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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10화 (10/86)

10화

테이젤은 나를 다시 침대 위에 눕힌 후 발밑에 있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아, 안 돼! 밥! 내가 그를 향해 간신히 손을 움직여 뻗으려는 순간 그는 손가락만 간신히 들어 올린 내 손을 빠르게 잡아채었다.

와, 혹시 독심술 배우셨어요? 내가 써야 할 힘을 대신 그가 행해 주는 모습에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다행이다. 밥 공급이 끊기는 줄만 알았잖아.

엎드린 게 아니고 정자세로 누우니 아까보단 확실히 고통을 덜 느낄 수 있었다. 통증이 예민하게 온몸을 덮치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내 표정이 약간 편해지자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나만큼이나 놀란 건지 얼굴에 걱정이 선연하게 묻어 있었다. 으음……. 미안하네, 나는 주춤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달려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미안…….

나는 달싹거리지 않는 입술을 대신하여 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배가 너무 고파서 어쩔 수 없었어. 마음이 고운 당신이라면 나를 용서해 줄 거야.

미안함을 어필하듯이 그를 빤히 바라보자 손으로 내 이마에 맺힌 땀을 직접 닦아 주었다. 내 짐작대로 그는 굳은 표정을 이미 푼 지 오래였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비시아?”

있긴 있었다. 배가 너무 고프고 또 아팠지. 그런데 그걸 입 밖으로 꺼내기에 수치스러웠다. 배고픔으로 인해 아사하기 전에 수치사할지도 몰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개를 젓는다고 목에 힘을 줬더니 저도 모르게 배에 힘이 갔다. 자연스레 인상을 있는 대로 찡그리자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상처가 덧난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까, 비시아?”

이번엔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덜 아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발 써 줬으면 했다.

“제가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목을 잠깐 가다듬고 테이젤에게 말했다. 그래도 쉰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 새어 나왔다.

밥, 너는 가면 안 돼. 왜냐하면…….

“……가지 마요.”

아직 좀 배가 덜 부른 거 같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테이젤의 한숨이 내 뺨 근처까지 다가왔다. 눈을 내리깔며 찡그려지는 눈매에 나는 실망감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럼 그렇지.

첫 만남도 해괴한 여자로 낙인 찍혔을 텐데 무작정 밀어 넘어뜨리는 이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이 남자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한 번 떠올리자 여태까지 했었던 온갖 창피스러운 행동이 떠올라졌다.

으으, 으아아!

나 생각보다 이 남자에게 이상한 행동 많이 했구나. 자괴감에 머리칼이라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쁜 외모를 얻으면 뭐 해, 내가 쓰지를 못하는걸! 이 정도의 외모를 지니면 남자 몇 명은 홀라당 빠져들게 만들어 날 따라다니게끔 만들어야 할 법했다.

하지만 지금 내 꼴은 이게 뭔지. 날 가지겠다고 서로 날 안중에 놓지도 않고 싸우다가 칼에 찔린 내 팔자가 너무 불쌍해 결국 눈가에 눈물을 맺고야 말았다.

“후우.”

다시 한 번 더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람 소리에 놀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람을 부르러 나갔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아까와 같이 다시 내 곁에 있는 그의 가까운 모습에 숨을 들이마시자 그가 붙잡은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상처가 꽤 고통스러워 보이는 것 같은데 정말 괜찮습니까?”

“네. ……정말 괜찮아요.”

괜찮지 않을 리가! 손에서 올라오는 밥줄기에 활짝 미소를 짓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으며 잔잔히 웃음을 띄웠다. 밥이 절로 다시 자리를 잡았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배는 여전히 죽을 만큼 고팠고 상처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생생한 아픔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이 둘 중 하나의 고통이라도 무마시키지 않는 이상 통증으로 또다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테이젤…….”

“비시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른 손을 천천히 뻗었다. 손을 뻗는 순간 옆구리가 땅기며 상처가 난 복부에 통증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끔찍한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자 그가 재빠르게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스스로가 먹이가 되기 위해 오는 줄도 모르고 그의 다급한 얼굴이 내게 와 닿자 나는 눈을 감으며 그의 얼굴을 향해 입술을 들이밀었다.

“……!”

그의 놀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나는 단호했다. 상처가 여전히 저릿저릿하며 아파 왔지만 배고픔과 비등하게 통증이 오는 지금 나는 통증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기에 그의 입술에 무조건 들이미는 중이고. 서툴게 그의 윗입술을 핥으며 내 이 사이에 끼워 넣자 손을 마주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솔직히 나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그냥 해 주면 안 될까? 입술을 대고 있는 겉모습은 평온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불안 반 긴장 반이었다.

이미 두 번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두 번 다 실패했던 경험이 머릿속에 강렬히 박혀 있었다. 엄마에게 여태껏 외모에 대한 칭찬과 누구보다도 잘났다는 말을 듣고 살아와서 그런지 충격은 더욱 거세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그의 뺨에 가져다 대며 입술을 좀 더 짓눌렀다. 여전히 닫혀 있는 그의 입술에 불안감을 느끼며 고개를 틀었다.

제발, 나 밥 좀 먹게 해 줘? 응? 마주 닿고 있는 곳에서 정기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원초적인 감각은 없앨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구나, 난. 배고픔에 비명을 지르며 아사할 운명만 남았다는 생각에 눈을 떴다.

여전히 눈을 뜨고 날 바라만 보고 있는 테이젤의 모습에 결국 눈가에 매달려 있던 눈물 한 방울을 뚝, 하고 흘러내리고 말았다.

이 고자 새끼! 밥상을 차려 줘도 어떻게 먹질 못하니! 응? 어쩐지 오늘 칼에 찔리고 밥도 중간에 못 먹고 운수도 더럽게 없더라니. 엄마, 나 여기서 나갈래요. 나가서 우직한 쌀밥, 보리밥들과 평생을 같이 할래!

눈물이 턱에 고이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더 커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표정 변화에 놀란 내가 입술을 천천히 떼어 내자 내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멀어졌다. 그 일과 동시에 말캉한 입술을 다시 찾은 건 내가 아니라 테이젤이었다.

“테이, 읍……!”

그의 이름을 완전히 부를 새도 없이 입술을 한입에 먹어 버렸다. 벌려진 틈새 사이로 급하게 혀가 찾아들었고, 그를 반겨 줄 새 없이 구석구석을 탐닉하듯이 밀어 넣는 그의 행동에 눈을 꽉 감았다.

왜? 어째서? 아까 그렇게 유혹해도 안 되더니, 도대체 뭐에 반응을 한 거야? 어리둥절함과 알 수 없는 갖은 이유들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라 의문을 표했지만 턱에 고인 눈물을 핥는 그의 행동에 싹 지워 버렸다.

그래, 상황이 어찌 되었던 그가 내 도발에 먹혀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 말은 곧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순순히 그의 행동에 응하며 그의 옷깃을 잡았다.

“……나는 끝까지 당신을 배려하려고 했습니다.”

배려? 무슨 배려?

그의 기똥찬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한숨 어린 비음을 내뱉었다. 턱선을 따라간 그의 이가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혀로 핥는 탓에 몸을 살짝 떨었다. 힘이 없는 날 대신해서 얼굴을 받쳤던 그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인해 땀에 절였던 옷 안으로 천천히 손을 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갈아 입혀진 옷은 여자가 없는 한정적인 장소로 인해 당연히 남자의 옷이 입혀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땀에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옷 안으로 손을 넣을 수 있었던 그의 손이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당신은 환자이니까요. 아픈 당신을 위해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색색거리는 숨을 뱉어냈을 땐 정말이지…….”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목에 자신의 얼굴을 박아 넣었다. 목덜미에 자신이 낸 자국이 채 지워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로 옆자리에 또 다른 흔적을 아로새겼다. 달콤한 아픔에 고개를 위로 당기자 옷을 젖힌 그의 손이 내 가슴 한쪽을 서슴없이 꺼내 놓았다.

아니, 잠깐만. 너무 갑작스럽지 않니? 저번에 했을 때 배려 가득한 그의 행동은 온데간데없이 난폭하게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듯한 그의 행동에 당황해 손을 허우적거렸다.

물도 뒤집어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을 잃은 듯한 그의 행동에 입술을 뻐끔거리다 가슴을 움켜잡는 감각에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흣!”

더운 숨이 목덜미를 통해 뜨겁게 전해지고 있었다. 손은 가슴에, 배를 다급하게 얼러 만지고 있었으며 입술 또한 목덜미에서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차츰차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로 한없이 내려가던 그의 손이 복부에 감겨 있는 붕대를 발견하고 순간 멈추었다. 가슴의 원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꽉 쥔 손마저 살짝 풀어지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 내었다. 일그러진 얼굴에 들어있는 붉은 기가 그가 얼마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완전하게 내게서 몸을 떼어 내며 고개를 돌렸다.

아, 설마. 나는 다급했다. 몸을 충분하게 채워 주던 밥의 공급이 사라지자 다시금 아슬아슬하게 채워지던 정기가 빠르게 메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핥을 거 다 빨아 놓고선 이제 와서 도망치고 신사인 것처럼 뺄 거야? 배려하면 죽여 버린다! 오늘만큼은 어떻게든 밥을 먹을 생각이었기에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었다.

부풀어 있는 그의 앞섬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문 그를 향해 상체를 굽혔다. 그가 고개를 돌릴 사이도 없이 갑작스럽게 생겨난 초인적인 힘으로 그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엉거주춤 걸터앉았던 그의 엉덩이가 완전하게 침대로 들어왔다.

땀으로 인해 달콤한 향기가 물씬 나는 침대 위에 내가 아닌 그가 대신 자리를 잡고 있자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네가 얼마나 신사인지 알았으니까 그만, 그만 빼고 나한테 이제 밥 좀 줘. 응?

“전 괜찮아요.”

“비시아…….”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그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가득 참고 있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갑갑한 옷을 벗기로 마음먹었다. 일어나려는 그를 엉덩이로 누른 채 그의 위에서 천천히 스트립쇼를 하기 시작했다. 잔뜩 흐트러진 상체의 옷을 벗기자 아무것도 입히지 않은 맨살이 드러났다.

옷 하나 벗는데 죽는 줄 알았네. 배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인하여 물을 부은 듯 땀을 흘리자 그가 손을 뻗어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내 주었다.

마침 되게 거슬렸던 방해물을 알아서 떼어 내주는 그의 손길이 좋아 눈을 감았다. 옷 하나 벗었을 뿐인데 손 하나 까딱하는 힘이 생기질 않자 얌전히 받아들자 깔고 앉은 바닥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

당황할 새도 없이 몸이 뒤로 빠지며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젖어 있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눈을 뜨자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아 습격했다. 내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등을 받쳐 주는 한편, 남은 그의 손이 갑작스럽게 엉덩이를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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