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는 비교도 안 되는 아찔한 감각이 온몸을 짜릿하게 덮쳤다. 복부에 난 상처의 아픔마저 완전히 잊을 정도로 완전히 쾌락에 지배되어 버리자 난 입술을 벌리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테이젤, 테이젤……!”
반사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내가 절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테이젤은 말 대신 귓가에 으르렁거리며 속도를 빨리하기 시작했다. 최대한으로 벌린 허벅지를 자신의 손으로 좀 더 짓누르며 가슴을 한 아름 삼켰다.
혀로 정점을 가지고 놀 듯 이리저리 흔들던 그는 최대한으로 허리를 밀어 넣으며 파정을 맞이했다. 이로 살짝 가슴을 깨물며 그의 정액이 내 몸 안을 가득 메우자 나 또한 그의 어깨에 내 손자국을 가득 내며 절정에 맞이했다.
배 안이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느낌이 들자 나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축이며 입맛을 다셨다. 드디어, 밥을 먹었다. 알 수 없는 만족감이 온몸을 뿌듯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